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작업실에서 이정은 작가

책 말고 책 그림, 그리고 한국화가 이정은
이정은은 조선 시대 유행한 책가도를 그리는 한국화가다. 종이책과 전자책이 공존하고 책의 종말을 논하는 시대, 그가 그린 책 그림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근사하다.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 조선 시대를 풍미한 그림이 있다. 바로 책가도(冊架圖)다. 책가도는 서가 안에 책을 비롯한 도자기, 문방사우 등이 놓인 모습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학문으로 나라를 다스리려 했던 정조가 이에 대한 의지 표현으로 옥좌 뒤에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병풍 대신 책가도 병풍을 설치하며 책가도의 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책가도에는 책과 관련 없는 화병, 찻잔, 그릇 같은 고급 기물과 다산과 장수를 상징하는 식물이 그려지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당대 유행하던 사치품이나 선비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도 있다.
21세기인 지금, 한국화가 이정은 또한 책가도를 그린다. 주로 책의 형태만 드러나던 과거 책가도와 달리 <그리스인 조르바>, <코스모스>, <사진의 역사> 등 책등에 쓰인 책 제목 하나하나가 또렷이 보이는 그의 책가도에는 이야기가 넘친다. 서가를 가득 채운 책과 책 사이사이에 놓은 피규어, 기념품 등으로 서가 주인의 성향을 짐작해보다가 이 서가들을 탄생시킨 주인공 한국화가 이정은이 궁금해졌다. 일상과 주변에서 소재를 찾고, 지금은 자신이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푹 빠져 지내는 그를 햇살 좋은 오후 작업실에서 만났다.
이정은, '이음', 100x70cm, 장지에 채색, 2017 © 이화익갤러리

이정은, '이음', 100x70cm, 장지에 채색, 2017 © 이화익갤러리

이정은, ‘디자이너의 서가’, 85x145cm, 장지에 채색, 2018 © 이화익갤러리

이정은, ‘디자이너의 서가’, 85x145cm, 장지에 채색, 2018 © 이화익갤러리

Q. 처음 책가도를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책가도에 어떤 매력이 있었나요?
A. 중학생 때 미술을 전공하기로 결정하고 예중과 예고를 나왔어요. 조금 일찍 진로를 정한 편이죠. 그렇게 그림을 쭉 그려왔고, 동양화를 전공하고 나서 초반에는 인체 위주의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가 결혼 후 육아를 하며 생활환경이 바뀌니 제 시선도 주변의 작은 것들로 향하더군요. 아이가 갖고 놀던 장난감, 현관에 벗어놓은 저희 세 식구 운동화, 남편이 어질러놓은 바둑판, 칫솔꽂이에 꽂혀 있는 칫솔 3개, 화구, 책. 제 주변에 있는 것들이 그림의 소재가 되었어요. 그리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힘든 일이니 작은 화판에 그린 그림이 많았고요. 그런데 개인전을 열 경우 60호 이상의 큰 그림이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책은 늘 그리는 소재였으니, 자연스럽게 책가도 형식을 갖춘 그림을 그리게 되었죠. 서가는 어떤 한 사람의 정체성이 많이 드러나는 공간이에요. 직업, 관심사, 경험 등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물건들로 가득하죠. 그게 책가도의 매력인 것 같아요.

Q. 구체적인 인물을 떠올리며 작업하는 편인가요?
A. ‘평화로운 서가’ 같은 작품은 편안한 분위기의 서가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여행이나 음식 등 여러 책이 혼재돼 있어요. 그렇지만 ‘직업의 서가’를 그릴 땐 구체적인 인물을 떠올리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인 동생의 작업실을 보고 ‘디자이너의 서가’를 그렸고, 우연히 방문하게 된 친구 시누이의 학교 연구실을 보고 ‘음악의 서가’를 완성했죠. 기회가 된다면 직업별 서가를 그려보고 싶어요.
작업실을 채운 작가의 그림들

작업실을 채운 작가의 그림들

Q. 책가도를 그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조형적으로는 조화와 균형을 신경 쓰고, 내용적으로는 그 사물에 담긴 사람들과의 추억을 담으려고 해요. 단지 소재로서 사물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요. ‘음악의 서가’라고 해서 음악책으로만 채우면 조금 지루하잖아요. 예를 들어 빈 여행 기념품, 모차르트 목각 인형, 화병이나 제 주변에 있는 다양한 사물을 책가도에 그려 넣는 거죠. 전시회를 할 때 받은 쿠키 박스나 티 박스를 책가도에 담으면서 고마운 마음을 새겨 넣기도 하고요. 저한테는 일종의 의식 같은 거예요.
추억이 담긴 책과 소품들이 작업실 곳곳에 진열되어 있다.

