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 프래그

서울을 간직하는 색다른 방법, 서울 랜드마크 팝업 북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 한국 근현대사의 주 무대였던 문화역서울 284, 서울의 중심에 자리한 남산서울타워···. 책을 펼치면 서울의 랜드마크가 나타난다.
책을 펼치자 형태를 갖춰가는 건물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2차원 평면 위에 세워진 3차원의 입체적 건물들. 옆에서 본 세운상가가 이런 모습이었나? 서울의 랜드마크를 팝업 북으로 구현한 <워킹페이퍼 – 서울>이다. 숭례문, 독립문, 남산서울타워, 63스퀘어, 문화역서울 284, 국회의사당, 세운상가까지 총 7개 랜드마크가 종이로 재탄생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치 도시를 탐험하는 기분이 들게 하며, 완성도 높은 만듦새는 소장욕을 자극한다. 서울의 모습을 간직하는 새로운 제안, <워킹페이퍼 – 서울(Working Paper – Seoul)>은 디자인 스튜디오 프래그(PRAG)의 ‘워킹페이퍼’ 시리즈 중 하나다.
<워킹페이퍼 – 서울> © 프래그

<워킹페이퍼 – 서울> © 프래그

프래그는 금속공예를 전공한 대학 동문 세 명이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건희는 장비 제작과 기술 개발을, 조민정은 그래픽디자인을 각각 담당하고, 최현택은 3D를 바탕으로 하는 제품·공간 디자인 등의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역할이 나뉘어 있긴 하지만, 프로젝트에 착수하면 목적에 따라 둘 또는 셋이 붙어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랜 시간 도심 제조업의 메카였던 을지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 능숙한 이들은 새로운 재료와 제조 방식을 활용하는 데 거침이 없다. 제품과 그래픽디자인, 브랜딩, 출판 등 여러 분야의 작업물은 단지 프래그라는 맥락 아래에 놓인다.
 
Q.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희가 평소 아트북을 좋아해 많이 수집하고 있는데요, 을지로와 충무로 지역을 기반으로 디자인 작업을 하는 우리가 지역 특색이 담긴 아트북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 마침 세운상가를 거점으로 한 상품 제작 지원 사업 공고가 떴고, 세운의 전자와 충무로의 인쇄를 결합한 팝업북 <워킹페이퍼 - 라이트(Working Paper – Light)>를 제안한 것이 선정되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나요?
A.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읽기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자’가 목표예요. 책이라는 정지된 매체 안에서 글과 그림이 전달하는 메시지, 그 이상의 감각과 경험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문화역서울 284의 조각들 © 프래그

문화역서울 284의 조각들 © 프래그

Q. 전자회로를 활용한 ‘전자얼굴’ 프로젝트나 구리 테이프를 이용한 생일 카드 등 프래그가 꾸준히 지역 고유의 재료와 제조 기술을 주목하고 활용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A. 우리 주변 지역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제조 기술은 접근성이 뛰어나 기술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이자 제작자로서 제조 기술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제작자들과 관계를 쌓아나가면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업을 전개하기도 해요.
 

<워킹페이퍼 – 라이트> 구동 영상 © 프래그

<워킹페이퍼 – 라이트>는 그림 속 숨어 있는 스위치를 찾아 빛을 켜고 끄며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제작한 아트북이다. 종이에 인쇄된 전도성 잉크(Conductive Ink)가 전류가 흐르는 길을 구성하고, PCB(전자기판) 및 LED와 각종 센서가 숨어 있는 스위치가 작동되도록 한다.
 
Q. <워킹페이퍼 – 서울>의 랜드마크 7곳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서울의 진짜 모습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서울 선언>이라는 책에서 ‘삼문화광장’(세 가지 다른 시대의 문화를 켜켜이 품고 있는 장소라는 개념)이라는 개념을 읽고, 여러 세대와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을 표현하고 싶었죠. 하지만 팝업 북이 전달하는 메시지의 한계점도 있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서울 속 다양한 시대의 모습을 담고 싶었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조선,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각 시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선정했죠.

