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옻칠화 그린 허명욱이 누구냐면
어떤 사람은 허명욱을 금속공예가로 알고 있을 거다. 어떤 사람은 사진가로 기억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 가나아트센터를 다녀왔다면 옻칠화 작가라고 말할 것이다. 맞다. 모두 허명욱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모든 건 허명욱이 하는 일
허명욱은 사진가, 금속공예가, 화가, 설치미술가, 어떤 수식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다. 정작 스스로는 ‘그냥 작업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광고 사진으로 이름을 알리던 허명욱은 낮에는 광고 사진을 찍고, 밤이면 개인 작업에 몰두했다. 그 사진이 그를 예술가의 삶에 들어서게 했다. 그리고 금속공예에 빠졌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금속공예를 공부했다.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 다음 바통을 이어간 것은 옻칠이다. 지금의 허명욱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옻칠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옻칠은 한국 전통 공예, 목공예나 금속공예의 마감 도료로 사용하던 것으로, 그에게 옻은 일종의 물감이다. 그동안 그가 다뤄온 금속판, 나무, 패브릭은 자연스럽게 캔버스가 됐다. 단색화처럼 보이는 그림들은 1년 내내 28~30℃의 온도와 70%의 습도를 유지한 실내에서 최소 6개월 동안 수십 번 반복해 옻칠한 작품이며, 동양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색들은 허명욱이 순간의 좋은 감정과 기운을 담아 만든 ‘그날의 색’이다. 허명욱은 색을 만들고 옻칠하며 자연스럽게 색과 시간, 좋은 기운을 작품에 담아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좋은 감정과 기운을 담아 만든 작품들이 보는 이에게도 같은 공명을 일으키길 바란다.

옻칠 페인팅 작업실에서 허명욱 작가
Q. 사진으로 시작해서 회화까지, 모든 작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건가요?
A. 맞아요. 너무 자연스러웠죠. 광고 사진을 하다가 무언가를 조금 더 해보고 싶어서 금속공예를 공부했어요. 각각은 하나의 작은 줄기에 불과해요. 결국 작가의 정서를 바탕으로 작업이 완성되잖아요. 저는 제 작업이 일곱 살 때의 감성에서 출발했다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어릴 때 제가 아톰을 수집하고 아톰에게서 받은 위로와 편안함 덕분에 아톰 작업이 나온 거예요. 결국 작업은 하나예요. 공예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오브제를 만들거나, 모두 저한테서 나온 것이기에 하나의 작업이죠. 제가 어린 시절부터 지니고 있던 감성과 모든 경험이 섞여 있어요.
Q. 스쳐가는 호기심일지라도 일단 한번 시도해본다는 말씀이죠?
A. 네, 그 감정이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어떤 작업이든 내 인생의 경험치가 축적돼서 나오는 거예요. 제가 작가 활동을 하며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일을 해봤다는 거예요. 저는 사진도 해보고, 사업도 해봤어요. 가출도 해보고, 자퇴서도 내봤고요. 하다못해 찹쌀떡 장사도 해봤죠. 다른 사람이 해보지 못한 경험들이 제 안에 쌓여 있고 그것들이 튀어나오는 거예요. 실패한 경험도 경험이고, 분명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죠.
A. 맞아요. 너무 자연스러웠죠. 광고 사진을 하다가 무언가를 조금 더 해보고 싶어서 금속공예를 공부했어요. 각각은 하나의 작은 줄기에 불과해요. 결국 작가의 정서를 바탕으로 작업이 완성되잖아요. 저는 제 작업이 일곱 살 때의 감성에서 출발했다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어릴 때 제가 아톰을 수집하고 아톰에게서 받은 위로와 편안함 덕분에 아톰 작업이 나온 거예요. 결국 작업은 하나예요. 공예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오브제를 만들거나, 모두 저한테서 나온 것이기에 하나의 작업이죠. 제가 어린 시절부터 지니고 있던 감성과 모든 경험이 섞여 있어요.
