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풍 빌라 안에 펼쳐진 하노이의 예술 세계 © 전혜인
하노이 아트 신의 중심, 만지 아트 스페이스
문화 예술 공간으로서 하노이에서 독보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갤러리 카페, 만지 아트 스페이스. 훌륭한 작품 선정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을 불러 모으고, 역량 있는 신진 아티스트를 부지런히 발굴·육성하면서 하노이 아트 신을 이끌어가고 있는 곳이다.
초여름 햇살이 부드럽게 드리우는 어느 작은 골목, 치열한 삶의 무대이자 때로는 삼삼오오 모여 일상을 나누며 쉼을 얻어가는 공간. 그 ‘지극히 평범한’ 동네 골목 한편에 철제 간판이 소탈하게 걸려 있다. 베트남 컨템퍼러리 아트의 중심축이자 하노이 아트 신을 이끌어가는 만지 아트 스페이스(Manzi Art Space, 이하 ‘만지’)다. 세월의 흔적을 중후하게 머금은 1930년대 건축 프랑스식 빌라에 둥지를 튼 지 어언 10년째. 마치 일상과 예술 사이에 견고한 담장이나 높은 문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차분한 어투로 이야기하듯, 만지는 소박한 동네의 품에 자연스레 안긴 채 삶과 예술이 들고나는 통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고즈넉한 거리 한편에 소박하게 자리 잡은 만지 아트 스페이스 © 전혜인
“예술은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다.”

만지 전시관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들 © 전혜인
만지는 베트남의 컨템퍼러리 아트를 부흥시키고 예술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비전 아래 예술 애호가이자 아트디렉터인 짬부(Tram Vu) 씨가 설립한 복합 예술 문화 공간이다. 하노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회화, 조각, 사진 등의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며 음악이나 현대무용, 춤 등의 공연 예술 무대를 적극적으로 마련할 뿐 아니라, 예술에 관한 강연, 워크숍, 북토크, 영화 상영회도 기획한다. 로컬 예술가와 지식인, 사회활동가가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더불어 로컬과 세계의 다양성이 만나는 국제 문화 교류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현대 예술에 관한 모든 것이 만지의 예술적 관심사이며, 특히 신진 예술가들에 주목해 작품을 발굴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새 시대를 이끌어갈 예술가를 육성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지속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일이 만지의 원대한 목표 중 하나기 때문이다.

만지 아트 스페이스에서는 느슨함의 미덕이 깃든 ‘해방적인’ 예술 여행이 우리를 반긴다. © 전혜인
첫 번째 여정: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어
세상에는 많은 ‘갤러리’가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카페’가 있다. 여기에서 만지의 특별함이 드러난다. 만지는 ‘갤러리’이면서 동시에 ‘카페’다. 당대 베트남을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현대 예술 작품 수백여 점을 소장하고 전시·판매하는 갤러리와, 커피나 술을 마시며 자유롭게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가 아무런 장벽 없이 한데 융합되어 있다.
어떤 사람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또 어떤 사람은 그저 맛있는 커피를 음미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누군가는 차 한잔하며 친구와 이야기하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가 영혼을 사로잡는 작품을 만나 예술의 세계에 입문할지도 모르는 일. 만지는 많은 이를 예술의 세계에 들어서도록 이끄는 마법의 ‘문’이다.
어떤 사람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또 어떤 사람은 그저 맛있는 커피를 음미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누군가는 차 한잔하며 친구와 이야기하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가 영혼을 사로잡는 작품을 만나 예술의 세계에 입문할지도 모르는 일. 만지는 많은 이를 예술의 세계에 들어서도록 이끄는 마법의 ‘문’이다.

문턱을 낮춘 갤러리에서 진정한 소통이 시작된다. © 전혜인

갤러리에는 작품 사진과 해설, 판매 가격이 기재된 도록이 준비되어 있다. © 전혜인

커피를 마시며 작품을 감상한다. © 전혜인
존재 이유가 다른 두 공간이 만나 절묘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이곳에서, 예술과 일상 사이의 거리가 좁혀진다. 예술가와 대중 사이의 벽이 허물어진다. 카페의 손님은 덜컥 예술 작품의 관객이 되고, 관객은 예술의 일부분이자 예술 작품을 구매함으로써 신진 작가의 활동을 촉진하는 후원자가 되기도 하며, 이 모든 상황이 영감의 원천이 되어 예술가에게로 흘러 들어가는 아름다운 순환이 일어난다.

