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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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록이 흐르는 밤
리버풀이 비틀스의 고향이라면, 시애틀은 너바나와 펄 잼의 고향이다. 시애틀 관광청이나 시애틀 관련 기사에서는 모두 시애틀을 그런지 록의 고장이라고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1980년대 노래들이 최고였어. 건즈 앤 로지스, 모틀리 크루, 데프 레퍼드! 그런데 찌질이 같은 코베인이 다 망쳐버렸어. 인생을 즐기는 게 뭐가 문제라고.”
“Then that Cobain pussy had to come around and ruin it all.”
Like there's something wrong with just wanting to have a good time?
영화 <더 레슬러(The Wrestler)>에서 1980년대 전성기를 보냈던 한물간 프로레슬러 랜디와 스트리퍼 팸이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나누는 대사다. 랜디의 말처럼 1980년대 미국 팝 음악계는 건즈 앤 로지스와 모틀리 크루 등 하드록과 화려하고 신나는 음악을 하는 팝 메탈 밴드가 메인스트림의 한편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보내던 시기였다.  
펄잼

펄 잼의 라이브 공연 © Shutterstock

크리스 코넬

시애틀 무어 극장에서 공연하는 사운드가든의 크리스 코넬 © Shutterstock

노래 한 곡이 바꾼 대중음악의 역사
그러다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곱상하게 생긴 청년 하나가 속해 있던 밴드가 변변찮은 코드 몇 개로 엄청난 리프를 연주하며 음악 신을 뒤집어놓았다. “Hello, how low”라며 알 수 없는 후렴을 반복하는 그 노래는 미국 전역의 라디오 방송을 휩쓸었고, 10대와 20대는 후렴에 맞춰 고개를 흔들었다.
노래가 수록된 앨범명 <Nevermind>는 ‘세기의 앨범’이라는 평을 받던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를 빌보드 차트 1위에서 끌어내렸다. 밴드 이름은 너바나(Nirvana)였고, 곱상한 청년은 영화 속 주인공 랜디가 찌질이라고 욕하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다.
그렇게 1990년대 초 미국의 팝 음악 시장은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이란 노래 한 곡으로 인해 1980년대를 휩쓴 헤비메탈과 하드록의 대안인 얼터너티브 록의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자라고 음악을 시작한 도시 시애틀은 너저분한 스타일과 냄새를 풍긴다는 의미로 그런지 록 음악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사전에서도 그런지(grunge)는 먼지, 때란 의미 외에 그런지 록(1990년대 초에 유행한 시끄러운 록 음악의 일종) 혹은 그런지 스타일(그런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하는 복장 형태로, 보통 깔끔하지 못한 헌옷 같은 옷을 입는 것)로 정의한다.

시애틀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버스커들 © Shutterstock

시애틀 레코드 숍의 바이닐 © Shutterstock

너바나와 펄 잼, 앨리스 인 체인스, 사운드가든은 같은 시기에 시애틀에서 공연했다. 이후 이들은 별다른 음악 장르의 교집합이 없음에도 시애틀 4인방 혹은 그런지 4인방으로 불리게 된다. 사실 이들 밴드의 음악 스타일은 모두 달랐다. 펄 잼은 미국적 컨트리와 서던 록 사운드를, 앨리스 인 체인스와 사운드가든은 어둡고 묵직한 하드록 사운드를 선보였다. 반면 너바나는 라몬스나 소닉 유스, 섹스피스톨스와 같은 펑크록에 가까웠다. 그런지 사운드가 너바나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너바나를 통해 그런지라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은 분명하다.
지미 헨드릭스