Q. 스쳐가는 호기심일지라도 일단 한번 시도해본다는 말씀이죠?
A. 네, 그 감정이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어떤 작업이든 내 인생의 경험치가 축적돼서 나오는 거예요. 제가 작가 활동을 하며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일을 해봤다는 거예요. 저는 사진도 해보고, 사업도 해봤어요. 가출도 해보고, 자퇴서도 내봤고요. 하다못해 찹쌀떡 장사도 해봤죠. 다른 사람이 해보지 못한 경험들이 제 안에 쌓여 있고 그것들이 튀어나오는 거예요. 실패한 경험도 경험이고, 분명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죠.

허명욱 작가의 작업실
Q. 옻이 다루기 쉬운 재료는 아니잖아요. 옻칠은 온도와 습도에 예민하고요. 그럼에도 페인팅의 도료로 옻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A. 제가 내고 싶은 색을 가장 잘 구현하는 게 옻이었어요. 색은 저의 기운이에요. 제가 색을 만드는 건 그 기운을 담는 거죠. 그날의 좋은 기운을 담아야 해요. 그래서 기분이 나쁘거나 기운이 없을 땐 색을 만들지 않아요. 대신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작업을 해요. 예를 들면 사포질이나 망치질을 하는 거죠. 다행히 제 작업 범위가 넓어 색을 만드는 것 말고도 할 일이 많아요.
A. 제가 내고 싶은 색을 가장 잘 구현하는 게 옻이었어요. 색은 저의 기운이에요. 제가 색을 만드는 건 그 기운을 담는 거죠. 그날의 좋은 기운을 담아야 해요. 그래서 기분이 나쁘거나 기운이 없을 땐 색을 만들지 않아요. 대신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작업을 해요. 예를 들면 사포질이나 망치질을 하는 거죠. 다행히 제 작업 범위가 넓어 색을 만드는 것 말고도 할 일이 많아요.


옻칠한 날짜가 적힌 색상 스틱들과 그의 작업 도구들
Q. 지금껏 만든 색 중 같은 색이 하나도 없다고요.
A. 순간의 감정에 따라 색을 만들기 때문에 똑같은 색이 나올 수 없어요. 덕분에 스틱 작업도 하게 됐죠. 색들을 기록하고 보관하기 위해 스틱을 만들었는데, 보관한 스틱을 정리하고 하나로 모으다 보니 스틱 작업이 시작된 거예요. 2017년 3월 5일, 4월 25일, 6월 15일… 스틱에 적힌 날짜가 옻칠한 날짜예요. 적어도 다섯 번 옻칠을 하고, 스틱 한 가닥이 나오는 데는 8일이 걸리죠. 600가닥의 스틱을 사용한 작품에는 4,800일이 투영된 거예요. 한 작품이 나오는 데 적어도 6개월, 1년 이상이 소요되는 셈이죠.
Q.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에요. 작가님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 또한 ‘시간’이잖아요. 자신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제가 작업하는 과정 자체가 시간이 쌓이는 거잖아요. 제가 시간을 쌓기 위해 작업을 하는 건 아니고요.(웃음) 저에게 시간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거예요. 나뭇가지에서 잎이 떨어졌다가 다시 새순이 나는 것처럼, 작가 허명욱에게 시간은 자연스러운 거죠. 제가 완성이라고 생각할 때까지 계속 옻칠을 하고, 그렇게 색이 쌓이고, 패브릭이 쌓이고, 스틱이 쌓였어요. 결국 완성하고 보니 시간이 쌓여 있는 거예요. 저의 경험, 그리고 제가 색에 담는 좋은 기운이 쌓인 거고요.
A. 순간의 감정에 따라 색을 만들기 때문에 똑같은 색이 나올 수 없어요. 덕분에 스틱 작업도 하게 됐죠. 색들을 기록하고 보관하기 위해 스틱을 만들었는데, 보관한 스틱을 정리하고 하나로 모으다 보니 스틱 작업이 시작된 거예요. 2017년 3월 5일, 4월 25일, 6월 15일… 스틱에 적힌 날짜가 옻칠한 날짜예요. 적어도 다섯 번 옻칠을 하고, 스틱 한 가닥이 나오는 데는 8일이 걸리죠. 600가닥의 스틱을 사용한 작품에는 4,800일이 투영된 거예요. 한 작품이 나오는 데 적어도 6개월, 1년 이상이 소요되는 셈이죠.
