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식을 뒤엎은 실험적 퍼포먼스, 슬립 노 모어
맨해튼 첼시 27번가에 밤에만 문을 여는 호텔이 있다. 이곳에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특별한 공연이 펼쳐진다. 관객이 배우와 함께 걷고 달리며 극에 몰입하는 공연, 오프브로드웨이의 대표작 <슬립 노 모어>를 소개한다.
뉴욕에는 타임스 스퀘어의 브로드웨이 쇼 말고도 독립 스튜디오나 소규모 퍼포먼스 그룹이 선보이는 이색적인 오프브로드웨이 쇼도 많은데, 이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2011년 초연한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가 그런 공연 중 하나로, 초연 당시 상당히 파격적인 방식의 퍼포먼스로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Drama Desk Awards)’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대도, 좌석도 없는 공간에서 관객이 극 안으로 들어가 배우와 교감하며 스토리를 체험하는 ‘이머시브(관객 참여형) 연극’ 방식이 특징이며, 큰 줄거리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바탕으로 한다.

<슬립 노 모어> 공연 포스터
관객이 극 안으로 들어가 배우와 교감하며 스토리를 체험하는 <슬립 노 모어>는 초연 당시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는 세 마녀로부터 장차 왕이 될 거라는 예언을 받고 왕의 자리를 뺏기 위해 싸움과 살인을 벌인다. 그러면서 각종 환청과 죄책감에 시달려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잠 못 이루는 인간의 심리를 반영해 ‘슬립 노 모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극의 독특한 전개 방식뿐 아니라 공간 미술 연출, 음악, 의상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완벽한 아트 퍼포먼스를 구현하며 지난 9년간 오프브로드웨이의 대표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하며, 상상 너머의 세계에서 뉴욕의 새로운 밤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무대와 좌석의 경계를 없앤 맞춤형 극장
맨해튼 첼시 27번가에 있는 매키트릭 호텔(McKittrick Hotel)은 저녁 7시가 돼야 불이 켜진다. 이 호텔은 사실 숙박 시설이 아니다. 공연을 위해 과거 창고 공간을 1930년대 스타일의 호텔로 개조한 것. 영국 시어터 컴퍼니 펀치드렁크(Punchdrunk)는 버려진 공간을 하나의 입체적 무대로 새롭게 해석했다. 마치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 속 호텔을 연상시킨다. 맥베스의 비극을 담아낸 6층 규모의 이 호텔은 100개의 방과 로비, 통로와 비상구, 작은 코너 구석까지도 극의 일부로 완벽하게 연출되었는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배우와 관객 사이에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약 3시간 분량의 이야기는 극에 등장하는 배우 25명의 관점으로 나뉘어 공간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데, 관객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방과 방을 뛰어다니며 원하는 배우(또는 캐릭터)를 따라 저마다 원하는 장면을 선택해 관람할 수 있다. 즉 전통적인 연극이 눈앞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자리에 앉아서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식이었다면, <슬립 노 모어>는 무대와 좌석 간 물리적 거리감 없이 흩어진 공간 안으로 관객이 직접 들어가 장면을 발견하는 개방형 퍼포먼스인 셈이다.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배우와 관객 사이에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약 3시간 분량의 이야기는 극에 등장하는 배우 25명의 관점으로 나뉘어 공간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데, 관객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방과 방을 뛰어다니며 원하는 배우(또는 캐릭터)를 따라 저마다 원하는 장면을 선택해 관람할 수 있다. 즉 전통적인 연극이 눈앞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자리에 앉아서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식이었다면, <슬립 노 모어>는 무대와 좌석 간 물리적 거리감 없이 흩어진 공간 안으로 관객이 직접 들어가 장면을 발견하는 개방형 퍼포먼스인 셈이다.



자유롭게 만드는 나만의 스토리라인
1층 재즈 바 맨덜리(Manderley)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선가 에이스 카드(트럼프)를 나눠준다. 받아든 카드에 적힌 숫자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아래층에서 파티를 즐기던 배우들은 어느새 다른 층으로 흩어져 있는데, 메인 플롯을 따르고 싶다면 파티 때 맥베스를 연기하는 배우를 찾아 처음부터 그를 쫓아다니면 된다. 그러나 사실 어둡고 연기가 자욱한 공간에서 한 배우만 쫓기가 쉽진 않다. 오히려 동시에 많은 관객이 몰리는 장면을 피해 자신의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호텔 안에서 길을 잃어보는 걸 추천한다. 각각의 장면이 한 시간마다 반복되므로 같은 장면을 3번 반복해서 보거나 여러 캐릭터를 골라가며 나만의 스토리라인을 만들 수 있다.
대사가 없는 대신 들여다보는 연극
브로드웨이 쇼를 관람하다 보면 생소한 고전적 영어 표현이나 노래와 대사가 섞인 부분 등으로 인해 장면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한 번씩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슬립 노 모어>에는 대사가 없다. 현대무용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기 때문에 비영어권 관객도 비교적 쉽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방법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바로 연기하고 있는 배우에게! <슬립 노 모어>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잘 알려진 화이트 마스크는 입장 후 에이스 카드와 함께 받는데,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다. 관객은 마스크 덕분에 눈앞에서 옷을 벗는 배우, 피가 낭자하는 싸움 등을 그대로 지켜볼 수 있는 대담함을 갖게 된다. 배우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 가만히 다가가 캐릭터의 고뇌, 흐느낌, 분노와 슬픔 등을 더욱더 생생하게 느낄 수도 있다.


