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하우저 앤 워스 서머싯. 피트 아우돌프는 정원에 다양한 서식지의 식물을 끌어들이기로 유명하다. Photo by Jason Ingram. Courtesy Piet Oudolf and Hauser & Wirth

삶의 순환을 포용한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
갈색의 풀과 작은 꽃이 어우러진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정원이 최근 매력을 얻고 있다. 뉴욕의 하이 라인과 더 배터리를 비롯해 세계의 정원 트렌드를 조용히 변화시켜온 네덜란드 정원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가 그 출발점이다.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
대부분에게는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이 이름은 현재 정원과 조경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이름 중 하나다. 그는 1980년대 네덜란드의 휘멜로(Hummelo)에 있는 개인 정원 작업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루리 가든(Lurie Garden), 뉴욕 로어 맨해튼의 더 배터리(The Battery, 예전 이름은 배터리 파크), 맨해튼 서부의 하이 라인(High Line) 공원, 영국 하우저 앤 워스 서머싯(Hauser & Wirth Somerset) 갤러리 & 아트센터의 조경과 가든, 그리고 가장 최근 스위스 가구 브랜드 비트라의 독일 바일암라인(Weil am Rhein) 캠퍼스의 가든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화제를 불러모은 정원들은 모두 그의 손에서 완성되었다. 
피트 아우돌프는 단순한 경관뿐 아니라 자연을 보는 인식까지 바꿔온 디자이너다. 식물의 컬러뿐 아니라 그 형태와 구조, 텍스처에 담기는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식물의 탄생부터 생명, 죽음에 이르는 순환 자체를 정원이 보여주는 미덕으로 끌어안은 덕분에 같은 정원이라도 매 시즌, 매해 새로운 볼거리를 기대하게 만든다. 다년생식물들이 그의 정원 디자인에서 주인공을 차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편견을 없애고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사람들은 그를 다년생식물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뉴 퍼레니얼 무브먼트(New Perennial Movement)’의 선구자로 부른다. 

하우저 앤 워스 서머싯 가든의 피트 아우돌프. Courtesy Piet Oudolf and Hauser and Wirth

“아름다운 식물들이 있다고 해서 당신의 정원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이 조화롭고 협력할 때 특별한 것이 완성되지요.”
피트 아우돌프(<뉴욕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여정의 시작, 휘멜로 정원

피트 아우돌프의 디자인 세계를 다룬 책 <Hummelo: a Journey Through Plantsman’s Life>에 소개된 휘멜로 정원. Courtesy The Monacelli Press

피트 아우돌프의 디자인 세계를 다룬 토머스 파이퍼(Thomas Piper) 감독의 다큐멘터리 Five Seasons: The Garden of Piet Oudolf (2017)에서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는 그가 정원 디자인에 눈을 뜨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부분이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바와 레스토랑 사업을 물려받는 데 도무지 관심이 없던 아우돌프는 아내 안냐(Anja)와 함께 도시로 나와 공장 일부터 생선 도매업까지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경험한다. 이제까지 알던 것과 다른 어떤 일을 할 수 있으리란 것, 그게 뭔가를 창작하는 일일 거란 강한 느낌이 있었지만 정확히 그게 어떤 건지 잡히지는 않았다. 그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가든 센터 일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아우돌프는 ‘식물’이 답이었음을 깨달았다.

휘멜로 정원 한 가운데 피트와 그의 아내 안냐. <Hummelo: a Journey Through Plantsman’s Life>의 일부. Courtesy The Monacelli Press

이후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인 휘멜로 외곽에서 19세기 중반에 지은 농가 하나를 구입한 그는 1982년부터 아내와 이곳에서 원예상을 운영한다. 생계를 이어가는 동시에 자신의 정원 디자인에 필요한 식물을 공급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약 4,047㎡의 대지 위에서 원예상을 운영하며 정원을 가꿨다. 그는 다년생식물을 위주로 지역에서 흔치 않은 다양하고 희귀한 재배종을 찾아와 선보였고, 그런 식물들이 연출하는 독특한 분위기는 세계 각지에서 영감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목가적이고 로맨틱한 정원 분위기가 현재 피트 아우돌프 스타일의 모체가 되었음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우저 앤 워스 서머싯. 이 지역의 목가적 분위기와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되었다. Photo by Jason Ingram. Courtesy Piet Oudolf and Hauser & Wirth

