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멜멜 © melmel chung
라플란드 엽서 여행
눈의 나라, 핀란드 라플란드 여행에서 돌아온 사진작가 정멜멜은 “눈은 무슨 색이든 될 수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메일을 썼다. 그 결과 엽서집 <라피>가 탄생했다. 라피는 핀란드어로 라플란드를 뜻한다.
처음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라는 이름의 바나나맛 우유가 등장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한마디로 센세이션했다. 마치 노란 바나나 껍질을 벗기면 하얀 알맹이가 나온다는 사실을 처음 안 것처럼 말이다. 사진작가 정멜멜의 엽서집 <라피>를 보며 저 하얀 바나나맛 우유가 떠올랐다. <라피>에 담긴 눈은 하얀색이었다가 상아색이었다가 주황색이 되었고, 하늘색 혹은 파란색도 되었으며, 이 모든 게 뒤섞인 색도 되었다. 눈이 이렇게 다양한 빛깔로 빛난다는 것을, 그리고 또 다양한 농담의 그림자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라피>를 보며 새삼 깨달았다.

Run in snowfield © melmel chung
빛과 그림자에 명민하게 반응하는 정멜멜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다. 기업이나 단체, 브랜드, 매거진 등 다양한 분야의 사진 작업을 진행하는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Texture on texture)의 일원이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카메라 기종을 묻는 댓글이 유독 많다. 하지만 카메라 너머 그의 시선이 남다름을 안다. 브랜드를 위한 상업사진이든, 매거진을 위한 인터뷰 사진이든, 그의 시선이 담긴 사진은 소녀 같고 할머니 같다. 순수하고 맑으며 다정하고 따뜻하다.

Cotton candy syndrome © melmel chung
<라피>는 정멜멜이 올해 2월 핀란드 라플란드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모아 만든 꽤 두꺼운 엽서집이다. 사진은 온통 눈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겨울의 라플란드는 그야말로 눈의 왕국이기 때문이다. 라플란드는 핀란드 최북단 지역을 가리키는 지명이다. 경계가 모호해 핀란드와 이웃한 스웨덴, 러시아 콜라반도 등을 포함한 유럽 최북단 지역을 라플란드로 부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산타 마을로, 또 누군가에게는 스키장으로 친숙한 지역. 라플란드 지역 대부분은 북극권 영역에 속한다. 날씨만 좋으면 오로라도 쉽게 볼 수 있으며, 북극의 추위 덕분에 개발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자연을 경험하기에도 좋다. 라플란드의 겨울은 길며(4월까지는 눈이 많다), 녹지 않고 쌓인 눈은 50cm에서 1m 높이에 달한다.
자연의 빛이 끝없이 펼쳐지는 이 백색의 황야를 색칠한다. 그리고 눈이 포착한 자연의 빛을, 정멜멜이 다시 카메라로 포착했다. 그 온화하고 맑은 시선으로.
누군가에게는 산타 마을로, 또 누군가에게는 스키장으로 친숙한 지역. 라플란드 지역 대부분은 북극권 영역에 속한다. 날씨만 좋으면 오로라도 쉽게 볼 수 있으며, 북극의 추위 덕분에 개발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자연을 경험하기에도 좋다. 라플란드의 겨울은 길며(4월까지는 눈이 많다), 녹지 않고 쌓인 눈은 50cm에서 1m 높이에 달한다.
자연의 빛이 끝없이 펼쳐지는 이 백색의 황야를 색칠한다. 그리고 눈이 포착한 자연의 빛을, 정멜멜이 다시 카메라로 포착했다. 그 온화하고 맑은 시선으로.