Q.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에요. 작가님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 또한 ‘시간’이잖아요. 자신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제가 작업하는 과정 자체가 시간이 쌓이는 거잖아요. 제가 시간을 쌓기 위해 작업을 하는 건 아니고요.(웃음) 저에게 시간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거예요. 나뭇가지에서 잎이 떨어졌다가 다시 새순이 나는 것처럼, 작가 허명욱에게 시간은 자연스러운 거죠. 제가 완성이라고 생각할 때까지 계속 옻칠을 하고, 그렇게 색이 쌓이고, 패브릭이 쌓이고, 스틱이 쌓였어요. 결국 완성하고 보니 시간이 쌓여 있는 거예요. 저의 경험, 그리고 제가 색에 담는 좋은 기운이 쌓인 거고요.

<칠하다> 전시장 전경, 가나아트센터 © 허명욱
Q. 시간이 하나의 물성으로 구현된 거네요. 최근 가나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전시 제목이 <칠하다>였어요.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건가요?
A. 네, 제가 지었어요. 3년 전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진행한 전시명도 <칠하다>였고요. 사전에서 ‘칠하다’를 찾아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의 말고도 어떤 행위를 계속 반복한다는 의미가 있어요. 저는 계속 반복해서 칠하고 쌓잖아요. 색을 쌓고 스틱을 쌓고, 쌓는다는 것도 ‘칠하다’의 범주에 들어가는 거죠. 1년, 2년, 4년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작업이 되는 거고요.
Q.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국 많은 사람이 작가님 작업의 주제로 ‘시간’을 말하고 작품에서 ‘시간의 축적’을 봐요. 그렇다면 처음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A. 저의 좋은 감정과 기운을 작품에 계속 투영하고자 했어요. 우리 선조들이 수묵화를 그릴 때 몸을 정갈히 하고 한 획, 한 획에 온 정신을 쏟았잖아요. 저도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드는 작업이지만, 결국 기운을 차곡차곡 담아 전달하는 거죠. 저는 동료 작가들에게도 작가로서의 책임감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사실은 모든 작가가 자신도 모르게 작품에 감정을 쌓고 있는 거니까요. 정말 행복하게 작업하면 그 행복함이 쌓이는 거예요. 그렇게 쌓인 감정은 보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요. 그러니 관람객을 위해, 작품을 소유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Q. 좋은 기운을 전달하고자 한 게 1순위였네요.
A. 가끔 아톰 작업을 집에 들이신 분들께 연락이 와요. “아톰이 저를 보고 웃어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현관에서 저를 반기는 유일한 게 아톰이에요. 너무 감사해요”라고 말이죠. 제가 어릴 때 느낀 감정이 그대로 전달된 거예요. 좋은 기운, 좋은 에너지를 많은 이와 나누는 것. 저는 이것이 예술이고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점점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웃음)
A. 네, 제가 지었어요. 3년 전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진행한 전시명도 <칠하다>였고요. 사전에서 ‘칠하다’를 찾아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의 말고도 어떤 행위를 계속 반복한다는 의미가 있어요. 저는 계속 반복해서 칠하고 쌓잖아요. 색을 쌓고 스틱을 쌓고, 쌓는다는 것도 ‘칠하다’의 범주에 들어가는 거죠. 1년, 2년, 4년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작업이 되는 거고요.
Q.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국 많은 사람이 작가님 작업의 주제로 ‘시간’을 말하고 작품에서 ‘시간의 축적’을 봐요. 그렇다면 처음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A. 저의 좋은 감정과 기운을 작품에 계속 투영하고자 했어요. 우리 선조들이 수묵화를 그릴 때 몸을 정갈히 하고 한 획, 한 획에 온 정신을 쏟았잖아요. 저도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드는 작업이지만, 결국 기운을 차곡차곡 담아 전달하는 거죠. 저는 동료 작가들에게도 작가로서의 책임감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사실은 모든 작가가 자신도 모르게 작품에 감정을 쌓고 있는 거니까요. 정말 행복하게 작업하면 그 행복함이 쌓이는 거예요. 그렇게 쌓인 감정은 보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요. 그러니 관람객을 위해, 작품을 소유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Q. 좋은 기운을 전달하고자 한 게 1순위였네요.
