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기타 장인, 엄홍식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를 이어오며 클래식 기타를 만드는 엄홍식 제작자를 만났다. 국내외 많은 연주자가 무대에서 ‘엄기타’로 연주를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20세의 안드레스 세고비아 토레스(Andrés Segovia Torres)가 마드리드의 엘 아테네오 극장에서 프로 연주자로서 첫 공연을 했을 때만 해도 음악 관계자나 청중들은 기타는 클래식 음악과는 어울리지 않는 악기라고 생각했다. 당시 기타는 주로 살롱 음악 악기라는 한계에 갇혀 다른 악기와 협연하기 어려웠다. 다른 악기에 비해 내는 소리마저 작아 소규모 연주장이나 실내악에서 연주하는 데 그쳤다. 세고비아는 기타의 음량을 높이기 위해 악기 제작자와 협력해 기타 자체의 형태도 바꾸고 좋은 목재와 나일론 현을 사용했다. 이후 보다 큰 볼륨을 내는 오늘날의 클래식 기타를 만들어냈다. 세고비아가 1935년 파리 기타 독주회에서 바이올린 명곡으로 알려진 바흐의 ‘샤콘느’를 기타로 완벽하게 연주하는 순간, 청중은 기타를 거리의 악기가 아닌 클래식 악기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기타의 제작 과정

3대가 쌓아 올린 노하우
1932년 한국에서는 엄상옥 장인이 이웃집 형에게 빌린 기타로 연구를 거듭한 끝에 기타를 처음 만들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친 후 엄상옥 장인은 ‘다이아몬드현악기제작소’라는 상호를 걸고 본격적으로 기타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중고 가구에서 채집한 목재나 미군이 남긴 기타를 분해해 새로운 기타를 만들어 판매한 것이다. 기타 제작은 아들 엄태흥 장인에게로 이어졌고, 이때부터 ‘엄기타’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클래식 기타 제작자이자 연주가로 활동하며 엄기타를 국내 최고 클래식 기타 제작소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제작 노하우는 3대 엄홍식 제작자로 이어지고 있다.
엄홍식 제작자는 원래 일본을 거쳐 스웨덴에서 휴대폰 기술 관련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딱딱한 공대생이 감성적 악기를 제작하게 된 셈이다. 악기가 내는 소리는 감성적이지만 제작 과정은 철저하게 공업의 연속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파악하고 해결할 방안을 연구하고 찾아야 한다. 그가 직장에서 하던 일과 다르지 않은 과정이다.
그리고 그 제작 노하우는 3대 엄홍식 제작자로 이어지고 있다.
엄홍식 제작자는 원래 일본을 거쳐 스웨덴에서 휴대폰 기술 관련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딱딱한 공대생이 감성적 악기를 제작하게 된 셈이다. 악기가 내는 소리는 감성적이지만 제작 과정은 철저하게 공업의 연속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파악하고 해결할 방안을 연구하고 찾아야 한다. 그가 직장에서 하던 일과 다르지 않은 과정이다.

작업실 내부 전경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A. 기타 제작과 온전한 소리의 재생이라는 부분에서 한동안 한계를 느꼈어요. 그래서 나만의 소리를 찾으려고 대외 활동이나 행사를 줄이고 연구와 제작에 몰두했죠.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본의 아니게 그 기간이 길어지고 말았네요.
Q. 어떤 한계인가요?
A. 클래식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늘 음량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따로 선을 연결하지 않기 때문에 무대에서는 마이크를 두고 연주해야 하는데, 무대 컨디션이나 스피커 상태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거든요. 연주자에게는 그런 부분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죠. 제가 제작한 기타는 소리가 예쁘다는 칭찬은 많이 받았지만, 좀 더 풍부한 음량과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Q. 좋은 악기를 가졌다면 나머지는 연주자의 역량이 중요한 게 아닐까요?
