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 yonhapnews

뉴욕의 JR
많은 아티스트가 뉴욕에 머물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뉴욕을 그려냈다. 누구는 촬영을 하고,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 다른 아티스트는 연주를 했다. 프랑스 출신 포토그래퍼 JR이 바라본 뉴욕은 어떤 모습일까?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서른일곱의 아티스트 JR은 오늘도 변함없이 분주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팬데믹의 수렁에 빠진 3월 이후 그는 록다운으로 갑자기 생계가 어려워진 파리 인근의 많은 시민을 위해 식재료를 수급하고, 레스토랑을 닫은 유명 셰프들과 협력해 준비한 도시락을 매일 직접 배달하고 있다. 또 프랑스 감독 라지 리(영화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함께 오스카상 후보에 오름)의 영화학교 에콜 드 시네마 쿠르트라지메(L'école de cinema Kourtrajmé)의 새로운 아트 프로그램 지휘를 맡아 강사들을 섭외하고 온라인 수업도 빠짐없이 챙겨왔다. 그 와중에도 시사 주간지 <타임>의 요청으로 팬데믹 속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기획된 특별호 ‘파인딩 호프(Finding Hope)’의 표지 사진 작업도 진행하는 등 많은 것이 금지된 시기에도 변함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휴머니즘으로 공간을 채우는 아티스트 JR
1983년 파리 태생의 포토그래퍼이자, 스트리트 아티스트 그리고 이제 사회운동가라고도 부를 만한 JR은 원래 사회문제보다 그라피티를 좋아하던 10대 청소년이었다. 그는 라지 리와 함께 아트 컬렉티브 쿠르트라지메의 일원으로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파리의 수많은 벽과 지붕을 남몰래 섭렵했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수단으로 JR이라는 닉네임을 쓰기 시작했다. 이는 장 르네(Jean René)라는 자신의 이름 이니셜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와 함께 자신의 정체를 감추는 도구가 되었다.
그러던 중 2001년 파리 RER 전철역에서 주운 작은 카메라는 그의 예술 세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과 친구들의 그라피티 작업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고, 이를 흑백으로 프린트해 포토콜라주와 그라피티를 결합한 게릴라 거리 전시를 파리 곳곳에서 펼쳐나갔다. 
뉴욕시티발레단

뉴욕시티발레단과의 협업으로 진행한 아트 시리즈 / New York City Ballet Art Series, the Eye of the New York City Ballet, Horizontal, New York, USA, 2014, Colour Photograph, Matte Plexiglass, Aluminium, Wood (face mounted) 180 x 250 cm | 70 7/8 x 98 7/16 inch, Edition of 3 © JR-ART.NET

많은 스트리트 아티스트가 그렇듯, 그의 초기 작업 역시 허락받지 않은 제도권 외의 예술이었다. 하지만 그 가치는 카메라 앞에 선 시민들이 먼저 알아보았다. 그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었고, 도시 곳곳에 퍼진 이 메시지는 시민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각기 다른 지역 사회 구성원 간 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이런 시민들의 큰 호응 덕에 처음에는 불법 부착물로 간주해 철거하던 시 행정부도 결국 공공 예술로 인정했고, 이제는 파리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휴머니즘 넘치는 작품이 지닌 메시지의 강력한 영향력을 감지한 제도권 미술관 역시 그의 자발적 컬래버레이터가 된 지금,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가 얘기하듯 어쩌면 그는 ‘이 시대의 가장 야심 찬 아티스트’일지도 모르겠다.
JR

JR (French, born 1983).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2018–19 (detail). © JR-ART.NET

JR의 작품 세계
JR 작품의 가장 큰 주제는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휴머니즘이다.
그를 세상에 알려준 ‘한 세대의 초상(Portrait of a Generation(2004~2006)’은 몽페르메유와 인근 클리시 수 부아(Clichy-sous-Bois)를 중심으로 한 2005년 파리 소요 사태 후 자신이 알고 지내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기획한 프로젝트다. 2004년 그가 대형 포토 콜라주를 작업한 아파트 빌딩 근처에서 경찰이 쫓던 동네 청소년 두 명이 감전사하면서 소요의 시발점이 된 이후 그의 작품은 전 세계 카메라를 통해 소개되며 눈길을 끌었다. 그 뒤 미디어에 폭력적 이방인으로만 비치는 이 동네 청소년의 얼굴과 연락처를 담은 초상을 파리 부유층 동네 곳곳에 붙여, 이들은 모두 폭력적인 이민계 청소년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시민의 일원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는데, 이 프로젝트가 파리 시민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그는 단숨에 주목받는 아티스트의 대열에 올라섰다.
JR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composition #5, USA, 2018, Print, glass, wood (framed behind glass) Framed: 62 x 44 x 6 cm. | 24 7/16 x 17 5/16 x 2 3/8 in.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JR-ART.NET

JR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composition #3, USA, 2018, Print, glass, wood (framed behind glass) Framed: 62 x 44 x 6 cm. | 24 7/16 x 17 5/16 x 2 3/8 in.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JR-ART.NET

