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uma Tower imagined by Frank Gehry, January, 2021. Luma Arles, Parc des Ateliers, Arles(France) © Adrian Deweerdt
새로운 예술의 흔적이 새겨진 루마 아를
고흐의 흔적이 가득한 프랑스 아를에 새로운 예술의 흔적이 새겨졌다. 마야 호프만의 기획과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완성한 루마 아를이다.
프랑스 최대의 습지이자 자연생태보호 지역인 카마르그(Camargue)를 포함하고 있지만 아를은 인구 5만 명 남짓의 작은 도시다. 고대 원형경기장과 극장 등 아직도 옛 로마 시대의 자취가 많이 남아 있는 아를을 세계인이 동경하는 도시로 만든 주인공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다. 그는 아를에서의 1년 반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아를의 침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등 찬란한 남쪽의 빛과 생동감 넘치는 색채로 펼쳐낸 걸작들을 남겼다. 오늘날에도 아를을 방문하는 많은 이가 고흐의 그림 속 장소를 찾아 도시를 거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설계를 맡은 프랭크 게리와 루마 아를 설립자인 마야 호프만 © Annie-Leibovitz
“루마는 오랜 시간에 걸친 실험과 예술가와 건강한 환경에 대한 헌신의 결실이며, 방문객이 원하는 대로 건물 안팎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창작 공원은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와 사상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영역에 걸친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Luma Arles, Parc des Ateliers, Arles (France) © Remi Benali

Luma Tower imagined by Frank Gehry, January 2021. Luma Arles, Parc des Ateliers, Arles (France) © Adrian Deweerdt
루마 아를과 새로운 예술 도시로 도약하는 아를
한때 주요 항구도시였던 아를은 철도가 발달하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남부 프랑스에서 드물게 투우를 볼 수 있는 아를 페리아(Feria d’Arles)와 1970년 이후 여름 관광 시즌을 중심으로 개최하는 사진 축제 아를 국제 사진전(Le Rencontres d’Arles)에 관람객이 찾아오지만 한때 15%에 달할 정도로 높았던 실업률이 얘기해주듯, 아를은 활기를 잃은 도시로 취급받았다.

Exterior view of La Mécanique Générale, renovated by Selldorf Architects in 2016 © Victor Picon
하지만 2010년 탄생한 아를 빈세트 반 고흐 재단(Fondation Vincent Van Gogh Arles)과 2013년 출발한 크리에이티브 아트 캠퍼스 루마 아를(LUMA Arles)은 도시 전체에 새로운 예술적·경제적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이 두 예술 단체 뒤에는 스위스의 거대 제약회사 호프만 라 로슈(Hoffmann-La Roche)의 대주주인 호프만가의 후손들이 자리한다. 아를 빈센트 반 고흐 재단의 출범에는 뤼크 호프만(Luc Hoffmann)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는 저명한 조류학자이자 세계자연기금(World Wildlife Fund)의 공동 설립자로, 조류 서식지로 유명한 카마르그가 있는 아를에 정착한 인물이다.루마 아를은 현재 전 세계 예술계에서 손꼽히는 컬렉터이자 자선사업가이며,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의 딸 마야 호프만(Maja Hoffmann)이 사재로 설립한 아트 센터다. 루마 아를은 규모나 포부 면에서 아를을 스페인의 빌바오를 잇는 새로운 예술 도시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며 야심 찬 건축과 예술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 Marc Domage

© Marc Domage
지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미술 공간
마야 호프만은 자신의 모든 예술적 역량을 모아 전시뿐 아니라 환경 및 예술 연구, 교육, 아티스트 아틀리에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에서 크리에이터의 활동을 지원하는 창작 공원으로 루마 아를을 기획했다. 하지만 이곳의 방향성과 계속되는 공간의 변신 프로젝트들은 톰 에클스(Tom Eccles), 리암 길릭(Liam Gillick),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등 아티스트와 예술계 종사자들로 이루어진 코어 어드바이저 그룹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야 호프만은 이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전시와 프로그램을 정한다. 2013년 론칭 이후 현재까지 약 100여 명의 아티스트와 이노베이터의 작업 진행을 도왔고, 길버트 앤 조지(Gilbert & George),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장 프루베(Jean Prouvé)의 전시를 비롯해 여러 프로젝트와 이벤트를 선보여왔다.

