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Shutterstock

뉴욕에서 만나는 화가, 펠릭스 발로통
19세기 말 유럽 미술계부터 현대의 영화계에까지 영향을 미친 화가 펠릭스 발로통. 그의 작품이 100년이 지난 뉴욕에서 다시 꽃을 피운다.
시작은 쥘리앙 아카데미
펠릭스 발로통은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풍의 유행 후 파리 화단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른바 나비파(Les Nabis) 운동을 이끈 화가다. 1865년 스위스 로잔에서 출생한 그는 1925년 프랑스 파리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나비파의 핵심 일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인물 초상화와 풍경화 그리고 그가 특별한 재능을 보인 목판화를 주로 제작했다. 1882년 스위스 로잔 대학에서 고전 연구로 학위를 받은 발로통은 곧바로 파리에 소재한 쥘리앙 아카데미(Académie Julian)로 유학을 떠났다. 로돌프 쥘리앵이 1860년에 설립한 쥘리앙 아카데미는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사립 미술 학교로 명성을 떨쳤다. 구스타브 불랑제와 쥘 르페브르 아래에서 수학한 폴 세뤼지에가 발로통과 더불어 앙리-가브리엘 이벨, 폴 랑송, 피에르 보나르, 모리스 드니, 에두아르 뷔야르, 케르-자비에르 루셀(Ker-Xavier Roussel) 등의 작가들과 함께 주도한 나비파의 존재 덕분이었다. 폴 고갱과 폴 세잔의 작품에서 큰 영감을 받은 나비파 화가들은 자신들의 미술이 종교의 기능을 대신한다는 의미로 히브리어로 예언자라는 의미를 지닌 ‘나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비파 대부분이 당대 인상주의에 염증을 느끼며 이에 반항하고자 했지만, 그 구성원 상당수가 쥘리앙 아카데미 출신이었다는 점은 아이러니기도 하다. 쥘리앵은 학구적이고 엄격한 학풍을 따르는 한편, 실험적 전위의 중심이기도 했다. 발로통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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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ia at Her Dressing Table (Misia à sa coiffeuse), 1898 Gouache on cardboard, 36×29cm (Musée d’Orsay, Paris 소장)

인상주의의 극복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는 나비파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다. 당시 미술계는 클로드 모네와 에두아르 마네 등의 인상주의 화가가 주도하고 있었다. 이들은 빛에 따라 움직이는 색채의 변화에 초점을 두어 자연을 묘사하고, 세계를 객관적으로 기록했다.
나비파는 이런 인상주의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이들은 화가가 본래 사물의 색채를 반드시 재현할 필요는 없다는 고갱의 생각에 동의했다. 신비주의와 상징주의와 같이,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작가가 수행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추구했다. 그래서 반사실주의적이면서도 장식적 요소를 강조했고, 발로통 역시 이런 묘사 기법에 영향을 받았다.
발로통은 대상을 표현하는 명확한 선과 엄격한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런 성향은 감각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색채를 사용해 회화를 한층 신비적이고 상징적인 차원으로 보게 했다. 그는 일본 전통 목판화인 우키요에도 좋아했는데, 평면성과 표면성을 강조해 그림에서 단순화된 추상적 이미지를 발전시키기도 했다. 그래서 발로통의 회화는 더 이상 표현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작품이 담아내는 내용, 다시 말해 전달하는 작가의 감정 또는 발화 방식에 집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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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e (Le Mensonge), 1897 Oil on artist’s board, 24×33.3cm, (The Baltimore Museum of Art. The Cone Collection, formed by Dr Claribel Cone and Miss Etta Cone of Baltimore, Maryland, BMA 소장) © Mitro Hood

발로통의 다양한 직업
발로통은 그림을 그리는 일 외에도 판화가, 신문 컨트리뷰터, 일러스트레이터, 소설가이자 극단 운영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1889년에서 1903년 사이에 발간한 예술 문학 잡지 <라 레뷰 블랑슈(La Revue Blanche)>에서의 활동은 나비파 예술가들과 맺은 인연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부터 그는 격식을 갖춘 초상화나 정물화 양식에서 벗어나 장식적이고 감정적인 일상의 장면을 다루게 된다. 그의 대표 작품 ‘Le Bain au soir d’été(여름 저녁의 목욕)’(1892~1893, 캔버스 위에 유채, 97 x 131cm)는 목욕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나신 혹은 반나신을 그린 작업이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관람자는 그 어떤 깊이감을 느끼기 어렵다. 멀리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 사이 최소한의 원근만 표현함으로써 평면성을 강조하려고 한 발로통의 의도 때문이다. 그림 가장 상단에 그려진 사선들은 여름밤 작열하는 태양이 내뿜는 열기를 상징하고, 그림 중심 부분에는 목욕 공간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벽돌이 그려져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한여름 밤 더위를 표현한 것으로 예측할 뿐이다. 제목을 보면 이곳이 목욕을 위한 어떤 공간일 것으로 상상할 뿐, 실제 그곳이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초기작인 ‘Autoportrait à l’âge de vingt ans(스무 살의 자화상)’(1885, 캔버스 위에 유채, 70x55.2cm) 같은 전통적 작품보다는 중기 이후의 작품에서 그런 경향을 더 자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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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trude Stein, 1907 Oil on canvas, 100.3×81.3cm (The Baltimore Museum of Art. The Cone Collection, formed by Dr Claribel Cone and Miss Etta Cone of Baltimore, Maryland 소장) © Mitro 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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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Scene in Paris (Scène de rue à Paris), 1895 Gouache and oil on cardboard, 35.9×29.5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Robert Lehman Collection, 1975 소장)