워싱턴주 렌턴에 있는 지미 헨드릭스 메모리얼 © Shutterstock

지미 헨드릭스

시애틀 시내의 지미 헨드릭스 기념동상 © Shutterstock

시애틀에는 이름난 뮤지션이 많다
그런지 록 밴드가 아니어도 시애틀을 대표하는 뮤지션은 제법 많다. 비가 많이 오는 탓일까? 캘리포니아 출신 음악가와 시애틀 출신 음악가는 다르다. 무엇이 다르냐고 구체적으로 묻는다면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햇빛과 구름의 차이, 건조함과 습기의 차이, 해변 앞과 차고 안의 차이 정도”라고 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이키델릭 록의 황제이자 기타의 신인 지미 헨드릭스가 시애틀에서 나고 자라고 음악을 시작했다. 그의 첫 공연 장소는 시애틀 유대교 회당(Temple De Hirsch)이었다. 지미 헨드릭스가 인기를 얻고 생의 마지막까지 보낸 곳은 영국이지만, 그의 묘지는 고향 시애틀에 있다. 그리고 스탠더드 재즈 가수의 전형이자 캐럴의 아버지 빙 크로스비도 시애틀 옆 터코마 출신으로 시애틀에서 재즈 밴드를 결성했다. ‘팝 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퀸시 존스의 경우 태어난 곳은 시카고지만, 시애틀로 이주해 성장했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곳도 시애틀이었다. ‘소울과 블루스의 거장’으로 일컫는 레이 찰스가 무명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이사한 곳도, 퀸시 존스를 만나 밴드를 시작한 곳도 모두 시애틀이다.
그런지 록의 흔적이 묻어나는 시애틀의 명소들
서브 팝 공항 매장

그런지 탐험의 시작, 서브 팝 공항 매장(Sub Pop Airport Store)
시애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런지 사운드 탐험은 시작된다. 시애틀-터코마 국제공항에는 그런지 사운드의 현재를 있게 한 서브 팝 레이블의 매장이 있기 때문이다. 서브 팝은 시애틀 출신 밴드들의 앨범을 제작하던 인디 레이블이었다. 유명해지기 전의 사운드가든, 그린 리버(이후 펄 잼으로 발전), 멜빈스 등이 서브 팝을 통해 앨범을 냈다. 이후 너바나가 이곳에서 데뷔 앨범 <블리치(Bleach)>를 내며 서브 팝은 한순간에 그런지의 근원지가 되었다.
시애틀-터코마 공항에는 서브 팝에서 발매하는 앨범을 비롯해 티셔츠와 스티커, 포스터 등이 가득하다. 고유의 아이콘이 새겨진 기념품 외에 역시 너바나 관련 기념품이 가장 눈에 많이 띈다.

위치 시애틀-터코마 국제공항 C 게이트 앞
시애틀의 라이브 클럽

그런지 사운드의 생생한 현장, 시애틀의 라이브 클럽
록 음악의 성지답게 시애틀에는 유명 라이브 클럽이 여럿 있다. 대표적인 곳은 단연 더 크로커다일이다. 너바나와 펄 잼, 앨리스 인 체인스, 사운드가든이 모두 여기서 공연했다. 1991년에 생겼는데, 이때가 바로 너바나의 <Nevermind> 앨범이 나온 해다. 궁합이 맞았는지 크로커다일은 1990년대 록 음악의 성지이자 전 세계 음악 마니아의 집합소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지 록 음악의 쇠퇴와 함께 2007년 문을 닫고 만다. 이후 시애틀 밴드 앨리스 인 체인스의 드러머이던 숀 키니가 클럽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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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모스와 쇼박스도 크로커다일 못지않게 유명하다. 뉴모스 역시 1990년대 초반 그런지 시대에 태어났는데, 펄 잼과 닐 영이 함께 이곳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처음 문을 열 당시엔 모스 모 록큰 카페(Moe’s Mo Rock’N Café)란 이름으로 시작했으며, 다시 뉴모스(Neumos)로 운영하고 있다. 쇼박스는 1930년대 처음 문을 연 재즈 클럽이다. 당시 초기 인기 음악이던 재즈를 주로 공연했는데, 이제는 재즈뿐 아니라 네오포크와 힙합, 록 등 다양한 장르의 라이브 공연을 열고 있다.
파라마운트 극장은 시애틀에서 대형 공연을 할 수 있는 전문 공연장이다.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은 물론 뮤지컬과 연극 같은 무대예술도 함께 선보인다. 마돈나의 전설적 시애틀 공연이 바로 파라마운트 극장에서 열렸다.

