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Dancing Pumpkin, 2020,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뉴욕식물원에 나타난 물방울무늬
물방울무늬 잔상을 보는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의 눈에 비친 자연 세계. 그리고 그의 작품이 만들어낸 환상의 정원으로 초대한다. 뉴욕식물원에서 열린 쿠사마 야요이 단독 전시회 <KUSAMA: Cosmic Nature>.
퍼포먼스 아티스트, 소설가, 영화배우, 패션 디자이너, 아트 딜러… 쿠사마 야요이를 수식하는 직업군은 다양하지만, 아마 그중에서도 크고 작은 물방울무늬, 일명 폴카 도트(Polka dot) 페인터, 조각가, 설치가로서의 아방가르드 아티스트가 가장 익숙할 것이다. 쿠사마 야요이는 1957년부터 1973년까지 뉴욕에서 지낼 당시 앤디 워홀, 클래스 올덴버그, 도널드 저드, 오노 요코 등 동시대 아티스트들과 함께 교류하며 당대 전위예술 작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LA 카운티뮤지엄, 뉴욕 MoMA, 도쿄 현대미술관 등 세계적 예술 기관으로부터 조명을 받으며 다양한 패션·디자인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해온 덕분에 대중에게 더욱 친숙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Kusama with Pumpkin, 2010 © YAYOI KUSAMA

Kusama with Pumpkin, 2010 © YAYOI KUSAMA

쿠사마 야요이의 단독 전시가 4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뉴욕 브롱크스에 위치한 뉴욕식물원(New York Botanical Garden)에서 열린다. 약 100만m² 이상 규모의 초원을 원색의 폴카 도트와 거대한 식물 조각으로 덮은 풍경은 언뜻 코믹하면서도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 전쟁과 정치적 혼란기로 암울하던 유년 시절, 꽃을 통해 치유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업이다. 그래서일까. 쿠사마 야요이의 알록달록하고 구불구불한 모양의 설치미술 작품 사이를 지나다 보면 동화 속 정원을 거니는 듯 동심과 낭만이 살아나는 것 같다. 원래 작년에 오픈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로 연기된 만큼, < KUSAMA: Cosmic Nature > 전을 통해 그간의 코로나 블루를 이기는 치유의 에너지를 기대해도 좋겠다.
뉴욕식물원

뉴욕식물원

전시가 열리는 뉴욕식물원은 뉴욕시에서 더는 찾아보기 드문 원시적 자연의 모습을 상당 부분 보존하고 있는 식물원이다. 맨해튼 시티와 다소 거리가 있지만, 봄의 벚꽃 축제, 가을의 호박 축제와 같은 계절성 이벤트뿐 아니라 조지아 오키프, 데일 치훌리 등 자연을 주제로 작업하는 현대 예술 거장들의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며 다양한 층의 관심을 받아오고 있다. 이번 쿠사마 야요이 전시에서는 야외 가든과 실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설치물과 함께 대중에게 처음 공개하는 꽃과 식물 드로잉, 다수의 아카이빙 작업 등을 만나볼 수 있다.
I Want to Fly to the Universe, 2020,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I Want to Fly to the Universe, 2020,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In the Garden
1. 계절 따라 바뀌는 시즈널 디스플레이
푸른 초원 위로 거대한 튤립이 솟았다. 평소 허리를 숙여야만 볼 수 있던 이름 모를 식물들이 성인 키보다도 높이 자라 여기저기 화려한 컬러를 흩뿌려놓았다. 야외 가든에 자리한 쿠사마 야요이 식물 설치미술 작품이 더욱더 흥미로운 데에는 뉴욕식물원의 원예 전문가들이 전시 기간에 계절별로 각기 다른 식물을 함께 배치한다는 점 때문이다. 뉴욕시가 랜드마크로 지정한 에니드 A. 호프트 온실(Enid A. Haupt Conservatory) 건물 안팎으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과 함께 봄에는 튤립과 아이리스, 여름엔 달리아와 스위트피, 그리고 가을엔 호박 설치물과 어울릴 가을철 국화를 심어 선보인다고 하니 언제 방문해도 매번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초대형 유리섬유 튤립 설치물 ‘Hymn of Life: Tulips’(2007)와 신작 ‘I Want to Fly to the Universe’(2020), 그리고 산책로를 따라 자유롭게 툭툭 배치된 ‘Ascension of Polka Dots on the Trees’(2002/2021)를 놓치지 말 것. 뉴욕식물원의 자연미와 컬러풀한 폴카 도트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 위트를 전달한다.
Hymn of Life – Tulips, 2007, Courtesy of the City of Beverly Hills

