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 Rose Wylie 2013 / Photo by Joe McGorty

로즈 와일리, 86세의 천진난만한 소녀
전 세계를 사로잡은 86세의 화가가 서울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었다. 색감이나 작품의 소재, 주제 등 어느 것 하나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밝고 천진난만하다. 이 점만으로도 로즈 와일리라는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한 명의 아티스트를 설명할 때 필요한 정보는 뭘까? 수상 경력이나 작품 가격? 작품의 주제나 철학? 아니면 피부색이나 나이 혹은 성별일까?
스포츠 선수처럼 물리적 신체와 체력이 절대적 요소인 직업이 아닌, 예술가에게 나이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닐지도 모른다. 작품에 대한 철학과 예술 세계라는 것이 경력에 녹아들어 세월과 함께 농익어간다면 나이는 오히려 방해가 아닌 경륜과 완성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유독 나이가 이슈가 되는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날이 갈수록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86세 아티스트 로즈 와일리(Rose Wylie)다.
로즈 와일리

쿠바 문화에 대한 오마주 페이팅 ⓒ Cuban Scene, Smoke, 2016 / Rose Wylie, Oil on Canvas 208 x 340cm. Photo by Soon-Hak Kwon

작품에서 느껴지는 젊고 찬란한 시간
많은 언론이나 갤러리가 그녀를 주목하는 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고령의 아티스트가 누구보다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작품과 소재가 갈수록 나이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간을 역행하고 세월을 거스르는, 중력을 벗어난 작가의 작품 말이다.
그가 다루고 있는 작품을 살펴볼까?
유명한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그 유명한 <킬빌>이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같은 영화들이나 마릴린 먼로, 니콜 키드먼 등의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해 웨인 루니, 티에리 앙리 같은 축구 스타,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의 공습을 받던 영국의 한 마을이나 환경 파괴 문제 등 그가 다루는 작품 스펙트럼은 어마어마하게 넓다.
로즈 와일리

ⓒ Rose Wylie 2017 / Photo by Joe McGorty

로즈 와일리는 영국 켄트 출신이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결혼과 함께 한동안 작품 활동을 멈춰야 했다. 출산과 육아가 경력 단절로 이어진다는 점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가 보다. 그러다 영국왕립예술학교에 입학해 그림을 다시 그린다. 그의 나이 45세가 되던 해였다. 이후 아티스트로서 한동안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듯 매일 그림을 그렸다. 열정은 꺼지지 않았고, 활활 타오르던 불은 마침내 미술계 인사들의 눈에 띄게 된다.
79세이던 2013년 테이트 브리튼과 서펀타인 갤러리의 전시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듬해에는 ‘존 무어 페인팅상’을 수상한다. 이 상은 영국 사업가 존 무어가 평면 미술가들에게 창작 의욕을 불어넣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영국 회화 작가들에겐 가장 큰 영예다.
또한 영국 <가디언>에서는 그를 ‘영국에서 가장 핫한 신예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하고, 세계 최대 갤러리 중 하나인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는 등 그의 주가는 갈수록 승승장구 중이다.
로즈 와일리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 ⓒ Six Hullo Girls, 2017 / Rose Wylie, Oil on Canvas 182 x 330cm

유쾌함을 건네는 작품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가 유행일 정도로 일상이 우울한 요즘, 로즈 와일리의 천진난만하면서도 즐거운 작품으로 마음을 위로받을 기회가 생겼다. 지금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로즈 와일리의 전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전시 제목은 <Hullo Hullo, Following on: 로즈 와일리展>. 유쾌하고 따뜻함이 가득한 그녀답다. 이번 전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작가 개인전이다. 원화 150여 점을 포함해 그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컬렉터들의 소장품도 함께 전시 중이다.
로즈 와일리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토트넘의 승리를 이끈 손흥민의 4골을 표현한 작품 ⓒ Tottenham go fifth, 2020 / Rose Wylie, Pencil and colored pencil on paper, 21 x 29.7cm. Photo by Jo Moon Price

로즈 와일리

<가디언>의 기사를 바탕으로 한 손흥민 선수 작품 ⓒ Scoring 4, 2020 / Rose Wylie, Pencil, colored pencil, biro, oil and collage on paper, 30 x 26cm. Photo by Jo Moon Price

