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사진가
우리는 어떻게 여행하지 않고 도시의 건축을 감상할까? 간단하다. 구글 검색창에 보고 싶은 건물의 이름만 적어 넣는다면, 설령 지구 반대편에 있더라도 우리의 시선은 그 도시의 건축에 가 닿을 수 있다. 바로 사진을 통해서다. 김용관은 건물을 찍는 건축사진가다. 리움 미술관, 지금은 철거된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시 신청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수풍석 박물관 등. 그가 건축 사진을 찍기 시작한 1990년부터 짧은 회전 주기에 따라 건설과 철거가 반복되는 변화무쌍한 도시 서울, 그리고 한국의 유명한 건축물 대다수가 그의 사진으로 남겨졌다.
1990년 초여름께 어느 날, 20대 초반의 청년 김용관은 서울역에서 대전행 첫 기차를 탔다. 그의 손에는 어제 작동법을 배운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너 사진 한번 해볼래?” 성실하고 차분한 그의 근무 태도를 눈여겨본 직장 사수의 물음에 “네!”라고 대답한 지 6개월 정도 흘렀을 때다. 그는 건축 월간지 <건축과 환경>의 편집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만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6개월 동안 가방만 들고 쫓아다녔을 거예요. 사수가 사진을 찍을 때는 아무 말 없이 옆을 지키고 서서 움직임과 행동을 봤죠.” 다음 날 긴장된 마음으로 들고 간 그의 사진을 본 사수는 이렇게 말했다. “너 천잰가 보다. 잘 찍었다.” 그렇게 그의 첫 건축 사진은 그달 <건축과 환경> 지면 10페이지에 걸쳐 실렸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표지를 장식했고, 그 다음 달에는 잡지 한 권이 그의 사진으로 채워졌다.
김용관은 앞으로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계속 건축 사진을 찍는 것. <건축과 환경>의 사진 기자를 거쳐 2004년부터 2011년까지 건축 월간지 <공간>의 전속 사진가로 활동했다. 로댕갤러리(현 우정아트센터) 사진으로는 한국인 최초 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상도 받았다. 30여 년간 건축사진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현재는 건축 전문 출판사 아키라이프를 운영하며 건축 전문 잡지 <다큐멘텀>을 발행한다. 건축사진가 김용관을 가구 디자이너들의 의자와 조명, 각종 장르를 망라한 LP 등 그의 취향으로 가득한 아키라이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리고 스스로는 상업사진이라고 말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예술적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사진 세계와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 그리고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서울의 풍경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김용관은 앞으로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계속 건축 사진을 찍는 것. <건축과 환경>의 사진 기자를 거쳐 2004년부터 2011년까지 건축 월간지 <공간>의 전속 사진가로 활동했다. 로댕갤러리(현 우정아트센터) 사진으로는 한국인 최초 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상도 받았다. 30여 년간 건축사진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현재는 건축 전문 출판사 아키라이프를 운영하며 건축 전문 잡지 <다큐멘텀>을 발행한다. 건축사진가 김용관을 가구 디자이너들의 의자와 조명, 각종 장르를 망라한 LP 등 그의 취향으로 가득한 아키라이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리고 스스로는 상업사진이라고 말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예술적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사진 세계와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 그리고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서울의 풍경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흐린 날 촬영한 서울시 신청사 © 김용관