더 크로커다일
주소
2200 2nd Avenue, Seattle
홈페이지 thecrocodi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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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의 역사가 이곳에, 팝 문화 박물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음악 마니아이던 폴 앨런이 만든 팝 문화 박물관으로, 현지에서는 모팝(MoPOP, The Museum of Pop Culture)이라 부른다. 음악 관련 자료만 해도 8만여 점이 넘는다. 원래 시애틀 출신 기타의 신 지미 헨드릭스의 광팬이던 폴 앨런이 그와 블루스, 록 음악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거장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는데, 지미 헨드릭스의 부서진 기타를 모티프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 역시 음악을 중심에 두어 ‘익스피리언스 뮤직 프로젝트(Experience Music Project)’로 지었는데, 공교롭게도 지미 헨드릭스의 초기 밴드 이름이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다. 이름을 ‘팝 문화 박물관’으로 바꾼 후에는 음악뿐 아니라 마블 코믹스나 영화 같은 다양한 대중문화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지미 헨드릭스와 너바나 기념관이 가장 유명하다.

주소 325 5th Avenue N, Seattle
홈페이지 mopo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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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서 가장 유명한 레코드 숍, 이지 스트리트 레코즈 Easy Street Records
이지 스트리트 레코즈는 시애틀에서 가장 유명한 레코드 숍이다.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이나 <타임>에서 미국 최고의 레코드 매장 10곳 중 하나로 선정했고, 그런지 마니아들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레코드 가게라고 부른다. 음반 판매뿐 아니라 라이브 공연도 하는데, 루 리드, 엘비스 코스텔로, 패티 스미스, 펄 잼 등 이곳에서 전설의 뮤지션들이 공연을 했다. 몇 해 전에는 매장 지하실에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에게 지급되었지만 사용하지 않은 수표가 발견되어 뉴스로 전해지기도 했다. 수표 금액은 26달러 57센트였다.
매장에서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데, 지역지인 <시애틀 메트로폴리탄>에서 선정한 ‘조식 명예의 전당’에 올랐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믿기 힘들겠지만, 정말 이런 시상이 있다고 한다.

주소 4559 California Ave SW, Seattle
홈페이지 easystreeton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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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흔적이 있는 비레타 공원
‘서서히 사라지기보다는 불타 없어지는 것이 낫다’는 신조를 실천하기 위해서였을까. 생을 마감한 후 커트 코베인의 유골은 모두 위시카강에 뿌려져 그의 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바나의 팬들은 시애틀을 방문하면 비레타 공원을 찾는다. 이곳은 시애틀 외곽 워싱턴 호숫가에 있는 7,300㎡ 규모의 작은 공원이지만, 사실상 커트 코베인을 기념하는 공원으로 알려졌다. 공원 바로 옆에 커트 코베인이 마지막까지 살았던 자택이 있고, 그 사이에 코베인이 앉아서 쉬곤 했다는 작은 벤치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커트 코베인의 벤치로 불리는 공원 벤치에는 늘 그를 추모하는 낙서와 꽃으로 가득하다. 사망일인 4월 5일이 되면 공원 벤치 앞은 그를 추모하는 팬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주소 171 Lake Washington Boulevard E, Seattle
롯데호텔 시애틀

롯데호텔 시애틀

롯데호텔 시애틀

시애틀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시애틀
2020년 9월에 오픈한 롯데호텔 시애틀은 시애틀 5번가 미드타운 중심가 44층 높이의 빌딩에 위치한다. 빌딩 전체가 유리로 되어 햇빛이 들어올 때마다 주위 시애틀 경관을 한층 밝게 비추는 외관과 창의적이면서도 모던한 느낌으로 구성한 총 189개의 객실은 시애틀이 품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에서 영감을 얻었다. 호텔 인근에는 스페이스 니들, 파이오니어 스퀘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등 대표 관광 명소가 모여 있어 비즈니스와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애틀의 대표적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주소 809 5th Avenue, Seattle, WA 98104
전화 +1-206-800-8110
홈페이지 롯데호텔 시애틀
2021. 4 에디터: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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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4
  • 에디터: 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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