로즈 와일리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전하는 손흥민 선수의 골 세리머니 장면 ⓒ Tottenham Colors, 4 Goals, 2020 / Rose Wylie, Oil on paper and collaged canvas, 30 x 26cm. Photo by Jo Moon Price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토트넘 핫스퍼에서 활약하는 축구 선수 손흥민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 자신이 남편의 영향을 받아 프로축구의 열렬한 팬이어서 웨인 루니, 티에리 앙리 등 프리미어리그의 전설적 축구 스타들을 그린 적이 있다. 전시 장소가 한국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로즈 와일리의 작품 주인공이 최근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 선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또 미술 전문지 <아트 리뷰>가 선정한 미술계 파워 인사에서 영향력 1위로 선정된 바 있는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극찬한 초대형 원화 작품들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 중엔 무려 6m가 넘는 것도 있다.
로즈 와일리

레드 페인팅, 로즈 와일리에게 영감을 준 살아 있는 생명들 ⓒ Red Painting Bird, Lemur & Elephant, 2016 / Rose Wylie, Oil on Canvas, 183 x 499cm

로즈 와일리가 가장 잘 드러나는 전시 구성
전시는 총 일곱 가지 주제로 나눈 공간과 특별관으로 구성했다. 1관은 로즈 와일리가 사랑한 일상을 그림으로 반영했다. 뉴스나 역사, 만화와 스포츠 등 그녀에게 영감을 주는 일상들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2관은 그녀가 사랑한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쿠엔틴 타란티노와 베르너 헤어초크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로즈 와일리가 사랑하는 영화를 시각언어로 재현한 작품들이다. 3관에는 비밀을 담았다. 영국 테이트 모던의 VIP룸(Tate Modern Member's Room)에 전시되었던 작품들이 최초로 공개된다. 일단 관람객은 평소 볼 수 없던 작품이라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로즈 와일리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의 초상 ⓒ NK (Syracuse Line Up), 2014 / Rose Wylie, Oil on Canvas, 185 x 333cm

4관은 ‘영감의 아카이브’란 주제로 역사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선정했다. 정치나 종교, 역사와 돈 등의 다양한 소재에서 작품을 완성했지만 로즈 와일리 작품 특유의 유머와 밝은 색채 덕에 딱딱하거나 어려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5관은 축구라는 하나의 주제로만 구성했다. 남편의 영향을 받아 축구를 사랑하게 된 작가는 현재 토트넘 홋스퍼의 열렬한 팬이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소개하는 축구 스타들과 경기를 캔버스에 옮겨 담았다. 물론 손흥민 선수도 등장한다.
6관은 작가에게 영감을 준 동물이나 새, 꽃 등 자연의 요소를 담은 작품으로 꾸몄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요소를 실제 크기가 아닌 작가가 상상하는 크기로 담았다는 점이다. 마지막 7관은 작가의 자화상과 소녀, 여성들을 그린 작품들로 구성했다. 그 자신이 결혼과 육아 때문에 그림을 멈춰야 했던 시기가 있어서인지, 로즈 와일리는 여성을 그릴 때 오히려 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묘사하곤 한다. 그런 여성에 대한 연대와 응원의 목소리가 캔버스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공식 전시관 외에도 재미있는 공간이 하나 더 있다. 권순학 작가가 영국 켄트 지방에 있는 로즈 와일리의 아틀리에를 직접 촬영해 전시장에 그대로 재현해놓은 공간이다. 그 공간을 보고 있자면 물감 범벅인 86세의 천진난만한 소녀가 진지하게 그림을 보고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로즈 와일리

Sissor Girl 연작 중 한 점 ⓒ Sissor Girl, 2017 / Rose Wylie, Oil on Canvas, 183 x 330cm

<<Hullo Hullo, Following on: 로즈 와일리展>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 기간 2021년 3월 28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시간 10:00~19:00
문의 +82-2-733-2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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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머물 곳: 시그니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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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300 롯데월드타워 76~101층
문의 +82-2-3213-1000
홈페이지 시그니엘 서울
2021. 1 에디터:정재욱
자료제공: 유엔씨, 초이앤라거, 데이비드 즈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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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1
  • 에디터: 정재욱
  • 자료제공:
    유엔씨, 초이앤라거, 데이비드 즈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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