다양한 체험 요소가 있는 뮤지엄
<슬립 노 모어>는 공간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 또한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랍다. 구석구석을 매우 디테일하게 연출해놓아 마치 하나의 뮤지엄 같다. 가령 의사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예약자 명단, 자필 편지, 수술 가운, 수술 도구와 약병, 심지어 머리카락 샘플까지 보인다. 이런 작은 부분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공연장은 비극적인 <맥베스> 이야기처럼 전반적으로 어둡다. 묘지를 지날 땐 숲속의 차갑고 버석한 공기가 느껴지고, 중간중간 새장과 머리 없는 인형들이 나타나며, 화장실에는 핏자국이 선명한 욕조가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갑자기 나타나는 배우들로 인해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여운을 극대화하는 결말
각기 다른 캐릭터를 쫓아 여기저기 흩어졌던 관객은 쇼가 마무리될 무렵 모두 하나의 파이널 시퀸스로 모이게 된다. 매키트릭 호텔 극장의 루프톱 갤로 그린(Gallow Green)으로 이어지는 동선으로 극이 마무리되는데, 시그니처 칵테일을 마시며 공연 중 떨어졌던 일행과 만나 각자가 경험한 다른 장면을 이야기하며 극의 여운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여름에 녹음이 우거진 도시 가든이지만 겨울엔 통나무 로지로 공간을 연출한다. 더욱 한적한 곳에서 여운을 즐기고 싶다면 1층의 바 맨덜리로 돌아가자. 페르시안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재즈 클럽에서 라이브 스윙 재즈를 들으며 <맥베스>의 자욱한 연기를 씻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니 말이다. 그러나 한시바삐 극의 어두움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면 호텔 극장 밖으로 나와 인근 미트패킹 지역을 걸어보자. 뉴욕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것이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다.