예술적 영감을 공유하는 정원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을 보면 마치 추상화 같은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정원 안에서 무엇을 보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느끼게 할 것인가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특정 식물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치 않으며, 그보다는 전체 구성을 통해 식물의 삶, 변화하는 계절, 보는 이에게 다양한 감정과 영감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다. 아우돌프는 이것이 진정 사람들이 정원을 느끼고 싶은 방법이라 믿는다.
디자인 방식 역시 인상적이다.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영감을 주는 정원이다 보니 식물을 다루는 방식 또한 자기 마음 가는 대로일 것 같지만 사실 그 반대다. 1994년, 그가 처음으로 맡은 공공 프로젝트인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보태니컬 가든(Utrecht Botanical Garden)에 대한 일화가 있다. 프로젝트를 맡고 영 소식이 없던 피트 아우돌프가 착공 당일 현장에 나타나서는 도면도 없이 복잡한 식물 배치를 척척 진행하더란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식물들의 모습과 위치가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그들이 어떻게 변화해갈지도 꿰뚫은 채 말이다. 이런 피트 아우돌프의 방식은 다양한 악기의 특성과 음색을 파악한 후 천상의 음악을 창조하는 교향곡의 작곡가 혹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완벽성을 상기시킨다. 

계절에 따라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모습마저도 디자인의 일부다. Photo by Jason Ingram. Courtesy Piet Oudolf and Hauser & Wirth

“나의 가장 큰 영감은 자연입니다. 그 아이디어는 자연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그것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재창조하려는 데에 있습니다.”
피트 아우돌프
피트 아우돌프와 공동 저자로 <Hummelo: A Journey Through a Plantsman’s Life>(The Monacelli Press)를 출간한 영국의 정원 전문 저자이자 디자이너 노엘 킹스베리(Noel Kingsbury). 킹스베리는 아우돌프가 자기 반복을 참지 못한다고 말한다. 매 프로젝트에는 식물의 새로운 조합과 레이어, 참신한 배분 방식과 테크닉이 시도된다. 그러는 사이 디자인은 자연스레 야생의 자연에 가깝게 변해왔다. 그 진화를 여실히 확인시켜주는 것이 그간 선보인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다.  

시카고 루리 가든. 삭막한 주차장이 1년 내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환상적인 정원으로 변했다. “Hummelo: A Journey Through a Plantsman’s Life”. Courtesy The Monacelli Press

도시 조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다, 루리 가든과 더 배터리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자리한 루리 가든은 피트 아우돌프가 순수하고 내추럴한 느낌의 와일드 플랜팅을 처음 실험한 곳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지휘를 할 뿐, 통제는 할 수 없는’ 정원이다. 루리 가든 프로젝트 준비가 한창이던 2002년. 시카고 근방의 슐렌버그 대초원(Schulenberg Prairie)을 방문한 아우돌프는 그곳에서 북미 토종 식물들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앞서 계획한 루리 가든의 디자인을 완전히 갈아엎는다. 북미 대초원 토종 식물들을 주인공 삼아 새로운 구성을 짠 것이다.
그 결과는? 도시인들이 공공 조경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서 정원은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생소한 식물들을 통해 삶의 신비를 상기시켜주는 장소다. 그뿐이겠는가. 식물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조화는 일상에 색다른 영감을 부여한다. 

뉴욕 맨해튼 남부의 공원, 더 배터리의 더 배터리 보스케 가든과 키오스크. Courtesy The Battery Conservancy

방문객에게 위안과 희망의 느낌을 주는 더 배터리의 ‘추모의 정원(The Gardens of Remembrance)’과 산책로. Courtesy The Battery Conservancy

