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le Chihuly, Glasshouse Sculpture, 2012, 8.2 x 30.5 x 7 m, Chihuly Garden and Glass, Seattle © Chihuly Studio Photo by Nathaniel Willson

외부에서 바라본 치훌리 가든 & 글라스. Dale Chihuly, Chihuly Garden and Glass, 2012, Seattle © Chihuly Studio
미국 태평양 연안 북서부의 대표 아티스트 치훌리. 그는 누구에게나 쉽고 접근이 용이한 예술을 지향해왔다. 차갑고 고고하여 일상을 하찮은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발견하게 하는 예술. 그게 치훌리의 작품인 것이다. 여느 미술관과 달리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예술 공간을 원했던 라이트 패밀리의 기대에 이보다 잘 부합하는 작가가 또 있었을까?
무려 6,070㎡(1,836평)의 대지가 주어졌고, 치훌리가 원한 것은 실내와 야외를 아우르는 전시 환경이었다. 그는 어릴 때 본 어머니의 정원을 떠올리며 조경 건축가와 협업해 ‘가든(Garden)’을 조성했고, 그 중심에 장소 특정적 조각 작품을 설치할 ‘글라스하우스(Glasshouse)’를 지었다. 치훌리는 평생 ‘유리 건물’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었다. 유리 온실은 물론이고 유리로 만든 기차역, 인더스트리얼 빌딩 등 유리 건물이 담긴 엽서와 사진을 오랫동안 수집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글라스하우스는 그 꿈의 결정체인 셈이다. 그는 평소 좋아하던 파리의 생트샤펠(Sainte-Chapelle)과 런던의 수정궁(Crystal Palace)에서 영감을 받아 이곳을 디자인했다. 또한 메인 건물인 ‘엑시비션 홀(Exhibition Hall)’에는 여덟 개의 전시실과 극장, 카페를 배치했다. 2012년 5월, 그렇게 장기 전시 개념의 치훌리 가든이 탄생했다.

수족관의 해저 터널을 연상시키는 페르시안 실링. Dale Chihuly, Persian Ceiling, 1999, 10.7 x 4.4 m, Chihuly Garden and Glass, Seattle, installed 2012 © Chihuly Studio Photo by Terry Rishel
그 순간부터 유리는 그의 운명이 된다. 1966년, 그는 미국 최초로 아티스트 대상의 유리 수업을 개설한 위스콘신 대학에 등록해 정식으로 유리 불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hode Island of School of Design, 이하 RISD)에 등록했으며 순수미술 세라믹 과정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때 장학금을 받고 해외에 나갈 기회가 생겼는데, 베니스의 베니니(Venini) 유리 팩토리로 가 견습생을 자원했다. 그는 그곳에서 유리를 분 최초의 미국인이다.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RISD에 유리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10년 넘게 학생들에게 유리 작업의 매력을 전수했다.
조각가로서 브론즈와 세라믹 등의 재료도 시도했지만 유리만큼 치훌리를 만족시키는 재료는 없었다. 그에게 유리는 ‘빛을 영혼처럼 간직하는’ 특별한 영감의 대상이었으니까. 그는 유리 소재에 대한 일반적 선입견을 깨고 형태와 표현력의 가능성을 거침없이 실험해왔다.

아티스트 데일 치훌리(Dale Chihuly) © Chihuly Studio

인디언의 늘어진 바구니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Dale Chihuly, Tabac Baskets (detail), 2008, Chihuly Garden and Glass, Seattle, installed 2012 © Chihuly Studio Photo by Nathaniel Willson

마치 스스로 움직이듯 오가닉한 형태를 지녔다. Dale Chihuly, Mille Fiori (detail), 2012, 3 x 17.7 x 6.1 m, Chihuly Garden and Glass, Seattle © Chihuly Studio Photo by Scott Mitchell Leen

해저 생명체 혹은 식물을 연상시키는 조각. Dale Chihuly, Tiger Marlins (detail), 2012, Chihuly Garden and Glass, Seattle © Chihuly Studio Photo by Nathaniel Willson

핀란드의 강가에 처음 띄운 보트 콘셉트의 작품. Dale Chihuly, Float and Ikebana Boats, 2012, Chihuly Garden and Glass, Seattle © Chihuly Studio Photo by Terry Rishel
태평양 연안에서 자라난 그가 물을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 ‘물처럼 투명하고 반사되는’ 성질은 유리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이 콘셉트를 반영한 것이 전시장의 ‘페르시안 실링(Persian Ceiling)’이다. 이는 상상의 해저 생물을 떠올리며 만든 페르시안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다. 조개처럼 섬세한 패턴, 황홀하고 에너제틱한 컬러는 조각에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부여한다. 관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안겨주고 싶던 치훌리는 담쟁이덩굴로 지붕을 만든 정자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렇게 수족관의 해저 터널을 지나는 듯한 환상적인 공간이 완성되었다.

여느 조각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치훌리의 유리 작품. Dale Chihuly, Macchia Forest (detail), 2012, Chihuly Garden and Glass, Seattle © Chihuly Studio Photo by Nathaniel Willson

유리 건물이 캔버스가 되어 행잉 조각과 주변 경관을 함께 담는다. © Shutterstock

낮에 보는 유리 온실과 작품들은 보다 자연스럽고 영롱한 느낌이 든다. © Shutterstock
노랑과 주황색의 유리가 불꽃처럼 파열하는 ‘퍼시픽 선(Pacific Sun)’, 나무들 사이에서 유독 하늘로 높이 치솟은 ‘시트론 아이시클 타워(Citron Icicle Tower)’, 식물과 또렷한 컬러 대비를 이루며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는 ‘리즈(Leeds)' 시리즈까지.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유리 온실 ‘글라스하우스’의 대형 조각이다. 오직 이 공간을 위해 제작한 조각은 다양한 톤의 오렌지, 옐로, 레드 컬러 조각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이은 것이다. 그 길이만 무려 30m. 치훌리의 공중 설치 조각 중 가장 큰 편에 속한다. 건물의 내부에는 조각을 제외하고 일부러 많은 여백을 남겨두었는데, 이는 허공에 걸린 조각이 유리 너머의 하늘 배경과 한눈에 들어오기를 원했던 작가의 배려다. 덕분에 누가 찍어도 스페이스 니들과 행잉 조각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환상적인 인증샷이 나온다.

유니크한 컬러 표현을 위해 핀란드에서 제작한 갈대 시리즈. Dale Chihuly, Neodymium Reeds (detail), 2012, Chihuly Garden and Glass, Seattle © Chihuly Studio Photo by Scott Mitchell Leen
주소 305 Harrison St., Seattle, WA 98109
전화 +1-206-753-4940
홈페이지 chihulygardenandgla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