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Lalala> 전시 중

나무와 빛과 바람이 만드는 것들
한지로 설치 작품을 만드는 양지윤 작가에게 작품을 통해 자연이 건네는 치유와 여행의 위로에 대해 들었다.
한지는 주로 뽕나뭇과에 속하는 닥나무나 삼지닥나무의 껍질을 원료로 만든다. ‘종이’라는 단어도 닥나무 껍질을 말하는 ‘저피(楮皮)’에서 유래했다. 한지는 글을 쓰는 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연을 투영하는 오브제가 되기도 한다. 양지윤 작가는 한지를 이용해 모빌을 만들어 설치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 그의 한지 행잉 오브제를 빛이 슬며시 스치고 가면 자연의 색이 공간에 퍼지는 마법 같은 풍경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

바람의 모양

작품을 통해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양지윤 작가는 얼마 전 한 뷰티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에 아트워크 작업으로 참여했다. 최근 단절과 고립의 시간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시 연결되고 유대하고자 하는 이들의 바람(wish)을 중의적 의미를 지닌 바람(wind)으로 풀어낸 작품이었다. 이 작업은 브랜드의 기프트 박스를 재활용한 한지로 완성했다. 1만3,000개가 넘는 지름 6cm의 동그란 한지 조각을 떠서 옻 염료로 염색한 뒤 풀로 이어 완성한 아트워크는 신비롭고 아름답다. 작품 자체뿐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만들어진 종이 박스가 한지로 변신해 다시 자연으로 순환하는 과정도 그러했다.
양지윤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업과 자연에 대한 생각, 그리고 여행에 대해 물었다. 그가 남긴 답변에는 여전히 자연이 전하는 위로와 회복의 울림이 묻어났다.
12월에 만난 3월, 오마치
Q. ‘오마치’라는 이름이 재미있어요. ‘오(Oh)’는 감탄사인가요?
A. 3월은 흐드러게 핀 화사한 꽃도 없고 여전히 시리지만, 문득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는 첫 순간이 있어요. 그 순간이 큰 위로가 되지요. ‘아, 이제 추운 겨울이 끝나고 기다리던 봄이 오는구나.’ 저는 3월이 희망을 담은 달이라고 생각해요. 화려하진 않아도 문득 따사로이 스며드는 작업을 하고 싶어 ‘오, 3월’을 영어 발음 그대로 읽어 오마치(oh,march)로 이름 지었어요.

Q. 작가님 본인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A. 2021년 현재 저의 작업을 정의하자면 자연에서 받은 심상을 공기 중에 그려내는 일을 합니다.  따스한 질감과 투명도를 지닌 한지를 주재료로 오브제를 만들고 이를 확장한 공간 설치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작품 앞에 선 양지윤 작가

Q. 다양한 종이 중 한지를 사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A. 한지는 친환경 종이를 찾다가 접하게 되었어요.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 풀처럼 성장이 빠른 1년 미만의 어린 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한다는 것이 매력적이더라고요. 표백 과정에서 화학약품이 아닌 양잿물과 강한 햇빛을 이용한다는 점도 좋았고요.
한지는 볼 때도, 만질 때도 마음이 참 편안해요. 얇은 순지는 빛을 온화하게 머금고, 두툼한 삼합지는 잘 누른 솜처럼 따뜻하고 포근하죠. 제가 느끼는 한지의 아름다운 특징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작업을 하고자 했습니다.

Q. 작업을 거듭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한지의 매력이나 장점이 있나요?
A. 제가 생각하는 한지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아름다운 빛 투과성입니다. 한지를 양손에 펼쳐 들면 빛이 투과하면서 얽히고설킨 닥 섬유를 볼 수 있어요. 낱장의 한지도 반복적으로 중첩되었을 때 더 매력적이죠. 명상할 때 숨을 고르고 마음을 비워내는 것을 시각화한다면 빛을 머금은 한지가 아닐까 싶어요. 
둘째는 테두리에 보드랍게 살아 있는 닥 섬유입니다.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오차 범위가 될 수 있는 요소지만, 저에게는 보드라운 바람결을 연상시켜 한지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요소 같아요. 개인적으로 아스라하게 빛이 스며드는 소재를 좋아합니다.

작업하는 모습

이솝 하비스트 캠페인 협업에 설치한 작품

Q. 작가님 작품을 보면 색감이 단아하면서도 화려해요.
A. ‘랄랄라’는 봄이 왔을 때의 긍정적 감정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어 완성한 거예요. 기계 한지에 인쇄해 색을 표현했는데, 색의 모티프는 전통 민화의 담채 기법에서 가져온 것이죠. 그런데 표면의 닥섬유의 질감 때문에 양지와 같이 뚜렷한 인쇄 느낌을 내긴 어려워요. 기본적으로 아스라한 느낌이 납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색감과 느낌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어요.

