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흐름을 탄 카바 라이프
기발한 아이디어와 확고한 정체성으로 동시대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는 카바 라이프. 현재 서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트 커머스 브랜드 중 하나다. 이들을 만나면, 지금 서울의 가장 흥미로운 작업을 볼 수 있다.
“동시대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젊고 크리에이티브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플랫폼이자 셀렉트숍입니다.” 카바 라이프의 최서연 디렉터가 말했다. 패션 에디터이자 기획자였던 최서연 디렉터, 그래픽디자이너 출신의 최지연 대표, 건축 디자이너 박치동 이사, 세 사람이 뭉쳐 생산적인 일을 도모하고자 만든 결과물이 바로 카바 라이프다. 1년여간의 준비 끝에 2018년 4월 론칭했다. 카바 라이프는 모바일과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전시형 팝업 스토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욱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까? 저희가 구사하는 전략은 모두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인상적인 팝업 스토어의 기획에 관한 최서연 디렉터의 답이다. 많은 이가 예술 작품은 자신, 그리고 자신의 일상과 상관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예술 작품은 오직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관람해야 하며, 그곳에 있어야지만 예술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카바 라이프는 예술에 관한 이런 인식을 바꾸고 예술 작품이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것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카바 라이프

카바 라이프

카바 라이프

“카바 라이프는 동시대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젊고 크리에이티브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플랫폼이자 셀렉트숍입니다.”
최서연 디렉터와 최지연 대표

최서연 디렉터와 최지연 대표

클릭, 카바 라이프
카바 라이프는 모바일과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한다. 카바 라이프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이들이 소개하는 작가와 작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다. 카바 라이프의 웹사이트 첫 페이지를 얼핏 보면, 마치 허공에 이미지들이 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첫 페이지 이미지들이 바뀐다. 모니터 가까이에서 좀 더 주의 깊게 살피면, 그제야 하얀 화면을 바둑판처럼 나눈 그리드와 칸마다 새겨진 고유 번호가 눈에 들어온다. 번호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가면 작가와 작품명, 가격이 나타난다. 첫 페이지의 이미지들이 바로 카바 라이프가 소개하는 작품이며,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작품의 배열이 랜덤하게 재구성된다. 상업적 사이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한두 번 클릭하다 보면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만든 사이트라는 걸 알 수 있다. “발견하는 재미를 주고 싶었어요.” 최서연 디렉터가 이어서 설명했다. “실물로 보지 못하는 작품을 온라인으로만 보고 사야 하잖아요. 그러니 작품이 잘 보여야죠.”
카바 라이프 웹사이트

카바 라이프 웹사이트

2018년 4월 론칭 팝업 스토어 현장 © 카바 라이프

2018년 4월 론칭 팝업 스토어 현장 © 카바 라이프

텍스타일, 가구, 세라믹, 페인팅, 사진, 비디오아트 등 200여 명의 작가 및 브랜드의 작품과 창작물이 한 화면 안에 섞여 있다. 취향은 다양하고 예술의 경계는 넓다. 이는 카바 라이프가 중요시하는 테마이기도 하다. 갤러리에 전시되는 것만이 예술은 아니라는 관점에서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패션으로 분류되는 창작물도 소개한다. “어떤 것은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소비되고 어떤 것은 예술 작품으로 규정되는 게 아쉬웠어요. 페인팅하는 작가가 영상 작업을 하는 등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작가도 많고, 용도가 다양한 작품이나 제품도 많죠.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카바 라이프 웹사이트에 접속해 해야 할 것은 나와 주파수가 맞는 작품 혹은 창작품을 만날 때까지 무한 스크롤 혹은 새로고침을 누르는 일이다. 그리고 잊지 말고 ‘하트’를 보내자(마음에 드는 작품 페이지에서 ‘하트’ 이모티콘을 누르면 ‘wish list’에 취합된다).
카바 라이프

토프 레스토랑과 함께한 카바 라이프의 다섯 번째 팝업 스토어 포스터 © 카바 라이프

토프 레스토랑과 함께한 다섯 번째 팝업 스토어 포스터와 그 현장 © 카바 라이프

뉴욕 팝업 스토어 현장 © 카바 라이프

뉴욕의 쇼룸 ‘더 셀렉츠’와의 협업으로 진행된 팝업 스토어 현장 © 카바 라이프

모니터 화면 밖 카바 라이프
작품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팝업 스토어의 주제를 경험의 가치에 두고 진행한다. 현재까지 한남동 유엔빌리지, 라이즈호텔, 일민미술관, 토프 레스토랑, 밀라노 디자인 위크, 뉴욕의 더 셀렉츠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론칭 이벤트이기도 한 한남동 유엔빌리지에서의 첫 번째 팝업 스토어는 사람들이 미술관에서 자신과 동떨어진 것으로만 보던 작품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에 초점을 뒀어요. 두 번째 라이즈호텔의 경우는 물성이 없는 작업을 어떻게 소비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었고, 세 번째 일민미술관에서 연 팝업 스토어는 사람들에게 작품 곁에 머무르는 경험과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어 오픈 스튜디오라는 콘셉트로 진행했죠.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온라인으로 작품을 접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더했죠.” 최지연 대표가 설명했다.
카바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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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디자인 위크 현장 © 카바 라이프

