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핑크색 화가(The pink painter) © Vincent Bal
팬데믹 시대, 위트를 전해주는 5명의 아티스트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감이 사람들 사이에 스며들었다. 전 세계가 거리를 두는 팬데믹 시대 속에서 우리는 일상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자기만의 시선으로 재치와 위트를 놓치지 않는 명랑한 아티스트 5인의 작품을 보며 일상에 따스함을 더한다.

야식(Night Snack), 선데이 스케치, 오프셋 프린트, 2019 © Christoph Niemann
크리스토프 니만: 빈틈으로 상상하기
독일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동 문학 작가인 크리스토프 니만(Christoph Niemann)은 ‘선데이 스케칭(Sunday Sketching)’을 통해 일상 속 자신만의 빈틈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 빈틈으로 그만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넓게 깃들었다. 물방울은 뽁뽁이가 되고, 망치는 어느 축구 선수의 당찬 발길질이 된다. 또 형광펜으로 그은 두 직선은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텅 빈 냉장고가 되었다. 크리스토프는 너무 일상적인 나머지 그대로 흘러가버리는 것들을 내버려두는 법이 없다. 익숙함을 새로움으로 바꾸었고 그 새로움은 또 다른 익숙한 풍경으로 우리를 반긴다.

뽁뽁이(Bubble Wrap), 선데이 스케치, 오프셋 프린트, 2019 © Christoph Niemann

월드컵(World Cup), 선데이 스케치, 오프셋 프린트, 2019 © Christoph Niemann

광선검(Light Sabers), 선데이 스케치, 오프셋 프린트, 2019 © Christoph Niemann

고릴라(Gorilla), 선데이 스케치, 오프셋 프린트, 2019 © Christoph Niemann
이러한 독특한 관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는 보통의 나날 속 그와 부딪히는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있었다. “저는 일상 속 거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제가 읽는 책, 시청하는 TV 프로그램, 관람하는 예술 작품 등 제가 매일 마주하는 사물이나 사람들로부터 상호작용을 얻죠. 물론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해요. ‘이거 너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아닌가?’ 하면서요. 하지만 저는 감상자와 함께 연결된 경험으로 작품을 만드는 게 더 좋거든요.”
그의 작품을 보면서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이유는 많은 이에게 보편적이고 이해 가능한 범위의 일상적 풍경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평소와 다른 시선으로 오늘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만의 의미를 확장해나가다 보면 또 소소한 웃음을 터뜨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이야말로 우울한 팬데믹 시대에 가장 필요한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크리스토프 니만 홈페이지 shop.christophniemann.com
그의 작품을 보면서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이유는 많은 이에게 보편적이고 이해 가능한 범위의 일상적 풍경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평소와 다른 시선으로 오늘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만의 의미를 확장해나가다 보면 또 소소한 웃음을 터뜨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이야말로 우울한 팬데믹 시대에 가장 필요한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크리스토프 니만 홈페이지 shop.christophniemann.com

켐니츠 양(Chemnitz Sheep) © Rich McCor
리치 매코: 자기다움으로 오려나간 종잇조각들
영국 출신의 아티스트 리치 매코(Rich McCor)는 자신의 사진 한편에 가위로 오린 종이를 덧대는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이러한 신선한 시도를 시작한 것은 평범함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런던의 거리를 찍더라도 자기만의 주관과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고,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던 방식을 찾기 위해 도시를 계속해서 탐험했다.