A. 가끔 아톰 작업을 집에 들이신 분들께 연락이 와요. “아톰이 저를 보고 웃어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현관에서 저를 반기는 유일한 게 아톰이에요. 너무 감사해요”라고 말이죠. 제가 어릴 때 느낀 감정이 그대로 전달된 거예요. 좋은 기운, 좋은 에너지를 많은 이와 나누는 것. 저는 이것이 예술이고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점점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웃음)


<칠하다> 전시장 전경, 가나아트센터 © 허명욱
일상이 된 작업
허명욱은 외골수다. 작업만 생각한다. “저는 작업이 다예요.” 천진난만한 얼굴로, 그러나 진지한 어조로 그가 말했다. 현재 허명욱은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용인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그를 만나기 전, 몇 번의 전화를 주고받으며 작업실에 방문하기 좋은 시간을 물었을 때, 그는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침부터 작업실에 있으니까 그냥 아무 때나 오세요.”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오후 2시, 용인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가나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그의 개인전 <칠하다>가 개막한 지 겨우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작업이 휴식이자 영감, 인생의 해답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 허명욱은 그날도 검은색 점프슈트를 입고 작업 중이었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지루하고 재미없다. 하지만 허명욱에게는 아니다. 고행처럼 보이는 시간조차 그가 가장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는 시간이다.



1 작업실 옆에 위치한 쇼룸
Q.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작업한다고요. 힘들지 않나요?
A. 제가 페인팅하는 작업실 가보셔서 아시겠지만, 숨이 턱 막힐 것 같죠. 매일 옻칠하고 말리고 하려면 1년 내내 작업실 온도를 25~30℃로 유지해야 하고, 습도는 70% 이상이 되어야 해요. 장마철 습한 날씨랑 매한가지라 하루 종일 작업하면 땀범벅이 되죠. 그 과정과 결과물이 주는 에너지가, 제가 하는 행위 자체가 즐거우니까 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못 해요. 즐거움은 저한테 좋은 기운을 주고, 그 좋은 기운으로 또 색을 만들면서 계속 반복되는 거죠.
Q. 한 가지 일에 쉽게 몰입하는 편인가요?
A. 제가 사실 성질이 되게 급한 사람이에요.(웃음)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성질이 급하면 안 되는 작업이에요. 시간을 쌓아야 하는 작업이니까요. 그럼에도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시간에 성질 급한 제가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거든요. 이 둘이 상호 보완이 되는 거죠. 그리고 작가는 계속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 작업 속에서 또 새로운 작업이 나오기도 하고요.
Q. 작업하는 허명욱을 빼고 허명욱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A. 허명욱은 그냥 작업이 다라고 생각하면 돼요. 매일매일 작업을 하고, 모든 해답은 제 작업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예를 들어, 사기를 당했을 때도 저는 이 작업을 통해 치유했어요. 모든 게 작업이에요. 죽기 직전까지 계속 작업할 것 같아요.
A. 제가 페인팅하는 작업실 가보셔서 아시겠지만, 숨이 턱 막힐 것 같죠. 매일 옻칠하고 말리고 하려면 1년 내내 작업실 온도를 25~30℃로 유지해야 하고, 습도는 70% 이상이 되어야 해요. 장마철 습한 날씨랑 매한가지라 하루 종일 작업하면 땀범벅이 되죠. 그 과정과 결과물이 주는 에너지가, 제가 하는 행위 자체가 즐거우니까 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못 해요. 즐거움은 저한테 좋은 기운을 주고, 그 좋은 기운으로 또 색을 만들면서 계속 반복되는 거죠.
