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추어 서울이 만든 지도들
관광 가이드에는 없는 서울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지난 10년간 서울을 기록한 사람들이 있다. 서울 곳곳의 흥미로운 장소와 이야기를 지도로 만들어온 아마추어 서울이다. 관광 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울의 이야기. 이들이 만든 지도를 펼치면, 또 다른 서울이 보인다.
우리가 지도를 보는 목적은 대부분 같다. 현재 나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여기에서 목적지까지, 최단 거리로 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손에 든 지도가 ‘아마추어 서울’이 만든 지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오랜 시간 제자리에 서서 지도를 읽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유혜인·조예진 두 사람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서울은 ‘지도로 읽는 도시와 사람 이야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활동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아마추어 서울을 이끄는 두 사람, 조예진과 유혜인
“아마추어의 어원은 라틴어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아마토르’라고 해요. 저희가 건축이나 도시 개발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조금 다른 입장에서 애정을 담아 서울을 기록하고 있어요.”

사람과 이야기가 있는 지도

인쇄소가 밀집된 을지로에 위치한 작업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우리는 아직 서울을 잘 모른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 중 서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매일 오가는 집과 회사, 주말에 찾는 쇼핑몰이 우리가 경험하는 서울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서울이라는 도시의 아마추어 여행자일 것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네 명의 대학 친구도 스스로를 아마추어 서울 여행자라 부르며 자신들이 즐겨 찾던 동네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2009년, 서울 북촌 내 원서동, 계동, 재동에 이르는 지역을 1년 가까이 오가며 기록한 첫 번째 이슈인 ‘옛서울’이 그렇게 탄생했다(현재는 유혜인과 조예진이 부산과 미국으로 거처를 옮긴 두 멤버의 몫까지 해내고 있다).
아마추어 서울은 널리 알려진 관광지나 핫 플레이스가 아닌 시간이 축적된 옛 동네를 조명한다. 그리고 그 공간이 지닌 매력과 역사를 지역 탐사나 그곳과 오랜 시간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기록한다. 1920년대 도시형 한옥 주거 계획 단지인 종로구 익선동, 못 고치는 시계가 없다는 종로구 예지동의 시계 골목, 진한 잉크 냄새가 풍겨나는 중구 을지로의 인쇄소 골목 등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0호, 총 10개의 서울 동네 이야기가 지도에 기록됐다.
아마추어 서울은 널리 알려진 관광지나 핫 플레이스가 아닌 시간이 축적된 옛 동네를 조명한다. 그리고 그 공간이 지닌 매력과 역사를 지역 탐사나 그곳과 오랜 시간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기록한다. 1920년대 도시형 한옥 주거 계획 단지인 종로구 익선동, 못 고치는 시계가 없다는 종로구 예지동의 시계 골목, 진한 잉크 냄새가 풍겨나는 중구 을지로의 인쇄소 골목 등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0호, 총 10개의 서울 동네 이야기가 지도에 기록됐다.

