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바이닐 숍에서 디깅을
바이닐로 음악을 듣는다는 건 단순히 음원으로 감상하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다. 그 경험에 눈뜬 사람들이 좋은 바이닐 숍을 찾아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턴테이블에 바이닐(LP)을 얹고 그 위에 카트리지를 내려놓으면 33 1/3rpm의 속도로 회전을 시작한다. 톤암의 적당한 무게를 몸으로 받아들인 카트리지는 바이닐의 세밀한 소릿골(그루브, groove)을 탐험한다. 그제야 음악이 흐른다.

바이닐은 과학이다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홈처럼 생긴 바이닐의 소릿골은 사실 정밀한 음악 정보 그 자체다. 스테레오 음악이라고 한다면 홈의 안쪽이 왼쪽 소리를, 바깥쪽이 오른쪽 소리를 담당한다. 홈이 넓고 깊으면 저음을, 좁고 얇으면 고음을 내보낸다. 이 소릿골을 그루브라고 부르는 것도 회전하면서 울렁이는 그 흐름을 통해 음악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말하지만, 꽤나 과학적인 이 ‘바이닐로 음악 듣기’가 2020년대에 폭넓게 유행하고 있다. 클릭 하나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수억만 곡 중 하나를 골라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이 시대에 굳이 우리는 30분 지나 다시 음반을 뒤집어 끼워야 하는 수고로움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말하지만, 꽤나 과학적인 이 ‘바이닐로 음악 듣기’가 2020년대에 폭넓게 유행하고 있다. 클릭 하나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수억만 곡 중 하나를 골라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이 시대에 굳이 우리는 30분 지나 다시 음반을 뒤집어 끼워야 하는 수고로움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전에도 바이닐 전성시대가 있었다. 동네마다 작은 레코드숍이 존재했고, 쇼윈도에는 새로 나온 음반 포스터와 베스트 음반이 진열되어 있었다. 공들여 만든 바이닐은 그 자체로 12인치의 예술 작품이었다. 동네 레코드숍에서는 대부분 정식 발매 음반이나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음반을 전시했다. 해외 신보나 구하기 힘든 희귀본, 금지곡이 포함된 오리지널 음반을 사려면 마니아들의 파라다이스, 종로 황학동 일대나 회현지하상가를 찾았다. 회현지하상가에선 오리지널 음반을, 황학동에선 중고 음반을 사려는 것이다. 가게 사장님이나 점원과 음악에 대해 오랜 시간 나누는 대화는 덤이었다. 단골 음반 가게는 곧 음악 동호회이자 사랑방 역할을 했다.
예전에 비해 요즘엔 바이닐 마니아들이 찾을 곳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마니아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즐거운 디깅(digging, 노래를 찾는 행위)을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린다. 서울에서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바이닐 숍 두 곳을 소개한다. 바이닐이 추억 속에서만 자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와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숍이다.
예전에 비해 요즘엔 바이닐 마니아들이 찾을 곳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마니아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즐거운 디깅(digging, 노래를 찾는 행위)을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린다. 서울에서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바이닐 숍 두 곳을 소개한다. 바이닐이 추억 속에서만 자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와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숍이다.

여느 레코드숍과는 다른 다이브레코드의 세련된 실내

다이브레코드에서는 현미경으로 레코드에 난 상처나 먼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이브레코드의 셀렉션
이런 음악을 어디서 들어볼까? 다이브레코드
음악 정보가 바다처럼 넘쳐나는 시대라지만, 한 개인이 즐기는 음악은 생각보다 한정적이다. 음원 사이트의 알고리즘이 취향을 간파해 끝없이 음악을 추천하지만, 개인의 취향을 벗어나 ‘좋은’ 음악을 찾는 일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을지로3가역 사거리에 위치한 다이브레코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음악을 만나는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레코드숍이다. 숍에 들어서면, 정체는 알 수 없지만 꽤나 힙한 음악이 한눈에 봐도 탄탄한 음향 시스템에서 묵직하게 흘러나온다. 건물 외관과 전혀 다른 깔끔하면서도 정돈된 인테리어. 다이브레코드에서 선정한 음반들의 커버가 벽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어 고급스러운 아트 월 같은 느낌도 난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운 기기도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을지로3가역 사거리에 위치한 다이브레코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음악을 만나는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레코드숍이다. 숍에 들어서면, 정체는 알 수 없지만 꽤나 힙한 음악이 한눈에 봐도 탄탄한 음향 시스템에서 묵직하게 흘러나온다. 건물 외관과 전혀 다른 깔끔하면서도 정돈된 인테리어. 다이브레코드에서 선정한 음반들의 커버가 벽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어 고급스러운 아트 월 같은 느낌도 난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운 기기도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음악 관련 서적과 매거진들

