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마트료시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러시아에 방문하면 기념품이나 선물용으로 꼭 사곤 하는 마트료시카. 러시아의 국민 인형으로 불리는 이 공예품이 처음 만들어진 때는 언제일까?
목각 인형 마트료시카(Матрёшка, Matryoshka)는 몸체 속에 조금씩 작은 인형이 반복해서 들어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공예품이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품은 것처럼 큰 인형 안에 조금씩 더 작은 인형이 들어 있고, 마지막에는 아기 인형이 나오는 듯한 형태를 띤다.
마트료시카의 어원은 마트료나(Матрёна)로, 러시아 시골에서 흔히 부르는 여자 이름에서 비롯됐다.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알을 품은 인형’, 친근함의 표시인 할머니를 뜻하는 ‘바부슈카 인형’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다산과 대가족, 풍요로움 등을 상징한다. 국민 인형으로 사랑받고 있는 마트료시카가 처음 생겨난 때는 1800년대 후반, 그러니까 러시아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혼란을 겪던 시기다.

마트료시카의 채색 과정

새롭게 피어나는 운동
나폴레옹 전쟁(1803~1815)이 끝나고 러시아로 돌아온 젊은 장교와 군인들의 눈에 비친 고국은 근대화에 돌입하지 못한 고루한 차르(왕권)의 제국이었다. 부패한 왕실과 귀족들은 여전히 분에 넘치도록 잘살고 있었고, 농노제로 인해 농민들은 여전히 힘든 삶을 살았다. 산업화된 타 국가에 비해 러시아 인구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했던 만큼, 대부분의 국민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유럽 다른 나라의 발전을 몸소 겪었던 이 청년들에게 러시아는 부패하고 노회한 나라였다. 이들은 세력을 만들어 왕실과 귀족에 반란을 일으킨다. 바로 데카브리스트 반란이다. 당시 황제로 즉위한 니콜라이 1세가 이들을 간단하게 진압하지만, 이를 계기로 러시아에선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나라 전역으로 번지게 된다. 이러한 변화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문화와 사회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사상이나 운동이 나타난다. 1870년대 이후부터 이런 다양한 흐름들이 러시아 전역을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마르크스주의 역시 당시 큰 반향을 몰고 왔다.

아브람체보 예술가 마을

예술가 마을에서 시작된 나무 인형
변화의 바람은 모스크바 인근 소도시 세르기예프포사트(Sergiev Posad)에도 몰려오고 있었다. 당시 아버지에게서 철도 회사를 물려받은 사바 마몬토프(Savva Mamontov)도 그런 기대를 품고 있었다. 사바 마몬토프는 러시아 최대 무역상사를 이끌던 이반 표도로비치 마몬토프의 아들로, 어려서부터 유럽의 다양한 예술 문화를 몸소 체험하며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도통 사업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컸다. 그는 예술가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1870년대 세르기예프포사트에서 20여km 떨어진 자작나무 숲에 아브람체보(Abramtsevo)라는 예술가 마을을 조성한다.
이후 그는 철도 사업에 눈을 떠 러시아 전역에서 철도와 조선소 건설을 하며 큰돈을 벌지만, 60세가 넘어서는 아브람체보에서 남은 인생을 보낸다.

마켓에 정렬된 마트료시카

마몬토프가 조성한 아브람체보에는 러시아의 민속 예술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 부흥을 꿈꾸는 다양한 예술가가 정착하게 된다. 이들 중에는 세르게이 말류틴(Sergei Malutin)이라는 그림책 삽화가도 있었다. 그는 예술가 모임에서 우연히 일본에서 건너온 목각 인형을 접하는데, 바로 일본 칠복신 중 풍요를 상징하는 후쿠로쿠주 인형이었다. 인형 안에 또 다른 작은 인형이 있는 형태였다.
후쿠로쿠주 인형에서 영감을 얻은 말류틴은 공예가 즈뵤즈도치킨(Zvyozdochkin)에게 의뢰해 러시아 전통 의상 사라판(Sarafan)과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를 그려 넣은 러시아 농촌 여성과 남성 모습으로 목각 인형을 만든다. 크기가 모두 다른 8개의 목각 인형이었다.
이것이 마트료시카의 시초다. 이 목각 인형에 처음부터 마트료시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니다. 이는 러시아의 흔한 여성 이름인 마트료나에서 비롯됐는데, 1900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인형을 출품하고 동메달을 수상한 뒤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수도원으로 유명한 세르기예프포사트로 시의 전경

