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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최는 어디로 갔을까
한때 소비에트연방(이라 불리는 나라)에서 빅토르 최는 한국계 가수가 아닌 그냥 전설의 이름이었다. 29년 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오히려 신화가 된 빅토르 최의 흔적에 관해.
“혈액형이 소매 위에 / 내 일련번호가 소매 위에 / 싸움에서 나의 성공을 빌어다오 / 이 들판 위에 남지 않도록 / 나의 성공을 빌어다오, 성공을 빌어다오”
‘혈액형(Группа крови)’ 가사 중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천 명의 소련군과 퇴역 군인 람보가 전투를 벌이는 영화 <람보> 3탄에 미국민들이 열광하던 1988년, 당시 구소련의 젊은이들은 영화 <바늘(Игла)>에서 마약상들과 홀로 싸움을 벌이는 빅토르 최를 보며, 영화 삽입곡 ‘혈액형(Группа крови)’을 따라 불렀다. 
청춘의 모든 이름, 빅토르 최
빅토르 로베르토비치 최(Viktor Robertovich Tsoi)는 1980년대 소련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가수이자 배우였다. ‘만인의 모든 것’으로 불리던 그를 그저 한 명의 가수로만 수식하긴 어렵다. 1980년대 중반, 소련은 미국과 냉전이 이어지던 시기를 지나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 & 글라스노스트(Glasnost), 즉 개혁과 개방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던 때였다. 소련의 사회∙경제가 심각할 정도로 정체되자, 서기장이던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시장 자유화와 국가주의에 대한 체제 정비를 단행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던가 보다. 공무원 사회는 무책임했고, 기업과 노동자들은 생산성 없이 기계적으로 일했다. 효율적인 사회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국가의 정책과 실상은 달랐고, 젊은이들은 혼란스러웠다.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청춘들의 열망은 홍수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이런 시대에 빅토르 최의 강렬한 선율과 혁명적 노랫말이 암울한 청춘들의 마음에 파고들어 그들의 연가로 불려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빅트로

러시아 바르나울에 세워져 있는 빅토르 최의 추모비 © Shutterstock

“우리의 가슴은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 웃음에, 우리의 눈물에, 그리고 우리의 맥박의 변화! 우리는 변화를 기다린다.”
‘변화’ 노랫말 중에서
레닌그라드 록 뮤직 보이
빅토르 최는 1962년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났으며, 이후 소련의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 이름)로 이주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 이주 한인인 고려인 2세였고, 어머니는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인이었다. 빅토르 최는 카레이스키 3세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한 그는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직접 만든 목각 인형이나 록그룹 레드 제플린 멤버들의 초상화를 그려 시장에 내다 파는 등 미술적 재능이 뛰어났다.
빅트로

팬이 그려놓은 빅토르 최의 벽화 © Shutterstock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클럽 캄차카 입구 © Shutterstock

그는 특히 록 음악을 좋아했다. 낡은 아파트 보일러실의 화부로 일하면서도 기타를 연주하고 노랫말을 지었다. 당시 1980년대 서구를 휩쓸던 뉴웨이브 음악의 바람이 소련에도 불었다. 특히 그는 영국 록 밴드 스미스(The Smiths)에 심취했다. 1982년 당시 스무 살이던 그는 기타리스트 알렉세이 리빈을 만났다. 음악에 관한 꿈이 비슷했던 두 사람은 4인조 록 밴드 키노(Kино, KINO)를 결성했다. 키노는 러시아어로 ‘영화’를 뜻한다. 클럽이나 바에서 연주하며 시작한 그들의 음악은 클럽을 찾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오리지널 녹음 테이프가 있었지만, 보드카 세 병 가격과 같았던 탓에 그들의 음악은 조악한 음질의 복사본 테이프로 유통됐다.
빅토르