아마추어 서울 5호 – 김경란의 성수동 © 아마추어 서울

아마추어 서울 6호 – 백태종의 초동 © 아마추어 서울

아마추어 서울 7호 – 조은영의 장사동 © 아마추어 서울

아마추어 서울 8호 – 우리의 예지동 © 아마추어 서울
일반인이 만든 일반적이지 않은 지도
겉으로 보기에 아마추어 서울의 지도는 일반 지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지도 안에 담긴 것들은 평범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평범해서 더욱 눈에 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여행자를 만나기 쉽지 않은 곳이지만 저희가 생활하며 축적해온 개인적 경험 안에서 번뜩이는 것들을 포착해 한 호의 주제로 선정해요.”
9호인 ‘크리스 하마모토씨의 일일’은 을지로에 위치한 작업실을 오가며 마주치던 과일 카트, 신발 카트, 쌍화탕 카트 같은 이동형 상점을 어느 날 문득 의식한 데에서 시작됐다.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서점을 계기로 제작한 7호 ‘조은영의 장사동’도 있다. 7호는 1968년에 개업해 50년 역사를 간직한 5평(16.5㎡) 남짓의 작은 서점, ‘세운기술서적’의 역사와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장사동을 소개한 것이다. 아마추어 서울은 마치 지층처럼 오랜 시간 어떠한 장소에 켜켜이 쌓여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 ‘지도’라는 깃발을 꽂는다.
9호인 ‘크리스 하마모토씨의 일일’은 을지로에 위치한 작업실을 오가며 마주치던 과일 카트, 신발 카트, 쌍화탕 카트 같은 이동형 상점을 어느 날 문득 의식한 데에서 시작됐다.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서점을 계기로 제작한 7호 ‘조은영의 장사동’도 있다. 7호는 1968년에 개업해 50년 역사를 간직한 5평(16.5㎡) 남짓의 작은 서점, ‘세운기술서적’의 역사와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장사동을 소개한 것이다. 아마추어 서울은 마치 지층처럼 오랜 시간 어떠한 장소에 켜켜이 쌓여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 ‘지도’라는 깃발을 꽂는다.

아마추어 서울 8호 – 우리의 예지동 © 아마추어 서울

아마추어 서울 9호 – 크리스 하마모토씨의 일일 © 아마추어 서울
아마추어 서울의 지도에 기록된 동네 중에는 재개발되었거나 사라진 장소가 많다. 세운기술서적도 지금은 문을 닫았다. “우리가 기록한 그 시간대의 서울은 아니지만 이 지도를 통해 언제든 그 동네와 그곳에 살던 사람들을 상상할 수 있어요.” 아마추어 서울의 지도는 하나의 역사적 기록물이자 이들이 미래로 보내는 편지인 셈이다. 수 차례 업데이트를 반복하는 지도 앱이 넘쳐나는 시대에, 아마추어 서울이 만드는 지도는 이러한 흐름에서 조금 비켜났을뿐더러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다지 친절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종이의 냄새와 촉감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온기 어린 서울의 동네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에 종이는 어쩌면 가장 적합한 물성일 것이다. 게다가 길을 잃는 순간, 눈여겨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그때 진짜 여행자가 된다.

아마추어 서울의 지도들

애정을 담아 서울을 기록하고 있는 두 사람
“서울은 ‘새것’과 ‘오래된 것’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다채로운 도시예요.”



아마추어 서울이 포착한 서울 풍경 © 아마추어 서울
아마추어 서울의 시선으로 여행하기
유혜인·조예진 두 사람이 서울을 찾은 여행자에게 몇 가지 여행법을 제안한다. 아주 간단하다. 하나, 지상으로 나오지 않고 오로지 시청에서 동대문을 잇는 지하도를 따라 걸어본다. 둘, 종로 일대 시니어들의 패션을 관찰하고 동네 주택가, 약국이나 이발소의 다채로운 화분과 식물을 구경한다. 셋, 주변의 고정되어 있지 않은 이동형 상점을 찾아본다. “지도에 담은 이동형 상점은 사실 을지로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대부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죠. 이렇게 관심을 두지 않거나 주목하지 않던 요소를 일상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에요.” 물론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서울 놀이’ 가이드다. 이들의 제안을 따라 지금 당장 서울 여행을 떠나보자.

거리로 나온 화분들 © 아마추어 서울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이동형 상점 © 아마추어 서울

화려한 색상의 입간판 © 아마추어 서울
아마추어 서울
아마추어 서울은 지도 제작 외에도 전시나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한다. 현재 준비 중인 11호는 세화미술관에서 개최한 <솔리드 시티> 전시 기간 중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의 답변을 토대로 제작하고 있으며, 올해 11월 11일 열리는 <제13회 언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아트북페어 2021>을 통해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지도’라는 키워드 안에서 장소와 사람의 이야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형태를 찾아 다양한 시각적 실험을 전개하는 이들의 새로운 지도가 기대된다.
홈페이지 www.amateur-seoul.com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amateur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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