Hymn of Life – Tulips, 2007. Courtesy of the City of Beverly Hills

Ascension of Polka Dots on the Trees, 2002/2021,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Ascension of Polka Dots on the Trees, 2002/2021,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2. 호박에 대한 애정
호박에 대한 쿠사마 야요이의 첫사랑은 유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님이 일본 마쓰모토에서 씨앗 도매업을 할 때 쿠사마는 주로 비닐하우스와 밭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꽃과 호박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후로 자연 생명체의 신비와 환상은 그의 작업 세계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유리온실(Conservatory Lawn)에 들어서면 약 5m 높이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호박 설치물 ‘Dancing Pumpkin’(2020)을 볼 수 있다. 이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점들이 새겨진 초대형 호박 역시 그가 어릴 때 교감하던 자연에 대한 오마주이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대상이라 할 수 있다.
Narcissus Garden, 1966/2021,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Narcissus Garden, 1966/2021,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3. 환상의 미러볼과 무한의 미러룸
거울 또한 쿠사마 야요이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다. 지름 약 30cm의 스테인리스 미러볼 1,400개를 바닥에 깔아놓은 ‘Narcissus Garden’(1966/2021)은 바람 따라 자생식물정원(Native Plant Garden) 위를 이리저리 구르고 빛과 주변 환경을 반사하며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또한 큐브 형태의 미러룸 ‘Infinity Mirrored Room-Illusion Inside the Heart’(2017)는 실내외를 반사경으로 마감하고 표면에 뚫은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채광을 반사함으로써 그 안에 들어가면 마치 우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원래는 시간제로 별도 입장료 10달러를 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여름까지 입장을 제한하고 외부 관람만 가능하다.
 
Kusama in Flower Obsession, Photo by Yuzuke Miyazake © YAYOI KUSAMA 2021.

Kusama in Flower Obsession. Photo by Yuzuke Miyazake © YAYOI KUSAMA 2021.

“폴카 도트는 우주와 고요한 달의 형태를 닮아 있고, 컬러풀하지만 동시에 무의미하며 무한으로 가는 길이자 움직임이다.”
쿠사마 야요이
In the Galleries
1. 실내를 뒤덮은 꽃무늬 패턴
쿠사마 야요이는 어릴 적 집 안의 꽃무늬 식탁보를 본 뒤, 물방울무늬 잔상이 자신의 몸과 방 안을 뒤덮는 착란을 경험한다. 그때 겪은 강박증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평생에 걸쳐 발전시켜온, 자신을 대표하는 폴카 도트 스타일을 만들었다. 관람객 참여 전시 작품 ‘Flower Obsession’(2017/2020)은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실내를 보여준다. 전시 공간에 들어선 관람객은 산호색 꽃 스티커를 받게 되는데, 그것을 거울 벽과 실내 가구 위에 붙여가며 작품을 함께 완성한다. 전시가 진행되고 방 안이 점점 꽃무늬 스티커로 뒤덮이는 과정을 통해 자연이 피고 지는 반복적인 순환과 섭리, 그 무궁무진한 영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Pumpkins Screaming About Love Beyond Infinity, 2017, Collection of the artist.

Pumpkins Screaming About Love Beyond Infinity, 2017, Collection of the artist.