Q. 한지를 이용해 모빌이나 매다는 설치 작업을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A. 처음부터 행잉 오브제를 만들려는 계획은 없었어요. 주된 작업 양식이 행잉 오브제가 된 것은 한지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었죠.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이 한지가 공중에서 빛이 투과되며 바람에 살랑댈 때였어요. 그래서 제가 정의하는 한지는 ‘빛과 바람의 종이’예요.

사랑에 빠진 무

작업을 위해 모양을 만든 한지

자연을 닮은 작품
Q. 김포 보구곶에서 개최한 전시회 때 ‘물의 모양’이란 작품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A. 이 작업의 주제 의식은 루시드 폴의 ‘물이 되는 꿈’이란 노래에서 나왔어요. 작은 물방울이 비가 되고, 구름이 되고, 산이 되는 등 물은 생명의 기초이며, 모든 것은 통해 있고 순환한다는 생각이 내재돼 있죠. 표면적으로는 물을 형상화한 작업으로 시작했지만, 형태나 규모에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해요.
 
Q. ‘랄랄라’라는 작업이 화제가 되었죠.
A. ‘랄랄라’는 한지와 한복 천을 결합해 만든 모빌의 설치 작업이에요. 전통 채색화의 은은한 번짐 기법에서 영감을 받았죠. 생동하는 봄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전체적인 형태를 발랄한 곡선으로 표현했어요. 생기 넘치는 느낌을 포괄할 수 있는 즐거운 이름을 찾다가 ‘랄랄라’로 짓게 되었죠. 모빌 형태를 이루는 곡선과 필기체 ‘lalala’가 닮아 있기도 해서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Q. 행잉 오브제란 특성에 걸맞게 바람이나 빛에 작품이 영향을 받은 생동감도 느껴집니다. 작가님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식물은 작업의 매개체이자 제 상황을 투영하는 거울이에요. 마음이 너무 지쳤을 때 시멘트 틈새에서 자라나는 여린 풀에서 위로를 받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곤 해요. 억눌리고 꺾이더라도 빛을 향해 나아가는 식물의 굴광성에서도 생명의 의지를 느낍니다. 맹목적이죠. 생명에는 그 어떤 변명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 같아요.

물의 모양

나의 풀

여행에서 발견한 들풀과 숲
Q. 좋아하는 산책 코스가 있나요?
A. 밤에 올림픽공원 내 언덕 능선을 걷는 것을 좋아해요. 야경도 멋지고, 길이 넓지 않아 산책하는 사람도 많지 않거든요. 능선 위를 걷는 사람들이 선 위의 점처럼 보이는 게 참 재미있어요. 조형 요소 같아요.

Q. 산책하면서 무얼 하나요?
A. 보통 머릿속에 생각이 많을 때 산책하기 때문에 바닥을 보고 걷는 편이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돌 틈에 자라는 들풀을 관찰해요. 그러다 생각이 정리되면 점차 고개를 들어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올림픽공원

Q. 여행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A. 여행지에 가면 자연에서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사람이 많은 실내 장소는 잘 가지 않는 편이고, 가능한 한 많이 걸으려고 하죠.

Q. 요즘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를 알려주세요.
A. 순천만 습지에 가고 싶어요. 2020년에 두 번, 여름과 가을에 갔는데 정말 좋았어요. 습지 위 덱을 걸으며 저 멀리 보이는 풍경도 멋있었고, 갯벌에 사는 작은 동식물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전망대 올라가는 등산로를 걸었는데, 가는 길이 참 예쁘더라가요. 비가 와서 더 운치 있었던 것 같아요.

순천만 습지

Q. <랄랄라>에서 전시한 작품을 자연으로 갖고 나온다면 가장 잘 어울리는 지역이나 장소는 어디일까요? 그리고 언제 매달고 싶은지도 궁금한데요.
A. 대표 작업이 ‘사랑에 빠진 무’예요. 사랑의 힘으로 변한 무인데, 수확 전 푸른 무밭에 걸어보고 싶습니다.

Q. 양지윤의 가장 특별한 여행을 상상해봤나요?
A. 자연에 둘러싸인 농촌 마을에 가서 몇 달 살아보고 싶어요. 작은 텃밭도 가꾸고 싶고요.

양지윤작가 인스타그램 
2021. 12 에디터:정재욱
자료제공: 양지윤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1. 12
  • 에디터: 정재욱
  • 자료제공:
    양지윤
  • 트위터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핀터레스트로 공유
  • 링크URL 공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