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콰야의 그림에 담긴 보통의 일상
요즘 주목받는 젊은 아티스트 콰야의 작업실을 찾았다. 작업실의 콰야는 전시장에 걸린 그의 그림 속 인물들과 많이 닮았다.
대부분의 작가는 좋은 관찰자다. 글을 쓰는 작가는 일상의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옮겨내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누군가를, 풍경을, 현상을 그림 재료를 이용해 자신의 화법으로 옮겨낸다. 여기서 방점은 관찰과 옮겨 담기에 찍힌다. 세심하게 관찰하고 제대로 옮겨 담았을 때 좋은 작품이라고 말한다.

상상마당 부산에서 진행한 기획 전시 <보통의 날들>

‘반딧불이 사이에서’

요 몇 년 새 꽤 주목받고 있는 작가 콰야의 그림을 두 해 전에 처음 보았다. 국내 최대 미술 경매 회사의 ‘제로베이스’란 경매 시리즈를 통해서다. 경매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잘 팔린다는 얘기다. 이는 실전에 강하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곁에 두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콰야는 주로 사람을 그린다. 정확하게는 사람의 일상과 얼굴을 그린다. 작가 자신 말로는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일상이다. 그림 속 사람은 좀처럼 알 수 없는 표정과 짐작하기 어려운 나이로 표현된다. 얼굴들은 어둡지만, 화려한 색감과 투박하면서도 세심한 터치에 덧입혀 캔버스에 새겨진다.

작업실에 놓인 작품들

작업실 입구

상수동의 일상 같은 일상
그의 작업실이 위치한 상수동 주택가 곳곳에는 아티스트들의 작업실이나 카페, 작은 숍이 있다. 그는 주택가의 한 건물 2층을 작업실로 사용 중이다. 작업실로 올라가는 문 앞에는 콰야의 작업실임을 알리는 인장 같은 남자의 얼굴 그림이 붙어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다시 작업실 입구. 그의 작품 포스터와 함께 작은 안내문이 있다.
“고양이 두 마리가 같이 지냅니다. 고양이들이 놀라지 않게 ‘노크’ 부탁드립니다.”
작업실에는 반려묘 두 마리가 있다. 한 녀석은 진중하게 낯선 사람을 살피고, 다른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갑게 다가온다. 작가의 인터뷰 사진이나 동영상에 주로 등장한 고양이가 이 녀석인 듯하다.

콰야의 작업실 풍경. 작품을 닮았다.

보통의 작가들
Q. 콰야란 예명을 사용하고 있죠? 어떤 뜻인가요?
A. ‘밤을 지새다, 밤동안’의 과야(過夜) 란 단어에 Quest의 Q를 결합했어요. 이런 예명을 사용한 것은 제 자신과 작업자로서의 저를 분리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 이름은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거잖아요. 작가로서는 직접 이름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싶었어요.

Q. 작가로 5년 정도 활동했죠?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알려졌어요.
A. 맞아요. 짧은 기간이네요.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곤 해요. 제 능력 이상으로 평가받을까 봐 경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밤 하늘 아래에서’

‘소중한 시간(After reading the Le Petit Prince)’

작업실, 서울 상수동
Q. 이곳을 작업실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상수동이라는 동네에 왔을 때 제가 느낀 동네의 색이 좋았어요. 주황빛 동네처럼 느껴졌거든요. 조명 색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따뜻한 느낌이었죠. 그래서 작업하기에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서울옥션 제로베이스 경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 중 한 명이에요. 작품이 좋은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지점은 다르기 마련인데요, 대중은 왜 콰야의 작품을 좋아할까요?
A. 어렵지 않아서 아닐까 싶어요. 제가 그림을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가 쉽고 일반적이잖아요. 아무래도 쉽게 소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Q. 쉽게 소비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A. 사람들이 제 작품에 쉽게 다가가고 편하게 느낀달까요.

Q. 그런 것을 의도하고 작업하나요?
A. 의도한다기보다 제가 작품에 담는 이야기들이 일상적이다 보니 어렵게 표현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을 듯해요.

고양이들은 가족이자 작업실 풍경 그 자체다.

Q. 처음 그림을 그리면서 대중에게 작품을 공개한 공간은 어디인가요?
A. 처음에는 SNS에 올렸어요. 포트폴리오를 쌓는 곳이 SNS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작업을 노출하다 보니 전시까지 이어지게 됐죠. 처음 오프라인으로 전시를 시작한 곳은 갤러리라기보다 제 나이 대 작가들이 많이 하는 복합 문화 공간 같은 곳이었어요.

