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파는 선물 상점
한국의 문화와 아름다움이 담긴 특별한 기념품을 찾는다면, 지금 바로 해브빈서울에 가자.
마음에 드는 선물을 찾기란 과장을 조금 보태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매년 등장하는 “완벽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한 리스트”,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선물 BEST 10”과 같은 타이틀이 붙은 기사는 선물 고르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라고 말한다. 선물 앞에 ‘한국적인’이라고 단서를 붙이면 어떨까? 외국인 친구나 한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여행자를 위한 기념품 말이다. 선택지는 좁아졌는데 기분은 더 막막하다. 모름지기 기념품이라고 하면 포장을 풀었을 때 주위 사람들이 탐낼 만큼 매력적인 디자인이어야 하고, 노골적이지 않게 “나 한국에서 왔어요”라는 티가 나야 하며, 오랜 시간 두고두고 한국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듦새가 단단해야 하는데∙∙∙. 이런 한국의 기념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비주얼 머천다이저(VMD)로 활동하던 ‘해브빈서울’의 양정현 대표 또한 비슷한 질문을 받던 사람이다. 양정현 대표는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4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해브빈서울을 시작했다. 해브빈서울은 한국 공예품과 디자인 제품을 모은 편집매장으로, 우리가 찾던 바로 그 기념품 가게다.
해브빈서울

해브빈서울 쇼룸 내부

Q. 해브빈서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VMD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당시는 북유럽 디자인이 유행하던 때였는데요, 예쁜 디자인 상품이 넘쳐났어요. 이미 포화상태인 디자인 시장에서 저는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았죠.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저한테 예쁜 기념품을 만들어줄 수 있느냐는 거예요. 어렵더군요. 결국 못 했어요.(웃음) 그래서 찾아다니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한국적인 코드가 담긴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편집매장이 떠올랐고, 그것이 디자인 시장과 공예 시장의 교차점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웹사이트를 보면 공예 숍 같은 느낌도 들어요.
A. 기념품 자체가 한국적 이미지를 지닌 상품이잖아요. 그런 디자인 상품을 모으다 보니 공예품을 많이 다루게 되더군요. 하지만 공예 숍은 아닙니다. 한국적 아이덴티티가 있는 작품,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이 만든 작품부터 젊은 디자이너들의 상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요. 그런 의미에서 ‘문화 선물 상점’이라는 타이틀을 쓰고 있고요.

Q. 상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A. 물론이죠. 소재가 전통적이면 디자인이 현대적이고, 디자인이 전통적이면 소재는 현대적이어야 합니다. 소재나 디자인, 작가의 의도 등 어딘가에 한국적인 코드가 담겨 있으면 그 상품을 소개하죠. 예를 들면, 저희에게 체크무늬 자개함이 있어요. 자개는 우리에겐 예스러운 소재잖아요. 그런데 패턴이나 디자인이 아주 현대적이에요.
해브빈서울

벽에 걸 수 있도록 족자 형태로 만든 도자기 그림 패브릭

“한국적인 상품을 소개하는 편집매장인데, 그것이 디자인 시장과 공예 시장의 교차점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해브빈서울 대표 양정현
찬합

하나하나 분리되는 4단 찬합

접시

국화 꽃잎 모양의 접시

Q. 새로운 작가나 상품은 어떻게 발굴하나요?
A. 발품?(웃음) 신진 작가나 디자이너는 페어 같은 곳에서 찾기도 하는데, 요즘은 참 고맙게도 몇 년 운영하다 보니 먼저 연락해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지방에 숨어 있는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이나 전수자, 이수자 같은 분들은 여전히 직접 찾아가야 해요.

Q.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상품도 있을 것 같아요.
A. 자개함이 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하는 제품인데, 해브빈서울을 시작할 때부터 소개한 거예요. 초기에 아무것도 없는 우리에게 누가 작품을 주겠어요? 자개함을 만든 분이 김영준 작가님인데,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작가님의 기사를 봤어요. 작가님 이름 석 자만 가지고 팀장과 둘이서 무작정 찾아갔죠. 웹사이트 샘플 이미지를 보여드리며 지금까지 제가 말한 내용을 똑같이 설명했어요. 디자인 소품부터 시작해 작가의 작품까지, 한국적인 이미지의 상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공간을 만들 거다, 다들 인사동에서 실망하더라, 여전히 어디 가서 기념품을 사느냐고 묻는다, 그런 사람들한테 우리를 알리겠다. 맨땅에 헤딩하듯 열심히 얘기했죠. 그런데 덜컥 작품을 주셨어요. 그리고 웹사이트를 오픈했는데, 그 자개함이 첫 상품으로 판매된 거예요. 그때 기분은 정말 말할 수 없이 좋았어요.

Q.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먼저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A. 현실적으로 비용 문제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타기팅 포인트를 잡을 수 없는 점이 컸어요. 과연 어떤 분이 우리 제품을 살까? 유학생일까, 아니면 기업 혹은 여행자? 타기팅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온라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한 게 있다면, B2B를 고려했어요. 회사에서 어떤 정보를 찾을 때 데스크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잖아요. 외국인 바이어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죠. 온라인으로 시작해도 충분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해브빈서울

해브빈서울 쇼룸 내부

Q. 기업에서도 공예품을 많이 찾나요?
A. 무형문화재인 김동식 선생님이 만든 부채가 있어요. 백선과 빨간 색소선인데, 디자인이 미니멀해서 요즘 시대에도 잘 어울리죠. 부채는 조선 시대 이전부터 교역의 선물로 사용했어요. 또 많은 나라에 부채 문화가 있어서 이질감 없는 선물이기도 하죠. 제가 좋아하는 선물 아이템 중 하나로 기업에 많이 추천하기도 해요.