Q. <워킹페이퍼 – 서울>을 만들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A. 페이퍼 엔지니어링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어요. 각 랜드마크의 모습을 팝업 북으로 재해석해 표현해야 하는데, 평면 상태에서 입체로 변화하는 과정이 쉽지 않더라고요.
랜드마크들의 페이퍼 엔지니어링 목업 © 프래그

랜드마크들의 페이퍼 엔지니어링 목업 © 프래그

랜드마크들의 페이퍼 엔지니어링 목업 © 프래그

랜드마크들의 페이퍼 엔지니어링 목업 © 프래그

Q. 한정된 크기 안에서 랜드마크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작업도 참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A. 종이 판형은 접었을 때와 펼쳤을 때 너비가 두 배 정도 차이 나요. 구현하고자 하는 랜드마크의 압도적 크기를 아주 작게 구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랜드마크의 그래픽을 입히지 않은 상태에서 종이 구조를 계속 테스트하며 생략하거나 강조할 부분을 추렸죠. 각 랜드마크가 지닌 디테일을 살려 크기의 한계를 상쇄하고자 한 거예요. 그런데 결국 너무 작은 크기의 종이 파츠로 인해 제작이 쉽지 않았어요.(웃음)
 

<워킹페이퍼 – 서울> 제작 영상 © 프래그

<워킹페이퍼 – 서울>은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종이로 구현한 팝업 북이다. 숭례문, 독립문, 남산타워, 63스퀘어, 문화역서울 284, 국회의사당, 세운상가, 총 7개의 랜드마크가 담겼다. 현재 <워킹페이퍼 – 서울>은 독립 서점 ‘유어마인드(your-mind.com)’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Q. 팝업 북으로 구현하기에 가장 어려운 랜드마크는 무엇이었나요?
A. 남대문요. 약간 비스듬히 내려오는 처마를 표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처마의 각도에 따라 책을 폈을 때 온전히 펼쳐지지 않는 부분이 많아 몇 번이고 각도를 수정했고, 종이에 인쇄되는 면적에 따라 접착 면이 버티는 힘 역시 달랐기 때문에 아주 어려웠죠.
남대문 © 프래그

남대문 © 프래그

독립문 © 프래그

독립문 © 프래그

Q. 작업 과정에서 발견한 서울 랜드마크의 새로운 면이 있나요?
A. 작업을 하며 흔히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알고 있는 곳들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가까이에 있지만 처음 가본 곳도 있고, 어떤 곳은 항공사진 속 모습이 더 익숙하기도 했고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서울의 아파트, 필로티 구조를 갖춘 빌라 등 서울 시민의 삶과 친숙한 건물들을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왼쪽부터 차례로) 조민정, 이건희, 최현택 © 프래그

(왼쪽부터) 조민정, 이건희, 최현택 © jkphoto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복합적인 면이 프래그의 색깔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Q. 프래그의 작업물을 보면 새로운 재료나 기술을 활용하고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A. 저희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데 재미를 느껴서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대단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미 작업을 해본 것의 연장선인 경우도 많고요. 다만 그 형태나 과정이 이전보다 간결한 모습을 띠는 것 같아요.

Q. 프래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 자체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팀원들의 흥미가 우선이에요.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다지 흥미가 없는 프로젝트라면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팀원이 하고 싶은 자체 프로젝트가 있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그 힘이 저희가 수행하고 있는 여러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기도 해요.
© 프래그

© 프래그

Q. 다음 ‘워킹페이퍼’ 시리즈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A. 사운드 버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획은 <워킹페이퍼 – 라이트>를 제작할 때부터 생각했는데, 개발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생각보다 많아 잠시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올해 완성하는 게 목표예요.

프래그
홈페이지 prag-studio.com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pragstudio
2021. 3 에디터: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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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3
  • 에디터: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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