자체 디자인하고 제작한 바이닐 클리너
음악 마니아 사이에서 다이브레코드는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과 추천으로 음악 취향을 넓혀갈 수 있는 숍이라는 찬사로 가득하다. 여기서 사장님은 권영진 숍마스터를 말한다. 다이브레코드는 권영진 숍마스터가 참여하고 있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회사의 파트너들과 상의한 끝에 문을 연 곳이다.
뮤지션들이 고집스럽고 정직하게 만든 음악을 제대로 들려주고, 고객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바이닐 숍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카고를 기반으로 한 소울 밴드를 비롯해 디스코와 부기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가스펠이나 한국 스타일의 레게 등 이들의 추천 음반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취재를 한 지난 9월에는 로스앤젤레스를 주 무대로 일렉트로닉 뮤직을 선보이는 재런의 <안테라(Antera)>를 ‘이주의 레코드’ 앨범으로 선정해 음반 커버를 숍 한쪽에 장식했다.
뮤지션들이 고집스럽고 정직하게 만든 음악을 제대로 들려주고, 고객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바이닐 숍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카고를 기반으로 한 소울 밴드를 비롯해 디스코와 부기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가스펠이나 한국 스타일의 레게 등 이들의 추천 음반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취재를 한 지난 9월에는 로스앤젤레스를 주 무대로 일렉트로닉 뮤직을 선보이는 재런의 <안테라(Antera)>를 ‘이주의 레코드’ 앨범으로 선정해 음반 커버를 숍 한쪽에 장식했다.

다이브레코드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레코드 교체 로봇 시스템

다이브레코드의 추천 앨범

인스타그램 태그 이미지를 골라 자동으로 보여주는 디지털 액자
다이브레코드에는 바이닐과 관련된 체험 기기가 전시되어 있는데, 모두 구입하고 싶을 정도로 유니크하다. 숍에서 자체적으로 디자인하고 제작했다는 점이 놀랍다. 로봇 팔 같은 집게가 레코드를 자동으로 교체해주는 턴테이블 음향 시스템을 보면서는 눈이 동그래졌다. 총 10장의 음반을 걸어놓고 로봇 집게가 그중 한 장을 집어 턴테이블 위에 올리고 음악을 재생하는데, 그 과정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직접 제작한 바이닐 클리너와 레코드의 청결 상태를 알 수 있는 현미경, 인스타그램의 특정 태그된 단어를 모아 이미지로 보여주는 디지털 액자도 갖고 싶은 아이템이다.
다이브레코드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추천 음악을 감상하고 여러 체험을 하다 보면, 평소에 갖고 싶었던 바이닐을 발견하는 재미와 더불어 음악에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주소 서울시 중구 충무로 55-1 2층
인스타그램 다이브레코드
다이브레코드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추천 음악을 감상하고 여러 체험을 하다 보면, 평소에 갖고 싶었던 바이닐을 발견하는 재미와 더불어 음악에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주소 서울시 중구 충무로 55-1 2층
인스타그램 다이브레코드