Q. 기념품이고 선물이다 보니 포장에도 신경을 많이 쓸 것 같아요.
A. 맞아요. 포장은 물론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적은 설명서 같은 세세한 부분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는 편입니다. 작가의 사인이 담긴 보증서를 함께 제공하는 상품도 있고요.
유기

유기 식기들

Q. 기프트 큐레이션 서비스라는 점도 새로웠어요.
A. 사실 80% 이상이 B2B, 기업체 고객이에요. 해외 VIP나 국내 VIP를 위해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죠. 기업에서 저희에게 선물을 의뢰할 때 상품을 지정해서 말하지 않아요. 그래서 큐레이션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죠. 나라, 성별, 연령, 원하는 가격대 등을 물어보고 그에 걸맞은 선물을 제안합니다.

Q. 해브빈서울을 찾는 개인 고객은 어떤 분들인가요?
A. 저희가 여느 디자인 편집매장과 조금 다른 물건들을 선보이다 보니 선물이 아니라 자신이 사용할 유니크한 제품을 찾아서 오는 분이 대부분이에요.
백자

백자에 줄무늬를 새긴 은잔

도자기

수작업으로 만든 안쪽 패턴이 모두 다른 도자기 잔

Q. 기념품 하면 인사동을 떠올리기 쉬운데, 해브빈서울의 쇼룸은 강남에 있어요. 이곳에 위치를 선정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A. 첫 쇼룸이 가회동에 있었어요. 저희도 당연히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죠.(웃음) 북쪽에서도 외진 곳이었는데, 사람들이 정말 오지 않더군요. 그걸 보면서 공간을 잘 꾸며서 어디에 있든 찾아올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희 주 고객이 기업체 고객이다 보니 강남으로 내려오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죠.

Q. 쇼룸을 다시 만들며 중점으로 둔 건 뭔가요?
A. 한국인조차 한국 공예품을 어렵게 생각해요. 화병, 부채, 오브제, 다 지금 집에서 쓸 수 있는 물건인데도 말이에요.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인 만큼 편안한 쇼룸, 정말 ‘쇼’, ‘룸’을 만들어보고자 했어요. 그래서 가정집 같은 공간을 찾아다녔죠. 소파와 가구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공간요. 그렇게 가정집을 개조해서 지금의 쇼룸을 만들었고 공예품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모습을 연출했죠. 공예품이 어려운 게 아니고, 한국적인 게 올드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도자기

한국 전통 도자기를 충실하게 재현한 도자기 캔들

항아리

옥색의 미니 달항아리와 식기들

Q. 해브빈서울에서 다루는 상품군이 다양한데, 이 외에 더 소개하고 싶은 게 있나요?
A.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데요, 일단 음식과 책이에요. 한국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음식을 살짝 다뤄보긴 했는데, 어려워서 조금 주춤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통을 소개하는 책이에요. 음식과 책 카테고리를 더 키워보고 싶어요.

Q. 앞으로 해브빈서울이 어떤 곳이 되길 바라나요?
A. 여기로 온 취지이기도 한데, 80%의 B2B 고객과 20%의 B2C 고객의 비율이 점점 50 대 50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일반 고객에게도 저희가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해요. 저 또한 공예품에 관심을 갖고 선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유하게 됐거든요. 누군가에게 선물한 뒤 자신을 위해 다시 찾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차별성도 키우고 계속 노력해야겠죠?
해브빈서울에서 추천하는 서울의 기념품 4
자개함

자개함

1 체크 정사각 자개함
체크무늬 하늘색 자개함은 전통을 현대적 미감으로 선보이는 나전칠기 명장 김영준 작가의 작품. 전통 공예 기법의 하나인 나전칠기는 조개껍데기를 공예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가공한 자개를 사용한다. 조명에 따라 자개의 무늬가 달라져 더욱 아름답다.
거북선

2 미르 거북선 함
‘미르(Mir)’는 이정훈 작가가 역사성을 지닌 유물을 주제로 제작한 작품 시리즈다. 이 함은 임진왜란 당시 수전에서 활약한 거북 모양의 전투선인 거북선을 모티프로 제작했다. 당시 배 선두에 붙어 있던 용머리 장식을 목조각으로 재현했으며, 다목적 수납함과 펜 케이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소반

소반

3 삼베 옻칠 소반
실생활에 유용한 옻칠 제품을 연구하고 만드는 앤드바움의 소반이다. 전통 소반보다 크기를 작게 해 활용도를 높였다. 상판은 삼베와 천연 안료를 사용해 옻칠했다.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 1인용 다과상 및 찻상, 오브제를에 위한 단상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찻잔

4 유기 옻칠 찻잔
유기그릇은 과거 임금의 식기로 사용했을 만큼 살균과 보온‧보랭 기능이 뛰어나다. 이 찻잔은 1924년부터 4대째 유기금속 공예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혁 전수자의 작품이다. 잔의 표면에 옻칠을 한 후 닦아 문양을 만들어 심미적인 것은 물론 찻잔 관리도 쉽도록 했다.
해브빈서울

해브빈서울 쇼룸 외관

해브빈서울

해브빈서울 쇼룸 내부

해브빈서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18길 17
전화 +82-70-4415-1508
홈페이지 www.havebeenseoul.com
2019. 6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박성영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19. 6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박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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