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핀 커뮤니티 하우스 © 호앙툭하오
건축가 호앙툭하오가 말하는 나의 도시 하노이, 지속 가능한 건축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속가능건축의 거장, 하노이 출신 건축가 호앙툭하오. 그와 함께 하노이의 도시 건축과 그 속에 담긴 역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노이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잠재력이 무한한 곳이지요.” 베트남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아시아 건축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호앙툭하오(Hoang Thuc Hao)는 28년 차 베테랑 건축가다. 하노이에서 나고 자랐으며 하노이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그는 이른바 ‘하노이 토박이’다. 이탈리아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전 세계를 무대로 수많은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글로벌 건축가지만, 그에게 하노이는 여전히 자신이 태어난 곳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하노이에 건축사무소 1+1>2를 세움과 동시에 하노이도시공학대학(Hanoi University for Civil Engineering)의 건축도시계획학과(Architecture and Urban Planning) 강단에 선 지 어언 17년째. 하노이는 그에게 문자 그대로 삶의 터전이자 일터이며 영감의 원천이다. 하노이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에서 이 도시를 향한 각별한 애정이 묻어난다.

건축사무소 1+1>2에서 호앙툭하오 © 전혜인
“건축은 단순히 건물이나 공간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행복에 관한 것입니다.”
호앙툭하오는 1994년 ‘인터라크 로리어트(Interarch Laureate)’상을 시작으로 2017년 세계 건축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건축대회(UIA)의 ‘빈곤 종식을 위한 건축 솔루션상(Vassilis Sgoutas Prize)’에 이르기까지 권위 있는 건축상을 대거 휩쓸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수많은 트로피보다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은 그의 건축 철학과 신념이다. 지속가능건축(Sustainable Architecture)의 선구자인 그는 자연 친화적이면서 지역의 특수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한 건축물을 짓는 인물로 유명하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수이 레 커뮤니티 하우스 © 호앙툭하오
Q. 건축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어요. 첫째, 사람을 위한 건축을 할 것. 둘째, 문화적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활용할 것. 셋째 어떤 경우에도 단조로움을 피할 것입니다. 단조로움을 피하려면 여러 가지 영감이 필요한데요, 지형이나 대지의 특성, 기후, 지역 문화를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Q. 그동안 소수민족을 위한 건축을 많이 선보였는데, 말씀하신 문화적 다양성과 연결이 되나요?
A. 베트남은 54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입니다. 각 소수민족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화적 자산을 지니고 있죠. 각 집단의 특색과 지역 문화에 깃든 아름다운 가치를 잘 보존해 더욱 빛나게 하고 싶어요. 저는 그들이 살아온 땅에서 나는 자연 재료와 고유의 건축양식을 현대 기술 및 디자인에 결합합니다. 지역 또는 집단 고유의 건축양식을 모티브로 하는 현대 건축물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A.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어요. 첫째, 사람을 위한 건축을 할 것. 둘째, 문화적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활용할 것. 셋째 어떤 경우에도 단조로움을 피할 것입니다. 단조로움을 피하려면 여러 가지 영감이 필요한데요, 지형이나 대지의 특성, 기후, 지역 문화를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Q. 그동안 소수민족을 위한 건축을 많이 선보였는데, 말씀하신 문화적 다양성과 연결이 되나요?
A. 베트남은 54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입니다. 각 소수민족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화적 자산을 지니고 있죠. 각 집단의 특색과 지역 문화에 깃든 아름다운 가치를 잘 보존해 더욱 빛나게 하고 싶어요. 저는 그들이 살아온 땅에서 나는 자연 재료와 고유의 건축양식을 현대 기술 및 디자인에 결합합니다. 지역 또는 집단 고유의 건축양식을 모티브로 하는 현대 건축물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소수민족 공동체를 위한 건축물 © 호앙툭하오
Q. 낙후 지역과 경제적 소외 계층을 위한 공공 건축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해왔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건축을 처음 시작했을 때 소외 계층이 건축에서도 외면받고 있는 현실을 인지했습니다. 현대사회는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개발 불균형을 겪어왔는데요, 어떤 지역은 과하게 개발되는 한편 어떤 지역은 철저히 제외돼 있죠. 소외 지역은 건축뿐 아니라 부, 커뮤니케이션, 교육 등 모든 면에서 결핍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건축 그 자체만으로는 소외 계층이 직면한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NGO, 사회적기업, 지역 공동체, 대학 등의 기관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선한 의도로 의기투합한 사람들이 하나 되어 자기가 가진 자원을 나누는 것이죠.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연결된 사람들과 관계 맺음에 깊은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건축이 행복을 증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달았죠.
A. 건축을 처음 시작했을 때 소외 계층이 건축에서도 외면받고 있는 현실을 인지했습니다. 현대사회는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개발 불균형을 겪어왔는데요, 어떤 지역은 과하게 개발되는 한편 어떤 지역은 철저히 제외돼 있죠. 소외 지역은 건축뿐 아니라 부, 커뮤니케이션, 교육 등 모든 면에서 결핍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건축 그 자체만으로는 소외 계층이 직면한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NGO, 사회적기업, 지역 공동체, 대학 등의 기관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선한 의도로 의기투합한 사람들이 하나 되어 자기가 가진 자원을 나누는 것이죠.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연결된 사람들과 관계 맺음에 깊은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건축이 행복을 증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달았죠.

