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만에 찾아온,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19
환경오염과 인구 고령화를 예술의 힘으로 극복한 일본 세토내해섬의 기적,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12개의 섬과 2개의 항구에서 열리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저마다의 특별한 이야기를 간직한 섬들과 그 안에서 조화롭게 생동하는 예술 작품을 경험할 기회가 3년만에 찾아왔다.
버려진 바다, 예술을 만나다
일본에도 지중해(地中海)가 있다. 유럽의 지중해가 3개 대륙에 둘러싸여 있다면, 일본의 지중해인 세토내해(瀬戸内海)는 열도를 구성하는 큰 섬인 혼슈, 규슈, 시코쿠 한가운데에 자리한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는 3,0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을 품고 있다. 섬사람들은 세토내해를 통하지 않고선 어디로도 갈 수 없으며, 그곳에서 얻은 해산물로 생계를 유지한다.

세토내해 풍경 © 사진 오사무 나카무라
그런 세토내해가 급격한 공업화로 병들어가자 섬의 운명도 함께 쇠락했음은 두말할 필요 없을 터. 1960년대 이후 바다는 쓰레기로 뒤덮였고, 주민들은 하나둘 희망 없는 섬을 떠났다. 이런 상황을 극복한 것은 놀랍게도 한 기업가의 열정이었다. 일본의 교육 기업인 베네세 홀딩스(Benesse Holdings)의 회장 후쿠타케 소이치로가 예술의 힘을 빌려 파괴된 삶과 자연을 되돌린 것이다. 그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섬에 건축과 예술의 거장들을 불러 미술관을 열고, 빈집을 개조해 개성 있는 실외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섬은 활기를 되찾았고, 주민들의 주도 아래 환경도 빠르게 회복됐다.
그리고 2010년, 바다의 회복을 기념하고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Setouchi Triennale)가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그 후로 세토내해의 섬은 전 세계 예술가의 놀이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리고 2010년, 바다의 회복을 기념하고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Setouchi Triennale)가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그 후로 세토내해의 섬은 전 세계 예술가의 놀이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에 있는 후지모토 소스케의 나오시마 파빌리온
섬의 이야기를 전하는 현대미술 축제
3년에 한 번 열리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세토내해의 섬과 항구를 무대 삼아 200점에 달하는 영상, 설치, 사진, 회화 등을 선보인다. 독특한 콘셉트와 출품작의 높은 수준 덕분에 매회 약 100만 명에 이르는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제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섬이 지닌 역사와 문화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에 있다. 3,000개의 섬이 있다면 3,000개의 이야기가 있는 법. 세토내해 국제예술제는 현대미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섬의 매력을 알리고,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예술제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섬이 지닌 역사와 문화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에 있다. 3,000개의 섬이 있다면 3,000개의 이야기가 있는 법. 세토내해 국제예술제는 현대미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섬의 매력을 알리고,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섬을 오가는 페리
올해인 2019년, 제4회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총 12개의 섬과 2개의 항구에서 펼쳐진다.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탁 트인 자연 속에서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만나볼 절호의 기회다. 이번 예술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섬 5곳을 미리 만나보자. 모두 다카마쓰항에서 1시간 내에 도착하므로, 다카마쓰를 거점 삼아 각 섬에서 하루 또는 반나절을 머물며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나오시마: 기적의 시작
예술의 섬 프로젝트의 출발점인 나오시마(直島)는 1917년에 구리 제련소가 들어선 이래로 줄곧 환경오염에 시달렸다. 후쿠타케 회장은 선대 회장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곳에 국제 캠프장을 지으며 세토내해섬과 인연을 맺었다.

미야노우라항에 자리잡은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 © 사진 다이스케 아오치
1992년 미술관과 호텔, 레스토랑을 하나로 접목한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을 열고, 뒤이어 사전 예약제인 지추 미술관과 동양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우환 미술관을 설립했다. 그 밖에 오래된 민가를 공간 예술로 재탄생시킨 이에 프로젝트와 바닷가에 설치된 구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과 ‘노란 호박’도 눈길을 끈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19에서는 기존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마을 학교와 연계한 참여형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볼거리가 많은 나오시마를 제대로 즐기려면 적어도 하루는 꼬박 할애해야 한다.
데시마: 쓰레기 섬에서 다시 풍요의 섬으로

피필로티 리스트, 당신의 최초의 색 © 사진 오사무 나카무라
‘풍요로운 섬’이라는 뜻인 데시마(豊島)는 세토내해에서는 드물게 물이 풍부해 예로부터 쌀과 과일 농사가 번성했다. 그러나 인근 도시에서 1975년부터 15년 동안 이곳에 산업 폐기물을 불법 투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쓰레기 섬’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데시마산 농산물이 외면당하자 주민들은 생계 수단을 잃었고, 인구도 점차 감소했다. 그러던 2010년, 후쿠타케 회장의 지휘하에 데시마 미술관이 문을 열고, 섬 곳곳에 독특한 설치 작품이 들어서면서 자연도 사람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데시마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일본의 설치미술가 시오타 치하루가 주민들과 함께 만든 ‘먼 기억’이다. 마을 모임 장소로 쓰이던 장소에 버려진 목재 창호 600여 점을 모아 터널을 만들었는데, 무심히 배열한 듯한 창호 하나하나에 그것을 사용하던 이들의 추억이 배어 있다. 스위스 영상 작가 피필로티 리스트의 작품 ‘당신의 최초의 색’도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다. 이번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에서는 기존 작품뿐 아니라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접할 수 있다. 다카마쓰에서 오전에 출발해 반나절에 걸쳐 섬을 돌아보길 권한다.

