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은 너무나 넓어서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너무나 깊어서 지구의 물 절반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넓고 깊은, 그래서 아름답고 신비한 태평양에 별처럼 박혀 있는 섬들에는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을까?
인류의 조상은 200만 년에서 50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 처음 출현한 후 꾸준히 북으로, 동으로 이동했다. 약 6만 년 전부터 인류의 조상은 육지로 노출된 인도네시아 동부 해안을 따라 뉴기니와 호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바다는 점점 깊어지고 섬들은 고립되어갔다. 도보로 이주할 수 없게 된 인류는 배를 타고 태평양의 섬들에 발을 들였다.

태평양의 섬들은 미크로네시아, 멜라네시아, 폴리네시아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작은(Micro)’ ‘섬들(Neos)’이란 의미의 미크로네시아는 일본의 남쪽에 위치한다. 미크로네시아의 남쪽으론 ‘검은(Melos)’ 사람들이 사는 멜라네시아가 있다.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제도 등이 여기에 속한다. 미크로네시아의 동쪽으로는 하와이 등의 ‘여러(Poly)’ 섬들이 흩어져 있다. 이렇게 태평양의 섬들을 분류하는 이유는 각 섬의 원주민들이 서로 다른 시기에 이주해서 전혀 다른 문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미크로네시아에도 언어가 일곱 가지나 될 정도로 다양한 원주민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를 만들어온 이들은 차모로(Chamorro)족이다. 미크로네시아에 속한 섬들은 마셜 제도, 마리아나 제도 등 ‘묶음’으로 취급되곤 한다. 그건 섬들의 묶음이 지금은 분리되었지만 예전엔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차모로족은 약 4,000년 전에 마리아나 제도로 이주해 1500년대에 유럽인들과 만날 때까지 이 지역의 맹주로 활약했다. 미크로네시아에서 가장 큰 섬인 괌이 독립하면서 마리아나 제도의 남은 섬들은 북마리아나 제도로 불리게 되었다. 마리아나 제도의 주인공이던 차모로족의 영향력은 사이판 등 북마리아나 제도에서도 아직 강력하다. 그래도 그들의 최대 근거지는 역시 괌이다(‘괌’이란 지명도 ‘우리의 것’이란 뜻의 차모로족어 ‘구아한’에서 유래했다). 2010년의 조사에서도 차모로족은 괌 인구에서 가장 많은 37.3%를 차지하고 있다. 괌의 공용어는 영어와 차모로어의 두 가지다. 그런데 현재 괌은 물론 지구 어디에도 순수 차모로족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괌의 차모로족이 모두 혼혈인 탓이다

기원전 2,000년대부터 차모로족은 차모리(추장), 마투아(귀족), 아차오트(중간층), 마나창(하층민)의 네 가지 신분으로 나뉜 계급사회를 만들었다. 상류층은 해변에 거주하며 해양자원을 지배했고, 하층민은 섬 안쪽에서 농업에 종사했다. 차모로족은 그들만의 문화를 꾸준히 발전시켰다. 그들은 도자기를 빚고,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추출했다. 코코넛잎의 섬유로 밧줄을 짰고, 카누를 타고 마리아나 제도 바깥쪽까지 영향력을 확대해갔다.
차모로족의 고대를 ‘라테 시대’라고도 부른다. 그들이 라테 스톤(Latte Stone)이라는 거석 문화를 창조했기 때문이다. 기원전 500년경부터 등장한 라테 스톤은 받침돌인 ‘할리기’에 ‘타사’라는 윗돌을 얹어 절구처럼 만든 구조물이다. 작은 라테 스톤의 높이는 1m 정도고, 큰 라테 스톤은 5m에 이르기도 한다. 차모로족은 비슷한 크기의 라테 스톤을 두 줄로 나란히 세운 후 그 위에 초가집을 짓고 살았다. 한 줄에는 4개에서 7개의 라테 스톤을 배열했는데, 라테 스톤의 크기와 수량은 신분과 비례했다.