Tender is the night © melmel chung
Q. 라플란드 여행의 시작이 궁금해요.
A. 독일 울름이라는 도시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찾는 유럽이라 시간을 좀 더 붙여 여행하기로 했어요. 그때 핀란드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갔죠. 어째서인지 2019년 겨울은 한국도, 핀란드도 유난히 눈이 오지 않아 다 함께 질릴 정도로 눈을 보자며 북쪽으로 가기로 한 게 라플란드 여행의 시작이었어요. 비행기로, 또 자동차로 하염없이 위로 올라갔죠.
Q. 그렇게 도착한 라플란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A. 핀란드의 별장인 코티지에 머물렀기 때문에 도시라는 느낌보다는 광활하고 적막한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사리셀케의 스키장 같은 명소는 좀 덜했지만, 작은 마을을 거닐다 보면 이곳에 정말 사람이 살고 있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고요. 너무 춥고 눈은 지나치게 많고 오후 4시면 해가 저무는, 어쩌면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자연환경이었지만 그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A. 독일 울름이라는 도시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찾는 유럽이라 시간을 좀 더 붙여 여행하기로 했어요. 그때 핀란드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갔죠. 어째서인지 2019년 겨울은 한국도, 핀란드도 유난히 눈이 오지 않아 다 함께 질릴 정도로 눈을 보자며 북쪽으로 가기로 한 게 라플란드 여행의 시작이었어요. 비행기로, 또 자동차로 하염없이 위로 올라갔죠.
Q. 그렇게 도착한 라플란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A. 핀란드의 별장인 코티지에 머물렀기 때문에 도시라는 느낌보다는 광활하고 적막한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사리셀케의 스키장 같은 명소는 좀 덜했지만, 작은 마을을 거닐다 보면 이곳에 정말 사람이 살고 있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고요. 너무 춥고 눈은 지나치게 많고 오후 4시면 해가 저무는, 어쩌면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자연환경이었지만 그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Moon light © melmel chung
Q. 라플란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이었나요? 예상대로 눈일까요?
A. 네, 눈입니다. 압도적인 양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제가 라플란드에 머물면서 놀란 건 시간대에 따라 눈이 모두 다른 빛깔로 느껴진다는 점이었어요. 어떤 눈은 시리도록 푸른빛이고, 어떤 눈은 석양을 머금어 주황색으로 빛나기도 했죠.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색이 되기도 했고요. 한국으로 돌아와 김지연 디자이너에게 “눈은 무슨 색이든 될 수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메일을 보내며 엽서집을 의뢰했습니다.
Q. 작가님이 다녀온 여러 여행지 중에서도 라플란드의 사진을 모아 물성이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일단 가장 큰 이유는 팬데믹으로 모든 사람의 여행이 잠시 멈췄고, 라플란드가 팬데믹 직전에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이에요. 가장 가까운 여행의 기억이라서요. 하와이나 텔아비브를 갔다면 그때의 장면들로 무언가를 만들었을 거예요. 물성이 있는 형태를 생각한 이유는, 가까이에 있는 신뢰하는 디자이너와 협업하고 싶어서고요. 라플란드의 사진이기에 꼭 물성이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겠다 같은 그런 다짐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눈 사진만 이어지는 게 단조롭지 않을까 걱정했죠.
A. 네, 눈입니다. 압도적인 양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제가 라플란드에 머물면서 놀란 건 시간대에 따라 눈이 모두 다른 빛깔로 느껴진다는 점이었어요. 어떤 눈은 시리도록 푸른빛이고, 어떤 눈은 석양을 머금어 주황색으로 빛나기도 했죠.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색이 되기도 했고요. 한국으로 돌아와 김지연 디자이너에게 “눈은 무슨 색이든 될 수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메일을 보내며 엽서집을 의뢰했습니다.
Q. 작가님이 다녀온 여러 여행지 중에서도 라플란드의 사진을 모아 물성이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일단 가장 큰 이유는 팬데믹으로 모든 사람의 여행이 잠시 멈췄고, 라플란드가 팬데믹 직전에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이에요. 가장 가까운 여행의 기억이라서요. 하와이나 텔아비브를 갔다면 그때의 장면들로 무언가를 만들었을 거예요. 물성이 있는 형태를 생각한 이유는, 가까이에 있는 신뢰하는 디자이너와 협업하고 싶어서고요. 라플란드의 사진이기에 꼭 물성이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겠다 같은 그런 다짐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눈 사진만 이어지는 게 단조롭지 않을까 걱정했죠.

