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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2001년 파리 RER 전철역에서 주운 작은 카메라는 그의 예술 세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과 친구들의 그라피티 작업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고, 이를 흑백으로 프린트해 포토콜라주와 그라피티를 결합한 게릴라 거리 전시를 파리 곳곳에서 펼쳐나갔다.

뉴욕시티발레단과의 협업으로 진행한 아트 시리즈 / New York City Ballet Art Series, the Eye of the New York City Ballet, Horizontal, New York, USA, 2014, Colour Photograph, Matte Plexiglass, Aluminium, Wood (face mounted) 180 x 250 cm | 70 7/8 x 98 7/16 inch, Edition of 3 © JR-ART.NET
휴머니즘 넘치는 작품이 지닌 메시지의 강력한 영향력을 감지한 제도권 미술관 역시 그의 자발적 컬래버레이터가 된 지금,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가 얘기하듯 어쩌면 그는 ‘이 시대의 가장 야심 찬 아티스트’일지도 모르겠다.

JR (French, born 1983).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2018–19 (detail). © JR-ART.NET
그를 세상에 알려준 ‘한 세대의 초상(Portrait of a Generation(2004~2006)’은 몽페르메유와 인근 클리시 수 부아(Clichy-sous-Bois)를 중심으로 한 2005년 파리 소요 사태 후 자신이 알고 지내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기획한 프로젝트다. 2004년 그가 대형 포토 콜라주를 작업한 아파트 빌딩 근처에서 경찰이 쫓던 동네 청소년 두 명이 감전사하면서 소요의 시발점이 된 이후 그의 작품은 전 세계 카메라를 통해 소개되며 눈길을 끌었다. 그 뒤 미디어에 폭력적 이방인으로만 비치는 이 동네 청소년의 얼굴과 연락처를 담은 초상을 파리 부유층 동네 곳곳에 붙여, 이들은 모두 폭력적인 이민계 청소년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시민의 일원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는데, 이 프로젝트가 파리 시민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그는 단숨에 주목받는 아티스트의 대열에 올라섰다.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composition #5, USA, 2018, Print, glass, wood (framed behind glass) Framed: 62 x 44 x 6 cm. | 24 7/16 x 17 5/16 x 2 3/8 in.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JR-ART.NET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composition #3, USA, 2018, Print, glass, wood (framed behind glass) Framed: 62 x 44 x 6 cm. | 24 7/16 x 17 5/16 x 2 3/8 in.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JR-ART.NET
초기 이 프로젝트를 현지 정부나 시의 허락 없이 진행해 무법의 아티스트로 불렸지만, 이 일련의 프로젝트가 지닌 파괴력을 높이 산 테드 TED 컨퍼런스는 그를 2011년 테드 프라이즈(TED Prize)의 수상자로 선정하며 그를 세계적 아티스트로 인정했다. TED는 이전까지 빌 클린턴, 보노 등 저명인사에게만 상을 시상해왔지만, JR이 주목하는 인도적 메시지에 높은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는 테드 프라이즈 수상 프로젝트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40여만 명 이상이 자신들의 사진을 업로드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2011~ 현재)을 현재 진행 중이다. 또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를 이용해 작업한 루브르의 JR(JR au Louvre, 2016, 2019),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스(The Chronicles of San Francisco, 2018), 뉴욕 크로니클스(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2019)를 비롯해 지금도 무허가 대형 포토 콜라주 프로젝트와 전시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JR (French, born 1983).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2018–19. Details of participants. Inkjet print on vinyl. © JR-ART.NET

브루클린의 도미노 파크에서 설치했던 뉴욕 클로니클 작품 /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JR, and Triangle STACK #2, LOT-EK at Domino Park, Brooklyn, New York © JR-ART.NET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 Sketches, 2019, Perrotin New York.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JR-ART.NET

JR: Chronicles, Brooklyn Museum. © Jonathan Dorado
뉴욕 크로니클스는 뉴요커 1,100여 명의 초상과 이야기를 담았는데, 그 결과물은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2019년 10월 시작한 JR의 대형 회고전 ‘JR: 크로니클스’의 메인 작품으로 뮤지엄 그랜드 홀에 첫선을 보였다. 이 역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스와 동일한 방식, 즉 간이 스튜디오를 탑재한 대형 트럭으로 뉴욕의 다섯 개 보로(Borough)를 돌며 지나가는 주민들을 세워 촬영해 완성한 작품이다. 촬영에 초대받은 주민들 스스로가 어떻게 보이기를 원하는지 캐릭터와 포즈를 직접 정하고 자신의 스토리를 녹음하며 작업했는데, 각 인물의 스토리가 더해져 커다란 사진 속 개인들의 삶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그 가운데에는 뉴요커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도 포함되어 있으니 마치 월도를 찾듯 드 니로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거리에서 진행했던 다양한 포트레이트 이미지 작업 / JR (French, born 1983). Inside Out, Times Square, New York City, 2013. Installation image. Wheat-pasted posters on buildings. © JR-ART.NET
이 전시를 보게 된다면 혹시 선글라스를 낀 30대 남성이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JR 본인 역시 자주 전시장을 찾아 방문객의 반응을 살피곤 한다니, 이 시대의 위대한 아티스트를 직접 만날 수 있을지 혹시 아는가? 더 운이 따른다면 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당신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행운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소 455 Madison Avenue at 50th Street, New York
전화 +1-800-804-7035
홈페이지 www.lottenypal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