인투 신 에어 프로젝트 © 만지 아트 스페이스
두 번째 여정: 집 밖으로 나간 예술, ‘인투 신 에어’ 프로젝트
만지는 2016년 공공장소를 주제로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공공장소에 현대 예술을 접목해 공간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기획한 장기 프로젝트, 이름하여 ‘인투 신 에어(Into Thin Air)’ 프로젝트다.
“공공장소는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모두에게 속한 공간이기도 하죠. 어떤 장소에는 그곳에서 이루어진 사건, 도시의 역사가 새겨져 있을 뿐 아니라 누군가의 개인적 기억과 집단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익숙한 장소를 지날 때 그 공간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 나머지 공간에 얽힌 추억이나 그 공간의 특별한 가치를 종종 잊는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해 도시 곳곳에 들어선 공공장소가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품은 공간인지에 대해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대담한 시도다.
인투 신 에어 프로젝트는 마땅히 예술이 있어야 하는 공간, 말하자면 박물관이나 갤러리 같은 컴포트 존(Comfort Zone)에서부터 예술을 끄집어내 대중의 일상적 생활 공간인 공공장소를 예술의 무대로 탈바꿈시킨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아티스트는 하노이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공공장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간, 혹은 커뮤니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 역사적으로 주요하게 다뤄온 공간에 개입해 예술적 서사를 불어넣는다. 또한 하노이가 간직한 역사·정치·사회적 사건과 특징을 고려해 주제를 설정하기도 한다.
인투 신 에어 프로젝트는 마땅히 예술이 있어야 하는 공간, 말하자면 박물관이나 갤러리 같은 컴포트 존(Comfort Zone)에서부터 예술을 끄집어내 대중의 일상적 생활 공간인 공공장소를 예술의 무대로 탈바꿈시킨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아티스트는 하노이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공공장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간, 혹은 커뮤니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 역사적으로 주요하게 다뤄온 공간에 개입해 예술적 서사를 불어넣는다. 또한 하노이가 간직한 역사·정치·사회적 사건과 특징을 고려해 주제를 설정하기도 한다.

지프 자동차의 바퀴를 거북이로 바꾼 유머러스한 작품 © 만지 아트 스페이스

‘Into thin air 2’ 애플리케이션으로 작품을 감상한다. © 만지 아트 스페이스

공중화장실도 작품의 무대가 됐다. © 만지 아트 스페이스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설치미술, 공중화장실과 같이 평상시 예술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의외의 공간에 낯선 전시물 배치하기, 시민이 직접 참여해 완성하는 놀이 미술 등을 통해 예술가들은 사회의 관습과 규범에 의문을 제기하고, 공간이 품은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며, 대중에게 예술을 통한 소통의 장을 경험하게 한다.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이 속한 사회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계기이자,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 화법을 발전시켜나갈 좋은 기회인 것이다.
하노이 예술 여행 TIP. 스마트폰에서 ‘Into thin air 2’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후 특정 장소에 가면 예술가들이 설치한 작품이 화면에 나타난다. 설령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공간이 소멸할지라도 그 자리에 심긴 예술은 영원히 재생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노이 예술 여행 TIP. 스마트폰에서 ‘Into thin air 2’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후 특정 장소에 가면 예술가들이 설치한 작품이 화면에 나타난다. 설령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공간이 소멸할지라도 그 자리에 심긴 예술은 영원히 재생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딘티탐풍, ‘I love you til the winds don’t blow’, 2020 © 만지 아트 스페이스
세 번째 여정: 딘티탐풍의 작품 세계 속으로
만지에 걸린 주옥같은 작품들 사이에서 주목할 만한 단 한 작가의 작품을 꼽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술이란 본래 관람객의 주관적 해석으로 완성되는 것이기에 ‘최고의 작품’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다만 만지가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하며 하노이 예술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문화적 정체성을 탁월하게 표현해내는 작가의 작품을 찾는다면 많은 전문가가 주저 없이 딘티탐풍(Dinh Thi Tham Poong)과 그의 작품을 살펴보라고 권할 것이다.
딘티탐풍은 베트남의 소수민족 중 므엉(Muong)족과 타이(Thai)족의 민족 정체성을 가진 현대 예술가다. 초현실주의적 표현법을 사용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70년 베트남 북부의 라이차우에서 태어난 그는 하노이 예술대학(Hanoi Fine Arts College)에서 공부했고, 1993년 마이너리티 아티스트 전시(Minority Artists Exhibition)에서 처음 수상한 이래 다수의 국제전에서 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 그의 작품은 싱가포르 미술관(Singapore Art Museum),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Fukuoka Asian Art Museum), 보스턴 순수미술 박물관(Museum of Fine Arts in Boston) 등에 전시되어 있다.
딘티탐풍은 베트남의 소수민족 중 므엉(Muong)족과 타이(Thai)족의 민족 정체성을 가진 현대 예술가다. 초현실주의적 표현법을 사용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70년 베트남 북부의 라이차우에서 태어난 그는 하노이 예술대학(Hanoi Fine Arts College)에서 공부했고, 1993년 마이너리티 아티스트 전시(Minority Artists Exhibition)에서 처음 수상한 이래 다수의 국제전에서 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 그의 작품은 싱가포르 미술관(Singapore Art Museum),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Fukuoka Asian Art Museum), 보스턴 순수미술 박물관(Museum of Fine Arts in Boston) 등에 전시되어 있다.