비 오는 날의 안양 알바로 시자홀 © 김용관

안개 낀 아름드리 미디어 © 김용관
Q. 두 번째 촬영 만에 표지를 찍고 그 다음부터 <건축과 환경>의 사진을 다 책임졌다고요.
A. 운이 좋았어요.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니 내심 기뻤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었죠. 현장을 여러 번 갔어요. 다른 분들이 하루 가면 난 이틀 가야지, 이틀 가면 3일 가야지 그랬죠.(웃음) 뻔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한 번도 한눈팔지 않고 그냥 한길로 쭉 걸어온 거예요.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경험도 쌓이고 실력도 늘고,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알려지기도 하고요.
Q. 칭찬이 원동력이 됐네요. 칭찬 다음에는 무엇이 건축 사진에 열정을 품게 했나요?
A. 프리랜스 사진가에게는 이름 석 자가 브랜드죠. 요즘이야 다들 브랜딩과 마케팅의 시대라고 하는데, 1990년대 후반에 저도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 업계에서 일하며 먹고살려면 그만큼 나 스스로 가치가 있어야겠다고. 그래야 그만큼의 값을 받을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고, 그게 또 좋은 작업을 할 기회로 이어지니까요. “이 사진은 김용관이다”, “김용관스럽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기보다는, 그런 이야기를 당연히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가치라고 생각했죠.
Q. ‘김용관스럽다’ 하면 떠오르는 사진들이 있죠. 비 오는 안양 알바로 시자홀이나 흐린 날 서울시 신청사, 안개 낀 아름드리 미디어. 약간은 어슴푸레하고 건물 주변의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요. 어떤 과정과 경험이 이런 김용관의 색깔을 만들게 했는지 궁금해요.
A. 처음 사진을 배울 땐 교과서적으로 배웠어요. 파란 하늘에 해가 움직이는 방향에 맞춰서 건물을 찍는 거예요. 나침반까지 가지고 다녔죠. 그러다 보니 건축 잡지에 실리는 사진들이 전반적으로 비슷비슷했어요. 어릴 때는 그런 걸 모르고 열심히 일했는데, 프리랜서로 독립하고 나서 나만의 색깔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개인적으로 깨끗하면서도 약간 구름 낀 날씨를 좋아하는데요, 그런 장면에 건물이 있는데 너무 서정적인 느낌인 거예요. ‘그래, 건물도 표정이 있는데 왜 대낮의 파란 하늘일 때만 찍어야 할까?’ 일부러 그런 시간대를 찾아서 여러 번 찍어보고,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했죠. 그러면서도 건축적인 장점들은 드러내려 했고요.
A. 운이 좋았어요.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니 내심 기뻤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었죠. 현장을 여러 번 갔어요. 다른 분들이 하루 가면 난 이틀 가야지, 이틀 가면 3일 가야지 그랬죠.(웃음) 뻔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한 번도 한눈팔지 않고 그냥 한길로 쭉 걸어온 거예요.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경험도 쌓이고 실력도 늘고,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알려지기도 하고요.
Q. 칭찬이 원동력이 됐네요. 칭찬 다음에는 무엇이 건축 사진에 열정을 품게 했나요?
A. 프리랜스 사진가에게는 이름 석 자가 브랜드죠. 요즘이야 다들 브랜딩과 마케팅의 시대라고 하는데, 1990년대 후반에 저도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 업계에서 일하며 먹고살려면 그만큼 나 스스로 가치가 있어야겠다고. 그래야 그만큼의 값을 받을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고, 그게 또 좋은 작업을 할 기회로 이어지니까요. “이 사진은 김용관이다”, “김용관스럽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기보다는, 그런 이야기를 당연히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가치라고 생각했죠.
Q. ‘김용관스럽다’ 하면 떠오르는 사진들이 있죠. 비 오는 안양 알바로 시자홀이나 흐린 날 서울시 신청사, 안개 낀 아름드리 미디어. 약간은 어슴푸레하고 건물 주변의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요. 어떤 과정과 경험이 이런 김용관의 색깔을 만들게 했는지 궁금해요.
A. 처음 사진을 배울 땐 교과서적으로 배웠어요. 파란 하늘에 해가 움직이는 방향에 맞춰서 건물을 찍는 거예요. 나침반까지 가지고 다녔죠. 그러다 보니 건축 잡지에 실리는 사진들이 전반적으로 비슷비슷했어요. 어릴 때는 그런 걸 모르고 열심히 일했는데, 프리랜서로 독립하고 나서 나만의 색깔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개인적으로 깨끗하면서도 약간 구름 낀 날씨를 좋아하는데요, 그런 장면에 건물이 있는데 너무 서정적인 느낌인 거예요. ‘그래, 건물도 표정이 있는데 왜 대낮의 파란 하늘일 때만 찍어야 할까?’ 일부러 그런 시간대를 찾아서 여러 번 찍어보고,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했죠. 그러면서도 건축적인 장점들은 드러내려 했고요.