Q. 한 가지 일에 쉽게 몰입하는 편인가요?
A. 제가 사실 성질이 되게 급한 사람이에요.(웃음)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성질이 급하면 안 되는 작업이에요. 시간을 쌓아야 하는 작업이니까요. 그럼에도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시간에 성질 급한 제가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거든요. 이 둘이 상호 보완이 되는 거죠. 그리고 작가는 계속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 작업 속에서 또 새로운 작업이 나오기도 하고요.
Q. 작업하는 허명욱을 빼고 허명욱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A. 허명욱은 그냥 작업이 다라고 생각하면 돼요. 매일매일 작업을 하고, 모든 해답은 제 작업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예를 들어, 사기를 당했을 때도 저는 이 작업을 통해 치유했어요. 모든 게 작업이에요. 죽기 직전까지 계속 작업할 것 같아요.
허명욱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 열린 문밖으로 보이는 계절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 허명욱
작업실, 허명욱의 우주
도시 외곽의 잘 만들어진 갤러리나 카페처럼 보이는 건물들. 허명욱은 두 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2 작업실과, 2 작업실에서 차로 3분 정도 이동해야 하는 1 작업실, 그리고 현재 공사 중인 3 작업실까지. 총 3개의 작업실을 두고 있다. 노란색, 초록색, 갈색, 주황색 등 옻칠이 된 그릇이 담긴 수납장부터 망치와 프레스 등의 공구가 정렬되어 있는 테이블. 그가 하는 작업하는 만큼 다양한 사물이 작업실의 공간을 채웠다. 이 외에도 작업실엔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인테리어와 완벽하게 조화로운 테이블, 의자, 스피커, 조명 스위치. 이 모든 것을 그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었다. 영원히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피터팬의 네버랜드처럼, 작업실은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하기 위해 탄생한 그의 완벽한 네버랜드다. 이곳에서 사진, 오브제, 아트퍼니처, 페인팅 등 모든 작업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는 그의 작업이 이루어진다.

나무로 둘러싸인 쇼룸 전경

가지런히 놓인 작업 도구들. 복잡함 속에도 규칙이 있다.
Q. 이 장소는 한 번에 발견했나요?
A. 한 번에 찾았어요. 처음 왔을 때는 그냥 폐허가 된 건물 하나가 있었는데, 주변 경치와 산세에 반했죠. 산세가 너무 높으면 위압감을 주고 너무 낮으면 재미가 없는데, 여기는 산등성이도 적당하고 참 예쁘더군요.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해주기도 하고요. 여기다 싶었죠. 그래서 팔지 않겠다고 하는 걸 6개월 기다려서 당시 시세의 3배를 주고 샀어요.
Q. 작업실마다 문도 많고 창문도 많아요.
A. 자연에 있는 작업실이면 자연을 느껴야죠. 1 작업실 문에는 문턱이 없어요. 자연이 작업실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경계를 없앴죠. 비가 오면 비가, 눈이 오면 눈이 작업실 안으로 들어와요. 창으로는 바람이 들어오고요. 이렇게 나무와 자연을 느낄 수 있어요.
A. 한 번에 찾았어요. 처음 왔을 때는 그냥 폐허가 된 건물 하나가 있었는데, 주변 경치와 산세에 반했죠. 산세가 너무 높으면 위압감을 주고 너무 낮으면 재미가 없는데, 여기는 산등성이도 적당하고 참 예쁘더군요.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해주기도 하고요. 여기다 싶었죠. 그래서 팔지 않겠다고 하는 걸 6개월 기다려서 당시 시세의 3배를 주고 샀어요.
Q. 작업실마다 문도 많고 창문도 많아요.
A. 자연에 있는 작업실이면 자연을 느껴야죠. 1 작업실 문에는 문턱이 없어요. 자연이 작업실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경계를 없앴죠. 비가 오면 비가, 눈이 오면 눈이 작업실 안으로 들어와요. 창으로는 바람이 들어오고요. 이렇게 나무와 자연을 느낄 수 있어요.