마트료시카를 만나러 세르기예프포사트로
목각 인형 속 인형처럼 중첩된 물건이라는 개념은 일본 이전, 중국 송나라에서 시작된 방식이었다. 한 목수가 상자 속 상자를 만들어 선보였는데, 이 제작 방식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파되었고 800여 년이 지나 마트료시카로 발전한 셈이다. 전통적으로 마트료시카는 3년간 보존 기간을 거치고, 나무의 결이 생생히 살아 있는 피나무로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연하게도 상태가 가장 좋은 나무로 맨 바깥쪽 인형을 만든다. 잘 다듬은 마트료시카나무에 시골 여성과 형형색색의 나뭇잎과 꽃의 모습을 그려가는데, 러시아 고유의 페인팅 기법인 호흘로마(Khokhloma) 방식으로 채색한다.

마트료시카의 제작 과정

예술인 마을 아브람체보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세르기예프포사트는 현재 마트료시카를 가장 많이 제작하고 있는 도시다. 마트료시카 제작 과정 등을 소개한 세르기예프포사트박물관도 이곳에 있다. 세르기예프포사트는 오래된 수도원과 고전적 건축양식의 건물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15세기경 설립된 성 세르기우스 삼위일체 수도원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러시아정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수도원 중 한 곳이다.
도시에 있는 기념품 상점 어디에서나 멋진 마트료시카를 구입할 수 있다. 다른 도시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화려하고 예쁜 마트료시카를 구할 수 있는데, 특히 대량생산되는 마트료시카 외에 동물이나 다양한 이미지를 인형에 넣은 수제 마트료시카도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기존 디자인에서 벗어나 위트 있는 마트료시카도 많이 제작되고 있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마트료시카 찾기
모스크바에서 마트료시카를 구입하고 싶다면 이즈마일롭스키 시장(Izmaylovsky Market) 을 찾으면 된다. 모스크바의 공예품이나 기념품 등이 즐비한 전통 시장으로 모스크바 북쪽, 지하철 3호선 파르티잔스카야역 근처에 있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의 마트료시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전통적 디자인부터 러시아의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 심지어 미국 마블 캐릭터를 본뜬 마트료시카도 있다. 마트료시카가 큰 인기를 얻은 계기 중 하나는 구 소비에트연방의 개혁개방 당시 고르바초프 마트료시카를 제작하면서이기도 하다.
이처럼 마트료시카가 워낙 세계적인 인기를 얻다 보니, 러시아 곳곳에서 값싼 중국산 제품이 유통·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산 제품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가장 작은 인형까지 채색이 잘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러시아 마트료시카는 가장 작은 인형도 세심하게 그려져 있다.

다양한 디자인과 퀄리티의 마트료시카를 판매한다.

시장에는 작가가 자신이 만든 제품을 직접 가지고 와 판매하기도 하는데, 보통 인형 개수와 채색의 완성도에 따라 가격 폭이 크다. 일반적으로는 5개 내외가 가장 많은데, 개수가 10개에 이르는 마트료시카도 볼 수 있다.
참고로 가장 많은 인형이 들어 있는 마트료시카는 2003년에 만든 율리아 베레즈니츠카야(Youlia Bereznitskaia)라는 이름의 제품으로 무려 51개 인형으로 구성되었다.
마트료시카를 만드는 한 장인은 인터뷰에서 러시아인이 마트료시카를 사랑하는 이유는 하나의 인형에서 많은 인형이 나오는 형태가 아이 많은 대가족, 즉 풍요로움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의미 그대로 마트료시카는 러시아의 시골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2020. 3 에디터: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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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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