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티 아티스트 김담비

티 아티스트 김담비가 만든 전에 본적 없는 차
참신하다. 실험적이다. 티 아티스트 김담비의 워크숍에 참여해 그가 만든 차를 건네받자마자 든 생각이다. 가장 동시대적인 차, 현대적인 차가 궁금하다면 김담비를 만나러 가자. 밀레니얼 세대의 차인(茶人) 김담비와 차, 그리고 전방위로 확장되는 그의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맑은 날씨와 대조되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서촌의 ‘무목적’ 빌딩으로 향했다. 정확하게는 그 노출 콘크리트 건물 3층에 있는 하얀 갤러리에 갔다.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신호음 같기도 한 앰비언트 음악이 낮게 들려왔다. 중앙의 작은 통유리 방에는 운동화 한 켤레와 아령 한 쌍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벽 한쪽에는 인체 구조가 그려진 종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뒤로 한 사람이 보였다. 짧은 머리를 질끈 묶고 운동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티 아티스트 김담비가 우리를 맞이했다.
‘2020 담비의 헬스센터’ 워크숍이 진행된 무목적 빌딩의 갤러리

‘2020 담비의 헬스센터’ 워크숍이 진행된 무목적 빌딩의 갤러리

티 아티스트 김담비

티 아티스트 김담비

1990년생의 티 아티스트
김담비는 무형의 차실인 ‘담비스티룸(@dambistearoom)’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차와 향, 음악과 명상을 활용한 체험 위주의 워크숍과 전시 및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티 아티스트다. 한국에서 태어나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대부분의 밀레니얼 세대가 그러하듯 인터넷을 통해 흡수한 세계 다문화적 유산들을 하나의 수단으로 차 문화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했다. “우리는 방대한 양의 지식과 정보 속에서 자랐죠. 관심 있는 것들은 인터넷을 보며 배우거나 만들어낼 수 있었고요. 저 또한 인터넷 세계에서 스스로 뭔가를 계속 찾았어요. 사람들과의 커넥션도 그렇게 만들어나갔고요.” 전통에 구애받지 않고 차에 따라붙는 그 어떤 진부함과 고정관념도 거부한 채 차를 대하는 그는 핀란드의 디자인 비엔날레나 독일 베를린의 미술관에서 티 세리머니를 선보인다. 차는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구한 재료로 직접 블렌딩 레시피를 만들어 사용한다. 서양의 허브와 한국의 허브를 섞기도 하고, 한약재로 차를 우리기도 한다. “차를 반드시 고전적으로 다뤄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차를 활용해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고 다른 지역 사람들과 차회를 갖으며 함께 시간을 나누고 싶었어요.”
에너지 부스터

에너지 부스터

강황, 비타민나무 열매의 가루, 동충하초 등을 넣어 만든 건강 차, 에너지 부스터

강황, 비타민나무 열매의 가루, 동충하초 등을 넣어 만든 건강 차, 에너지 부스터

베를린에서 DJ로 활동하며 음악을 탐험하던 그가 차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뭘까. “디제잉하면서 외부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때가 20대 초∙중반이었는데, 계속 안으로 파고들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어요. 내면을 단련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던 것 같아요. 거문고에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차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죠.” 2016년 중국의 다도와 향도를 배우며 본격적으로 차를 다루기 시작한 그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차를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요즘 시대에 특히 더 차가 중요하고 필요한 것 같아요. 너무 피상적인 것에만 신경 쓰다 보면 가벼워지죠. 내 안에 뭔가 채워지지 않는 게 있어요. 그런 부분은 혼자만의 시간,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도와주는 게 차가 아닐까 싶어요.”
김담비 작가가 사용하는 도구들

