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때론 우아하게, 때론 시적으로
슬로베니아의 디자이너 니카 주팡은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으는 디자이너다. 소품에서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손 끝은 다양한 지점을 향하고 있다.

인구 200만이 채 되지 않는 중부 유럽의 작은 나라 슬로베니아. 올림픽 같은 이벤트를 통하지 않으면 뉴스에서도 자주 보기 힘들 정도로 크지 않은 나라지만, 디자인계에서는 요즘 제일 ‘핫’한 여성 디자이너 니카 주팡(Nika Zupanc)을 탄생시킨 곳이다. 177cm의 훤칠한 미녀인 그녀는 최근 발군의 디자인을 선보이며 젊은 나이에 이미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우뚝 섰다. 하지만 그녀를 단순히 성공한 미녀 디자이너로만 한정해서는 곤란하다. 독서를 좋아하고 지적이며, 가라테에 빠져 있고 스노보드도 즐기는 등 스포츠에도 열성적이어서 도대체 그녀가 못하는 것은 뭘까 하는 궁금증마저 들 정도다.

윈드 파빌리온(The Wind Pavilion)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의 아카데미 오브 파인 아츠 앤 디자인 (Academy of Fine Arts and Design)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니카 주팡은 초기에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이 일을 시작했다. 주팡은 스스로 스폰서를 구하고 부스를 설치해 전 세계 디자인 관련 종사자의 집합장인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 진출했다. 당시 그녀는 평소 자신이 추구하는 디자인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던 모오이(Moooi)에도 자신의 전시장에 들러달라는 초대장을 보냈다. 그런데, 초대장 안의 의자 디자인을 본 모오이의 수장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가 부스를 방문해 협업을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성공 가도가 시작되었다. 그 협업의 결과물이 2008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많은 화제를 낳은 롤리타 램프다. 요즘이야 핑크 컬러가 디자인에서 대세인 색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유행과는 거리가 너무 먼 소녀 취향의 색깔이었다. 니카 주팡은 이런 인식을 뒤집고자 핑크 컬러와 당시에는 드물던 여성스러운 선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롤리타 램프를 디자인했다. 롤리타 램프의 성공에 힘입어 그녀는 바로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모로소와 함께 메이드 체어를 디자인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9년 모로소와 ‘테일러드 체어(Tailored Chair)’ 시리즈를 선보였고, 2010년에는 모오이와 두 번째 협업인 ‘파이브 어클락 체어(5 O’Clock Chair)’와 테이블을 발표한다. 이와 동시에 밀라노 박람회 등의 개인 전시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다양한 디자인 세계를 알려나갔다. 밀라노 박람회가 열리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그 이후로 니카 주팡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디딤돌이 되었다. 그녀가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로 거듭나면서 슬로베니아에서도 그녀를 찾는 프로젝트가 늘어났다. 2011년 말에는 그녀의 첫 레스토랑 디자인 프로젝트인 ‘아스 아페레티보(As Aperitivo)’를 완성했다.

2013년에는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미스 디올 향수의 발매 25주년 기념 전시 ‘ 디올의 정신: 미스 디올(Esprit Dior: Miss Dior)’을 위해 거대한 파빌리온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을 ‘미스 디올 체어(Miss Dior Chair)’와 함께 선보였다. 핑크와 블랙의 매우 로맨틱한 ‘자기만의 방’은 롤리타 램프처럼 버지니아 울프에게서 영감을 받아 페미니즘을 담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후 니카 주팡은 2015년 영국의 디자인 브랜드 ‘쎄Se’와 함께 그녀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컬렉션 Ⅲ(Collection Ⅲ)’를 발표해 뉴욕의 ‘국제 현대 가구 박람회(International Contemporary Furniture Fair)’에서 최우수 가구 부문 상을 수상했다. 계속해서 디자인 반경을 점점 더 넓히고 있는 그녀는 이제 제품 디자인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넘어선 보다 큰 규모의 건축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스텔라 러그(Stella Rug)와 88 시크릿 사이드보드(88 Secrets Sideboard)

Q. 어떻게 산업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나요?
A. 어려서부터 영화, 사진 등 예술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등학교 당시 어떤 방향으로 진로를 정할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내가 하고 싶은  스토리 텔링’을 가장 강력하게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어요.
Q. 니카 주팡 디자인 스튜디오는 어떤 곳인가요?
A. 현재 6명이 일하고 있는 작은 스튜디오예요. 프로젝트마다 인원수는 늘 변하지만 제품 디자인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중점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현재는 주거용 디자인 등 점차 다양한 프로젝트로 작업 영역을 늘려나가는 중이에요.
Q. 슬로베니아 디자인은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곳인가요?
A. 200여만 명 정도 사는 나라라 시장이 작은 편이죠. 대신 주변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등에 둘러싸여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곳이에요. 또 한 시간이면 바다나 산 어디든 갈 수 있어 자연적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죠. 디자이너로서 독특한 시선을 키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Q. 모오이는 본인의 커리어를 전 세계에 알려준 프로젝트인데, 어떻게 진행하게 되었나요? 
A. 대학 졸업 후 프리랜서로 일했는데 슬로베니아에서는 인정을 못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힘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평가받고 싶어서 스폰서도 구하고 자비로 밀라노 박람회에도 참가했죠. 2007년 전시할 때 브랜드 모오이에도 초청장을 보냈는데, 마르셀 반더스가 관심을 갖고 방문해준 것이 계기가 되어 함께 일하기 시작했어요.

Q. 디자인이 매우 여성적이고 우아해요. 어디에서 영향을 받나요?
A. 살아가면서 24시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주변 사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요. 주변의 세세한 디테일에 관심이 많은 편이죠.

디자이너 니카 주팡

Q. 본인에게 의미 깊은 프로젝트를 들자면요?
A. 롤리타 램프는 저를 알려준 소중한 프로젝트죠. 그 밖에 로싸나 오르란디와의 협업 중 역사 속 여성의 작업 환경을 그리며 디자인한 홈워크 테이블, 리본 체어 그리고 요즘 베스트셀러이자 좋은 다이닝 체어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 내놓은 쎄의 스테이 체어 등도 들 수 있겠네요.
Q. 본인의 디자인 스타일을 정의할 수 있나요?
A. 디자인적 측면에서 매우 유니크한 위치에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를 두고 ‘페미닌’하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시적이고 독창적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생각해요. 대표적 예로 롤리타 램프를 모오이를 통해 발표했을 때는 콘셉트나 컬러 면에서 지금까지의 디자인 관념에 반하는 것이었죠. 기존 디자인에 만족하지 않고 틀에서 벗어난 디자인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2018. 12 에디터:정재욱
글: 정재훈
자료제공: Nika Zup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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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12
  • 에디터: 정재욱
    글: 정재훈
  • 자료제공:
    Nika Zup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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