건축사진가 김용관

그가 좋아하는 의자와 조명, 음반, 책으로 가득한 아키라이프 사무실
Q. “철저하게 재해석하는 건축 사진을 추구하는 사진가”라고 표현한 기사도 보았어요.
A. 저는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많은 사람이 작가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는데, 제가 전시를 하고 어떤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진작가는 아니죠. 상업사진가예요. 하지만 내 의지대로, 내 색깔을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은 있어요.
Q. 건축가나 클라이언트의 반응은 어떤가요?
A. 그분들은 제 감각과 경험, 색깔을 사고 싶어서 저한테 비용을 지불하고 사진을 찍는 거잖아요. 저하고 일하는 분들만큼은 김용관하고 사진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거죠. 실제로 아무나 저한테 못 맡기고요. 의지가 있어야 하죠. 제가 남들보다 비싸기도 하고, 까다롭기도 하거든요.(웃음) “이렇게 찍어주세요, 저렇게 찍어주세요” 하는 말에 한 번도 타협해본 적이 없어요. 자신감을 떠나서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프로’니까 돈값을 하기 위해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함부로 많이 찍지 않고, 오랫동안 지켜본 뒤 신중하게 찍고,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되면 세상에 내놓죠.
Q. 일반 사진과 건축 사진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가끔 건축 사진과 관련한 특강을 하면 처음 이렇게 설명해요. 3차원 건축물을 2차원의 평면으로 옮기는 작업이라고. 한편으로 건축사진가는 전달자이기도 하죠. 어떤 건축물을 대중에게 처음 전달하고 경험하게 하는 역할도 하잖아요. 건축 사진은 분명한 목적이 있는 사진이고, 거기엔 김용관이라는 사람의 색깔도 들어 있어야 해요. 그래서 현장에 여러 번 가는 거기도 해요. 사진을 통해 건물을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일단 제가 이용자 입장이 돼서 경험해야 하죠. 그다음 전문가 입장에서 이를 사진으로 구성해야 하고요. 또 건축 사진은 건축가의 작업을 기록하기 위한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크리에이티브한 창작자의 작업을 또 다른 사람의 감성으로 정리하는 일이기도 한 거죠.
A. 저는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많은 사람이 작가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는데, 제가 전시를 하고 어떤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진작가는 아니죠. 상업사진가예요. 하지만 내 의지대로, 내 색깔을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은 있어요.
Q. 건축가나 클라이언트의 반응은 어떤가요?
A. 그분들은 제 감각과 경험, 색깔을 사고 싶어서 저한테 비용을 지불하고 사진을 찍는 거잖아요. 저하고 일하는 분들만큼은 김용관하고 사진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거죠. 실제로 아무나 저한테 못 맡기고요. 의지가 있어야 하죠. 제가 남들보다 비싸기도 하고, 까다롭기도 하거든요.(웃음) “이렇게 찍어주세요, 저렇게 찍어주세요” 하는 말에 한 번도 타협해본 적이 없어요. 자신감을 떠나서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프로’니까 돈값을 하기 위해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함부로 많이 찍지 않고, 오랫동안 지켜본 뒤 신중하게 찍고,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되면 세상에 내놓죠.
Q. 일반 사진과 건축 사진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가끔 건축 사진과 관련한 특강을 하면 처음 이렇게 설명해요. 3차원 건축물을 2차원의 평면으로 옮기는 작업이라고. 한편으로 건축사진가는 전달자이기도 하죠. 어떤 건축물을 대중에게 처음 전달하고 경험하게 하는 역할도 하잖아요. 건축 사진은 분명한 목적이 있는 사진이고, 거기엔 김용관이라는 사람의 색깔도 들어 있어야 해요. 그래서 현장에 여러 번 가는 거기도 해요. 사진을 통해 건물을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일단 제가 이용자 입장이 돼서 경험해야 하죠. 그다음 전문가 입장에서 이를 사진으로 구성해야 하고요. 또 건축 사진은 건축가의 작업을 기록하기 위한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크리에이티브한 창작자의 작업을 또 다른 사람의 감성으로 정리하는 일이기도 한 거죠.

건축 전문 잡지 <다큐멘텀>. 현재 6호까지 발행됐다.