A. 세계적인 연주자가 다양한 감성으로 표현하는 연주를 소리가 잘 받쳐줘야 하잖아요. 슬픈 곡을 연주하는데, 발랄하고 밝은 소리가 나오면 안 되죠. 그건 미하엘 슈마허(전설적인 F1 드라이버)에게 경차를 주고 서킷을 달리라고 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A. 기타 제작과 온전한 소리의 재생이라는 부분에서 한동안 한계를 느꼈어요. 그래서 나만의 소리를 찾으려고 대외 활동이나 행사를 줄이고 연구와 제작에 몰두했죠.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본의 아니게 그 기간이 길어지고 말았네요.
Q. 어떤 한계인가요?
A. 클래식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늘 음량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따로 선을 연결하지 않기 때문에 무대에서는 마이크를 두고 연주해야 하는데, 무대 컨디션이나 스피커 상태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거든요. 연주자에게는 그런 부분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죠. 제가 제작한 기타는 소리가 예쁘다는 칭찬은 많이 받았지만, 좀 더 풍부한 음량과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Q. 좋은 악기를 가졌다면 나머지는 연주자의 역량이 중요한 게 아닐까요?
A. 세계적인 연주자가 다양한 감성으로 표현하는 연주를 소리가 잘 받쳐줘야 하잖아요. 슬픈 곡을 연주하는데, 발랄하고 밝은 소리가 나오면 안 되죠. 그건 미하엘 슈마허(전설적인 F1 드라이버)에게 경차를 주고 서킷을 달리라고 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엄홍식 제작자는 기타 2개를 가져와 소리를 들려줬다. 모두 엄기타에서 만들었지만 재질이나 기술, 시간이 다르고, 가격도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같은 위치의 줄을 튕겼는데, 울림과 여운, 소리가 만드는 밀도에서 확연한 차이가 났다.
Q. 들어보니 차이가 확실히 있네요.
A. 그렇죠. 이 소리를 찾는 데까지 4년이 걸렸어요.
Q. 들어보니 차이가 확실히 있네요.
A. 그렇죠. 이 소리를 찾는 데까지 4년이 걸렸어요.
엔지니어에서 기타 제작자로
Q. 왜 기타 제작의 길로 들어섰나요? 원래 일본을 거쳐 스웨덴 휴대폰 제조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셨잖아요.
A. 아버님은 제가 컴퓨터 관련 일을 한다고 자랑스러워하셨죠. 사실 제가 기타 제작에 뛰어들기 전에 먼저 다른 업계를 경험하라고 강조하셨어요. 그런 경험을 거치고 나니, 아버님 연세도 있고 이젠 내 기타를 만들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고요.
Q. 할아버지께서 한국 최초로 기타를 만드셨죠.
A. 네. 할아버지가 국내 처음으로 기타를 만드셨는데, 그때는 그냥 외국 기타를 분해해서 재현하는 데 의의를 두었어요. 아버지 세대에서는 그것을 넘어 한 시대의 기타를 완성하는 상황이었고요. 전 아버지의 기술과 개성을 배웠지만 그것을 그대로 가져가진 않아요. 저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거죠. 요즘 연주자들이 좋아하는 모던한 스타일로 보완하면서 가는 거예요.
Q. 그런 흐름들이 느껴지나요?
A. 2000년대 넘어오면서 클래식도 많이 변화했어요. 딱딱하기만 한 연주에서 벗어나 연주자들도 새로운 걸 시도하죠. 악기가 대체로 비싸니까 한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젊은 연주자들은 악기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있어요. 트렌디하게 바뀌죠.
A. 아버님은 제가 컴퓨터 관련 일을 한다고 자랑스러워하셨죠. 사실 제가 기타 제작에 뛰어들기 전에 먼저 다른 업계를 경험하라고 강조하셨어요. 그런 경험을 거치고 나니, 아버님 연세도 있고 이젠 내 기타를 만들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고요.
