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 CIRCA

20시 21분, 미술이 시작된다
매일 저녁 같은 시간이 되면 서울, 런던, 도쿄 같은 대도시 한복판에서 미술 작품 영상이 게릴라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미술이 일상으로 스며든 즐거운 순간에 대해.
20시 21분, 그러니까 저녁 8시 21분이 되자 서울 삼성동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현란하고 화려한 광고가 사라지고, 푸른 평야에 찬란한 태양이 밝아오는 장면의 디지털 미디어 아트워크가 2분 30초간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바로 세계적 팝 아티스트이자 무대연출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다.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도,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서도 정해진 시간이 되자 같은 일이 벌어졌다.

런던 피카딜리 라이트에 상영하고 있는 CIRCA 프로젝트 © CIRCA

공공 미술이 전하는 희망
코로나19로 발생한 일상의 부재. 이를 극복하며 새롭게 정착하는 뉴노멀 시대에 미술은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영국 태생의 예술가 조지프 오코너(Josef O'Connor)는 코로나19로 영국과 세계 곳곳이 봉쇄되어 있는 상황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이 궁금했다. 그는 예술 플랫폼 ‘CIRCA’를 설립하고 공공 미술로 세계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가능성과 답을 찾기로 한다. 공공장소에서 예술을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온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일어나자 보다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그는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에 위치한 대형 전광판 피카딜리 라이트를 운영하는 랜드섹(Landsec)을 찾아가 협업을 요청했다. 하루의 일정 시간 상업광고를 멈추는 대신 예술 작품을 런던 시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잠시 땅을 빌리듯 전광판 노출 시간을 빌렸다.

CIRCA 프로젝트의 첫 아티스트는 아이웨이웨이였다. © CIRCA

공간에 참여할 아티스트도 필요했다. 주변의 갤러리와 아티스트들을 찾았다. 그렇게 섭외한 첫 번째 아티스트는 중국 출신의 거장 아이웨이웨이(Ai Weiwei)였다. 그는 자신의 오랜 작업 과정을 60분 정도 분량으로 편집했다.
2020년 10월에 첫 상영이 시작됐다. 상영 시간은 20시 20분. 많은 런더너가 피카딜리 라이트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 CIRCA

작가들의 참여, 2021년은 20시 21분
아이웨이웨이 이후 CIRCA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이 늘어났다. 매달 다른 작가의 작품이 상영됐다. 11월에는 콜린 스미스(Cauleen Smith), 12월 에디 피크(Eddie Peake)가 런던의 20시 20분을 책임졌다.
2021년 들어서면서 상영 시간은 20시 21분으로 변경된다. 2021년 1월의 20시 21분은 록 뮤지션이자 시인 패티 스미스(Patti Smith)가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토니 코크스(Tony Cokes)와 에마 탤벗(Emma Talbot), 제임스 바너(James Barnor)가 뒤를 이었다.

서울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서 상영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영상 © Barakat Contemporary

5월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상영에는 뉴욕과 LA가 합류했다. © CIRCA

사실 이 프로젝트의 절정은 5월에 있었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참여였다. 이를 계기로 런던을 벗어나 많은 도시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프로젝트의 취지에 걸맞게 공공 미술이 봉쇄된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아이패드로 완성한 작품의 이름은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Remember you cannot look at the sun or death for very long)’.
5월에만 런던을 비롯해 서울과 뉴욕, LA 그리고 도쿄가 합류했다. 호크니의 일명 ‘해돋이’로 불리는 이 애니메이션 작품은 많은 나라에 희망과 협력의 상징을 제시한다는 평을 받았다.
조지프 오코너는 기자들과 한 인터뷰에서 “2020년 말부터 한 달 정도 호크니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코로나19와 이에 따른 봉쇄 상황을 극복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기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Nikita Gale, SOME WEATHER_Blizzard 2 © CIRCA

Nikita Gale, SOME WEATHER_Fog 2 © CIRCA

Nikita Gale, SOME WEATHER_Heat 1 © CIRCA

Nikita Gale, SOME WEATHER_Rain 1 © CIRCA

미술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런던의 피카딜리 라이트, 서울의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 일본 도쿄 신주쿠의 유니카 비전에서 진행 중이다. 6월엔 LA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니키타 게일(Nikita Gale)의 신작 시리즈 ‘SOME Weather’를 선보인 데 이어, 7월에는 래리 아키암퐁, 알바로 배링턴, 맷 콥슨, 아티스트 듀오 로지 헤이스팅스와 해나 퀸란, 그리고 안느 임호프 등 예술가 다섯 팀이 참여하는 그룹전 <London Zeitgeist(런던 자이트가이스트)>의 작품들로 스크린을 채우고 있다. <London Zeitgeist>는 과거 영국 왕립미술원의 수석 큐레이터이자 <YBA 사치 컬렉션> 등 대형 전시를 기획한 노먼 로젠탈 경(Sir Norman Rosenthal)이 기획한 전시 프로젝트다.
8월 전시는 한국 작가 작품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CIRCA 프로젝트의 서울 상영 주관 갤러리 바라캇 컨템포러리와 서울시립미술관이 논의 중이다.
20시 21분에 시작하는 미술 여행은 계속되고 있다.

7월은 노먼 로젠탈 경이 기획안 그룹전 <London Zeitgeist>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 Barakat Contemporary

ANNE IMHOF 'One'_CIRCA © BARAKAT CONTEMPORARY

CIRCA 전시를 볼 수 있는 곳
일시 매일 20시 21분
위치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
홈페이지 CIRCA / Barakat Contemporary
2021. 8 에디터:정재욱
자료제공: 바라캇 컨템포러리, CIR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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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8
  • 에디터: 정재욱
  • 자료제공:
    바라캇 컨템포러리, CIR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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