다음 대형 프로젝트는 맨해튼 남부 끝자락에 있는 더 배터리였다. 남쪽으로는 뉴욕항을, 서쪽으로는 허드슨강을 곁에 둔 약 1만1,171㎡의 공원. 조깅이나 페리를 타러 들르는 뉴요커와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이곳은 독특한 위치에 따른 다양한 역사도 간직하고 있었다. 과거 인디언들의 활동 무대였는가 하면 이민자들의 관문 역할도 한 것이다.
피트 아우돌프의 임무는 1980년대에 구성된 마스터플랜 위에 새로운 정원의 느낌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약 1만8,116㎡ 규모의 대지. 런던 플라타너스나무와 수만 그루의 다년생식물, 구근식물을 짜임새 있게 배열한 결과, 방문객에게 계절과 하루의 시간대, 구역에 따라 매번 색다른 느낌으로 말을 거는 정원이 완성되었다.
특히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인접한 것을 감안해 방문객에게 새로운 희망과 위안을 주기 위한 테라피 개념의 정원과 산책로도 조성해놓았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보는 색다른 식물들을 궁금해했고, 그에 따라 하나의 식물에 대해 소개하는 특별한 가이드북까지 만들어졌다.

2019년에 공개된 하이 라인의 완결 구간, 스퍼(Spur). 공공 아트 커미션을 위한 장소다. Photo by Timothy Schenck. Courtesy Friends of the High Line

또 한번의 와일드한 도약, 하이 라인
현재 피트 아우돌프는 도시와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잇는 공공 정원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은 하이 라인 공원 프로젝트다. 2004년, 40년간 방치되어 있던 고가철도의 혁신적 개조를 도모 중이던 하이 라인 운영 팀에서 그에게 연락을 한다. 프로젝트의 리드 디자이너 역할을 맡은 제임스 코너(James Corner)는 야심 찬 비전을 지니고 있었고, 피트 아우돌프에게 이곳 특유의 야생 느낌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좁고 길게 이어지는 하이 라인 내 각 섹션을 다른 분위기의 식물로 구성해 방문객이 걸으면서 위치의 변화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버려진 철로를 개조한 뉴욕 맨해튼의 하이 라인 공원. 사진은 첼시 20th Street 구역. Photo by Timothy Schenck. Courtesy Friends of the High Line

첼시 마켓 주변의 하이 라인 뷰. Photo by Timothy Schenck. Courtesy Friends of the High Line

바탕에는 삼림지대와 대초원의 자연스러운 느낌, 이 지역 특유의 초목이 적용되었다. Photo by Timothy Schenck. Courtesy Friends of the High Line

정원이라기엔 낯선 배경과 시나리오처럼 구체적 방향성이 세워져 있었던 것. 하이 라인은 피트 아우돌프의 디자인을 또 다른 단계로 끌어올리는 도전이었다. 마침내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하이 라인의 각 구간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그 위에는 삼림지대(woodland)와 대초원(prairie)의 자연스러운 느낌, 예전 산업 지대이던 이 지역의 역사까지 반영한 초목(vegetation)이 우거져 있었다. 방문객은 야생에 가까운 하이 라인 파크의 자연에서 특별한 무드와 향기를 즐기고 다양한 감정과 마주하게 되었다.
마치 도시를 벗어난 것처럼 로맨틱한 일탈의 느낌을 선사하는 것도 피트 아우돌프의 마법이다.  

뉴욕에서 머물 곳: 롯데뉴욕팰리스
롯데뉴욕팰리스는 19세기 말에 지은 금융가 헨리 빌라드의 맨션과 55층의 현대식 타워가 공존하는 호텔이다. 미국 드라마 <가십 걸>을 비롯해 여러 영화에 등장하며 뉴욕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총 909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15세기 이탈리아 대성당을 모티프로 한 아름다운 정원과 레스토랑 빌라드, 고급 살롱인 래리티스, 칵테일 바 트러블스 트러스트 등 레스토랑과 바를 갖추고 있다.

주소 455 Madison Avenue at 50th St., New York
전화 +1-800-804-7035
홈페이지 www.lottenypalace.com
2021. 4 에디터:정재욱
글: 한예준
자료제공: 파이브 시즌스 미디어, 하우저 앤 워스, 더 모나첼리 프레스, 더 배터리 컨서번시, 프렌즈 오브 더 하이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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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4
  • 에디터: 정재욱
    글: 한예준
  • 자료제공:
    파이브 시즌스 미디어, 하우저 앤 워스, 더 모나첼리 프레스, 더 배터리 컨서번시, 프렌즈 오브 더 하이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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