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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산책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가장 경제적이고 즐거운 여행은 책을 통해 도시를 바라보는 여행일 테다.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에서 러시아 미술 작품을 소개한 바 있는 갤러리 까르찌나의 김희은 관장이 러시아의 대표 미술관인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으로 안내한다.
세계 어느 곳을 방문하든 도시별 미술관 관람은 여행의 백미 중 백미다. 특히 방문한 나라의 미술품을 시대별로 전시해놓은 박물관을 둘러보면 짧은 시간에 그 나라의 문화나 역사, 정서 등을 느낄 수 있는 만큼, 낯선 나라에 한발 다가설 수 있는 일종의 지름길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모스크바에 위치한 러시아 국립 트레티야코프 미술관(The State Tretyakov Gallery)은 훌륭한 예시가 된다.

알렉산드로 이바노프의 '민중 앞에 나타난 그리스도'를 감상하는 관람객들 © Shutterstock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 찾을 수 있는 것
러시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민중 혁명이 성공한 나라다. 많은 사람이 그 연유를 궁금해한다. 만약 현지에서 해답을 얻고 싶다면,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을 찾아가면 된다. 미술관에 전시된 민중화, 풍속화, 풍경화 등 이동파(19세기 말 러시아제국에서 탄생한 유파, 모든 민중에게 예술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주기 위해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전시회를 연다) 작가들의 작품을 둘러보며 “아~ 이래서...”라는 탄성과 함께 러시아의 역사적 상황 속으로 쉽게 녹아들게 된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시대별 화가들의 그림이 잘 정리돼 있어 전시관을 따라가며 그들의 대표작만 짚어도 러시아 미술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술적으로도 가치 높은 러시아 수작들이 관람 내내 가슴 찌릿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또한 현대 모더니즘의 밑거름이 된 샤갈, 말레비치, 칸딘스키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어떤 예술적 기반에서 탄생했는지 미술관에 전시된 수많은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그 잠재력을 꿰뚫어볼 수 있다.
또한 현대 모더니즘의 밑거름이 된 샤갈, 말레비치, 칸딘스키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어떤 예술적 기반에서 탄생했는지 미술관에 전시된 수많은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그 잠재력을 꿰뚫어볼 수 있다.

트레티야코프의 동상 © Shutterstock
러시아 최초의 미술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랴부시킨이라는 러시아 화가 이름을 딴 고풍스러운 모스크바 도심 길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여름이면 시원한 모스크바의 강바람이 관람객을 맞고, 겨울이면 어둑한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 불빛이 길 전체를 감싸는 그런 낭만적인 곳이다. 그 랴부시킨 거리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2층 규모의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이 모습을 나타낸다. 갈색 케이크에 하얀 크림을 발라놓은 동화 속 건물 같은 모습으로, 마당 한복판에는 트레티야코프 동상이 위풍당당하게 서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1856년 개관한 러시아 최초의 미술관이다. 62개 전시홀에 순수 러시아 명작 18만 점 정도를 소장, 전시하고 있다(사실 개관 시기는 1892년이지만, 설립자 파벨 트레티야코프가 처음 러시아 화가들의 그림을 구입한 1856년을 공식 개관일로 정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러시아 역사가 시작되는 시기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의 러시아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어, 전 세계를 통틀어 자국의 미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 중 세계 최고 규모를 자랑한다. 미술관은 구관과 신관으로 나뉘는데, 20세기 초반부터 현대에 이르는 그림은 크림스키발에 위치한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신관에 소장, 전시돼 있다. 이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구관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미술관과 함께 러시아 2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1856년 개관한 러시아 최초의 미술관이다. 62개 전시홀에 순수 러시아 명작 18만 점 정도를 소장, 전시하고 있다(사실 개관 시기는 1892년이지만, 설립자 파벨 트레티야코프가 처음 러시아 화가들의 그림을 구입한 1856년을 공식 개관일로 정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러시아 역사가 시작되는 시기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의 러시아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어, 전 세계를 통틀어 자국의 미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 중 세계 최고 규모를 자랑한다. 미술관은 구관과 신관으로 나뉘는데, 20세기 초반부터 현대에 이르는 그림은 크림스키발에 위치한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신관에 소장, 전시돼 있다. 이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구관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미술관과 함께 러시아 2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바실리 폴레노프(1844-1927), '모스크바 정원', 1878년
“그림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안겨줄 수 있는 작품을 소장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국립 미술관을 남기고 싶다."
조국과 국민을 사랑한 트레티야코프
1832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파벨 미하일로비치 트레티야코프(1832~1898)는 유명한 상공인이었다. 그는 1856년 러시아 아카데미 화파의 대표 화가 니콜라이 구스타보비치 실데르의 ‘유혹’과 바실리 그레고리예비치 쿠댜코프의 ‘핀란드 밀수꾼과의 전쟁’을 사들이면서 그림을 모으기 시작했다. 트레티야코프 컬렉션이 의미가 큰 것은 아카데미 화파에 속하지 못한, 즉 제도권에서 혜택받지 못한 가난한 러시아 미술가들(이동파)의 그림을 사들이고, 1870년 자신의 집에 미술관을 열어 일반인에게도 그림 관람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을 찬찬히 돌아보면 “이런 주제의 그림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니” 하면서 감탄을 내뱉을 작품이 즐비하다. 트레티야코프가 없었다면 역사의 불구덩이 속에 모두 사라졌을 주제의 그림들이 현재 러시아 국민에게 큰 문화유산으로 남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트레티야코프는 러시아 인텔리겐치아(지식 노동에 종사하는 사회계급)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그림을 수집하고 미술관 설립을 추진한 것이다.