Patterns of frost on the window © melmel chung
Q. 사진집이 아닌 엽서집으로 구성한 이유가 궁금해요.
A. 사리셀케의 작은 기념품 숍 구석에서 먼지와 뒹굴던 아주 촌스럽고 낡은 엽서들을 발견하고 마음을 굳히긴 했지만, 예전부터 한번은 엽서집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저는 제 사진이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멀리까지 가는 게 좋아요. 저는 사진집을 정말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뜯거나 찢어서 나누기 어렵고 조금 무거운 느낌이 있죠. <라피>는 소중히 아끼며 보관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뜯어서 사용해주셨으면 해요. 냉장고나 책상에도 붙여두고, 누군가에게 가벼운 편지도 쓰면서요.
Q. <라피>를 만들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의외로 가격이에요. 일단 종이 선택이나 후가공에서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 돈을 아끼지 않았어요. 그리고 50장이 넘는 분량이다 보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었죠. 어떤 부분은 조금씩 타협하며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제작하고 판매하려고 노력했어요. 성공했는진 잘 모르겠네요.
A. 사리셀케의 작은 기념품 숍 구석에서 먼지와 뒹굴던 아주 촌스럽고 낡은 엽서들을 발견하고 마음을 굳히긴 했지만, 예전부터 한번은 엽서집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저는 제 사진이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멀리까지 가는 게 좋아요. 저는 사진집을 정말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뜯거나 찢어서 나누기 어렵고 조금 무거운 느낌이 있죠. <라피>는 소중히 아끼며 보관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뜯어서 사용해주셨으면 해요. 냉장고나 책상에도 붙여두고, 누군가에게 가벼운 편지도 쓰면서요.
Q. <라피>를 만들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의외로 가격이에요. 일단 종이 선택이나 후가공에서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 돈을 아끼지 않았어요. 그리고 50장이 넘는 분량이다 보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었죠. 어떤 부분은 조금씩 타협하며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제작하고 판매하려고 노력했어요. 성공했는진 잘 모르겠네요.

Way back home © melmel chung
Q. <라피>의 소개 글에 쓰인 것처럼 ‘각각의 제목을 가진 52장의 사진들’이 담겨 있어요. 라플란드로 떠나기 전, 이렇게 많은 눈 사진을 찍으리라 예상했나요?
A. 눈을 찍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인터넷으로 라플란드의 사진을 찾아보며 준비했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했어요. 하지만 사진으로 보는 풍경과 실제로 마주한 풍경은 역시 차이가 크더라고요.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그 느낌을 완전히 담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약간 허망함을 느낄 정도였어요.
Q. 사진마다 제목을 붙인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A. 엽서집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무명의 이미지들이 되는 게 싫었어요. 비슷비슷해 보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각각 고유의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름 짓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Q. 라플란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야생 순록을 보고 싶었는데, 헬싱키로 돌아오기 몇 시간 전에 만났어요. 엽서집에는 순록을 의미하는 ‘Reindeer(레인디어)’라는 이름으로 실렸어요.
A. 눈을 찍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인터넷으로 라플란드의 사진을 찾아보며 준비했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했어요. 하지만 사진으로 보는 풍경과 실제로 마주한 풍경은 역시 차이가 크더라고요.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그 느낌을 완전히 담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약간 허망함을 느낄 정도였어요.
Q. 사진마다 제목을 붙인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A. 엽서집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무명의 이미지들이 되는 게 싫었어요. 비슷비슷해 보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각각 고유의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름 짓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Q. 라플란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야생 순록을 보고 싶었는데, 헬싱키로 돌아오기 몇 시간 전에 만났어요. 엽서집에는 순록을 의미하는 ‘Reindeer(레인디어)’라는 이름으로 실렸어요.

Reindeer © melmel chung
Q. 평소 여행지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인가요?
A. 그런 것 같아요. 거의 모든 순간 무언가를 찍고 있죠. 그게 행복해요.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이고요. 그렇지만 누군가는 싫을 수 있으니 이런 제 모습에 피로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과 주로 여행을 가는 편이에요.
Q. 작가님께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A. 반복되는 일상과 떨어져 있다는 게 아무래도 의미가 크네요. 다른 분들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Q. 다시 라플란드에 간다면 꼭 보고 싶은 장면이 있나요?
A. 여름의 라플란드가 궁금해요. 정확히 말하면 여름의 코티지가 궁금합니다. 겨울과 정반대의 풍경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들의 여유로운 휴가 방식 자체가 좋더라고요. 날이 더워지면 호숫가에서 수영을 하거나 버섯 혹은 베리를 딴다고 해요.
A. 그런 것 같아요. 거의 모든 순간 무언가를 찍고 있죠. 그게 행복해요.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이고요. 그렇지만 누군가는 싫을 수 있으니 이런 제 모습에 피로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과 주로 여행을 가는 편이에요.
Q. 작가님께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A. 반복되는 일상과 떨어져 있다는 게 아무래도 의미가 크네요. 다른 분들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Q. 다시 라플란드에 간다면 꼭 보고 싶은 장면이 있나요?
A. 여름의 라플란드가 궁금해요. 정확히 말하면 여름의 코티지가 궁금합니다. 겨울과 정반대의 풍경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들의 여유로운 휴가 방식 자체가 좋더라고요. 날이 더워지면 호숫가에서 수영을 하거나 버섯 혹은 베리를 딴다고 해요.

Glistening snow © melmel chung

The thin yellow line © melmel chung
Video © melmel chung
정멜멜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meltingfr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