추억이 담긴 책과 소품들이 작업실 곳곳에 진열되어 있다.

Q. 주변에 있는 물건을 그린다고 했는데, 이곳 작업실을 채운 물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A. 책은 기본적으로 엄마와 엄마 친구분이 주신 거예요(이정은 작가의 어머니는 ‘꽃의 화가’로 알려진 동양화가 노숙자 화백이다). 엄마 친구분들도 다 미술을 하시는데요, 책을 정리하고 싶은데 제가 마침 그림을 그리니 저에게 많이 물려주셨어요. 원서가 대부분이라 다 읽지는 못했지만, 껍질을 그리면서라도 감사한 마음을 담았어요. 퀼트 테디 베어는 제가 저희 아이에게 만들어준 거예요. 엄청 낡았죠? 테디 베어의 형태만 취해서 책가도에 많이 그려 넣기도 했어요. 저는 저런 퀼트 제품에 모성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해요. 테디 베어 옆에 있는 오르골은 저희 아이 선배가 러시아 여행을 다녀오면서 선물한 거예요. “너희 엄마 그림에 넣으면 좋겠다”라며 줬대요. ‘미술의 서가’에 그려 넣었죠. 또 남편이 출장 가서 사 온 것도 있고, 친구가 여행 갔다 오며 선물로 준 티 박스도 있어요. 하나하나 다 사람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직접 만들어 아이에게 선물했던 퀼트 테드 베어

직접 만들어 아이에게 선물했던 퀼트 테드 베어

고양이 스케치 그림. 그의 책가도에는 고양이가 빠지지 않는다.

고양이 스케치 그림. 그의 책가도에는 고양이가 빠지지 않는다.

Q. 책가도에 고양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고양이를 처음 서가에 그려 넣기 시작한 건 남동생이 키우는 고양이들 때문이에요. 동생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들을 보면 항상 책꽂이 위 구석구석에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 거예요. 그림이나 조각품처럼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리게 됐어요. 그리고 제가 작년 봄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해서 저 역시 사랑에 빠져 있기도 하고요.(웃음) 또 한 가지는 고양이의 생명력이라고 할까요? 식물과 다른 동물의 생명력이 그림을 조금 더 살아 있는 공간처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최근 작업에서는 책 틀을 배치한 다음 먼저 고양이 위치를 잡아요.
고양이와 화병, 꽃으로 채워진 그의 책가도

고양이와 화병, 꽃으로 채워진 그의 책가도

Q. 화병 또한 책가도에 자주 등장하고, 화병과 꽃을 소재로 한 작품도 많아요. 그렇지만 처음에는 꽃을 그리지 않았다고요.
A. 꽃을 그리지 않은 건 아니에요. 엄마가 계속 꽃만 그리셔서 그런지 저한테는 꽃이 조금 피하고 싶은 소재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꽃의 아름다움을 피할 수는 없더라고요.(웃음) 계절에 맞는 꽃을 사서 두고 보는 게 제가 일상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이자 크고도 소소한 행복이었어요. 꽃은 너무 좋은 그림 소재이기도 하고요. 화병은 엄마가 대만 여행 중에 박물관에서 사다 주신 중국 화병 책자를 보고 그린 거예요. 처음에는 화병이 너무 복잡해서 이걸 어떻게 그리나 했는데, 막상 하나를 그려보니 무척 재미있었어요. 박물관에만 전시된 화병들인데, 그림을 통해 거기에 어울리는 꽃을 꽂아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실제로는 페트병에 꽃을 꽂아서 높이를 맞춘 후 작업대에 올려두고 그림을 그려요. 그래서 꽃은 대체로 입체적으로 그리고, 화병은 그릇의 형태나 문양이 돋보이도록 명암 표현 없이 평면적으로 그리죠.