옛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도프레코드의 바이닐들


왕년의 인기 록 밴드 앨범과 굿즈들
추억은 방울방울, 도프레코드
지난해 록 밴드 플리트우드 맥의 대표곡 ‘드림스(Dreams)’가 빌보드 앨범과 싱글 차트에서 모두 역주행하며 순위에 오르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무려 43년 전에 발표한 곡이었다. 이유는 한 스케이트보더가 이 곡을 립싱크하며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영상이 틱톡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폭발적 반응과 함께 열풍을 불러온 것은 바이닐 역시 마찬가지다.
5년 전 문을 연 도프레코드는 예상을 뛰어넘는 바이닐의 인기를 직접 체감하는 중이다. 지하철 6호선 대흥역과 광흥창역 사이에 있어 오가기 편한 곳이 아님에도, 오후가 되면 도프레코드에는 바이닐을 찾으러 온 손님으로 가득하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부터 20대 직장인, 중년 손님 등 연령대가 다양하다. 도프레코드에서는 대략 2만여 장의 음반을 소장하고 있다. 바이닐 외에도 요즘 더 구하기 힘들다는 카세트테이프와 CD도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록 음악을 중심으로 음반을 구성했지만, 바이닐 판매가 급증하고 젊은 세대들이 숍을 찾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로 넓어졌다. 빌리 아일리시나 비욘세, 칼리드 같은 신세대 뮤지션의 앨범까지 계속까지 출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이닐이 더 이상 추억에 기대어서 판매하는 음악 감상 시스템이 아님을 방증한다.
5년 전 문을 연 도프레코드는 예상을 뛰어넘는 바이닐의 인기를 직접 체감하는 중이다. 지하철 6호선 대흥역과 광흥창역 사이에 있어 오가기 편한 곳이 아님에도, 오후가 되면 도프레코드에는 바이닐을 찾으러 온 손님으로 가득하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부터 20대 직장인, 중년 손님 등 연령대가 다양하다. 도프레코드에서는 대략 2만여 장의 음반을 소장하고 있다. 바이닐 외에도 요즘 더 구하기 힘들다는 카세트테이프와 CD도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록 음악을 중심으로 음반을 구성했지만, 바이닐 판매가 급증하고 젊은 세대들이 숍을 찾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로 넓어졌다. 빌리 아일리시나 비욘세, 칼리드 같은 신세대 뮤지션의 앨범까지 계속까지 출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이닐이 더 이상 추억에 기대어서 판매하는 음악 감상 시스템이 아님을 방증한다.

신보뿐 아니라 중고 바이닐도 가득하다.

최근 잘 팔리는 빌리 아일리시와 코린 베일리 레 앨범

요즘 들어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카세프 테이프
음반 외에 배지나 스티커, 머그컵과 티셔츠 등 음악 관련 굿즈도 가득하다. 특히 AC/DC나 오아시스, 건즈앤로지스 같은 록 밴드 로고나 음반 커버가 새겨진 티셔츠는 한때 록 음악에 열광하던 중년 속 소년을 끄집어내는 아이템이다.
도프레코드의 장점은 음반을 다량 보유한 데다 관련 정보가 빠르고 고객과의 소통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채널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신보 입고 소식을 알리는 피드가 업로드된다. 아무리 바이닐 소비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바이닐은 현지에서 제작해 들여온다. 그만큼 한정된 수량만 국내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앨범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에 할당된 앨범 수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음악은 직원에게 문의하고 상의하면 된다. 도프레코드의 김윤중 대표는 록 음악 전문이다. 직원마다 각각 대표 장르가 있어, 어떤 장르를 문의하든 전문가급 이상의 안내를 들을 수 있다. 최근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인기 앨범은 빌리 아일리시나 코린 베일리 레, 할시 등 요즘 대세 인기 뮤지션의 신보다. 얼마 전에는 영국의 전설적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의 앨범이 발매된 후 문의가 급상승했다.
도프레코드 안에서 교복 입은 남학생이 레드 제플린 바이닐을 문의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설거나 신기한 일이 아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211 4층
인스타그램 도프레코드
도프레코드의 장점은 음반을 다량 보유한 데다 관련 정보가 빠르고 고객과의 소통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채널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신보 입고 소식을 알리는 피드가 업로드된다. 아무리 바이닐 소비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바이닐은 현지에서 제작해 들여온다. 그만큼 한정된 수량만 국내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앨범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에 할당된 앨범 수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음악은 직원에게 문의하고 상의하면 된다. 도프레코드의 김윤중 대표는 록 음악 전문이다. 직원마다 각각 대표 장르가 있어, 어떤 장르를 문의하든 전문가급 이상의 안내를 들을 수 있다. 최근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인기 앨범은 빌리 아일리시나 코린 베일리 레, 할시 등 요즘 대세 인기 뮤지션의 신보다. 얼마 전에는 영국의 전설적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의 앨범이 발매된 후 문의가 급상승했다.
도프레코드 안에서 교복 입은 남학생이 레드 제플린 바이닐을 문의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설거나 신기한 일이 아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211 4층
인스타그램 도프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