아키라이프에서 처음 출판한 책, 덴마크 건축 회사 BIG의 작품집.
Q. 보통 하나의 건물을 촬영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A. 건축주의 상황, 일정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건물에 최소 3~4일 이상 써요. 날씨가 안 좋으면 그냥 올 때도 있는데, 누가 시켜서 그런 건 아니고 제가 사진을 내놓을 만할 때를 보여주기 위해서죠. 그게 제가 지금껏 배우고 학습한 결과이고, 그런 태도가 결국 저를 만든 것이기도 하잖아요.
Q. 한 창작자의 작업을 기록한다는 데에서 오는 사명감 같은 것도 있나요?
A. 어릴 때는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단순히 먹고살려고 내 일을 열심히 했던 건데, 오랫동안 이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건축 사진은 저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고 기록이지만, 어떤 한 창작자의 인생 기록이기도 한 거예요. 저와 20년 이상 작업하는 건축가들도 있어요. 한편으로는 제가 그들의 인생을 기록하고 있던 거죠. 또 조금 더 넓게 보면 건축은 도시에 그리고 문화에 포함되어 있잖아요. 어떤 한 사람의 역사, 한 시대의 기록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더 사진을 함부로 찍으면 안 되겠다 싶어요.
A. 건축주의 상황, 일정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건물에 최소 3~4일 이상 써요. 날씨가 안 좋으면 그냥 올 때도 있는데, 누가 시켜서 그런 건 아니고 제가 사진을 내놓을 만할 때를 보여주기 위해서죠. 그게 제가 지금껏 배우고 학습한 결과이고, 그런 태도가 결국 저를 만든 것이기도 하잖아요.
Q. 한 창작자의 작업을 기록한다는 데에서 오는 사명감 같은 것도 있나요?
A. 어릴 때는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단순히 먹고살려고 내 일을 열심히 했던 건데, 오랫동안 이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건축 사진은 저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고 기록이지만, 어떤 한 창작자의 인생 기록이기도 한 거예요. 저와 20년 이상 작업하는 건축가들도 있어요. 한편으로는 제가 그들의 인생을 기록하고 있던 거죠. 또 조금 더 넓게 보면 건축은 도시에 그리고 문화에 포함되어 있잖아요. 어떤 한 사람의 역사, 한 시대의 기록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더 사진을 함부로 찍으면 안 되겠다 싶어요.