잭 프루트 빌리지 © 호앙툭하오

전통 재료와 공법에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한 지속가능한 건축물 © 호앙툭하오
Q. 건축 철학이 남다르게 느껴지는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A. 일명 ‘행복 건축’이라는 철학을 약 20년 세월에 걸쳐 정립했습니다. 행복 건축이란 건축에서 크게 세 가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건축가가 행복할 것, 해당 건축물이 위치한 지역 사용자들이 그 건축물과 더불어 행복할 것, 마지막으로 건축물이 그 자체로 지속 가능한 행복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건축의 핵심 가치예요. 저에게 건축은 단지 건물이나 공간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행복에 관한 것이죠.
A. 일명 ‘행복 건축’이라는 철학을 약 20년 세월에 걸쳐 정립했습니다. 행복 건축이란 건축에서 크게 세 가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건축가가 행복할 것, 해당 건축물이 위치한 지역 사용자들이 그 건축물과 더불어 행복할 것, 마지막으로 건축물이 그 자체로 지속 가능한 행복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건축의 핵심 가치예요. 저에게 건축은 단지 건물이나 공간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행복에 관한 것이죠.

소외 계층을 위한 공공 건축 프로젝트 중 하나인 호이안 타잉 탐 타이 놀이터 © 호앙툭하오
건축가 호앙툭하오는 여전히 ‘꿈꾸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명망 높은 중견 건축가가 되었지만, 청년 시절부터 간직해온 꿈들을 실행에 옮기면서 이상을 좇아 불가능에 도전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건축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땅에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그려내는 사람, 사람과 환경이 어우러지는 무대를 매개하는 자. 건축가 호앙툭하오는 오늘도 하노이를 걸으며 언젠가 현실이 될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

호앙툭하오 © 전혜인
“건축은 삶입니다. 우리는 매일 건축물 안에서 건축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요. 건축은 공동체 의식을 고양하고 날마다 감동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건축가는 세심해야 하고, 인간을 위해야 하며, 건축의 숭고한 역할을 매 순간 잊지 말아야 하죠.”

드림레지던스 © 호앙툭하오
하노이의 풍경을 만들어나가는 건축가
호앙툭하오의 섬세한 작업으로 탄생한 건축물과 역사적 명소를 소개한다.
1. 전통 재창조: 드림레지던스와 밧짱 도자기 박물관
호앙툭하오는 전통에 주목하는 건축가다. 옛것 그대로의 전통을 무작정 고수하거나 복제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집단이 쌓아온 전통 유산을 현대사회에 적용해 새롭고 세련된 형태로 재창조한다. 전통의 핵심 가치를 포착하고 그 맥락과 흐름을 살려 현대화하는 그의 작업은 정교하고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드림레지던스 © 호앙툭하오