밀라노 디자인 위크 현장 © 카바 라이프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팝업 스토어는 관람객이 카바 라이프가 던진 열 가지 질문에 답하면, 답변을 토대로 관람객과 카바 라이프의 작품 중 하나가 매칭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와인이 좋아? 맥주가 좋아?’ 같은 직관적 질문에 대한 답변의 결과, 즉 자신과 어울리는 작가와 작품에 관한 정보, 구매 링크가 QR 코드로 인쇄되어 영수증처럼 발행된 것. 팝업 스토어에 전시된 작품은 하나도 없었으나, 현장에서 무척 흥미로운 공간이었음은 분명하다. 최지연 대표가 말했다.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작품이 있고, 네가 어떤 취향을 지녔건 간에 너에게 어울리는 작품 하나쯤은 있어. 한번 만나봐’라는 메시지를 담은 거였어요.” 카바 라이프의 팝업 스토어는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경험하는 장인 동시에 카바 라이프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체험하는, 서울에서 가장 흥미로운 예술의 현장이다.
카바 라이프

카바 라이프

“카바 라이프의 정체성이 그러하듯 쇼룸도 유동적인 공간이 될 거예요.”
카바 라이프

카바 라이프

박보마 작가의 신작 <Beige Men Vases & Smoking Free>를 론칭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꾸민 카바 라이프의 쇼룸

카바 라이프만의 공간
카바 라이프의 쇼룸은 1948년도에 지은 가옥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12월 오픈했다. 원래 용도는 카바 라이프의 사무실이었으나, 이곳에서 작가와 지인들을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열며 쇼룸을 열기로 결심했다. “다들 여기를 너무 좋아했어요. 온라인에 선보인 작품들을 여기서 다 보여드릴 순 없지만, 일부 작품은 고객이 실제로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저희가 일하는 모습도 보실 수 있고요.(웃음)” 최지연 대표가 말했다. 카바 라이프의 쇼룸은 한적한 남영동 골목에 위치한 작고 하얀 집이다. 콘크리트로 마감된 벽은 하얀 페인트 칠이 되어 있고, 입구 쪽 벽 ‘CAVA’라고 쓰인 하얀 글자의 음영이 은근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벽에 난 크고 작은 창들이 빛을 안으로 들이며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까래가 보이는 하얀 쇼룸의 내부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는데, 한쪽은 카바 라이프의 사무실로 쓰이고, 다른 한쪽은 전시를 위한 캔버스나 프라이빗 모임을 위한 공간 등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카바 라이프의 정체성이 그러하듯 여기도 유동적인 공간이 될 거예요.” 최서연 디렉터가 쇼룸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난 3월, 쇼룸 오픈 후 처음 기획한 박보마 작가의 신작 론칭 프레젠테이션에서 이곳은 완벽한 갤러리였다. “올해부터는 카바와 함께하는 작가님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또는 작은 그룹으로 조금 더 주목하는 행사를 많이 해보려고 해요. 전시 형태가 아닌 고객이 참여하는 형태의 행사도 생각하고 있고요.” 이어 최지연 대표가 말했다. “저희는 실험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충동적이죠. 그때그때 작가님들과 이야기하며 나오는 아이디어가 구현되기도 해요. 다양한 일이 벌어질 거예요.”
카바 라이프 쇼룸 내부 전경

카바 라이프 쇼룸 내부 전경

전시장 옆 사무 공간에서 대화 중인 최서연 디렉터와 최지연 대표

전시장 옆 사무 공간에서 대화 중인 최서연 디렉터와 최지연 대표

박보마 작가의 작업물이 쇼룸 곳곳에 있다.

박보마 작가의 작업물이 쇼룸 곳곳에 있다.

늘 하고 싶은 일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넘치는 카바 라이프의 두 사람이 현재 관심을 두는 주제는 ‘워라벨’이다. 최서연 디렉터가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저희가 카바 라이프를 통해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와도 닿아 있어요.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향해 가자’는 의미에서요.” 아름다운 물건을 나의 공간에 들였을 때, 일상은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 그것이 단순히 아름다움으로써만 기능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올해로 론칭 3년 차에 접어든 카바 라이프의 목표는 ‘성장’이다. “재미있고 기발한 카바 라이프의 색깔을 잃지 않으며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어요. 남영동 108번지로 자주 놀러 와주세요.(웃음)” 카바 라이프 쇼룸의 큰 창으로 바깥이 보인다. 봄이면 벚꽃과 매화가 아름답게 피고,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진다. 지금은 남영동 108번지를 가기 좋은 때다.
카바 라이프가 소개하는 작품 6
테이프

앞치마

북엔드

버킷

커트러리

테이블

(왼쪽 위에서부터 차례로) 류경호 작가의 드로잉 ‘류경호 3집 ’에서 추출한 색으로 만든 테이프. 다섯 번째 팝업 스토어 ‘타파스 바(TAPAS BAR)’를 위해 제철 식재료를 주제로 사진가 신선혜와 아티스트 조성민이 함께 작업한 '스틸 라이프(Still Life)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앞치마로 만든 제품. 북엔드 또는 트레이로 활용할 수 있는 티엘(TIEL) 스튜디오의 ‘베벨(BEVEL)’. 농구 골대에서 영감을 받아 아이콘적인 이미지로 재해석한 티엘 스튜디오의 ‘버킷(BUCKET)’은 배치에 따라 스툴, 바구니, 테이블 받침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수작업으로 만든 이윤정 작가의 황동 커트러리 세트는 자유로운 곡선과 형태를 띠는 것이 특징이다. 알루미늄의 거친 질감과 투과성 있는 아크릴의 질감을 조합한 서정화 작가의 테이블.
카바 라이프

카바 라이프 쇼룸 전경

카바 라이프 쇼룸 전경

카바 라이프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72길 21-21
전화 +82-70-8861-6884
홈페이지 www.ca-va.life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cava.life
2020. 4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안가람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0. 4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안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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