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왜, 우리는, 데이비드 호크니
지난 3월 22일부터 열리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전 덕에 서울시립미술관은 관람객으로 가득하다.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생존 작가’란 수식이 아니어도 호크니를 서울에서, 그것도 이렇게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다.
지금 서울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19년 3월 22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SeMA)과 영국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 공동 기획해 개최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전은 호크니의 아시아 지역 첫 대규모 개인전이며, 그에 걸맞은 대대적인 홍보가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공동 기획사인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1950년대 작가의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재학 시절 작품부터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1960~1970년대의 작품, 그리고 2000년대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회화·판화·드로잉·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된 총 133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최초성’에 화답이라도 하듯 서울시립미술관에는 연일 <데이비드 호크니>전을 관람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례 없는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무엇이 이렇게 관람객을 호크니의 작품에 열광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아니, 우리는 왜 호크니의 작품에 열광해야 하는 것일까?
“다섯 명의 손님을 초대해야 한다면 피카소, 고야, 렘브란트, 미켈란젤로 그리고 작가, 아마 괴테라고 말하고 싶군요. 왜냐하면 나는 그가 대화에 능한 예술가임을 알고 그리고 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 <더 가디언>과의 인터뷰 중에서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 1967, 캔버스에 아크릴릭, 242.5ⅹ243.9 cm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그가 곧 장르
이미 미술계에서 존재 자체로 하나의 장르이자,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데이비드 호크니를 꾸미는 수식어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생존 작가 중 작품이) #가장비싼작가’라는 수식이다. 1972년작 ‘예술가의 자화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이 2018년 뉴욕 크리스티(Christie’s)에서 약 1,091억 원(약 9,030만 달러)이란 기록적인 경매가로 낙찰되면서 생겨난 말이다. 아울러 이러한 기록이 방증하는 (동시대) #가장인기있는작가 혹은 (현존하는) #현대미술의거장 같은 수식어 또한 그를 수사하는 흔하디흔한 표현이다. 이처럼 동시대 현대미술에서 취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예로움을 안고 있는 작가가 바로 데이비드 호크니다.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 클라크 부부와 퍼시, 1970 – 1, 캔버스에 아크릴릭, 213.4ⅹ304.8 cm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1937년 영국 요크셔(Yorkshire)의 브래드퍼드(Bradford)에서 출생한 호크니는 브래드퍼드 예술학교(Bradford School of Art)와 왕립예술학교에서 공부할 당시부터 미술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영상 등 매체에 관심을 두고 이를 평면 작업의 분류 안에서 다양하게 실험해왔다. 작업 초창기인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는 당대를 풍미하던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나 입체주의(Cubism)의 경향을 따르는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지만, 곧 모더니즘(Modernism)과 미니멀리즘(Minimalism)에 반기를 표하며 추상적 표현과 구상적 재현의 경계를 흐려내는 자신만의 고유한 표현 양식을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이로써 호크니는 자신의 작업 세계를 대표하는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인 다양한 양식과 제작 방식, 주제를 선택하는 데 자신만의 고유한 다양성을 발아시켜나갔다. 얼마 후인 1964년은 호크니의 작업 세계에 큰 분기점이 되는 시기다. 바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게 된 것이다. 이때 그는 자유로움이 가득한 도시의 풍경을 소재로 하는 회화 작업에 몰두했다. 이후 1970년대에는 수영장 그림과 2인 초상화, 1980년대에는 포토콜라주와 대형 풍경화에 심취하는 등 하나의 매체 혹은 주제에 매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꾀했다. 1990년대에는 ‘바라보는 것’에 대한 실험을 지속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전통적 매체에서 탈피해 최신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아이패드 드로잉 시리즈를 선보이며 최근까지도 예술의 확장을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 호텔 우물의 경관 Ⅲ, 1984 – 5, 석판화 에디션 80, 123.2ⅹ97.8 cm © David Hockney / Tyler Graphics Ltd.,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변화와 진보를 거듭하는 작가
매체와 양식에 관한 다방면의 실험과 함께 호크니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특징은 그가 다루는 다채로운 주제 의식에서도 드러난다. 1950년대 보수적 성향이 팽배하던 영국에서 퀴어 성향을 지닌 호크니는 성적 정체성의 억압에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성과 사랑에 대한 주제를 작업 전면에 부각했다. 당시 사회상에 비판의 날을 날카롭게 세우는 동시에 당대를 특정한 미술사의 흐름으로 묶어내려는 양식화 조류에도 그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그 실천은 1960년대 인공성에 대한 유희적 풍자와 더불어 우연성에 대한 심층적이고 예술적인 탐구를 작업으로 승화하면서 행해진다. 호크니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까지는 자신이 맺는 관계와 그로부터 발현되는 감성에 집중해 작가 주변의 인물과 공간을 묘사하는 데 힘을 쏟기도 했다. 당시에 꾸준히 선보인 2인 초상화 연작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들어서 그는 한층 더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평면성과 입체성을 동시에 함축하는 다초점의 새로운 회화를 발표한다. 이런 방법론을 통해 그가 관심을 가진 공간이라는 주제를 다시금 복합적으로 해제하는 단계로 진입한다. 그 후 1990년대에는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에 회의를 느끼고 시선과 초점의 문제를 다루었으며, 이로부터 2000년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확장된 시공간의 표현을 추구하는 호크니의 작업 세계가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해서는 더 큰 추앙으로부터 더 큰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가가 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가 20세기 현대미술사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다.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야외에서 그린 회화, 2007, 50개의 캔버스에 유채, 457.2ⅹ1220 cm © David Hockney, Photo Credit: Prudence Cuming Associates, Collection Tate, U.K.

서울에서의 전시
장장 60여 년에 걸쳐 작가의 삶을 살아온 호크니의 작업 세계를 <데이비드 호크니>전은 총 7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전시장은 대부분 그의 판화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그중 ‘로스앤젤레스’, ‘자연주의를 향하여’, ‘움직이는 초점’ 그리고 ‘호크니가 본 세상’ 섹션에서는 그의 주요한 회화 작품을 담아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는 그의 회화 가운데에서도 많이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인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1967)을 전시하며, ‘자연주의를 향하여’에는 그를 상징하는 회화 유형이라 할 수 있는 2인 초상화 ‘클라크 부부와 퍼시(Mr. and Mrs. Clark and Percy)’(1970~1971)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움직이는 초점’에서는 호크니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마티스를 연상시키는 색채의 ‘호텔 우물의 경관 III(Views of Hotel Well III)’(1984~1985)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섹션 ‘호크니가 본 세상’에서는 일전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한 바 있는 대형 분할 회화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Bigger Tree Near Warter Or/Ou Peinture Sur Le Motif Pour Nouvel Age Post-Photographique)’(2007)를 감상할 수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그랜드 캐니언, 1998, 60개의 캔버스에 유채, 207ⅹ744.2 cm © David Hockney,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Collection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더 큰 추앙으로부터 더 큰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은 아티스트에게는 당연한 평가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가 20세기 현대미술사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서울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전을 관람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데이비드 호크니

기간 2019년 3월 22일(금)~8월 4일(일)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2, 3층 전시실
전화 +81-1833-8085
홈페이지 sema.seoul.go.kr
2019. 5 에디터:정재욱
글: 장진택
자료제공: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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