드림레지던스의 녹지 디자인 © 호앙툭하오
•드림레지던스
호앙툭하오에 따르면, 하노이는 먼 옛날부터 물이 많고 큰 나무들이 곳곳에서 생명력 넘치게 자라나는 자연 친화적 지형 특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웃끼리 끈끈한 유대를 자랑하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급격하게 도시화되면서 하노이의 전통적 장점들이 가치를 잃어가게 된 것이다.
드림레지던스(Dream Residences)는 전통의 하노이가 지닌 자연 친화적∙공동체 친화적 가치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종적 방향으로 마을을 짓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각기 다른 곡선으로 설계된 각 층은 엇갈리게 위로 쌓여 있다. 이는 구불구불한 옛 마을의 배치를 형상화한 것이다. 건물 안에는 각종 식물이 가득하다.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가 되어주는 이곳의 과일나무는 식용으로 이용한다. 먼지와 소음 또한 효율적으로 걸러진다.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자연 그늘 덕에 주민들은 공원 삼아 삼삼오오 이곳에 모여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동남향으로 설계했으며, 빗물을 받아 이용하는 시스템까지 갖추었다. 실내 공간과 외부 자연의 경계를 허문 드림레지던스는 번잡한 도시 한복판에 놓인 초록의 평화로운 오아시스로, 하노이 시민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주소 64 Nguyen Luong Bang, Cho Dua, Dong Da, Hanoi
호앙툭하오에 따르면, 하노이는 먼 옛날부터 물이 많고 큰 나무들이 곳곳에서 생명력 넘치게 자라나는 자연 친화적 지형 특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웃끼리 끈끈한 유대를 자랑하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급격하게 도시화되면서 하노이의 전통적 장점들이 가치를 잃어가게 된 것이다.
드림레지던스(Dream Residences)는 전통의 하노이가 지닌 자연 친화적∙공동체 친화적 가치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종적 방향으로 마을을 짓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각기 다른 곡선으로 설계된 각 층은 엇갈리게 위로 쌓여 있다. 이는 구불구불한 옛 마을의 배치를 형상화한 것이다. 건물 안에는 각종 식물이 가득하다.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가 되어주는 이곳의 과일나무는 식용으로 이용한다. 먼지와 소음 또한 효율적으로 걸러진다.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자연 그늘 덕에 주민들은 공원 삼아 삼삼오오 이곳에 모여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동남향으로 설계했으며, 빗물을 받아 이용하는 시스템까지 갖추었다. 실내 공간과 외부 자연의 경계를 허문 드림레지던스는 번잡한 도시 한복판에 놓인 초록의 평화로운 오아시스로, 하노이 시민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주소 64 Nguyen Luong Bang, Cho Dua, Dong Da, Hanoi


2020년 12월 완공 예정인 밧짱 도자기 박물관의 조감도 © 호앙툭하오
•밧짱 도자기 박물관
호앙툭하오가 주목한 하노이의 특징 중 하나는 도시 곳곳에 다양한 공예 마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중 밧짱(Bat Trang)은 1000년 전통을 이어가는 명실상부 베트남 최고의 도자기 마을이다. 이곳에 밧짱의 유산을 수려하게 계승할 랜드마크 건축물이 들어선다. 바로 호앙툭하오의 최신 작업, 밧짱 도자기 박물관(Bat Trang Pottery Museum)이다.
그는 하노이 건축의 경우 강과 호수가 많은 지형을 충분히 고려해 ‘물을 활용한 건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밧짱 도자기 박물관은 박흥하이(Bac Hung Hai) 강가에 위치한다. 과거에 이곳은 뱃사공과 육지 사람들이 물건을 거래하던 활발한 전통 시장이었다. 호앙툭하오는 공예 마을과 전통 시장이 만나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던 과거의 형상을 재구성해 박물관을 지었다. 건물 디자인은 서로 겹쳐 있는 7개의 물레를 상징한다. 겹겹이 쌓아 올린 전통(Layers of Tradition)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올해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주소 Bat Trang Pottery Village, Bat Trang, Gia Lam, Hanoi
호앙툭하오가 주목한 하노이의 특징 중 하나는 도시 곳곳에 다양한 공예 마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중 밧짱(Bat Trang)은 1000년 전통을 이어가는 명실상부 베트남 최고의 도자기 마을이다. 이곳에 밧짱의 유산을 수려하게 계승할 랜드마크 건축물이 들어선다. 바로 호앙툭하오의 최신 작업, 밧짱 도자기 박물관(Bat Trang Pottery Museum)이다.
그는 하노이 건축의 경우 강과 호수가 많은 지형을 충분히 고려해 ‘물을 활용한 건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밧짱 도자기 박물관은 박흥하이(Bac Hung Hai) 강가에 위치한다. 과거에 이곳은 뱃사공과 육지 사람들이 물건을 거래하던 활발한 전통 시장이었다. 호앙툭하오는 공예 마을과 전통 시장이 만나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던 과거의 형상을 재구성해 박물관을 지었다. 건물 디자인은 서로 겹쳐 있는 7개의 물레를 상징한다. 겹겹이 쌓아 올린 전통(Layers of Tradition)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올해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주소 Bat Trang Pottery Village, Bat Trang, Gia Lam, Hanoi

낙후 지역에 설립한 룽 루옹 학교 © 호앙툭하오
2. 사람을 키우는 건축: 센티아 학교
호앙툭하오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도 관심이 많다. 경제적 낙후 지역에 학교와 놀이 공간을 짓는 봉사 프로젝트를 십수 년째 진행해오고 있으며, 지금도 산간 지방에 4개의 학교를 짓고 있다. 그는 몸과 생각의 성장을 함께 촉진하는 건축물을 디자인하려고 노력한다.