2. 끝없이 펼쳐지는 호박 미러룸
‘Pumpkins Screaming About Love Beyond Infinity’(2017)는 미러룸 시리즈(Mirrored Environments)의 일환으로, 반사경을 설치한 실내 공간에 호박을 둔 설치미술 작품이다. 호박 위의 물방울 패턴은 거울 너머로 끝없이 반복되며 무수한 패턴으로 확장된다. 이 작품은 생명체의 가장 기본 단위인 미세한 세포를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결국 모든 생명체가 유전적으로 서로 끊임없이 연결되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KUSAMA: Cosmic Nature,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2021.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KUSAMA: Cosmic Nature,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2021.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Alone, Buried in a Flower Garden, 2014, Collection of the artist.

Alone, Buried in a Flower Garden, 2014, Collection of the artist.

I Want to go to the Universe, Collection of the artist.

I Want to go to the Universe, Collection of the artist.

3. 고통을 자연 사랑으로 승화시킨 초기 작업
뉴욕식물원 실내 전시에서는 쿠사마 야요이가 어린 시절부터 관찰해온 식물 그림과 다량의 실험실 표본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연의 미세한 패턴들이 모여 얼마나 독특하고 아름다운 생명체를 형성하는지를 보여준다. 1945년, 열여섯 살의 쿠사마 야요이가 모란꽃이 피어나는 주기를 세밀하게 관찰한 50여 개의 스케치북 드로잉도 전시되어 있다. 이 외에도 자연 세계와 연계한 작업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된 여러 가지 식물도감과 콜라주, 세포의 패턴에서 영감을 받은 페인팅 등 다양한 미디엄으로 작업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My Soul Blooms Forever, 2019,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My Soul Blooms Forever, 2019,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4. 식물과 함께 또 다른 예술 작품으로
최근 복원 공사를 끝낸 월드 갤러리(World Gallery)의 팜(Palm) 돔 아래에는 스테인리스스틸 설치물 ‘My Soul Blooms Forever’(2019)가 전시되어 있다. 분홍색과 금색 모자이크로 장식된 조각상 ‘Starry Pumpkin’(2015)이 있는 곳 역시 뉴욕식물원 원예가들과 함께 완성한 공간이다. 올여름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분홍색 폴카 도트와 조화를 이루는 계절 식물과 잎사귀들을 배치한다고 하니, 실내 공간 전체가 마치 살아 있는 하나의 큰 예술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KUSAMA: COSMIC NATURE © NYBG

뉴욕식물원 이용 방법
코로나19 기간으로 사전 관람 예약은 필수다. 맨해튼 42번가 그랜드 센트럴역에서 메트로노스 할렘 방향 기차를 타고 보태니컬 가든역에서 하차하면 바로 입구로 연결된다. 약 30분 소요.
주소 2900 Southern Blvd., The Bronx, New York
운영 시간 10:00~18:00, 월요일 휴무
관람료 성인 35달러, 어린이(2~12세) 15달러
홈페이지 www.nybg.org
 
롯데뉴욕팰리스

뉴욕에서 머물 곳: 롯데뉴욕팰리스
롯데뉴욕팰리스는 19세기 말에 지은 금융가 헨리 빌라드의 맨션과 55층의 현대식 타워가 공존하는 호텔이다. 미국 드라마 <가십 걸>을 비롯해 여러 영화에 등장하며 뉴욕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총 909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15세기 이탈리아 대성당을 모티프로 한 아름다운 정원과 레스토랑 빌라드, 고급 살롱인 래리티스, 칵테일 바 트러블스 트러스트 등의 레스토랑과 바가 들어서 있다.
주소 455 Madison Avenue at 50th Street, New York
전화 +1-800-804-7035
홈페이지 www.lottenypalace.com
 
2021. 5 에디터:김혜원
글: 이진희
자료제공: 뉴욕식물원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1. 5
  • 에디터: 김혜원
    글: 이진희
  • 자료제공:
    뉴욕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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