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떡볶이 © Coen Pohl

한국을 좀 아는 작가, 쿤 폴
한국인보다 한국 문화를 더 잘 그리는 네덜란드 작가 쿤 폴과 인터뷰를 했다. 한국에 대한 좋은 추억과 탐구 정신으로 가득했다.
노래방 테이블 위엔 탬버린과 마이크가 널브러져 있고 그 옆 엎어진 캔에선 음료가 잔뜩 흘러내린다. 포장마차임을 짐작케하는 빨간 테이블 위엔 소주병 뚜껑이 돌돌 말려 있다. 양은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 옆 파전 접시 위에는 젓가락이 가지런히 올라가 있다.
이렇게 세심하게 한국의 밤 풍경을 그린 이가 한국 사람이 아니란다. 한국에서 즐거움과 영감을 얻고, 이를 누구보다 디테일하게 그림으로 표현해내며 화제가 된 일러스트레이터 쿤 폴은 지금 고향인 암스테르담에 머물고 있다.
그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글에는 한국에 대한 즐거운 추억이 여전히 가득해 보였다.

CN 타워 © Coen Pohl

홍대 러시아워 © Coen Pohl

Q. 처음 한국에 여행 온 것은 언제인가요? 당시 한국의 풍경을 기억하나요?
A. 2014년에 처음 방문했어요. 홍대 근처 호스텔에서 묵었기 때문에 서울에서의 첫 기억은 홍대 거리를 돌아다니던 겁니다. 카페와 식당이 엄청 많아서 놀랐고, 거리의 인파를 보고 또 한 번 놀랐죠. 그 후엔 서울에 있는 수산시장에서 싱싱한 생선을 먹은 기억이 나요. 그전까지 몰랐던 수많은 어류를 보았는데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Q. 흥미로웠던 문화나 풍경은 무엇인가요?
A. 첫 여행 당시 서울 도심을 걸어 다녔는데, 사찰마다 내건 형형색색의 연등에 감탄했어요. 그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죠. 저녁에는 다양한 형태의 조각 행렬 퍼레이드가 펼쳐졌어요. 아름다운 조명도 많았고요. 가수가 누구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수천 명이 운집해 흥겨웠던 거리 콘서트도 볼 수 있었죠. 정말 환상적인 경험이었어요.
 

Q. 한국은 몇 번이나 여행했나요?
A. 워낙 많이 오고 가서 그런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네요. 가끔 일본이나 홍콩으로 여행을 갔다가도 다시 한국을 찾곤 했어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1년간 머문 적도 있고요.

Q. 한국에 오면 어디에서, 얼마나 머무나요?
A. 2~3개월 정도 머물러요. 호텔에서 지내기엔 기간이 너무 길고 비용 부담도 커서 원룸이나 장기 투숙 가능한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죠. 한국에 친구들이 생긴 후로는 그들의 집에 머물 때도 있고요.

Q. 잊지 않고 찾는 단골 가게나 장소가 있나요?
A. 홍대랑 합정동 인근에 좋아하는 카페가 많았는데, 2019년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았을 땐 거의 사라지고 없더라고요. 서울에 대해 깨달은 점 하나는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한 곳을 오랫동안 좋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서울의 구시가지, 예를 들어 북촌 한옥마을이나 청계천을 걷는 것은 여전히 즐길 수 있죠. 나중에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챙겨 와 한강 자전거 길을 따라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어요. 새로운 곳을 탐험하거나, 강변에서 쉬고 있는 노인분들과 대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막걸리 © Coen Pohl

붕어빵 © Coen Pohl

Q. 보통 해외 관광객은 한국의 경복궁 같은 궁이나 사찰 등 이국적인 동양 문화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하는데, 당신은 시장으로 눈을 돌렸어요. 시장이나 소주, 만두와 떡볶이 같은 한국인의 일상 문화를 그리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A. 일단 좀 더 지역적이고 독특한 것을 그리고 싶었어요. 여행 가이드북에 나오는 유명한 사찰이나 명소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고, 이들을 그린 작품도 많잖아요. 저는 흔하지 않은 것을 담고 싶었어요. 또 당시 개인적으로 만두처럼 디테일에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요소를 그리는 작업을 시도 중이었어요. 사찰이나 궁 같은 명소를 그리려면 시야를 넓게 해 전체를 그려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디테일은 종종 묻혀버리기도 하니까요.
 