Q. 할아버지께서 한국 최초로 기타를 만드셨죠.
A. 네. 할아버지가 국내 처음으로 기타를 만드셨는데, 그때는 그냥 외국 기타를 분해해서 재현하는 데 의의를 두었어요. 아버지 세대에서는 그것을 넘어 한 시대의 기타를 완성하는 상황이었고요. 전 아버지의 기술과 개성을 배웠지만 그것을 그대로 가져가진 않아요. 저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거죠. 요즘 연주자들이 좋아하는 모던한 스타일로 보완하면서 가는 거예요.
Q. 그런 흐름들이 느껴지나요?
A. 2000년대 넘어오면서 클래식도 많이 변화했어요. 딱딱하기만 한 연주에서 벗어나 연주자들도 새로운 걸 시도하죠. 악기가 대체로 비싸니까 한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젊은 연주자들은 악기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있어요. 트렌디하게 바뀌죠.


기타 제작을 위한 도구들
Q. 직장 생활, 특히 IT 쪽에서 일한 경험이 지금 클래식 기타 제작에 도움이 되나요?
A. 그냥 직관과 감각으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조나 부속 하나하나 그 쓸모와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회사에서 한 일이 문제 분석과 해결 도출이었어요.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분석하고 이슈를 해결하는 파트 매니저로 일했죠. 그러다 보니 악기를 만들 때도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거친 후 개선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웠어요. 악기 몇 대를 동시에 비교·수정하면서 만들었죠.
A. 그냥 직관과 감각으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조나 부속 하나하나 그 쓸모와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회사에서 한 일이 문제 분석과 해결 도출이었어요.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분석하고 이슈를 해결하는 파트 매니저로 일했죠. 그러다 보니 악기를 만들 때도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거친 후 개선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웠어요. 악기 몇 대를 동시에 비교·수정하면서 만들었죠.
기타로 여행하기
Q. 다른 나라의 클래식 기타 제작 현장도 많이 보셨을 텐데, 그쪽은 어떤가요?
A. 독일에 기타 제작을 하고 있는 아버님 지인이 있어요. 예전에는 아주 전통 방식으로 제작했는데, 몇 해 전 갔더니 현대적 제작 시스템으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설계도 그렇고요. 아버님도 그걸 보시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기존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버리셨죠. 시스템을 교체한 거예요. 예전부터 필요는 느꼈지만 ‘잘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섰는데, 친한 지인이 바꾸니 확신이 생기신 거죠.
Q. 클래식 기타 제작은 어느 나라에서 많이 배우나요? 나라마다 제작 방식에 차이가 있나요?
A. 독일이나 캐나다, 미국 등에 다양한 교육과정이 있어요. 나라마다 제작할 때 나무를 깎는 방향이나 붙이는 방식에서 조금 차이가 있지만 그 외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 대신 이들에겐 오랜 전통과 경험으로 쌓인 노하우가 있죠. 그러면 편하고 쉽게 제작할 수 있어요. 대부분 제품 가격대에 맞는 제작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아요.
A. 독일에 기타 제작을 하고 있는 아버님 지인이 있어요. 예전에는 아주 전통 방식으로 제작했는데, 몇 해 전 갔더니 현대적 제작 시스템으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설계도 그렇고요. 아버님도 그걸 보시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기존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버리셨죠. 시스템을 교체한 거예요. 예전부터 필요는 느꼈지만 ‘잘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섰는데, 친한 지인이 바꾸니 확신이 생기신 거죠.
Q. 클래식 기타 제작은 어느 나라에서 많이 배우나요? 나라마다 제작 방식에 차이가 있나요?
A. 독일이나 캐나다, 미국 등에 다양한 교육과정이 있어요. 나라마다 제작할 때 나무를 깎는 방향이나 붙이는 방식에서 조금 차이가 있지만 그 외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 대신 이들에겐 오랜 전통과 경험으로 쌓인 노하우가 있죠. 그러면 편하고 쉽게 제작할 수 있어요. 대부분 제품 가격대에 맞는 제작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아요.

나무 종류에 따라 기타의 소리는 매우 다양하다.
