ART & CULTURE

맨손의 등반가, 알렉스 호놀드
암벽등반가 알렉스 호놀드가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 캐피탄을 사상 최초 맨손으로 오르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엄청난 사건인 동시에 누가 봐도 정신 나간 짓 같아 보이는 위험천만한 일을 알렉스는 왜 하는 걸까?

“호놀드는 평소엔 얌전한 소년 같지만 산에 오를 때는 클라크 켄트가 슈퍼맨으로 변신한 것 같죠.”
요세미티의 어리숙한 소년
1년 내내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미국 서부의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 인디언 말로 ‘죽이는 자들’이란 뜻의 요세미티 공원 내 캠프 4 구역에는 ”스톤 몽키(Stone Monkey)”라 불리는 요세미티의 암벽 등반가들이 모여 있다. 미쳤기 때문에 산에 오른다고 말하는 이들은 짧게는 열흘, 길게는 몇 개월씩 공원에 머무르며 요세미티를 정복하기 위해 훈련을 한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고 제멋대로인 머리 스타일에 낡고 헤진 옷을 입은 등반가 사이에서 가장 약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청년을 발견한다면 그가 바로 알렉스 호놀드(Alex Honnold)다.

이 어리숙한 청년이 2017년 6월 3일, 어떤 클라이머도 하지 못한 등반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세계 최대 단일 화강암이자 요세미티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엘 캐피탄(El Capitan)을 최초로 맨손으로 오른 것이다. 등정에 걸린 시간은 단 3시간 56분. 엘 캐피탄은 높이가 914m에 달하는 암벽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할리파의 829.84m보다 대략 84m 정도가 더 높은 곳이다. 그 높이를 알렉스 호놀드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맨손으로 올랐다.

엘 캐피탄에 모여 있는 대부분의 클라이머는 프리 클라이밍(Free Climbing) 방식으로 암벽에 오른다. 추락을 막기 위해 클라이밍 로프만 사용하고 오직 맨손으로 산에 오르는 것이다. 자칫 발을 헛디디거나 암벽을 잘못 잡더라도 최소한 목숨을 잃는 것만큼은 방지하려는 의도다. 그런데 알렉스 호놀드는 프리 솔로 클라이밍(Free Solo Climbing, 이하 프리 솔로)으로 등반한다. 이는 몸에 아무런 안전장치를 하지 않고, 암벽화와 초크백만 가지고 등반하는 것이다. 알렉스 호놀드는 암벽산을 정복하는 것뿐 아니라 내면에 자리한 실수와 죽음에 대한 공포도 함께 정복해야 하는 싸움을 벌였다.

요세미티의 전설이 되다
프리 솔로 클라이밍의 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한 사람은 딘 포터(Dean Potter)다. 그는 요세미티 내 가장 높고 험난한 코스라는 하프 돔(Half Dome)과 엘 캐피탄을 최초로 하루 만에 등정했다. 엘 캐피탄의 노스 월(The Nose Wall)을 최단시간인 3시간 24분 만에 등정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그의 몸에는 줄이 있었다. 이후 딘 포터는 대부분의 암벽을 프리 솔로로 올랐지만, 엘 캐피탄을 최초로 맨몸으로 오른 것은 알렉스 호놀드의 몫이었다.

호놀드는 엘 캐피탄, 그것도 수직 절벽인 노스 월을 오르기 위해 2년을 공들였다. 이미 2008년 요세미티 내 하프 돔을 프리 솔로로 오르기는 했지만, 엘 캐피탄은 달랐다. 그는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의 암벽을 다니며 훈련을 했다. 엘 캐피탄에서는 로프와 안전장치를 매고 벽을 오르면서 손으로 잡아야 할 위치와 상황마다 필요한 행동을 수없이 반복해서 훈련했다. 몸이 편하게 반응하고 능숙하게 오를 수 있게 된 후에는 로프와 장치를 풀고 맨몸으로 프리 솔로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 생애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너무 오랫동안 꿈꾸고 노력해온 목표였거든요”라고 말했다. 

이봐, 별것 아냐
나약해 보이는 몸과 순한 눈의 어린 호놀드가 처음 요세미티에 도착했을 때, 먼저 점령하고 있던 클라이머 선배들은 그를 “호놀드는 평소엔 얌전한 소년 같지만 산에 오를 때는 클라크 켄트가 슈퍼맨으로 변신한 것 같죠”라고 말한다. 그러나 암벽을 오르는 모습은 전혀 다른 호놀드를 만들어낸다. 그가 최고의 클라이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근력과 냉정한 판단력, 평정심 덕분이다.

© JIMMY CHIN/NATIONAL GEOGRAPHIC CREATIVE

호놀드의 친구들은 그를 “별것 아냐(No Big Deal)”로 부른다.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그는 항상 담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흥분은 두려움을, 두려움은 몸의 경직을, 경직은 실수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에 개조한 밴에서 행보드를 설치해 손가락 힘을 기르는 운동을 하며 중력을 이기는 연습을 지속한다.

멕시코 엘 센데로 루미노소(El Sendero Luminoso)를 오르는 알렉스 호놀드의 영상을 보았다. 험한 암벽산의 중간 지점까지 오른 그는 숨을 가볍게 내쉰다. 두 손은 절벽에서 떨어진 채 오직 바위 틈에 낀 발의 힘만으로 몸의 중력을 버텨낸다. 살랑이는 바람에 머리가 잠시 날리며 콧등을 스친다. 그러자 그는 소년이 되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벽을 쓸어 내린다. 그 미소에는 두려움 따윈 없다. 승리나 패배의 단어가 설 자리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소년이 된 그는 다시 든든한 청년이 되어 손을 내뻗는다.

알렉스 호놀드의 등반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 솔로(Free Solo)> 예고편 www.FreeSoloFilm.com

2018. 12 에디터:정재욱
자료제공: National Ge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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