일리야 레핀(1844-1930), '트레티야코프 초상화', 1883년
자국의 미술만을 전시한 박물관으로서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세계 최대 규모다. 파벨 트레티야코프는 문화 엘리트의 일원으로서 공공 봉사와 자선 사업, 예술 후원의 과업을 제대로 실천한 노블레스 오블레주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트레티야코프가 생존해 있던 1885년 대략 3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이 미술관을 찾았다 하니 문화 예술 대국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러시아가 여러 문제로 신음할 때인 점을 감안하면 예술 향유에 대한 러시아 사람들의 자세를 볼 수 있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그는 ‘러시아 그림은 모두 민중에게 속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1892년 그림 1,276점, 드로잉 471점, 조각 10점과 동생 세르게이 트레티야코프가 수집한 서유럽 미술품 84점을 모두 자신의 미술관과 함께 국가에 기증한다. 그렇게 1893년 8월 15일 ‘파벨과 세르게이 트레티야코프 시립미술관’이 문을 열었고, 매년 15만 명 이상이 찾는 모스크바 명소가 된 것이다. 현재 공식 명칭은 ‘국립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이다. 1918년 러시아혁명 이후 이 미술관은 국유화되었다.
그는 ‘러시아 그림은 모두 민중에게 속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1892년 그림 1,276점, 드로잉 471점, 조각 10점과 동생 세르게이 트레티야코프가 수집한 서유럽 미술품 84점을 모두 자신의 미술관과 함께 국가에 기증한다. 그렇게 1893년 8월 15일 ‘파벨과 세르게이 트레티야코프 시립미술관’이 문을 열었고, 매년 15만 명 이상이 찾는 모스크바 명소가 된 것이다. 현재 공식 명칭은 ‘국립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이다. 1918년 러시아혁명 이후 이 미술관은 국유화되었다.

블라디미르 보로비코프스키(1757-1826), '로푸히나의 초상', 1797년

콘스탄틴 플라비츠키(1830-1866), '타라카노바 공주의 죽음', 1864년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을 방문한다면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18세기 초반부터 시간의 흐름에 맞춰 룸을 구성해 전시하고 있다. 1~7번방에서는 18세기 회화와 조각 작품을, 8~15번방에선 19세기 전반기 회화와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62번방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미술관 마지막 전시관인 56~62번 방에는 러시아 성상화 이콘(Icon)을 전시 중이다.
그 규모에서 짐작하듯, 미술관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일리야 레핀, 바실리 수리코프, 니콜라이 크람스코이 등 이동파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미하일 브루벨의 상징주의 그림이나 20세기 초반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여러 수작을 만날 수 있다.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 많아 한정된 지면에 담기에는 역부족일 정도다. 그렇기에 더욱 직접 방문해 체험해야 하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그 규모에서 짐작하듯, 미술관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일리야 레핀, 바실리 수리코프, 니콜라이 크람스코이 등 이동파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미하일 브루벨의 상징주의 그림이나 20세기 초반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여러 수작을 만날 수 있다.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 많아 한정된 지면에 담기에는 역부족일 정도다. 그렇기에 더욱 직접 방문해 체험해야 하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파벨 페도토프 (1815-1852), 「소령의 구혼」, 1848년
세계 여러 국립 미술관 관람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너무 꼼꼼히 모든 그림을 섭렵하려 들면 얼마 못 가 지치고 만다. 전시 중인 그림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우선 미술관 관람을 2시간 정도에 끝내겠다는 각오로 각 전시실의 유명한 그림 위주로 관람해야 한다. 물론 시간이 많다면 하루 종일 보아도 지루하지 않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곳을 둘러봐야 하는 여행자라면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하루쯤 시간을 내어 미술관 전체 그림을 천천히 하나씩 둘러보는 것이 최상이다. 오전에는 19세기 초반 그림을 본 후 잠시 휴게실로 내려가 간단히 배를 채워 기운을 차리고, 오후에는 19세기 중·후반 이동파의 그림과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 그림을 본다든지 하면 가장 이상적인 관람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절대 표를 버려서는 안 된다. 하루 정도는 입장권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미술관 지하 매표소에서 표를 사면 안내에 따라 입구에 있는 트레티야코프의 일생을 설명해놓은 트레티야코프 홀을 거쳐 1번 방부터 관람하게 된다. 1번 전시홀부터 34번 전시홀(브루벨 방)까지 보고 안내 표시에 따라 지하로 내려가 35번 전시홀(폴레노프 방)부터 62번 전시홀까지 둘러보면 된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니 길 잃을 위험은 없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하루쯤 시간을 내어 미술관 전체 그림을 천천히 하나씩 둘러보는 것이 최상이다. 오전에는 19세기 초반 그림을 본 후 잠시 휴게실로 내려가 간단히 배를 채워 기운을 차리고, 오후에는 19세기 중·후반 이동파의 그림과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 그림을 본다든지 하면 가장 이상적인 관람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절대 표를 버려서는 안 된다. 하루 정도는 입장권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미술관 지하 매표소에서 표를 사면 안내에 따라 입구에 있는 트레티야코프의 일생을 설명해놓은 트레티야코프 홀을 거쳐 1번 방부터 관람하게 된다. 1번 전시홀부터 34번 전시홀(브루벨 방)까지 보고 안내 표시에 따라 지하로 내려가 35번 전시홀(폴레노프 방)부터 62번 전시홀까지 둘러보면 된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니 길 잃을 위험은 없다.