Q. 기타를 만들 때 조언이나 도움을 받는 연주자가 있나요?
A. 국내에서는 배장흠 연주자와 주로 그런 교류를 하고 있어요. 배장흠 씨는 제가 시험 삼아 만든 기타에 대해 획기적이고 소리가 마음에 드니 그 설계로 밀어붙여보라고 격려해줬죠. 지금은 고인이 된 클래식 기타리스트 서정실 선생님도 저만의 기타 소리를 만들어가는 데 많이 조언해주셨고요.
Q. 엄홍식 제작자의 기타는 연주자뿐 아니라 기타 마니아들에게는 큰 선물이자 기념이 될 것 같아요. 기타를 구매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궁금하네요. 주문 제작을 하나요?
A. 이미 연주자와 음악에 대해 이해하고 기타를 제작하는 것이라 특별히 주문 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기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원하는 소리와 가격대에 맞는 기타를 추천하죠. 대부분의 연주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악기를 보고 나면 대개 만족해합니다.
Q. 엄기타의 가격대는 어떻게 되나요?
A. 100만 원대부터 1,000만 원이 넘는 리미티드 에디션까지 다양합니다. 보통 300만 원대 기타를 많이 고르는데, 가격뿐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소리를 내는 악기를 고르는 것이 더 중요해요.
Q. 3대라는 부담감이나 고민이 있나요?
A. 할아버지가 기타를 처음 만들면서 완벽하게 재현하는 작업에 충실했다면, 아버지는 최고의 기타를 만들고 싶어 하셨어요. 그 꿈을 제가 완성해야 한다는 고민은 있죠.
A. 국내에서는 배장흠 연주자와 주로 그런 교류를 하고 있어요. 배장흠 씨는 제가 시험 삼아 만든 기타에 대해 획기적이고 소리가 마음에 드니 그 설계로 밀어붙여보라고 격려해줬죠. 지금은 고인이 된 클래식 기타리스트 서정실 선생님도 저만의 기타 소리를 만들어가는 데 많이 조언해주셨고요.
Q. 엄홍식 제작자의 기타는 연주자뿐 아니라 기타 마니아들에게는 큰 선물이자 기념이 될 것 같아요. 기타를 구매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궁금하네요. 주문 제작을 하나요?
A. 이미 연주자와 음악에 대해 이해하고 기타를 제작하는 것이라 특별히 주문 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기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원하는 소리와 가격대에 맞는 기타를 추천하죠. 대부분의 연주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악기를 보고 나면 대개 만족해합니다.
Q. 엄기타의 가격대는 어떻게 되나요?
A. 100만 원대부터 1,000만 원이 넘는 리미티드 에디션까지 다양합니다. 보통 300만 원대 기타를 많이 고르는데, 가격뿐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소리를 내는 악기를 고르는 것이 더 중요해요.
Q. 3대라는 부담감이나 고민이 있나요?
A. 할아버지가 기타를 처음 만들면서 완벽하게 재현하는 작업에 충실했다면, 아버지는 최고의 기타를 만들고 싶어 하셨어요. 그 꿈을 제가 완성해야 한다는 고민은 있죠.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네요.
A.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바로 유럽으로 건너가 활동하려고 해요. 완성도 있는 기타를 만들었는데, 홍보할 시간과 방법이 없었어요. 해외 연주자들은 악기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서 제품이 좋으면 브랜드 명성에 상관없이 사용하겠다고 연락을 줘요. 이런 연주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카데미를 열어 기타 제작을 교육하고 싶어요.
문의 엄기타
A.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바로 유럽으로 건너가 활동하려고 해요. 완성도 있는 기타를 만들었는데, 홍보할 시간과 방법이 없었어요. 해외 연주자들은 악기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서 제품이 좋으면 브랜드 명성에 상관없이 사용하겠다고 연락을 줘요. 이런 연주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카데미를 열어 기타 제작을 교육하고 싶어요.
문의 엄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