TIP. <슬립 노 모어>를 즐기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것
사전 팁 1. 온라인 티켓 예약은 필수
요일마다 티켓 가격이 다르고, 하나의 공연이라도 입장 시간이 다양하니 사전에 <슬립 노 모어> 웹사이트에서 공연 정보를 확인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8시 공연이라면 첫 번째 입장은 7시부터 시작되고, 15분 간격으로 다음 입장이 가능하다. 이른 시간을 고를수록 재즈 바 맨덜리에서 <슬립 노 모어>의 분위기에 서서히 젖어들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이 정식으로 시작되는 건 아니니 마지막 입장 시간인 7시 45분 티켓을 끊어도 무방하다.
홈페이지 sleepnomorenyc.com
사전 팁 2. 안경 벗고, 운동화 신고, 체력은 아껴두자
<슬립 노 모어> 공연의 성공적 관람 여부는 관객의 체력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를 쫓아다니든 혼자만의 페이스로 천천히 걸어 다니든, 어쨌든 층을 오르내리고 방을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무조건 편한 옷과 운동화가 최고다. 공연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니 안경 대신 렌즈 사용을 권한다. 참고로 매키트릭 호텔 스태프들은 블랙 마스크를 착용한다.
사전 팁 3. 챙길 것과 챙기지 말 것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3시간 내내 체력을 유지하려면 몸이 가벼워야 한다. 공연 중 촬영도 불가하므로 입장 시 모든 소지품은 무조건 보관하게 되어 있다(아이템당 4달러). 그러니 귀중품은 처음부터 가져오지 않는 게 좋다. 공연에는 일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포함돼 있어 19세 이상 성인만 관람할 수 있다. 신분증은 꼭 챙겨서 문 앞에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자.
관람 팁 1. 일행과 꼭 함께할 필요는 없다
‘이머시브 연극’이란 개개인의 경험이 극대화되도록 공연이 설계되었다는 의미다. <슬립 노 모어>는 각자의 호기심과 본능에 따라 흩어진 공간을 찾아가 각자만의 스토리라인으로 극을 만들어나갈 여지가 많다. 그러므로 동행과 공연 내내 붙어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좋다. 동행과 함께 손잡고 뛰어다니는 것 자체가 다른 관객의 동선을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자. 공연 중 대화 또한 금물.
관람 팁 2. 모든 상황에 마음을 열어두자
열린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자. 두 번 이상 공연을 관람하더라도 매번 경험하는 게 달랐다고 말할 정도로 늘 새로운 미스터리와 흥분거리로 가득 찬 게 바로 <슬립 노 모어>다. 무엇보다 공연 중 배우들은 스토리라인을 따라 마치 유령처럼 관객을 지나치는데, 어떤 지점에 이르면 갑자기 관객의 손을 잡고 다른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거나 일대일 퍼포먼스를 펼친다. 관객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거나 손등에 키스하거나 깃털을 남기고 떠나는 식. 자신이 퍼포먼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혹시 이런 마법 같은 상황이 부담스럽다면 무리 안쪽에 머무르면 된다.
요일마다 티켓 가격이 다르고, 하나의 공연이라도 입장 시간이 다양하니 사전에 <슬립 노 모어> 웹사이트에서 공연 정보를 확인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8시 공연이라면 첫 번째 입장은 7시부터 시작되고, 15분 간격으로 다음 입장이 가능하다. 이른 시간을 고를수록 재즈 바 맨덜리에서 <슬립 노 모어>의 분위기에 서서히 젖어들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이 정식으로 시작되는 건 아니니 마지막 입장 시간인 7시 45분 티켓을 끊어도 무방하다.
홈페이지 sleepnomorenyc.com
사전 팁 2. 안경 벗고, 운동화 신고, 체력은 아껴두자
<슬립 노 모어> 공연의 성공적 관람 여부는 관객의 체력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를 쫓아다니든 혼자만의 페이스로 천천히 걸어 다니든, 어쨌든 층을 오르내리고 방을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무조건 편한 옷과 운동화가 최고다. 공연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니 안경 대신 렌즈 사용을 권한다. 참고로 매키트릭 호텔 스태프들은 블랙 마스크를 착용한다.
사전 팁 3. 챙길 것과 챙기지 말 것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3시간 내내 체력을 유지하려면 몸이 가벼워야 한다. 공연 중 촬영도 불가하므로 입장 시 모든 소지품은 무조건 보관하게 되어 있다(아이템당 4달러). 그러니 귀중품은 처음부터 가져오지 않는 게 좋다. 공연에는 일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포함돼 있어 19세 이상 성인만 관람할 수 있다. 신분증은 꼭 챙겨서 문 앞에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자.
관람 팁 1. 일행과 꼭 함께할 필요는 없다
‘이머시브 연극’이란 개개인의 경험이 극대화되도록 공연이 설계되었다는 의미다. <슬립 노 모어>는 각자의 호기심과 본능에 따라 흩어진 공간을 찾아가 각자만의 스토리라인으로 극을 만들어나갈 여지가 많다. 그러므로 동행과 공연 내내 붙어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좋다. 동행과 함께 손잡고 뛰어다니는 것 자체가 다른 관객의 동선을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자. 공연 중 대화 또한 금물.
관람 팁 2. 모든 상황에 마음을 열어두자
열린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자. 두 번 이상 공연을 관람하더라도 매번 경험하는 게 달랐다고 말할 정도로 늘 새로운 미스터리와 흥분거리로 가득 찬 게 바로 <슬립 노 모어>다. 무엇보다 공연 중 배우들은 스토리라인을 따라 마치 유령처럼 관객을 지나치는데, 어떤 지점에 이르면 갑자기 관객의 손을 잡고 다른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거나 일대일 퍼포먼스를 펼친다. 관객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거나 손등에 키스하거나 깃털을 남기고 떠나는 식. 자신이 퍼포먼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혹시 이런 마법 같은 상황이 부담스럽다면 무리 안쪽에 머무르면 된다.



뉴욕에서 머물 곳: 롯데뉴욕팰리스
롯데뉴욕팰리스는 19세기 말 지어진 금융가 헨리 빌라드의 맨션과 55층의 현대식 타워가 공존하는 호텔이다. 미국 드라마 <가십 걸>을 비롯해 여러 영화에 등장하며 뉴욕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총 909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기른 식자재를 사용해 만든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빌라드, 고급 살롱인 래리티스, 칵테일 바 트러블스 트러스트 등의 레스토랑과 바를 두고 있다. 15세기 이탈리아 대성당을 모티프로 한 정원 또한 아름다우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주소 455 Madison Avenue at 50th Street, New York
전화 +1-800-804-7035
홈페이지 www.lottenypal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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