스위치부터 주전자와 컵, 테이블까지, 모두 허명욱 작가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Q. 1 작업실 옆에 있는 쇼룸에는 탐나는 테이블웨어가 많더라고요.
A. 테이블웨어가 나온 배경이 그곳에서 설명돼요. 처음에는 여기에 1 작업실 하나만 있었어요. 쇼룸은 갤러리나 서울에서 온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었죠. 그래서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커피와 디저트를 내드려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어요. 주전자가 마음에 안 들어요. 제가 금속공예를 했잖아요. 직접 만들었죠. 그렇게 만들다 보니 가짓수가 늘어났어요. 더 큰 테이블이 필요했고, 그릇이 많아지니 그릇장이 있어야겠더라고요. 그렇게 작업이 확장된 거예요. 판매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 제가 쓰려고요. 그런데 이걸 본 한 갤러리에서 전시를 제안해서 판매하기 시작한 거죠.
A. 테이블웨어가 나온 배경이 그곳에서 설명돼요. 처음에는 여기에 1 작업실 하나만 있었어요. 쇼룸은 갤러리나 서울에서 온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었죠. 그래서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커피와 디저트를 내드려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어요. 주전자가 마음에 안 들어요. 제가 금속공예를 했잖아요. 직접 만들었죠. 그렇게 만들다 보니 가짓수가 늘어났어요. 더 큰 테이블이 필요했고, 그릇이 많아지니 그릇장이 있어야겠더라고요. 그렇게 작업이 확장된 거예요. 판매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 제가 쓰려고요. 그런데 이걸 본 한 갤러리에서 전시를 제안해서 판매하기 시작한 거죠.

2 작업실 2층의 다이닝 공간
Q. 2 작업실 2층에 다이닝 공간을 만든 이유도 있을까요?
A. 그곳은 저희 스태프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페인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하지만, 테이블웨어 같은 작업은 스태프들이 밑작업을 도와줘야 해요. 망치질하는 친구도 있고, 땜하는 친구도 있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제 색, 제 기운을 얹고 작업을 끝내는 거예요. 저는 사람을 뽑을 때 사람됨을 봐요. 테크닉은 저희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다 해결돼요. 그렇게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놨거든요. 그런데 예를 들어 테크닉은 너무 좋은데 인성이 안 된 사람이 들어왔어요. 그러면 그 친구의 안 좋은 기분과 감정이 사물에, 작품에 붙는 거예요. 치명적이죠.
그래서 여기가 필요해요. 커피 머신을 두고 맛있는 원두와 디저트를 가져다 놓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요. 그리고 이곳에서 일주일에 몇 번씩 오전 조회를 해요. “오늘 할 일은 뭐고, 너는 무슨 일을 하고....” 이게 조회 같죠? 아니에요. 각자 즐거웠던 일, 재미있었던 얘기를 하는 게 조회예요.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어때요? 신나죠. 신난 게 얼굴에 나타나죠? 그럼 말해요. “작업하자!” 그 기분으로, 그 감정으로 작업하는 거예요.
A. 그곳은 저희 스태프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페인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하지만, 테이블웨어 같은 작업은 스태프들이 밑작업을 도와줘야 해요. 망치질하는 친구도 있고, 땜하는 친구도 있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제 색, 제 기운을 얹고 작업을 끝내는 거예요. 저는 사람을 뽑을 때 사람됨을 봐요. 테크닉은 저희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다 해결돼요. 그렇게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놨거든요. 그런데 예를 들어 테크닉은 너무 좋은데 인성이 안 된 사람이 들어왔어요. 그러면 그 친구의 안 좋은 기분과 감정이 사물에, 작품에 붙는 거예요. 치명적이죠.
그래서 여기가 필요해요. 커피 머신을 두고 맛있는 원두와 디저트를 가져다 놓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요. 그리고 이곳에서 일주일에 몇 번씩 오전 조회를 해요. “오늘 할 일은 뭐고, 너는 무슨 일을 하고....” 이게 조회 같죠? 아니에요. 각자 즐거웠던 일, 재미있었던 얘기를 하는 게 조회예요.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어때요? 신나죠. 신난 게 얼굴에 나타나죠? 그럼 말해요. “작업하자!” 그 기분으로, 그 감정으로 작업하는 거예요.