뒤이어 JR은 대치 상황 속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찾아 양쪽 나라의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초상을 나란히 배치해 겉모습으로는 구분하기도 어려운 서로가 왜 이렇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이끌어낸 ‘페이스 투 페이스(Face 2 Face)’(2007)를 두 나라 여러 도시의 거리에 선보이며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초기 이 프로젝트를 현지 정부나 시의 허락 없이 진행해 무법의 아티스트로 불렸지만, 이 일련의 프로젝트가 지닌 파괴력을 높이 산 테드 TED 컨퍼런스는 그를 2011년 테드 프라이즈(TED Prize)의 수상자로 선정하며 그를 세계적 아티스트로 인정했다. TED는 이전까지 빌 클린턴, 보노 등 저명인사에게만 상을 시상해왔지만, JR이 주목하는 인도적 메시지에 높은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는 테드 프라이즈 수상 프로젝트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40여만 명 이상이 자신들의 사진을 업로드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2011~ 현재)을 현재 진행 중이다. 또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를 이용해 작업한 루브르의 JR(JR au Louvre, 2016, 2019),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스(The Chronicles of San Francisco, 2018), 뉴욕 크로니클스(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2019)를 비롯해 지금도 무허가 대형 포토 콜라주 프로젝트와 전시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JR

JR (French, born 1983).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2018–19. Details of participants. Inkjet print on vinyl. © JR-ART.NET

JR

브루클린의 도미노 파크에서 설치했던 뉴욕 클로니클 작품 /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JR, and Triangle STACK #2, LOT-EK at Domino Park, Brooklyn, New York © JR-ART.NET

JR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 Sketches, 2019, Perrotin New York.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JR-ART.NET

JR

JR: Chronicles, Brooklyn Museum. © Jonathan Dorado

JR과 뉴욕
곳곳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JR에게 뉴욕은 휴식처이자 작업장인 또 하나의 집이다. 뉴욕으로 건너간 지 이제 10여 년이 된 지금까지 미국은 그에게 다양한 프로젝트의 영감을 제공했다. 2017년 멕시코 아티스트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의 뮤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도시와 사람들을 담은 시리즈 프로젝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스, 뉴욕 크로니클스를 선보였다. 또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민자들(Migrants)’(2017), 미국의 총기 소지 통제 문제를 담은 프로젝트 ‘건 크로니클스: 어 스토리 오브 아메리카(The Gun Chronicles: A Story of America)’(2018) 등을 통해 미국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들여다보았다. 
뉴욕 크로니클스는 뉴요커 1,100여 명의 초상과 이야기를 담았는데, 그 결과물은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2019년 10월 시작한 JR의 대형 회고전 ‘JR: 크로니클스’의 메인 작품으로 뮤지엄 그랜드 홀에 첫선을 보였다. 이 역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스와 동일한 방식, 즉 간이 스튜디오를 탑재한 대형 트럭으로 뉴욕의 다섯 개 보로(Borough)를 돌며 지나가는 주민들을 세워 촬영해 완성한 작품이다. 촬영에 초대받은 주민들 스스로가 어떻게 보이기를 원하는지 캐릭터와 포즈를 직접 정하고 자신의 스토리를 녹음하며 작업했는데, 각 인물의 스토리가 더해져 커다란 사진 속 개인들의 삶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그 가운데에는 뉴요커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도 포함되어 있으니 마치 월도를 찾듯 드 니로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JR

뉴욕 타임스스퀘어 거리에서 진행했던 다양한 포트레이트 이미지 작업 / JR (French, born 1983). Inside Out, Times Square, New York City, 2013. Installation image. Wheat-pasted posters on buildings. © JR-ART.NET

올해 5월 3일까지 예정이던 전시는 코로나19로 지난 3월 중순 뉴욕이 록다운에 돌입한 이후 휴관에 들어갔는데, 브루클린 뮤지엄은 록다운이 끝나는 대로 연장 전시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전시를 보게 된다면 혹시 선글라스를 낀 30대 남성이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JR 본인 역시 자주 전시장을 찾아 방문객의 반응을 살피곤 한다니, 이 시대의 위대한 아티스트를 직접 만날 수 있을지 혹시 아는가? 더 운이 따른다면 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당신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행운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롯데뉴욕팰리스

뉴욕에서 머물 곳: 롯데뉴욕팰리스
롯데뉴욕팰리스는 19세기 말에 지은 금융가 헨리 빌라드의 맨션과 55층의 현대식 타워가 공존하는 호텔이다. 미국 드라마 <가십 걸>을 비롯해 여러 영화에 등장하며 뉴욕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총 909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15세기 이탈리아 대성당을 모티프로 한 아름다운 정원과 레스토랑 빌라드, 고급 살롱인 래리티스, 칵테일 바 트러블스 트러스트 등 레스토랑과 바를 갖추고 있다.

주소 455 Madison Avenue at 50th Street, New York
전화 +1-800-804-7035
홈페이지 www.lottenypalace.com
2020. 7 에디터:정재욱
글: 정재훈
자료제공: perrotin / The Brooklyn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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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7
  • 에디터: 정재욱
    글: 정재훈
  • 자료제공:
    perrotin / The Brooklyn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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