이타미 준이 설계한 석 미술관 © 김용관

이타미 준이 설계한 풍 미술관 © 김용관

이타미 준이 설계한 수 미술관 © 김용관
Q. 김용관 스타일을 대표하는 사진은 많지만 많은 이가 그러하듯 저 또한 건축가 이타미 준의 수풍석 미술관 사진이 오래 마음에 남아요. 억새와 바람을 품은 수 미술관 사진은 자신의 사진 인생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사진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죠. 제주의 날씨 뉴스를 보고 눈 쌓인 석 미술관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무작정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에피소드도 드라마틱하고요.
A. 사실 수풍석 미술관 사진은 여름에 다 찍었어요. 그런데 제주에 눈이 저렇게 많이 온다는데 눈이 쌓였을 때 석 미술관의 모습에 굉장한 힘이 있겠다, 막연히 생각만 하고 그 장면을 찾아간 거죠. 수 미술관은 원래 그렇게 억새가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다른 일 때문에 제주에 갔다가 근처를 지나가는데, 건물을 방치해서 풀이 무성한 거예요.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하고 투덜거리며 지나가다 무심코 다시 봤는데, 억새가 바람에 휘날리는 게 너무 멋있는 거죠. 그제야 건물이 보이더군요. 수 미술관 사진을 보면 건물은 사진에서 10%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요. 게다가 역광이고요. 급하게 해를 가리고 내가 본 장면을 그대로 찍어야겠다 생각하고 미친 듯이 카메라를 세워 찍은 거예요. 그런데 그런 사진이 나올 줄은 몰랐죠.
Q. 건축가 이타미 준과는 어떻게 작업하게 된 건가요?
A. 제가 <공간>의 전속 사진가로 있을 때 이타미 선생님 특집을 취재하게 됐어요. 그런데 제약이 조금 많았어요. 예를 들면 사진은 무조건 자기 사진가와 작업해야 한다. 말하자면 자신이 사진을 제공하겠다는 거죠. 이타미 선생님이 한국 사진가하고 사진 작업을 안 했어요. 오랫동안 함께한 일본의 사진가가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도 제 색깔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공간>은 제 색깔이 중요한 잡지였고, 기자가 열심히 설득했죠. 그 후에 이타미 선생님이 사진 찍기 전 저와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건 제가 거절했어요. 그냥 온전히 제 감성을 경험하시라고요. 사실 제가 옛날에는 사진 찍기 전 건축가들을 안 만났어요. 다른 영향을 받는 게 싫었거든요.
Q. 사진을 보고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해요.
A. 잡지가 나오고 나서 깜짝 놀라셨대요. 자신이 아무런 설명도 안 했는데 어떻게 이런 장면을 찍었냐, 한국에도 이런 사진가가 있었냐 하고요. 거기에 굉장히 인상적인 사진이 몇 장 있었는데, 건축가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제가 애써서 만든 장면이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한국의 프로젝트를 저한테 부탁하셨죠. 그렇게 수풍석 미술관도 찍게 된 거고요.
Q. 특별히 애착을 갖는 사진이 더 있나요?
A. 이타미 준 선생님 작업. 그리고 최근에는, 어쨌든 저는 상업사진가니까 사진으로도 좋은 일이 많이 있었던 남해 사우스케이프 사진이나 울릉도 코스모스 사진이 떠오르네요.
A. 사실 수풍석 미술관 사진은 여름에 다 찍었어요. 그런데 제주에 눈이 저렇게 많이 온다는데 눈이 쌓였을 때 석 미술관의 모습에 굉장한 힘이 있겠다, 막연히 생각만 하고 그 장면을 찾아간 거죠. 수 미술관은 원래 그렇게 억새가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다른 일 때문에 제주에 갔다가 근처를 지나가는데, 건물을 방치해서 풀이 무성한 거예요.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하고 투덜거리며 지나가다 무심코 다시 봤는데, 억새가 바람에 휘날리는 게 너무 멋있는 거죠. 그제야 건물이 보이더군요. 수 미술관 사진을 보면 건물은 사진에서 10%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요. 게다가 역광이고요. 급하게 해를 가리고 내가 본 장면을 그대로 찍어야겠다 생각하고 미친 듯이 카메라를 세워 찍은 거예요. 그런데 그런 사진이 나올 줄은 몰랐죠.
Q. 건축가 이타미 준과는 어떻게 작업하게 된 건가요?
A. 제가 <공간>의 전속 사진가로 있을 때 이타미 선생님 특집을 취재하게 됐어요. 그런데 제약이 조금 많았어요. 예를 들면 사진은 무조건 자기 사진가와 작업해야 한다. 말하자면 자신이 사진을 제공하겠다는 거죠. 이타미 선생님이 한국 사진가하고 사진 작업을 안 했어요. 오랫동안 함께한 일본의 사진가가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도 제 색깔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공간>은 제 색깔이 중요한 잡지였고, 기자가 열심히 설득했죠. 그 후에 이타미 선생님이 사진 찍기 전 저와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건 제가 거절했어요. 그냥 온전히 제 감성을 경험하시라고요. 사실 제가 옛날에는 사진 찍기 전 건축가들을 안 만났어요. 다른 영향을 받는 게 싫었거든요.
Q. 사진을 보고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해요.
A. 잡지가 나오고 나서 깜짝 놀라셨대요. 자신이 아무런 설명도 안 했는데 어떻게 이런 장면을 찍었냐, 한국에도 이런 사진가가 있었냐 하고요. 거기에 굉장히 인상적인 사진이 몇 장 있었는데, 건축가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제가 애써서 만든 장면이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한국의 프로젝트를 저한테 부탁하셨죠. 그렇게 수풍석 미술관도 찍게 된 거고요.
Q. 특별히 애착을 갖는 사진이 더 있나요?
A. 이타미 준 선생님 작업. 그리고 최근에는, 어쨌든 저는 상업사진가니까 사진으로도 좋은 일이 많이 있었던 남해 사우스케이프 사진이나 울릉도 코스모스 사진이 떠오르네요.