언제나 햇빛으로 가득한 그의 작업실
Q. 한남동에 카페 ‘한남작업실’을 만든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A. 사람들이 제가 작업실에서 커피를 내리고 디저트를 내주는 것을 너무 경험하고 싶어 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가 많이 왔어요. “선생님 작업실이 어디인가요? 찾아봬도 될까요?” 갤러리 VIP 투어로 작업실에 오신 분들이 사진을 찍어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여기가 많이 노출됐거든요. 그러니까 작가의 작업실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고 싶어 하는 분들이 저한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거죠. 그분들을 개인적으로 부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한남작업실이 나온 거예요. 마침 여기 2 작업실을 설계한 이성란 소장님이 좋은 제안을 주셔서 진행할 수 있었고요.
Q. 그래서 이름도 작업실이군요.
A. 네, 초기에는 제가 거기에서 작업도 했어요. 사실 한남작업실은 수익이 남는 일은 아니에요. 이성란 소장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한남작업실을 운영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많은 사람에게 이 여유와 즐거움을 주고 싶다. 작품을 직접 사지 않더라도 커피 한 잔 가격으로 그 작품의 경험은 살 수 있어요.
A. 사람들이 제가 작업실에서 커피를 내리고 디저트를 내주는 것을 너무 경험하고 싶어 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가 많이 왔어요. “선생님 작업실이 어디인가요? 찾아봬도 될까요?” 갤러리 VIP 투어로 작업실에 오신 분들이 사진을 찍어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여기가 많이 노출됐거든요. 그러니까 작가의 작업실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고 싶어 하는 분들이 저한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거죠. 그분들을 개인적으로 부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한남작업실이 나온 거예요. 마침 여기 2 작업실을 설계한 이성란 소장님이 좋은 제안을 주셔서 진행할 수 있었고요.
Q. 그래서 이름도 작업실이군요.
A. 네, 초기에는 제가 거기에서 작업도 했어요. 사실 한남작업실은 수익이 남는 일은 아니에요. 이성란 소장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한남작업실을 운영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많은 사람에게 이 여유와 즐거움을 주고 싶다. 작품을 직접 사지 않더라도 커피 한 잔 가격으로 그 작품의 경험은 살 수 있어요.

아톰 가면을 쓰고 있는 어린아이 피규어. 어린아이의 모델은 허명욱 작가 본인이다.
Q. 지금 세 번째 작업실이 공사 중인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작업실은 어떤 모습인가요?
A. 쇼룸 2층 테이블에 책이 하나 놓여 있었죠? 그 안에 도널드 주드의 작업실 풍경이 있어요. 제가 그 책을 펼쳐놓은 지 굉장히 오래됐는데, 그게 제가 원했던 작업실이에요. 이런 작업실에서 작업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떤 분이 새로 짓는 작업실이 도널드 주드의 작업실보다 더 멋질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더군요. 제 꿈이 이루어진 거예요.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그게 성취감으로 이어져요. 막연하게 대중을 위해 내가 작가로서 해야 할 일이 뭘까 고민할 때, 관객들에게서 오는 반응도 그렇고요. 이것들이 저에게 답을 주고 있어요. 그러면서 계속 나아가는 거예요.
A. 쇼룸 2층 테이블에 책이 하나 놓여 있었죠? 그 안에 도널드 주드의 작업실 풍경이 있어요. 제가 그 책을 펼쳐놓은 지 굉장히 오래됐는데, 그게 제가 원했던 작업실이에요. 이런 작업실에서 작업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떤 분이 새로 짓는 작업실이 도널드 주드의 작업실보다 더 멋질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더군요. 제 꿈이 이루어진 거예요.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그게 성취감으로 이어져요. 막연하게 대중을 위해 내가 작가로서 해야 할 일이 뭘까 고민할 때, 관객들에게서 오는 반응도 그렇고요. 이것들이 저에게 답을 주고 있어요. 그러면서 계속 나아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