Q. 인기 밴드 잔나비의 앨범 커버 작업으로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졌어요.
A. 작가 생활을 시작하고 2년 정도 됐을 때 제안이 왔어요. 당시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면서 만약 나에게 커버 작업을 의뢰한다면 조심스럽지만 거절해야지, 하는.

Q. 왜 그렇게 생각했죠?
A. 제가 잔나비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면 제 작업이 함께 섞이는 건데 그 과정에서 팬으로써 아쉬움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제 자신이 작업에 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연락을 받고 나니 그런 생각보다는 잘 준비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상을 산문처럼 그리는 사람
Q. 작품을 접하다 보면 특히 제목에 눈이 가요. 마치 소설이나 산문의 소제목 같아요.
A. 작품의 제목을 붙이는 과정은 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작품에 대해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제목만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로서의 의도를 제목으로 표현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주로 어떤 재료로 그리나요?  
A. 다양한 재료를 쓰려고는 하지만, 주로 오일 스틱으로 그려요. ‘오일바’라고도 하는데 유화 질감이 나죠. 스틱으로 칠하는 방식이에요.

Q. 보통 그림에서 사람을, 특히 얼굴을 부각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어서 잘 하지 않는 걸로 생각했어요.
A. 지금까지 사람들과의 관계가 저에게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에 인물을 주로 작업하게 되는 것 같아요. 큰 이유는 없어요.
 

‘우리 밤하늘에 수놓은 별처럼 떠있는 달처럼’

Q. 작품 속 사람들의 표정이 대체로 무미건조해 보여요.
A. 사람을 그릴 때 가장 자연스러운 표정이 뭘까 생각해봤는데, 오히려 표정이 없는 것이 힘도 안 들어가고 제일 편안한 표정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억지로 웃는다거나 어떤 특정한 표정을 짓는 게 저는 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제가 감정 변화가 심한 사람이 아니라 저한테는 익숙한 표정이거든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어떤 표정보다 백지 같다고 생각했어요.

Q. <우리가 시를 처음 쓴다면 그건 분명 윤동주일 거야>란 필사 시집의 그림을 그렸죠?
A. 제가 하는 작업이랑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맞아서 좋겠다 싶었어요. 시와 제 작업이 연결되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Q. <더 포스터 북>이란 작품집도 출간했어요. 각각의 용지를 뜯어서 포스터로 사용할 수 있게 제작했는데, 작가 입장에서 자신의 작품이 쉽게 소비된다고 생각하나요?
A. 저는 제 작업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작품 가격이 오르면 그런 기회가 좀 더 줄어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더 많은 분이 포스터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쉬움은 없어요.

화성시의 소다미술관에서 열린 <LOVE IS LOVE: 밤새워 말해봐도> 전시 풍경

일상의 표정들
Q. 작품 속 인물을 보면 나이가 가늠이 잘 안 돼요.
A. 어떤 의도가 있지는 않아요. 그냥 제가 그리는 대상들의 가장 솔직한 나이 대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렸어요.  

Q. 제가 콰야의 작품에서 궁금한 것 중 하나가 색을 사용하는 방법이었어요.
A. 어떤 계획을 하기보다는 오일바 케이스를 열어두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색을 쓰는 편이에요. 즉흥적이죠. 그런데 전 그런 방식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작업이 마무리될 즈음에야 이 작업이구나 알게 되는 것 같아요.

Q. 작업 시간을 정해놓나요?  
A. 매일매일 달라요. 작업하는 것도 그날 생각해요. 오늘 작업해야겠다, 지금부터 작업을 해야겠다. 매번 시간이 다른 것 같아요.

‘별과 달과 불꽃놀이’

‘나비와 소년’

Q. 여행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A. 크로키요. 항상 작업 도구를 챙겨 가는데, 여행지에 가면 그곳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편이에요.

Q. 살면서 작업하고 싶은 도시가 있어요?
A. 예전에는 미국 뉴욕 같은 곳에서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제 취향이랑 다르긴 하지만, 화려하면서 모두 다 갖춘 대도시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특정 도시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아요. 그보다는 작업실이 좀 더 컸으면 좋겠어요. 규모가 큰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Q. 작업실 동네에서 자주 가는 곳이 있나요?
A. 저에게 상수동은 작업실이라는 의미가 강한 것 같아요. 거의 작업실에만 있으니까. 카페 같은 곳보다는 한강에 자주 산책하러 가죠. 작업실에 있다 보면 사람들 지나가는 소리,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데, 그런 것들이 여행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2021. 7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김준 자료제공: 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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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7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김준
  • 자료제공:
    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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