김담비 작가가 사용하는 도구들

한약재를 달여 만든 건강 차, 디아블로

한약재를 달여 만든 건강 차, 디아블로

한약재를 달여 만든 건강 차, 디아블로

내면과 외면의 힘 기르기
티 아티스트 김담비는 관심 가는 것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명상 음악, 앰비언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향을 느끼고 차를 마시는 워크숍을 진행했던 그가 2020년 처음 연 워크숍의 주제는 ‘헬스케어’. 최근 무목적 갤러리에서 ‘2020 담비의 헬스센터’ 워크숍을 개최했다. 차와 향, 음악과 명상으로 내면을 탐험하던 그의 관심사가 밖을 향한 덕분이다. 담비스티룸 인스타그램에는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마르세유, 일본 나라와 교토에서 진행한 워크숍 사진을 비롯해 숲과 식물, 그리고 최근에는 지구와 바이러스, 신체 사진이 게재돼 있다. 직접 큐레이팅한 인스타그램 이미지처럼 차를 매개로 담비스티룸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김담비는 작년부터 환경 이슈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고 신체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며 운동을 하고 빨강, 노랑, 초록 등 색채가 가득한 음식을 먹고 과학을 공부하고 있다. “일단, 제가 건강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전통적 의미에서 차를 들여다보면 여자라는 존재는, 특히 동양 문화에서는 다소곳이 앉아서 차를 내려야 하고 예뻐야 해요. 미의 기준도 가혹하죠. 저는 여자들도 근육과 강한 신체를 갖는 게 2020년과 더 어울리지 않나 싶었어요.”
갤러리 중앙에 놓인 운동화와 운동 관련 책

갤러리 중앙에 놓인 운동화와 운동 관련 책

‘2020 담비의 헬스센터’ 워크숍에서 함께 만드는 허브 가루 알약

‘2020 담비의 헬스센터’ 워크숍에서 함께 만드는 허브 가루 알약

‘담비의 헬시 바 체험’ 프로그램에서 함께 보는 기후변화 영상 앞에 선 작가

‘담비의 헬시 바 체험’ 프로그램에서 함께 보는 기후변화 영상 앞에 선 작가

‘2020 담비의 헬스센터’는 2020년을 호주의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와 코로나19로 맞이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내면과 외면,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심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워크숍이다. “작년부터 제가 조금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호주 산불 문제 등을 보며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죠. ‘레트로’가 트렌드지만, 이제는 뒤로 가기보다 앞으로 나아가며 행동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워크숍에는 두 가지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그의 워크숍에 참여하는 것은 마치 예술가의 퍼포먼스 공연 속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담비의 헬시 바 체험’은 이렇게 진행한다. 가벼운 체조, 그러니까 스쿼트를 10번씩 3세트 진행한 후 동충하초가 올라간 ‘에너지 부스트’라는 이름의 건강 차를 마신 뒤 밀가루와 버터를 넣지 않은 단백질 쿠키로 단백질을 보충한다. 마무리는 기후변화, 바이러스, 질병 등에 관한 영상을 보며 미래의 삶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런 워크숍을 함으로써 사람들이 삶의 방식을 바꾸거나 삶을 다르게 바라보는 데 영감을 주고 싶어요.”
티 아티스트 김담비

티 아티스트 김담비

김담비는 차를 즐기는 데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제가 항상 차 수업이나 향 수업에서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뭐가 담겨 있는지가 중요하다고요.” 형태나 방법이 달라져도 차의 본질은 같듯 김담비에겐 차와 향, 명상, 그리고 음악으로 쌓아 올린 단단한 내면이 있다. 요즘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환경과 해부학이다. “몸은 알면 알수록 무척 신기해요. 신체도 우리가 키울 수 있는 능력에 속해요. 그런 가능성을 닫고 싶지 않아요. 끊임없이 개발하고 도전하는 것, 그게 인간의 삶이 아닐까요?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요.” 마지막으로 그가 생각하는 현대적인 차란 무엇인지 물었다. “지금 만들고 있어요, 제가.(웃음)” 언젠가 제임스 본드가 드라이 마티니 대신 김담비의 에너지 부스터를 마시고 적과 싸우는 장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티 아티스트 김담비의 시도와 도전, 그리고 차 이야기는 담비스티룸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0. 5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안가람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0. 5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안가람
  • 트위터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핀터레스트로 공유
  • 링크URL 공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