1995년에 세운 밀알학교 © 김용관

공간사옥. 1970년대에 지은 구사옥부터 1990년대의 신사옥, 2002년에 들어선 한옥에 이르기까지 이 사진 한 장에 모두 담겼다. © 김용관
Q. 1990년대부터 활동했어요. 한국 건축의 흐름이 보이기도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보이긴 하지만 그것을 정의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학자는 아니니까요. 대신 ‘좋은 건축’이 뭘까 고민할 때 전달자 입장에서 제 관점을 이야기할 순 있어요. 저는 많은 사람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 아닐까 해요.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건축의 중요성도 알게 되니까요. 그래서 공공 건축이 중요하고, 그 힘으로 민간 건축도 더 발전할 수 있는 거겠죠.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민간 건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고요. 좋은 건축과 훌륭한 건축은 또 다른 이야기죠. 건물의 설계나 완성도, 주변 환경이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건축물이라면 좋은 건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훌륭한 건축은 맞지만요.
Q. 여행자에게 한국의 좋은 건축물을 추천한다면요?
A. 그런 질문 많이 받아요. 그런데 그렇게 많은 건물을 경험했는데도 답변은 거의 달라지지 않네요. 열려 있는 건물 중에서는 리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창덕궁, 종묘, 그리고 건축물이라고 보긴 애매하지만 선유도공원도 좋아해요. 선유도공원은 옛 정수장을 공원으로 만든 거죠. 손을 대긴 했지만, 건축가가 스스로를 드러내려고 애쓰지 않은 곳인 것 같아요. 야생적이죠. 그래서 자연스럽고 또 다른 편안함이 있어요.
A. 보이긴 하지만 그것을 정의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학자는 아니니까요. 대신 ‘좋은 건축’이 뭘까 고민할 때 전달자 입장에서 제 관점을 이야기할 순 있어요. 저는 많은 사람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 아닐까 해요.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건축의 중요성도 알게 되니까요. 그래서 공공 건축이 중요하고, 그 힘으로 민간 건축도 더 발전할 수 있는 거겠죠.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민간 건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고요. 좋은 건축과 훌륭한 건축은 또 다른 이야기죠. 건물의 설계나 완성도, 주변 환경이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건축물이라면 좋은 건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훌륭한 건축은 맞지만요.
Q. 여행자에게 한국의 좋은 건축물을 추천한다면요?
A. 그런 질문 많이 받아요. 그런데 그렇게 많은 건물을 경험했는데도 답변은 거의 달라지지 않네요. 열려 있는 건물 중에서는 리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창덕궁, 종묘, 그리고 건축물이라고 보긴 애매하지만 선유도공원도 좋아해요. 선유도공원은 옛 정수장을 공원으로 만든 거죠. 손을 대긴 했지만, 건축가가 스스로를 드러내려고 애쓰지 않은 곳인 것 같아요. 야생적이죠. 그래서 자연스럽고 또 다른 편안함이 있어요.

리움 미술관 © 김용관

김용관이 이전 사무실 건물에서 촬영한 눈 내린 창덕궁 © 김용관
Q. 리움 미술관은 직접 건축 사진을 찍기도 했고, 그 작업이 리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기도 해요.
A. 호불호가 있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에요. 세계적인 건축가가 참여하기도 했고(리움은 세 동의 건물을 각각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했다), 그 안에 담긴 콘텐츠도 대단하고요. 그리고 입장료만 내면 그 공간과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잖아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근래 한국 건축에서 주목할 만한, 추천할 만한 건축을 물을 때도 많이 이야기해요. 대한민국에서 장소성으로는 최고의 건축물이죠. 서울의 밀도로 봤을 때, 앞으로 몇십 년 동안은 사대문 안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나오기 힘들 거예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가 있는 동네의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장소성의 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예술이라는 콘텐츠가 그곳을 더욱더 빛나게 하죠.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내부 공간을 경험할 수 있고, 마당에서 놀 수도 있고요.
Q. 많은 고궁 중에서 특별히 창덕궁을 추천한 이유도 있을까요?
A. 개인적으로 창덕궁을 좋아해요. 이전 사무실이 창덕궁 맞은편 건물에 있었는데, 습관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창덕궁으로 산책도 많이 갔어요. 후원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정원도 있지만, 창덕궁은 그냥 다 예쁘고 편안해요. 종묘는 정전의 한 방이 있죠. 정전을 마주 볼 때,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해요.
A. 호불호가 있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에요. 세계적인 건축가가 참여하기도 했고(리움은 세 동의 건물을 각각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했다), 그 안에 담긴 콘텐츠도 대단하고요. 그리고 입장료만 내면 그 공간과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잖아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근래 한국 건축에서 주목할 만한, 추천할 만한 건축을 물을 때도 많이 이야기해요. 대한민국에서 장소성으로는 최고의 건축물이죠. 서울의 밀도로 봤을 때, 앞으로 몇십 년 동안은 사대문 안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나오기 힘들 거예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가 있는 동네의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장소성의 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예술이라는 콘텐츠가 그곳을 더욱더 빛나게 하죠.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내부 공간을 경험할 수 있고, 마당에서 놀 수도 있고요.
Q. 많은 고궁 중에서 특별히 창덕궁을 추천한 이유도 있을까요?
A. 개인적으로 창덕궁을 좋아해요. 이전 사무실이 창덕궁 맞은편 건물에 있었는데, 습관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창덕궁으로 산책도 많이 갔어요. 후원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정원도 있지만, 창덕궁은 그냥 다 예쁘고 편안해요. 종묘는 정전의 한 방이 있죠. 정전을 마주 볼 때,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해요.