Q. 홈페이지의 소개 글을 보면 “암스테르담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영감을 얻기 위해 서울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라고 쓰여 있어요. 서울은 당신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 곳인가요?
A. 서울은 제가 자란 암스테르담과 극명한 차이가 있는 곳이에요.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도시임에도 서울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곳이죠. 서울의 크기에 그야말로 압도당했어요. 다양한 동네와 흥미로운 거리가 많아 평생 살아도 다 가볼 수 없을 거예요.
다른 한편으론 서울 어디에나 존재하는 노점상이나 빌딩의 네온사인 같은 작은 요소들이 영감을 주기도 하죠. 암스테르담도 멋있는 도시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규제된 측면이 많이 느껴져서 탐험하는 재미는 덜한 게 사실이에요. 물론 제가 암스테르담 출신이라 모든 게 익숙한 탓도 있겠지만요.

소주 © Coen Pohl

가라오케 © Coen Pohl

Q. 당신 그림에는 한국인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버릇이나 풍경이 있어요. 예를 들면 돌돌 말린 소주병 뚜껑이나 노래방 테이블 위 마이크와 엎어진 음료를 보면 '이건 한국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음주 문화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그런 풍경이 눈에 띄었나요?
A. 이런 장면들은 외국인의 눈에도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은 광경이에요. 게다가 처음 서울에 와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낼 때, 다른 손님과 숙소 직원들이 한국의 이런 특징을 열심히 소개해주었어요. 예를 들어 소주를 사서 술 마시는 게임을 한다던가 하는 것 말이에요. 한국 사람들은 친해지면 항상 외국인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요.
물론 ‘보이지 않는 것’도 있어요. 한국에 오래 살아야 알 수 있는 좀 더 심오한 문화적 특징이나 한국인을 깊이 사귀어야 알 수 있는 것들요. 예를 들어 설날에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께 세배하고 세뱃돈을 받는 행위 같은 것 말이에요. 한번은 친구의 할아버지 묘소에 인사를 가서 음식을 올리고 온 적도 있어요. 매우 흥미롭고 인상 깊은 경험이었죠.
 
Q. 당신에게 이렇게 디테일한 서울의 나이트라이프를 안내해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A. 딱 한 명을 특정할 순 없어요. 한국에서 친구를 사귀면서 많이 보고 경험했죠. 밤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했고, 여행도 꽤 다녔어요. 그러다 가끔 재미난 장면을 보면 나중에 그림 소재로 쓰려고 기억해두기도 했죠.

Q. 서울 외에 기억에 남거나 소개하고 싶은 도시가 있나요?
A. 부산과 전주에 가보는 걸 추천해요. 부산엔 맛있는 음식과 서울에 없는 해변이 있어요. 전주는 오래된 한옥 건축물이 멋있고요.

도시생활(City Life Day) © Coen Pohl

Q. 도시의 일상을 테마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A. 그런 장면들이 한국에서 지낸 시간들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저에겐 최고로 흥미로운 것 같아요. 원래 개인적인 추억거리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거든요. 작품을 본 많은 사람이 제 그림을 좋아해준 거고요. 주변 지인이나 다른 여행객이 제 작품을 포스터로 갖고 싶다는 요청을 많이 했어요. 한번은 홍대의 벼룩시장에서 그림을 팔았는데, 한국 사람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서 ‘서울의 밤’ 시리즈를 확장하기로 결정했죠.

Q. 당신이 느끼는 네덜란드와 한국의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A. 도시 생활에선 네덜란드가 좀 더 여유로운 것 같아요. 자전거를 타고 암스테르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데다 매우 안전하죠. 네덜란드 사람들은 퇴근 후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전 가게 테라스에서 맥주를 즐기곤 해요. 한국에서는 먹고 마시는 걸 같이 하는 경우가 더 많죠. 한국식 바비큐처럼요.
또 서울은 24시간 깨어 있고 밤새도록 문을 연 상점이 허다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죠. 문화적 차이점도 적지 않은데요, 가장 눈에 띄는 건 한국인은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한다는 점이에요. 퇴근 후 회식을 포함해서요. 반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일과 사생활을 좀 더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옥의 낮과 밤 © Coen Pohl

Q. 한국에 다시 온다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A. 다음에 한국을 방문할 때는 자연을 좀 더 많이 보고 싶어요. 한국을 여러 차례 오갔지만 그런 점에선 경험이 부족해요. 산이나 숲에 가보고 싶어요. 특별히 정해놓은 곳은 없지만요.
 
2021. 11 에디터:정재욱
자료제공: 쿤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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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11
  • 에디터: 정재욱
  • 자료제공:
    쿤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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