Q. 그런데 어색함이 전혀 없네요. 고풍스러운 화병과 캐주얼한 피규어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도 신기하고요.
A. 동양화는 기본적으로 평면성을 띠잖아요. 또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미술을 하며 수채화 같은 기법을 익히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표현 방법에서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각 사물이 잘 드러나도록 그리려고 해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간단한 스케치를 한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간단한 스케치를 한다.

이정은 작가의 작업 도구들

이정은 작가의 작업 도구들

Q. 작업 방식도 궁금해요. 어떤 과정을 거쳐 책가도를 완성하나요?
A. 전통 채색 기법으로 작업해요. 장지라고 하는 닥나무 섬유로 된 종이가 있어요. 저는 표백하지 않은 노르스름한 종이를 쓰고 있죠. 그 위에 아교라는 접착제를 아주 묽게 희석해서 점도를 낮춘 다음 발라요. 아교포수라고 하는데, 저는 이것을 투명하게 만들지 않아요. 물감을 소량 사용해 가로세로로 많게는 스무 번, 적게는 열두 번 정도 칠해서 제가 원하는 색의 화판을 만들죠. 그 위에 색을 쌓아 올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 책가도 책 틀 색을 내려면 다섯 겹 이상 색을 쌓아 올려야 해요. 제가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여러 겹 칠하는 거죠.
작업실에 나올 때마다 화판 옆면에 그은 바를 정(正) 자

작업실에 나올 때마다 화판 옆면에 그은 바를 정(正) 자

Q.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작업이네요.
A. 품이 많이 들죠.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를 쓸 때는 적어도 세 번은 써야 해요. 밑색이 자꾸 올라오니까요. 흰색에 검은색 글씨를 쓸 때도 마찬가지고요.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분들 보면 결과물을 얻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일하시잖아요. 그 과정이 말도 못 하게 힘들기도 하고요. 그림 그릴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은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냥 그림으로 보이고 싶어요.

Q. 그래도 말씀해주신다면요.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보통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A. 최근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작업실 나올 때마다 화판 옆면에 바를 정(正) 자를 그어봤는데요, 보통 책가도 100호 정도를 그리는 데 한 달 조금 더 걸리더군요. 제가 작업실에 나오지 못한 날들을 포함하면 더 긴 시간이 걸렸다고 봐야죠.

Q. 과거 책가도를 소장했던 사람과 현재 작가님의 책가도를 좋아하는 사람도 다를 것 같은데요, 보통 어떤 분들이 작품에 관심을 두는지 아시나요?
A. 몇 년 전부터 이화익갤러리에서 전시를 비롯해 여러 방면으로 도와주고 계셔서 구체적으로 어떤 분이 제 그림을 소장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시는지는 잘 몰라요. 그렇지만 대표님이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어요. ‘음악의 서가’가 KIAF에서 오전에 판매됐는데, 오후에 오신 분이 본인이 음악 교수라며 ‘음악의 서가’를 레슨실에 걸고 싶었는데 놓쳤다고요. 직업의 서가 같은 경우에는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정은, ‘책가도에 담긴 이야기’, 130x162cm, 장지에 채색, 2017 © 이화익갤러리

이정은, ‘책가도에 담긴 이야기’, 130x162cm, 장지에 채색, 2017 © 이화익갤러리

이정은, '열매 맺는 계절', 105x75cm, 장지에 채색, 2018 © 이화익갤러리

이정은, '열매 맺는 계절', 105x75cm, 장지에 채색, 2018 © 이화익갤러리

이정은, '어울림', 100x70cm, 장지에 채색, 2017 © 이화익갤러리

이정은, '어울림', 100x70cm, 장지에 채색, 2017 © 이화익갤러리

Q. 현대적 책가도를 관람객이 어떻게 느끼길 바라나요?
A. 제가 편안하게 그린 그림이니 관람객도 편안하게 봐주셨으면 해요. 의자를 근경(近景)으로 책 앞에 그려 넣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책가도가 실제 공간처럼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그리고 책가도에 담긴 이야기가 많잖아요. 첫 책가도 제목이 ‘책가도에 담긴 이야기’였죠. 그처럼 책가도를 이야기책 읽듯 천천히 바라봐주면 좋겠어요.