앨버트 브릿지 뜨개질(Albert Bridge Knitting) © Rich McCor

레고 개선문(Lego Arc de Triomphe) © Rich McCor

마릴린(Marilyn) © Rich McCor
작품에는 그의 놀라운 재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도시를 이어주는 대교의 케이블이 할머니의 뜨개실이 되고, 아치형 건물 지붕이 마릴린 먼로의 치맛자락이 되는 무한한 상상력에는 웃음을 넘어 감탄이 이어지고 만다. 그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이 ‘자기다움’을 발견하길 바랐다. “모든 사람이 자기 고유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능력을 찾으면 좋겠어요. 그 안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리거든요.” 리치가 원했던 특별함과 독특함이라는 건, 평범성에서 멀리 떨어진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이 지닌 대체 불가성을 말한다. 그리고 그는 그런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힘을 강조했다.
“락다운과 함께 보낸, 정말 힘든 1년이었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열정에 빠질 일들을 찾아냈다고 생각해요. 홈 베이킹이나 뜨개질, 악기 배우기 같은 거요. 우울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위안과 영감을 얻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대로 창의력을 재료로 쓰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인 것 같아요.” 우리에겐 당장 내일부터 해야 할 일도 넘어야 하는 단계도 많지만, 그의 말을 통해 가장 먼저 견지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의 작품이 어느 날 우리에게 다가온 것처럼, 이제는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낼 시간이다.
리치 매코 홈페이지 paperboyoprints.com
“락다운과 함께 보낸, 정말 힘든 1년이었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열정에 빠질 일들을 찾아냈다고 생각해요. 홈 베이킹이나 뜨개질, 악기 배우기 같은 거요. 우울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위안과 영감을 얻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대로 창의력을 재료로 쓰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인 것 같아요.” 우리에겐 당장 내일부터 해야 할 일도 넘어야 하는 단계도 많지만, 그의 말을 통해 가장 먼저 견지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의 작품이 어느 날 우리에게 다가온 것처럼, 이제는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낼 시간이다.
리치 매코 홈페이지 paperboyoprints.com

김수민의 종이컵 작품들 © 김수민
김수민: 세상을 종이컵에 기록하는 일
우리 주변에 널브러진 물건에 변화를 준다고 변화가 생길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김수민 작가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페이퍼 컵 아티스트다. 그는 매일 아무렇지 않게 마시고 버렸던 커피 컵에 개성 넘치는 장면을 담아 새로운 생명을 소생시키고 있었다. 스타벅스 종이컵의 무한한 변신은 그때부터 시작되었고, 섬세하게 오려지고 각인되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 김수민

그네 © 김수민

휴가 © 김수민

옥상 © 김수민
그는 종이컵에 세계를 새겼다. 명랑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담기도 하고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리기도 한다. 그 주인공은 여성이기도 하다가 남성이기도 하고, 또 종종 무성의 것이 보이기도 한다. 많은 것이 이 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우리가 마주한 세계가 작아져 저 컵 안에 깃들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이건 하나의 기록물이기도 한 셈이다.
세계적 재난 앞에서 사람들은 자꾸만 다음을 기약한다. 오늘 당장의 행복을 미루는 일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볼수록 무기력증이 잠잠해지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그건 아마도 오늘을 내일로 미루지 않았다는 짐작에서 비롯한 것 같다. 매일 반복되었을 섬세하고 예민한 칼질이, 오롯이 그만 알고 있는 그 긴 시간이 컵에서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수민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fseo
세계적 재난 앞에서 사람들은 자꾸만 다음을 기약한다. 오늘 당장의 행복을 미루는 일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볼수록 무기력증이 잠잠해지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그건 아마도 오늘을 내일로 미루지 않았다는 짐작에서 비롯한 것 같다. 매일 반복되었을 섬세하고 예민한 칼질이, 오롯이 그만 알고 있는 그 긴 시간이 컵에서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수민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fseo

타이프슬라이서(Typeslicer) © Vincent Bal
빈센트 발: 그림자로 낙서하기
그림자는 빛을 받은 대상 뒤편으로 만들어지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여기곤 했다.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벨기에에서 활동하는 영화 제작자이자 아티스트인 빈센트 발(Vincent Bal)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자를 이용해 낙서를 한다. 그는 스스로를 ‘그림자 예술가(Shadowologist)’라고 칭하며 그림자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의 작업 방식은 사뭇 특별하다. 그림자를 차분하게 응시하면서 눈에 무언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두운 단면이 자신이 상상하는 형상으로 변할 때까지 말이다.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그림자가 될 수 있는 무한한 것들을 계속해서 떠올린다. 아주 작은 벌레에서부터 장엄한 세계의 모습까지.