© Marc Domage

© Marc Domage

© Marc Domage
루마 아를과 프랭크 게리
루마 아를은 2013년부터 프랑스 철도회사 SNCF의 수리창 공간을 예술 공간으로 변신시켜왔다. 그 공간은 약 11만㎡에 이른다. 대형 창고형 건물을 포함한 6개 건물 중 5개의 빌딩은 독일 건축가 아나벨 젤도프 팀이 레너베이션을 맡아 진행했다. 또 지난 6월, 메인 타워 빌딩과 벨기에 조경 건축가 바스 스메츠가 디자인한 공원을 완성하며 새로운 오픈을 기념했다.
루마 아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메인 타워 빌딩을 위해 마야 호프만은 빌바오 이펙트를 염두했다는 듯, 건축가 프랭크 게리를 선택했다. 이들은 마야 호프만이 프로듀서를 맡은 시드니 폴락의 다큐멘터리 영화 <프랭크 게리의 스케치(Sketches of Frank Gehry)>(2006년)를 통해 이미 인연을 쌓은 관계기도 하다.
루마 아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메인 타워 빌딩을 위해 마야 호프만은 빌바오 이펙트를 염두했다는 듯, 건축가 프랭크 게리를 선택했다. 이들은 마야 호프만이 프로듀서를 맡은 시드니 폴락의 다큐멘터리 영화 <프랭크 게리의 스케치(Sketches of Frank Gehry)>(2006년)를 통해 이미 인연을 쌓은 관계기도 하다.

Luma Tower imagined by Frank Gehry, January, 2021. Luma Arles, Parc des Ateliers, Arles(France) © Adrian Deweerdt
프랭크 게리는 메인 타워 빌딩을 수많은 바위를 얹어놓은 듯한 특유의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그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아를 지역 산의 바위들, 그리고 아를의 명소인 로마 시대의 원형경기장에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지하 3층, 지상 9층의 타워 빌딩은 원형경기장에서 모티브를 얻은 유리로 마감된 하부의 드럼 부분과 그 위에 1만1,000개의 스테인리스 패널을 이용해 완성한 타워로 구성된다. 빛의 반사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빛을 발하도록 의도했고, 인근 도로의 운전자들이 눈부심으로 인해 운전에 방해받지 않도록 특수 코팅해 제작했다. 이 타워는 전시 공간 이외에도 프로젝트 룸과 연구실, 세미나 룸, 그리고 아카이브 룸을 포함해 루마 아를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
또 모든 건물에는 루마 아를의 연구 프로그램인 아틀리에 루마(Atelier LUMA)를 통해 이 지역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해조, 해바라기씨, 양모, 소금 등의 재료를 이용해 건축 자재로 변형시킨 타일과 천을 곳곳에 사용해 환경 친화 건축을 완성했다.
오픈에 맞춘 야외 전시 작품도 눈길을 모은다. 특히 타워 빌딩 옆에 설치해 밤이면 형광색으로 빛나는 스케이트 공원 ‘OooOoO’은 한국인 아티스트 구정아의 야외 프로젝트다. 또 영국 태생 설치 작가 리암 길릭의 ‘오리엔테이션 플랫폼(Orientation Platforms)’도 볼 수 있다. 유럽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함께 여행 규제의 빗장을 풀고 있는 지금, 유럽의 가장 주목받는 오프닝으로 꼽히고 있는 루마 아를이 앞으로 어떻게 그 포부를 실현해나갈지 사뭇 궁금하다.
또 모든 건물에는 루마 아를의 연구 프로그램인 아틀리에 루마(Atelier LUMA)를 통해 이 지역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해조, 해바라기씨, 양모, 소금 등의 재료를 이용해 건축 자재로 변형시킨 타일과 천을 곳곳에 사용해 환경 친화 건축을 완성했다.
오픈에 맞춘 야외 전시 작품도 눈길을 모은다. 특히 타워 빌딩 옆에 설치해 밤이면 형광색으로 빛나는 스케이트 공원 ‘OooOoO’은 한국인 아티스트 구정아의 야외 프로젝트다. 또 영국 태생 설치 작가 리암 길릭의 ‘오리엔테이션 플랫폼(Orientation Platforms)’도 볼 수 있다. 유럽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함께 여행 규제의 빗장을 풀고 있는 지금, 유럽의 가장 주목받는 오프닝으로 꼽히고 있는 루마 아를이 앞으로 어떻게 그 포부를 실현해나갈지 사뭇 궁금하다.

© Marc Domage
루마 아를
주소 Parc des Ateliers, 35 avenue Victor Hugo 13200 Arles
운영시간 매일 10:30~19:30
홈페이지 www.luma.org/arles
주소 Parc des Ateliers, 35 avenue Victor Hugo 13200 Arles
운영시간 매일 10:30~19:30
홈페이지 www.luma.org/arles
LUMA ARLES, PARC DES ATELIERS, ARLES (FRANCE) © DRON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