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순간의 빛
메리 코스는 50년 이상 빛과 회화의 관계를 탐구했다. 누구든 그의 작품 앞에서 반짝이는 빛을 포착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엔 쉽게 담기지 않는다. 그 빛은 아주 개인적이고도 순간적이기 때문이다.
빛의 출현
빛을 보았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다. 메리 코스(Mary Corse)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그것은 단색화였다. 어떠한 감정을 끈덕지게 덧칠했을 하얀색의 단색화. 가까이 다가가서 몸을 움직였을 때, 시선이 바뀌었을 때, 빛이 보였다. 진짜 빛이었다. 화가는 빛을 다룬다. 하지만 코스처럼 빛을 회화로 다룬 작가는 없었다. “실제 빛을 그림에 넣고 싶었어요.” 빛은 코스가 몰두한 예술적 주제이자 소재였다. 그는 빛을 회화에 가져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코스는 전기 조명을 활용해 3차원의 설치물을 만들었으며, 축전기와 전선을 이용하기 위해 물리학 수업을 듣기도 했다. ‘결정적 순간’은 1968년, 우연히 맞이했다. 그는 늦은 밤 말리부의 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그때 도로 위 하얀 선이 반짝하고 빛났다. 자동차 전조등에서 나온 빛은 하얀 선에 반사됐으며, 그가 그곳을 지나치자 사라졌다. 그때 코스는 생각했다. “한번 해볼까?” 빛을 회화로 가져올 방법을 찾은 것이다.

Mary Corse (b. 1945), Untitled (White Multiple Inner Band), 2003. Glass microspheres and acrylic on canvas, 96 x 240 in. (243.8 x 609.6 cm).
Courtesy Kayne Griffin Corcoran, Los Angeles, Lehmann Maupin, New York; and Lisson Gallery, London. Photograph © Mary Corse

Mary Corse with Untitled, 1967. Courtesy the artist and Kayne Griffin Corcoran, Los Angeles.

도로에서 빛나던 것은 차선 도색에 흔히 사용하는 아주 작은 유리구슬이었다. 코스는 그 유리구슬을 아크릴물감에 섞지 않고 마지막 붓질을 한 후 표면에 뿌린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표면에 달라붙은 유리구슬이 미세하게 보인다. 그 유리구슬 덕분에 보는 각도에 따라, 조명에 따라, 붓질의 흔적이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하얗게 보이기도, 어떤 부분은 회색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코스의 대표작인 ‘화이트 라이트(White Light)’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물감으로 빛을 묘사하는 대신 굴절과 반사 등 빛의 고유한 속성을 활용해 빛을 그대로 회화 안에 가져왔다.

Mary Corse (b. 1945), Untitled (White Diamond, Negative Stripe), 1965. Acrylic on canvas, 84 x 84 in. (213.36 x 213.36 cm). Collection of Michael Straus. Photograph © Mary Corse

Mary Corse (b. 1945), Untitled (Octagonal Blue), 1964. Metal flakes in acrylic on canvas, 93 x 67 1/2 in. (236.2 x 171.5 cm). Courtesy Kayne Griffin Corcoran, Los Angeles, Lehmann Maupin, New York; and Lisson Gallery, London. Photograph © Mary Corse

빛의 여정
2018년 휘트니 뮤지엄에서 메리 코스의 개인전이 열렸다. 타이틀은 ‘빛의 물음(A Survey in Light)’. 지난 50년 동안 코스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회화와 빛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대표작 ‘화이트 라이트’ 시리즈부터 1970년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토팡가 캐니언(Topanga Canyon)의 외진 산지로 거처를 옮긴 뒤 시작된 ‘블랙 어스(Black Earth)’ 시리즈는 물론 초기의 변형 캔버스 작업까지, 코스가 빛을 쫓은 여정을 한데 모은 것이다.

Installation view of Mary Corse: A Survey in Light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June 8-November 25, 2018). From left to right: Untitled (Two Triangular Columns), 1965; Untitled (Two Triangular Columns), 1965; Untitled (Space + Electric Light), 1968; Untitled (Space Plexi + Painted Wood),1966; Untitled (Space Plexi + Painted Wood), 1966; Untitled (Space Plexi + Painted Wood), 1966. © Mary Corse. Photograph by Ron Amstutz

코스의 작품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물질적이면서도 비물질적이고, 미니멀하면서도 맥시멀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은 천천히 음미해야 합니다.” 코스의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킴 코내티(Kim Conaty)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직접 마주하고 천천히 음미해야 한다. 개인전은 막을 내렸지만, 다행히도 세계 곳곳의 현대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Installation view of Mary Corse: A Survey in Light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June 8-November 25, 2018). From left to right: Untitled (Black Light Painting), 1975; Untitled (Black Earth Series), 1978. © Mary Corse. Photograph by Ron Amstutz

코스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보는 이의 인식이다. 코스는 자신의 작업이 개인의 인식을 통한 내적 경험에 가까워지길 바랐다(그러면서도 항상 빛을 회화에 담고 싶어 했다). “당신이 움직이거나 조명이 변하면 그림도 바뀝니다. 누군가는 다른 것을 봐요. 인식이 그 순간을 만듭니다.” 관람객은 다양한 위치에서 작품을 관람하고 경험한다. 회화적으로는 단순한 작품 앞에서 관람객은 스스로 참여자가 된다. 코스의 작품은 빛과 회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함과 동시에 작품은 디지털 화면이 아닌 전시장에서 직접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준다. 잠깐 비쳤다 사라지는 코스의 빛은 마치 등대 같아, 작품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꺼이 시작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Mary Corse (b. 1945), Untitled (Two Triangular Columns), 1965. Acrylic on wood and plexiglass, two parts, 92 x 18 1/8 x 18 1/8 in. (233.7 x 46 x 46 cm) and 92 x 18 1/16 x 18 in. (233.7 x 45.9 x 45.7 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gift of Michael Straus in loving memory of Howard and Helaine Straus 2016.6a-b

Mary Corse (b. 1945), Untitled (Black Earth Series), 1978. Ceramic, two tiles, 96 x 48 in. (243.8 x 121.9 cm). Courtesy Kayne Griffin Corcoran, Los Angeles, Lehmann Maupin, New York; and Lisson Gallery, London. Photograph © Mary Corse

2019. 2 에디터:김혜원
자료제공: 휘트니 미술관 ,케인 그리핀 코코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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