빛의 나무(The tree of light) © Vincent Bal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 © Vincent Bal
빈센트는 코로나19로 꽁꽁 언 사람들의 마음을 예술이 위로해주길 바랐다. “예술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도와주잖아요. 움직이지 않고도 여행을 하게 하고 또 꿈을 꾸게 하고요. 사람들이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 사이를 연결해주기도 해요. 우울할 때 슬픈 노래 들으면 훨씬 마음에 와닿는 것처럼 예술은 힘든 시기에 큰 위로가 돼요. 그러니까 이게 다른 각도의 시선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는 거죠. 살아가는 게 늘 행복한 건 아니지만, 제 그림자 작업을 따라 그 안으로 햇볕이 들어가면 좋겠어요.”
그의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말을 듣다 보면 그림자가 아니라, 그림자가 만들어질 수 있던 햇볕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이 아니던 그림자도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심지어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단 걸 인지한다. 혼자인 줄 알았지만 모두가 서로를 기다리는 요즘의 나날처럼 그렇게 빈센트의 작품이 우리 곁에 있다.
빈센트 발 홈페이지 www.etsy.com/shop/vincentbaldoodles
그의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말을 듣다 보면 그림자가 아니라, 그림자가 만들어질 수 있던 햇볕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이 아니던 그림자도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심지어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단 걸 인지한다. 혼자인 줄 알았지만 모두가 서로를 기다리는 요즘의 나날처럼 그렇게 빈센트의 작품이 우리 곁에 있다.
빈센트 발 홈페이지 www.etsy.com/shop/vincentbaldoodles

© 다나카 다쓰야
다나카 다쓰야: 원형으로부터 한 발자국 멀어지기
마스크 산과 선글라스 모니터. 집게 러닝 머신과 핫도그 수술. 단어로 나열하고 보니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다나카 다쓰야의 세계에서만큼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일본 미니어처 사진작가인 다나카 다쓰야는 흥미로운 작업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조그맣게 줄어든 세상에서 우리 일상용품에 재기 발랄한 상상을 덧대는 것이다. 이러한 ‘쓰임의 전복’은 그가 작품을 통해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요소이기도 하다. “모두 알고 있는 물건이나 사건을 작품에 도입하는 걸 소중히 하고 있어요. 도구를 본래의 용도가 아닌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일본에서는 ‘미타테(見立て)’라고 하는데, 하나의 물건을 두고 생각하지 못한 비교를 성립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을 작품의 모티브로 고르고 있어요.”

© 다나카 다쓰야

© 다나카 다쓰야

© 다나카 다쓰야
실제로 그는 일부러 숍에 자주 간다. 모두가 같은 목적으로 구매하는 물건들이 진열된 곳에서 일반적인 쓰임을 생각하고 관찰하는 게 영감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편의점, 슈퍼마켓, 인터넷 쇼핑몰 등을 가리지 않고 자기만의 모티브를 찾아낸다. 창의력과 상상력, 기발함과 재치를 알맞은 비율로 섞어 그만의 작고 귀여운 세상이 완성됐다.
지금껏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해지지 않은 시대. 다나카는 ‘미타테’의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모두가 이 시기를 무탈하게 지나가기를 바랐다. “제 작품에는 집 안에 있는 것들이 많이 등장해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시점을 바꾸고 그 관점을 즐기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주변을 둘러보며 관찰하고 상상해보세요. 즐거운 극복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다나카 다쓰야 홈페이지 miniature-calendar.com
지금껏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해지지 않은 시대. 다나카는 ‘미타테’의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모두가 이 시기를 무탈하게 지나가기를 바랐다. “제 작품에는 집 안에 있는 것들이 많이 등장해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시점을 바꾸고 그 관점을 즐기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주변을 둘러보며 관찰하고 상상해보세요. 즐거운 극복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다나카 다쓰야 홈페이지 miniature-calend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