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ncing Pumpkin, 2020,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Kusama with Pumpkin, 2010 © YAYOI KUSAMA

뉴욕식물원

I Want to Fly to the Universe, 2020,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푸른 초원 위로 거대한 튤립이 솟았다. 평소 허리를 숙여야만 볼 수 있던 이름 모를 식물들이 성인 키보다도 높이 자라 여기저기 화려한 컬러를 흩뿌려놓았다. 야외 가든에 자리한 쿠사마 야요이 식물 설치미술 작품이 더욱더 흥미로운 데에는 뉴욕식물원의 원예 전문가들이 전시 기간에 계절별로 각기 다른 식물을 함께 배치한다는 점 때문이다. 뉴욕시가 랜드마크로 지정한 에니드 A. 호프트 온실(Enid A. Haupt Conservatory) 건물 안팎으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과 함께 봄에는 튤립과 아이리스, 여름엔 달리아와 스위트피, 그리고 가을엔 호박 설치물과 어울릴 가을철 국화를 심어 선보인다고 하니 언제 방문해도 매번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초대형 유리섬유 튤립 설치물 ‘Hymn of Life: Tulips’(2007)와 신작 ‘I Want to Fly to the Universe’(2020), 그리고 산책로를 따라 자유롭게 툭툭 배치된 ‘Ascension of Polka Dots on the Trees’(2002/2021)를 놓치지 말 것. 뉴욕식물원의 자연미와 컬러풀한 폴카 도트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 위트를 전달한다.

Hymn of Life – Tulips, 2007. Courtesy of the City of Beverly Hills

Ascension of Polka Dots on the Trees, 2002/2021,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호박에 대한 쿠사마 야요이의 첫사랑은 유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님이 일본 마쓰모토에서 씨앗 도매업을 할 때 쿠사마는 주로 비닐하우스와 밭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꽃과 호박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후로 자연 생명체의 신비와 환상은 그의 작업 세계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유리온실(Conservatory Lawn)에 들어서면 약 5m 높이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호박 설치물 ‘Dancing Pumpkin’(2020)을 볼 수 있다. 이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점들이 새겨진 초대형 호박 역시 그가 어릴 때 교감하던 자연에 대한 오마주이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대상이라 할 수 있다.

Narcissus Garden, 1966/2021,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거울 또한 쿠사마 야요이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다. 지름 약 30cm의 스테인리스 미러볼 1,400개를 바닥에 깔아놓은 ‘Narcissus Garden’(1966/2021)은 바람 따라 자생식물정원(Native Plant Garden) 위를 이리저리 구르고 빛과 주변 환경을 반사하며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또한 큐브 형태의 미러룸 ‘Infinity Mirrored Room-Illusion Inside the Heart’(2017)는 실내외를 반사경으로 마감하고 표면에 뚫은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채광을 반사함으로써 그 안에 들어가면 마치 우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원래는 시간제로 별도 입장료 10달러를 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여름까지 입장을 제한하고 외부 관람만 가능하다.

Kusama in Flower Obsession. Photo by Yuzuke Miyazake © YAYOI KUSAMA 2021.
쿠사마 야요이는 어릴 적 집 안의 꽃무늬 식탁보를 본 뒤, 물방울무늬 잔상이 자신의 몸과 방 안을 뒤덮는 착란을 경험한다. 그때 겪은 강박증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평생에 걸쳐 발전시켜온, 자신을 대표하는 폴카 도트 스타일을 만들었다. 관람객 참여 전시 작품 ‘Flower Obsession’(2017/2020)은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실내를 보여준다. 전시 공간에 들어선 관람객은 산호색 꽃 스티커를 받게 되는데, 그것을 거울 벽과 실내 가구 위에 붙여가며 작품을 함께 완성한다. 전시가 진행되고 방 안이 점점 꽃무늬 스티커로 뒤덮이는 과정을 통해 자연이 피고 지는 반복적인 순환과 섭리, 그 무궁무진한 영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Pumpkins Screaming About Love Beyond Infinity, 2017, Collection of the artist.
‘Pumpkins Screaming About Love Beyond Infinity’(2017)는 미러룸 시리즈(Mirrored Environments)의 일환으로, 반사경을 설치한 실내 공간에 호박을 둔 설치미술 작품이다. 호박 위의 물방울 패턴은 거울 너머로 끝없이 반복되며 무수한 패턴으로 확장된다. 이 작품은 생명체의 가장 기본 단위인 미세한 세포를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결국 모든 생명체가 유전적으로 서로 끊임없이 연결되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KUSAMA: Cosmic Nature,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2021.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Alone, Buried in a Flower Garden, 2014, Collection of the artist.

I Want to go to the Universe, Collection of the artist.
뉴욕식물원 실내 전시에서는 쿠사마 야요이가 어린 시절부터 관찰해온 식물 그림과 다량의 실험실 표본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연의 미세한 패턴들이 모여 얼마나 독특하고 아름다운 생명체를 형성하는지를 보여준다. 1945년, 열여섯 살의 쿠사마 야요이가 모란꽃이 피어나는 주기를 세밀하게 관찰한 50여 개의 스케치북 드로잉도 전시되어 있다. 이 외에도 자연 세계와 연계한 작업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된 여러 가지 식물도감과 콜라주, 세포의 패턴에서 영감을 받은 페인팅 등 다양한 미디엄으로 작업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My Soul Blooms Forever, 2019,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 Photo by Robert Benson Photography.
최근 복원 공사를 끝낸 월드 갤러리(World Gallery)의 팜(Palm) 돔 아래에는 스테인리스스틸 설치물 ‘My Soul Blooms Forever’(2019)가 전시되어 있다. 분홍색과 금색 모자이크로 장식된 조각상 ‘Starry Pumpkin’(2015)이 있는 곳 역시 뉴욕식물원 원예가들과 함께 완성한 공간이다. 올여름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분홍색 폴카 도트와 조화를 이루는 계절 식물과 잎사귀들을 배치한다고 하니, 실내 공간 전체가 마치 살아 있는 하나의 큰 예술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KUSAMA: COSMIC NATURE © NYBG
주소 2900 Southern Blvd., The Bronx, New York
운영 시간 10:00~18:00, 월요일 휴무
관람료 성인 35달러, 어린이(2~12세) 15달러
홈페이지 www.nybg.org

주소 455 Madison Avenue at 50th Street, New York
전화 +1-800-804-7035
홈페이지 www.lottenypal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