만지 전시관 전경. 만지 아트 스페이스는 두 해 전부터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 만지 아트 스페이스
마지막 여정: 6월 전시 소식
만지에서는 6월 4일부터 한 달간 하노이 출신 아티스트 응우옌쑤언끄엉(Nguyen Tuan Cuong)의 래커 페인팅(Lacquer Paintings) 개인전이 열린다. 몽환적 색채로 가슴에 설렘을 불어넣는 15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만지가 운영하는 만지 전시관(Manzi Exhibition Space)에서도 2개의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다. 5월 28일부터 6월 13일까지 진행하는 ‘리버레이션 라디오(Liberation Radio)’는 영상제작자이자 아티스트인 에스더 존슨(Esther Johnson)과 음향 아티스트 늉응우옌(Nhung Nguyen), 역사연구자 매슈 스위트(Matthew Sweet)가 함께하는 사운드 설치(Sound Installation) 작업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팝 음악, 정치적 수사 등 미군을 설득하기 위해 선전전(Propaganda war)의 일환으로 사용하던 녹음 파일이 외교 운송책을 통해 하노이와 베트남 시골 지역에 전파되었던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이번 사운드 설치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지금껏 조명되지 않았던 베트남의 과거를 경험하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더불어 만지가 운영하는 만지 전시관(Manzi Exhibition Space)에서도 2개의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다. 5월 28일부터 6월 13일까지 진행하는 ‘리버레이션 라디오(Liberation Radio)’는 영상제작자이자 아티스트인 에스더 존슨(Esther Johnson)과 음향 아티스트 늉응우옌(Nhung Nguyen), 역사연구자 매슈 스위트(Matthew Sweet)가 함께하는 사운드 설치(Sound Installation) 작업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팝 음악, 정치적 수사 등 미군을 설득하기 위해 선전전(Propaganda war)의 일환으로 사용하던 녹음 파일이 외교 운송책을 통해 하노이와 베트남 시골 지역에 전파되었던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이번 사운드 설치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지금껏 조명되지 않았던 베트남의 과거를 경험하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응우옌쑤언끄엉의 래커 페인팅 작품들 © 만지 아트 스페이스
마지막으로, 베트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비주얼 아티스트 중 한 명인 리황리(Ly Hoang Ly)가 <영원한 하루살이: 쌀국수에 관한 고찰(Perpetual ephemeral: A study of Pho)>(가제)을 주제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만지 전시관에서 6월 23일부터 한 달간 진행할 예정이다.
만지 아트 스페이스
주소 14 Phan Huy Ich, Nguyen Trung Truc, Ba Dinh, Hanoi
02 Ngo hang bun, Nguyen Trung Truc, Ba Dinh, Hanoi (전시관)
전화 +84-24-3716-3397
홈페이지 www.manziart.space
만지 아트 스페이스
주소 14 Phan Huy Ich, Nguyen Trung Truc, Ba Dinh, Hanoi
02 Ngo hang bun, Nguyen Trung Truc, Ba Dinh, Hanoi (전시관)
전화 +84-24-3716-3397
홈페이지 www.manziart.space

하노이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하노이
롯데호텔 하노이는 하노이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롯데센터 하노이의 상층부에 자리하며, 만지 아트 스페이스에서는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다.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수려한 전망을 자랑하며, 318실의 객실은 베트남 전통 문양을 차용하여 디자인해 더욱 아름답다. 베트남 특산물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신선한 식자재로 만든 환상적인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과 하노이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루프톱 바 등 여행자의 입을 즐겁게 하는 요소도 가득하다.
주소 54, Lieu Giai St. Cong Vi Ward. Ba Dinh, Hanoi
전화 +84-24-3333-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hanoi-hotel
주소 54, Lieu Giai St. Cong Vi Ward. Ba Dinh, Hanoi
전화 +84-24-3333-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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