Q. 책가도 외에 최근 즐겁게 그리는 대상이 있나요?
A. 저는 시종일관 제 일상과 주변을 그리고 있는데요, 작년 4월 고양이들이 제 삶으로 훅 들어왔어요. 이건 ‘허락된 평안’이라는 그림인데, 코로나19 이후로 어떤 한정된 공간에서 누리는 자유 같은 것이 있잖아요. 저는 사실 고양이들한테, 이들이 스스로 병에 걸리지 않는 이상 평안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고, 실제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저는 교회를 다니니까, 하나님도 우리한테 그런 평안을 허락하고 싶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허락된 평안’이라고 제목을 붙였죠.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좋아하는 화집을 뒤적거릴 수 있고, 고양이들이 이렇게 편안하게 누워 있고요. 최근 이렇게 고양이들을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그림을 몇 작품 그렸어요. 당분간 고양이들을 계속 그릴 듯해요. 밖에 나와 있으면 엄청 보고 싶거든요. 그리고 만약 여행을 자주 다녀야 하는 환경이 된다면 풍경 같은 것도 그리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은 그렇게 넓은 곳을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카펫 위에 누운 고양이 두 마리가 허공을 응시하는 그림이 바로 작가의 최근작인 ‘허락된 평안’이다.

카펫 위에 누운 고양이 두 마리가 허공을 응시하는 그림이 바로 작가의 최근작인 ‘허락된 평안’이다.

Q. ‘일기를 쓰듯 날마다 그린 그림’이라는 글을 보았어요. 요즘도 일기를 쓰듯 매일 작업을 하나요?
A. 그림 그리는 건 저에게 일상 그 자체예요. 대단한 게 아니라 늘 하는 일이죠.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끼니때가 되면 밥해 먹고 고양이 밥 주는 것처럼요. 오히려 일기를 매일 쓰지 않고 있죠.(웃음) 지금처럼 엄마가 아프시거나 그림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늘 작업실에 오려고 해요. 여기에 있는 게 제일 좋아요. 마음도 안정되고, 어떤 걱정거리도 잊을 수 있어요. 작업실에 들어오면 5분 이내에 그림을 시작해서 작업실을 나가기 전까지 계속 그려요. 아들이 50분 작업하고 꼭 10분은 쉬라며 알람 시계를 챙겨줬는데요, 작업을 하다 보면 세 시간이 훌쩍 지나기도 해요. 그런데 뭔가에 빠진 사람들은 다 그렇잖아요. 영화에 빠진 사람들은 영화를 몇 편씩 연달아 보는 것처럼. 그림이 저에게 그런 일인데, 제가 계속해도 떳떳한 일이라는 것에 항상 감사해요.

Q. 처음에 주변 사물을 그린 것도 붓을 놓지 않기 위해 선택한 일처럼 느껴져요.
A. 맞아요. 계속 붓을 잡고 있었어요. 그때는 조금 치열했던 것 같아요. 하루에 2시간 내는 것도 벅찼어요. 어떤 날은 30분씩 모아서 그림을 그렸고요. 결과물은 미흡했지만, 계속 그리지 않으면 나 자신이 너무 무가치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저도 부모님께 사랑받고 응원받아왔는데, 이제는 누군가를 서포트하는 입장으로만 살아야 했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매달 월세를 내가며 내 공간 하나를 확보하고, 빈약하지만 계속 끄적거린 게, 내가 가치 있는 사람으로 느끼기 위해서, 나 자신을 응원하는 게 필요해서였던 것 같아요. “내가 응원해줄게. 너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요.
이정은 작가의 작업실 전경

이정은 작가의 작업실 전경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A. 앞으로의 계획... 계획 없이 산다는 게 조금 그렇긴 한데, 최근 절감한 게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사실 몇 년 동안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림을 신나게 그렸어요. 그런데 작년부터 엄마가 아프시고, 또 제 마음에 근심스러운 일이 생기니 그림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더라고요. 처음 그림을 그릴 때부터 가늘고 길게 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화익갤러리 대표님께도 이런 문자를 보낸 적이 있는데요, 제가 그림 그리는 일이 물도 나오지 않는 곳에서 혼자 헛삽질하는 것처럼 느끼지 않게, 또 너무 일찌감치 알려져서 소통의 맛에 빠지지 않게, 저한테 딱 알맞은 시기에 선보여주신 것 같다고요. 그런데 이화익갤러리와 인연을 맺은 일도 그렇고, 그런 과정에 다 도움의 손길이 있었어요. 제 계획대로 된 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항상 생각해요. 그냥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제일 좋을 것 같다고요.
2020. 9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안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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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9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안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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