콘스탄티노프 화파, 「블라디미르의 성모」, 12세기 초
유럽 여러 박물관과 달리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그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전시해놓았지만 절대 만져서는 안 된다. 사진 촬영은 허용하나 플래시를 터뜨리는 행위는 금지한다. 일단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화장실이나 휴게실은 없다. 전시실 안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준비해 간 물로 목을 살짝 축이는 것은 괜찮지만 음식물을 먹는다거나, 큰소리로 떠들면 각 전시실을 지키는 관리자에게 강하게 제지당한다. 관리자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전시장 관람 에티켓을 잘 지키는 것이 문화인의 도리일 터다.
요즘엔 코로나19로 꼼짝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하늘이 열리는 날 제일 먼저 시대와 삶과 인간을 품고 있는 러시아 그림을 만나러 갈 그날을 꿈꿔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요즘엔 코로나19로 꼼짝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하늘이 열리는 날 제일 먼저 시대와 삶과 인간을 품고 있는 러시아 그림을 만나러 갈 그날을 꿈꿔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소 구관 119017, Lavrushinsky Lane, Moscow / 신관 10, Krymsky Val, Moscow
전화 (신·구관 동일) +7-495-957-07-27
운영시간 (신·구관 동일) 화·수·일요일 10:00~18:00 / 목~토요일 10:00~21:00
홈페이지 국립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전화 (신·구관 동일) +7-495-957-07-27
운영시간 (신·구관 동일) 화·수·일요일 10:00~18:00 / 목~토요일 10:00~21:00
홈페이지 국립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
저자 김희은 / 자유문고 / 2019년
20여 년 동안 러시아에서 살면서 미술관과 박물관을 오랫동안 드나들며 위로와 이해를 받았던 ‘갤러리 까르찌나’ 김희은 대표가 미술관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설명하면서 길러낸 안목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우리에게 낯선 러시아 미술이 한 편의 산문처럼 쉽게 읽히면서도 깊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저자 김희은 / 자유문고 / 2019년
20여 년 동안 러시아에서 살면서 미술관과 박물관을 오랫동안 드나들며 위로와 이해를 받았던 ‘갤러리 까르찌나’ 김희은 대표가 미술관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설명하면서 길러낸 안목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우리에게 낯선 러시아 미술이 한 편의 산문처럼 쉽게 읽히면서도 깊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모스크바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모스크바
롯데호텔의 첫 해외 체인 호텔이자, 국내 호텔 사상 해외로 진출한 최초의 체인 호텔인 롯데호텔 모스크바는 여행 매거진 <콘테나스트 트래블러>가 선정한 ‘러시아 베스트 시티 호텔’을 2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크렘린궁전과 볼쇼이극장이 인접한 금융과 쇼핑의 중심지 뉴 아르바트 거리에 자리하며, 총면적 7,117㎡에 지하 4층·지상 1층 규모로 300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이탈리아 미쉐린 2스타 셰프 카를로 크라코의 ‘OVO by Carlo Cracco’를 비롯해 뉴욕 스타일의 퓨전 일식당 메구미, 최고급 만다라 스파, 아트리움 가든 등에서 환상적인 미식과 스파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주소 2 Bld., 8 Novinskiy Blvd., Moscow, Russia, LOTTE HOTEL MOSCOW
전화 +7-495-745-1000
홈페이지 롯데호텔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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