시오타 치하루, 먼 기억 © 사진 오사무 나카무라
오기지마∙메기지마: 고양이와 도깨비가 반기는 섬

오기지마의 고양이
섬 둘레가 4km에 불과한 오기지마(男木島)는 길고양이가 사람 수만큼 많이 살고 있어 ‘고양이 섬’이라고도 불린다. 2010년에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에 참여하면서 섬 전체에 다양한 조각 작품이 들어섰으며, 골목길은 알록달록한 벽화로 꾸며졌다. 한적한 어촌 마을을 거닐며 고양이와 인사하고, 곳곳에 숨은 예술 작품을 탐색해보자. 이번 세토우치 예술제에는 민가를 개조한 작품을 늘릴 예정이다.
오기지마가 ‘고양이 섬’이라면, 바로 옆에 있는 메기지마(女木島)는 ‘도깨비 섬’이다. 1914년에 메기지마에서 거대한 인공 동굴이 발견되었는데, 이 동굴이 일본 도깨비 설화인 ‘모모타로의 전설’ 속 배경과 비슷해서 생긴 별명이다. 이번 예술제에는 모모타로의 전설과 관련한 작품도 다수 전시할 예정이다. 주민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가게에 예술적 감성을 더한 프로젝트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다카마쓰에서 오기지마로 가는 페리가 메기지마를 거치므로, 하루에 둘 다 방문해도 좋다.

레안드로 에를리치, Six Cycles, How Art Museum
오시마: 예술로 상처를 치유하다
오시마(大島)에는 우리나라의 소록도처럼 한센병 환자가 강제 수용되었던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1909년에 설립된 국립 요양소 ‘오시마 세이쇼엔’는 퇴원해도 갈 곳이 없는 환자들을 위해 지금도 운영 중이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환자들의 생활 도구를 전시하거나 요양소 시설을 작품에 활용함으로써 주민들이 방문객과 교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차별에 익숙하던 환자들은 예술제를 통해 처음 외부인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올해도 작품을 통해 과거의 슬픔을 보듬고, 주민들과 함께 섬의 밝은 미래를 설계할 예정이다. 특히 네덜란드 아티스트인 크리스티안 바스티안스가 한센병 환자를 주제로 선보이는 영상 작품 ‘귀중한 짐’이 기대를 모은다. 오시마에 있는 작품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개하며, 이메일(info@koebi.jp)을 통해 사전에 방문을 신청해야 한다.

코노이케 토모코, Dream Hunting Grounds
Information: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를 즐기는 법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공통 티켓인 ‘패스포트’를 구입하면 더욱 자유로운 예술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지추 미술관과 이우환 미술관을 제외한 모든 작품이 포함되며, 2019년 전 시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3 시즌 패스포트’와 봄, 여름, 가을 중 한 시즌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1 시즌 패스포트’로 나뉜다. 세토내해 고유의 정서를 담은 작품을 마음껏 구경하며 예술과 사람, 그리고 자연의 고귀한 만남을 향유해보자.
기간
봄 - 2019년 4월 26일(금)~5월 26일(일)
여름 - 2019년 7월 19일(금)~8월 25일(일)
가을 - 2019년 9월 28일(토)~11월 4일(월)
장소
나오시마, 데시마, 메기지마, 오기지마, 쇼도시마, 오시마, 이누지마, 샤미지마(봄 한정), 혼지마(가을 한정), 다카미지마(가을 한정), 아와시마(가을 한정), 이부키지마, 다카마쓰항 주변(가가와현), 우노항 주변(오카야마현)
요금
3 시즌 패스포트 – 일반 4,800엔, 만 16~18세 3,000엔, 만 15세 이하 무료
1 시즌 패스포트 – 일반 4,000엔, 만 16~18세 2,500엔, 만 15세 이하 무료
※ 지추 미술관, 데시마 미술관은 제외
문의
전화: +81-87-813-0853
홈페이지: setouchi-artfest.jp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공통 티켓인 ‘패스포트’를 구입하면 더욱 자유로운 예술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지추 미술관과 이우환 미술관을 제외한 모든 작품이 포함되며, 2019년 전 시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3 시즌 패스포트’와 봄, 여름, 가을 중 한 시즌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1 시즌 패스포트’로 나뉜다. 세토내해 고유의 정서를 담은 작품을 마음껏 구경하며 예술과 사람, 그리고 자연의 고귀한 만남을 향유해보자.
기간
봄 - 2019년 4월 26일(금)~5월 26일(일)
여름 - 2019년 7월 19일(금)~8월 25일(일)
가을 - 2019년 9월 28일(토)~11월 4일(월)
장소
나오시마, 데시마, 메기지마, 오기지마, 쇼도시마, 오시마, 이누지마, 샤미지마(봄 한정), 혼지마(가을 한정), 다카미지마(가을 한정), 아와시마(가을 한정), 이부키지마, 다카마쓰항 주변(가가와현), 우노항 주변(오카야마현)
요금
3 시즌 패스포트 – 일반 4,800엔, 만 16~18세 3,000엔, 만 15세 이하 무료
1 시즌 패스포트 – 일반 4,000엔, 만 16~18세 2,500엔, 만 15세 이하 무료
※ 지추 미술관, 데시마 미술관은 제외
문의
전화: +81-87-813-0853
홈페이지: setouchi-artfest.j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