미크로네시아의 여러 전통문화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철저한 모계사회인 데다 형제자매 관계를 매우 중시해서 같은 항렬 간 입양과 대리 양육이 흔하게 일어난다. 또 함께 살면서 같은 음식을 먹는 친족 관계의 결속력이 무척 강하다. 차모로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친족 중심의 모계사회이던 차모로족은 조상이 죽으면 그 유골을 라테 스톤과 라테 스톤 사이에 모셨다. 그러니까 그들은 조상의 무덤 위에서 생활한 셈이다. 조상 숭배는 강력한 샤먼 문화를 낳았다. 노래로 조상들의 영혼을 불러내는 샤먼인 마케나와 카케나가 있는가 하면, 약초로 사람을 치유하는 샤먼인 수루헤나와 수루헤누도 있었다. 차모로족 사이에는 조상과 수호 정령인 타타무나에 얽힌 여러 전설과 민담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과학과 문화인류학은 아직 차모로족의 인종적 기원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차모로족은 괌에 처음 이주한 조상의 이름을 ‘푼탄’이라고 정확히 발음한다. 구전 민담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1521년 3월 6일부터 괌과 차모로족의 역사는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15세기 유럽이 가장 목마르게 찾아 헤맨 자원은 동방의 향신료였다. 포르투갈이 동방 항로를 완전히 장악하고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자 스페인은 새로운 바닷길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당시 스페인의 노력을 상징하는 두 개의 이름은 콜럼버스와 마젤란이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후 스페인은 더 적극적으로 대항해에 나섰고, 1519년 스페인을 출항한 마젤란은 남미를 돌고 태평양을 건너 1521년 3월 6일 괌에 상륙했다. 마젤란의 선단 주변으로 수백 척의 카누가 모여들었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마젤란 일행은 차모로족에게 철을 선물했고, 답례품으로 식량과 물을 받았다. 사흘간 괌에서 선박을 정비한 마젤란은 괌을 떠났다. 그러나 1565년, 필리핀 총독으로 부임한 레가스피 장군은 마리아나 제도까지 스페인령으로 선포했다. 333년간 이어지는 스페인 지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지만 처음에는 명목상 지배에 불과했다. 그러나 1668년, 예수회 신부인 디에고 루이스 데 산 비토레스가 괌에 발을 들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산 비토레스는 차모로족의 조상 숭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발가벗은 남녀가 마음대로 어울리다가 결혼 후에도 자유롭게 이혼과 재혼을 하는 차모로족의 문화는 산 비토레스에게 교화해야 할 악습으로만 보였다. 산 비테로스는 열정적으로 선교에 나섰고 많은 차모로족을 개종시켰다. 1669년에는 퀴푸하 추장에게 기부받은 땅에 괌 최초의 성당을 세우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소실되었다가 1959년에 재건한 하갓냐 성당은 지금도 관광 명소로 꼽힌다. 그러나 스페인과 가톨릭이 전통을 파괴하는 데 분노한 차모로족도 많았다. 1672년, 산 비토레스는 차모로족 추장의 딸에게 세례를 주었다가 살해당했다. 복수를 위해 스페인은 군대를 파견했고, 이는 스페인-차모로 전쟁(Spanish Chamorro War)으로 이어졌다. 1679년 사령관으로 파견된 호세 데 키로가 이 로사다는 1720년 괌에서 사망할 때까지 차모로족을 철저히 짓밟았다.
1686년 스페인 총독부가 설치된 하갓냐는 태평양 최초의 유럽식 도시로 꼽힌다. 전통을 그대로 따르는 차모로족은 탄압받았고, 마리아나 제도 여기저기에 퍼져 있던 인구도 급감했다. 대략 10만에서 20만 명의 차모로족 중 수천 명만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현재 차모로어의 단어는 80% 정도가 스페인어에서 파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모로족의 스페인화가 얼마나 강력하게 진행되었는지 짐작 가능할 것이다.
 

1898년, 쿠바와의 이해관계를 놓고 대립하던 스페인은 미국과 전쟁을 벌인다. 몇 달 후 그들은 패전했고, 대가로 필리핀과 괌을 미국에 할양해야 했다. 미국은 스페인에 저항하던 차모로족의 전통을 부각시켰다. 1918년에 미국이 제정한 괌의 자치 깃발에는 차모로족의 역사와 문화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깃발의 붉은 테두리는 차모로족의 피를, 그 안쪽의 푸른색은 태평양을 나타낸다. 중심부의 타원 형상은 차모로족의 전통 방패를 본뜬 것이다. 그 안에는 바다로 이어진 하갓냐 강과 모래사장, 코코넛 야자수 그리고 배가 그려져 있다. 차모로족의 전통적 중심지, 중요한 음식이자 직조 재료, 대표적인 이동 수단이 모두 담긴 것이다. 그 뒤에 보이는 하얀 ‘사랑의 절벽’은 먼 옛날 스페인 장교와 결혼을 강요당한 차모로 여인이 애인과 도망 끝에 서로의 머리를 묶고 동반 자살했다는 전설이 담긴 관광 명소다.
 

괌은 태평양전쟁을 겪으면서 한때 일본군의 손에 넘어갔다가 전쟁 후 미국령으로 되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차모로족의 문화는 계속 변화했다. 그러나 차모로족의 문화가 완전히 스페인화하거나 미국화하는 일은 없었다. 대항해시대의 스페인은 중남미의 작물을 세계에 전파했다. 옥수수, 감자, 고구마, 토마토 그리고 고추가 대표적이다. 차모로족의 전통 음식에는 고추가 필수다. 짧게 지배했지만 가장 가까운 일본도 차모로족의 입맛을 바꾸어놓았다. 차모로족의 전통 바비큐는 간장과 식초에 서너 시간 절인 고기에 양파와 고추, 코코넛을 첨가해 굽는다. 우리의 닭볶음탕과 비슷한 카돈 피카, 간장에 레몬과 매운 고추를 섞어 만든 피나데니 소스, 필리핀 스타일의 판싯 국수, 레드라이스 파이 같은 요리는 타 문화와 섞이면서 새로워진 차모로족의 오늘을 잘 보여준다. 스페인의 건축양식과 라테 스톤을 뒤섞은 정부 청사, 차모로족의 전통 악기들에 실려오는 라틴풍 음악 소리, 수요일이면 야시장이 열리는 차모로 빌리지, ‘차모로인의 여정’이란 제목의 상설 전시회로 유명한 괌 박물관까지 차모로족의 문화는 괌 곳곳에서 오늘도 진화 중이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아픈 변화들을 기꺼이 끌어안는 차모로족의 문화에 매혹되어간다.
 

괌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투몬비치 앞에 위치한 롯데호텔괌은 아름다운 오션프런트 뷰를 자랑하는 호텔이다. 인근에는 여러 레스토랑과 카페, 쇼핑센터가 있어 가족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편안하고 세련되며, 현대적 감각이 가득한 디자인의 객실과 아름다운 수평선이 보이는 야외 수영장, 다양한 부대시설 등 괌에서 최고의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주소 185 Gun Beach Road Barrigada, Guam 96913, USA, Lotte Hotel Guam
전화 +1-671-646-6811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guam-hot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