인왕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 김용관
Q. SNS에 서울 거리의 건물 사진을 올리며 ‘도시의 표정’이라고 쓴 걸 봤어요. 저 또한 건물이 도시의 표정, 풍경을 만든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 서울의 표정은 어떤가요?
A. 서울의 표정은, 계속 다이내믹하다.(웃음) 제가 처음 건축 사진과 도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도 서울은 변화가 빠르고 움직임이 많은 도시였어요. 그것도 굉장히 흥미로워요. 시간이 나면 인왕산 같은 산에 올라가서 서울을 내려다봐요. 저는 건축 사진을 찍는 사람이고 도시의 좋은 건물과 장소를 찾아다니는 일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도 어떤 부분에서는 서울이 중구난방 질서도, 힘도 없는 것 같고, 아파트는 아름답지 않고, 또 많은 경관을 헤치는 것 같죠. 그런데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면, 그 지형과 건물들이 조화롭게 보여요. 서울이라는 도시를 약간은 편한 마음으로 예뻐해줄 수 있어요. ‘내가 서울을 너무 미워했나? 그래도 매력적인 도시지. 정말 다이내믹하다’ 생각하죠.
Q. 30여 년간 건축 사진을 찍고 건축 잡지도 만들었어요.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A. 저는 상업사진가니까 누군가의 부탁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인데, 몇 년 전부터 순수하게 내 의지로 움직여서 찍는 사진 작업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는 지금 시각적 훈련을 하고 있다고 얘기해요. 저 스스로 어떤 피사체나 장면을 찾아 나선 적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움직이는 건 또 다른 것 같더라고요. 그런 장면을 많이 보고 경험해야 할 것 같아요.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사진가로서 몇십 년 일해온 경험이 있으니 사진의 질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A. 서울의 표정은, 계속 다이내믹하다.(웃음) 제가 처음 건축 사진과 도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도 서울은 변화가 빠르고 움직임이 많은 도시였어요. 그것도 굉장히 흥미로워요. 시간이 나면 인왕산 같은 산에 올라가서 서울을 내려다봐요. 저는 건축 사진을 찍는 사람이고 도시의 좋은 건물과 장소를 찾아다니는 일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도 어떤 부분에서는 서울이 중구난방 질서도, 힘도 없는 것 같고, 아파트는 아름답지 않고, 또 많은 경관을 헤치는 것 같죠. 그런데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면, 그 지형과 건물들이 조화롭게 보여요. 서울이라는 도시를 약간은 편한 마음으로 예뻐해줄 수 있어요. ‘내가 서울을 너무 미워했나? 그래도 매력적인 도시지. 정말 다이내믹하다’ 생각하죠.
Q. 30여 년간 건축 사진을 찍고 건축 잡지도 만들었어요.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A. 저는 상업사진가니까 누군가의 부탁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인데, 몇 년 전부터 순수하게 내 의지로 움직여서 찍는 사진 작업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는 지금 시각적 훈련을 하고 있다고 얘기해요. 저 스스로 어떤 피사체나 장면을 찾아 나선 적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움직이는 건 또 다른 것 같더라고요. 그런 장면을 많이 보고 경험해야 할 것 같아요.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사진가로서 몇십 년 일해온 경험이 있으니 사진의 질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그가 시각적 훈련을 하며 만난 장소 중 가장 좋았던 곳으로 꼽은 가파도. 원하는 시간대를 맞추려고 가파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청보리만 휘날리는데, 정말 감동이었어요.” © 김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