현대 예술가에게 영향을 미친 과거의 예술가
발로통은 1890년대 후반 들어 다양한 목판화를 제작했다. 극단적 표현 기법을 통해 드러난 당시 작품은 작가와 대상 사이를 부유하는 감정의 표현들이 한층 풍부하게 나타난다. 전체 화면의 절반 이상이 검은색 음영으로 덮여 있는 목판 작업 ‘Intimités V: L'Argent(불륜 5: 돈)’(1897~1898, 목판, 25 x 32.3cm)을 보면, 자연의 빛과 인간의 신체가 어우러져 빚어낸 어둑한 그림자가 잘 드러난다. 불륜이라는 관계 속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남성의 절박한 몸짓과 여성의 회피하는 시선은 화면의 양화 부분에서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이들의 감정은 그림자라는 음화로 길게 늘어지며 잘 표현된다. 이런 표현 기법은 발로통을 일종의 서사적 이야기꾼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20세기 이후 예술가 중에는 그의 영향을 받은 작가가 제법 있다. 특히 영화감독 중에서 그런 경향을 찾아보기 쉽다. 극명한 음영의 조화를 통해 금지된 행위에 대한 관음적 시선을 묘사한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이나, 고유한 색을 조화롭게 활용해 자신만의 무대를 꾸며낸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이 대표적이다. 또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주제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자 한 작가 에드워드 호퍼에게서도 발로통의 흔적이 발견된다. 끊임없이 독창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한 그가 후반에 들어서서 나비파와 결별을 선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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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발로통을 만나는 이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올해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2019) 전시가 열린다. 영국의 왕립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리고 펠릭스 발로통 재단(Félix Vallotton Foundation)의 합작으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앞서서 왕립 아카데미의 질리언 & 아서 M. 새클러 갤러리(The Jillian and Arthur M. Sackler Wing of Galleries)에서 올해 6월부터 9월 사이에 열리기도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갤러리 955(Galleries 955)와 갤러리 960-962(Galleries 960-962)에서 열린다. 갤러리 960에서는 본래 르네상스의 판화를 전시하며, 이번 전시에서는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판화와 발로통의 판화를 병치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갤러리 961과 962에서는 자연광이 비치는 복도 공간에서 19~20세기 유럽의 회화들과 함께 발로통의 작업을 전시한다. 특별히 처음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피카소가 그린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의 초상화와 발로통이 그린 스타인의 초상화도 함께 전시한다. 걸출한 미술사적 의의를 지녔음에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불운의 화가 펠릭스 발로통의 생애와 작업을 이번 전시를 통해 조명하며, 그의 삶을 관통하는 독특한 저항 정신과 의지로부터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환기할 수 있는 동력을 성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펠릭스 발로통: PAINTER OF DISQUIET
전시 기간 2019. 10. 29~2020. 01. 26
장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주소 1000 Fifth Avenue, New York, NY 10028, USA
홈페이지 www.metmuseum.org
뉴욕에서 머물 곳: 롯데뉴욕팰리스

고층 빌딩이 즐비한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롯데뉴욕팰리스는 궁전과 같은 외관을 뽐내며 뉴욕을 상징하는 호텔로 꼽힌다. 19세기 말 철도왕 헨리 빌라드의 저택인 빌라드 하우스에서 시작해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 잡은 롯데뉴욕팰리스에는 유럽풍 건축과 정원, 현대적인 미국식 고층 타워가 공존한다. 앤젤리나 졸리, 니콜 키드먼의 보석 디자이너 유명한 마틴 카츠가 참여한 주얼 스위트를 비롯해 총 909실의 객실을 갖춘 대형 호텔로, 고급 살롱인 래리티스, 칵테일 바 트러블스 트러스트 등 고급 레스토랑과 바가 인기를 얻고 있다.

주소 455 Madison Avenue at 50th Street, NEW YORK
전화 +1-800-804-7035
홈페이지 www.lottenyplace.com
2019. 11 에디터:정재욱
글: 장진택
자료제공: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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