레닌그라드 무대 공연 © Wikimedia / knackeredhack

키노 그리고 영화 같은 삶
빅토르 최와 그의 그룹 키노 음악이 인기를 끈 것은 영화의 영향이 컸다. 1987년 소련의 인기 영화이던 <아싸(Acca)>의 마지막은 그룹 키노의 라이브 공연으로 끝이 난다. 이때 부른 노래 ‘변화를 원해’는 당시 청년들의 비공식 국가가 되어 거리 여기저기서 불려졌다. “우리는 변화를 기다린다”라는 후렴구가 이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노랫말 속 변화가 어떤 변화를 의미하는지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소련 젊은이들과 언론은 이를 시대의 변화로 읽었다. 이후에도 빅토르 최가 등장한 영화들은 흥행 기록을 써나갔다. 그가 연기를 잘했다기보다, 빅토르 최 자체가 영화 속 그 인물이었다. 1989년에 개봉한 <바늘(Игла)>을 통해서는 1,500만 명의 관객이 영화 속 그를 만났다. 1989년 소련의 인기 영화 잡지 <소련 스크린>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빅토르가 ‘올해 최고의 남자배우’로 뽑히기도 했다.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얻으며 최고의 시기를 보내던 빅토르 최의 마지막은 허망하게 정리됐다. 1990년 8월 15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가 몰던 차가 중앙선을 침범한 원인이 과로로 인한 졸음 탓인지, 부주의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28세의 나이로. 베르테르 효과처럼 그의 죽음 이후 소련 곳곳에서 그를 따라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팬들이 이어졌다. 그의 마지막도, 그를 떠나 보내는 팬들도 영화 같았다.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 ‘통곡의 벽’과 그를 추모하는 팬들 © Shutterstock

거리에서 빅토르 최를 만난다
28년 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러시아인들은 빅토르 최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그리워한다. 세상을 떠나고 얼마 후 빅토르 최는 러시아 명예가수의 전당에 헌액된다. 소련의 영원한 인민 가수라는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다음으로 오른 것이다.  사람들이 그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는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해 벨로루시공화국 등 구 소비에트공화국 일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빅트로는 어린 시절을 보낸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북부 보거슬라브스키 묘지에 잠들어 있다. 그는 레닌그라드를 사랑했다. “내가 사랑한 것은 레닌그라드의 달과 별. 나는 모스크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 노래했을 정도다. 묘지의 입구에 들어서면 멀리서 누군가 부르는 빅토르 최의 노래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따라가면 그의 무덤 앞에 서게 된다.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팬들이 기타를 들고 비석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묘비 앞은 팬들이 준비한 꽃으로 수북하다. 빅트로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 모스크바에도 그를 기리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는 빅토르 최를 기리는 이른바 ‘통곡의 벽’이 있다. 벽 곳곳에는 그를 추모하는 팬들의 그림과 낙서, 노랫말과 꽃, 기념품 등이 장식되어 있다. “그는 죽지 않았다. 담배 한 대 피우러 갔을 뿐”이라는 낙서가 여기저기에 적혀 있다. 세상을 떠난 8월이면 통곡의 벽 앞에서는 키노의 노래가 가득 들려온다. 꽃들과 꺼지지 않은 담배가 수북이 쌓이고, 팬들의 그리움과 추모도 늘어난다. 
러시아의 인터넷 검색 포털 ‘얀덱스’의 집계를 보면 음악 서비스에서 빅토르 최의 노래가 플레이된 시간을 합치면 무려 1,000년이 넘는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를 잊으려면 1,0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빅토르

러시아 오쿨롭카에 서 있는 빅토르 최 기념 동상 © Shutterstock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상트페테르부르크

롯데호텔상트페테르부르크는 2017년 9월, 국내 호텔 브랜드 최초로 러시아에 연 두 번째 호텔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장 유명한 명소인 성 이삭 성당 광장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다. 인근에는 세계 3대 박물관 예르미타시 박물관을 비롯해 마린스키 극장 등이 있어 관광지로서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총 10개 타입의 객실 150실을 갖추었다. 모던 재패니스 퀴진을 선보이는 일식당 ‘메구미’ 외에 조식부터 만찬까지 가능한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더 라운지’, 6층 루프톱에서 아름다운 백야를 감상할 수 있는 ‘엘테라사’가 있다. 

주소 2, Antonenko lane, Saint-petersburg, Russia, LOTTE HOTEL ST. PETERSBURG
전화 +7-812-336-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stpetersburg-hotel
2019. 9 에디터: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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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9
  • 에디터: 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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