센티아 학교 © 호앙툭하오
하노이에 건축한 학교로는 센티아 학교(Sentia School)가 대표적이다. 센티아 학교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로 구성된 대형 학교이며, 고층 건물로 둘러싸인 비대칭 모양의 부지에 위치한다. 이 점을 고려해 그는 학교의 전체 구조를 지그재그 모양으로 설계했다. 이는 뒤틀린 모양의 대지에 걸맞은 설계임과 동시에 녹지로 이용할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동장, 체육관, 구내식당은 바람이 불어나가는 끝 지점에 설계함으로써 소음을 효율적으로 통제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므로 생기와 재미를 위해 창문을 각기 다른 사이즈와 색깔로 디자인했으며, 건물 내부의 복도는 곡선 루프 형태로 배치해 시각적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센티아 학교 © 호앙툭하오
녹색 건축(Green Architecture) 요소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식물로 채운 옥상 정원은 학생들의 생물학적 흥미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차단하며 오염 물질을 걸러주는 에어필터로 기능한다. 학습 공간 사이사이에 조성된 놀이 정원은 채광과 환기에 용이하고, 소음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한다. 녹지로 조성된 옥상과 놀이 정원 덕분에 학교는 빌딩 숲 사이에 놓인 작은 공원처럼 보인다. 주변에 사는 이웃도 학교가 품은 녹지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주소 Trung Van, Nam Tu Liem, Hanoi
주소 Trung Van, Nam Tu Liem, Hanoi
3. 도시의 꿈: 호아로 감옥
하노이 사람들은 호안끼엠(Hoan Kiem) 호수 아랫동네를 흔히 프랑스 지구(French Quarter)라고 부른다. 1883년에 시작되어 1945년까지 이어진 프랑스 식민 지배 당시 프랑스인의 구역으로 사용하던 장소다. 그곳에 베트남 역사의 아픔이 아로새겨진 호아로 감옥(Hoa Lo Prison)이 있다.

호아로 감옥 © 전혜인
호아로 감옥은 프랑스 식민기에 지배자들이 베트남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해 설립했다. 육중한 노란색 돌로 지은 벽과 검은 문은 억압의 산물이다. 당시 주민들은 감옥의 문을 ‘괴물의 입’이라 칭한 것으로 전해진다. 독립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1964년 발발한 베트남전쟁 때는 미국 포로를 수감하는 곳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식민 지배와 전쟁으로 얼룩진 베트남 근현대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간으로, 현재는 일부만 보존되어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감옥을 재현한 전시실 © 전혜인

옛 감옥의 흔적도 여전히 남아 있다. © 전혜인
호앙툭하오는 이 공간과 남다른 인연을 간직하고 있다. 그가 청년이던 1990년대 초반, 그 자리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기 전 그는 특별한 꿈을 품는다. 호아로 감옥이 철거된 자리에 ‘평화’를 상징하는 열린 광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폭력과 억압으로 눈물진 자리에 평화의 바람을 불어넣고자 했다. 그는 이곳을 사람들이 모이고 자유가 흘러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자 했다. ‘관용의 광장(Square of Tolerance)’이라 이름 붙인 청년 건축가의 이 야심 찬 아이디어는 국제건축상(Convivial Spaces International Ideas Competition(UIA), Paris 1996)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는다.

관용의 광장 구상도 © 호앙툭하오
안타깝게도 현재 그 자리에는 대형 고층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호앙툭하오의 프로젝트는 우리로 하여금 바람직한 건축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도시 안에 잠재하는 가능성을 보는 것, 인간성을 상실하기 쉬운 현대 도시에서 인간과 자연,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그로 인해 인간성이 회복되고 공동체가 살아나는 것, 그것이 바로 앞으로의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주소 1 Hoa Lo, Tran Hung Dao, Hoan Kiem, Hanoi
전화 +84-24-3934-2253
주소 1 Hoa Lo, Tran Hung Dao, Hoan Kiem, Hanoi
전화 +84-24-3934-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