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자 소품실 전경 © 리움미술관
그렇게 해외 갤러리와 미술계의 눈이 서울로 향할 때, 그 이전부터 미술 시장 확대와 신생 작가 지원에 전념해오던 갤러리가 있다. 국립이 아닌 대형 사립 미술관 두 곳으로, 최근 비슷한 시기에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열었다. 리움미술관과 송은문화재단이다.

리움미술관 입구 © 리움미술관

로비 전경 © 리움미술관

김수자, '호흡', 2021, 혼합 매체, 가변 크기, 리움미술관, 김수자 스튜디오 제공(사진 허승범) © 리움미술관
그냥 문만 다시 연 것이 아니다. 건물을 새로 짓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졌다. 로고타이프와 함께 미술관 로비도 새롭게 리뉴얼했다. 로비에는 리움미술관 3인의 건축가(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 중 한 명인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로툰다(원형 홀이 있는 돔 지붕의 건물이나 방)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고 자리를 비워두었다. 번잡함을 피하고 공간에 몰입하기 위해서다. 그 대신 김수자와 이배 등 국내 작가들의 대형 작품을 설치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마주하는 새로 바뀐 로고와 건물 앞 로툰다까지, 리움이 보여줄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묵직하지만 보다 감각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치 궁궐의 현판이나 한시 한 구절을 새겨놓은 주련을 보는 느낌이다.
로비에 설치된 초대형 미디어 월도 눈길을 끈다. 5,000만 화소 이상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462인치 대형 스크린이다. 한국 작가 인터뷰 시리즈와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디지털 영상 작품들이 교차 재생된다.

최우람, '쿠스토스 카붐', 2011, 금속, 레진, 전자장치(CPU 보드, 모터, LED) 220x360x260cm ⓒ 최우람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고려, 13세기, 점토, 높이 32.5cm, 국보(國寶) © 리움미술관

'백자청화 운룡문 호', 조선, 18세기, 백토, 높이 57.7cm © 리움미술관

'전(傳) 이징, 산수도', 조선, 16세기, 종이, 수묵, 98.6×54.1cm © 리움미술관
새롭게 개편한 상설전은 크게 <한국 고미술 상설전>과 <현대미술 상설전>으로 진행한다. <한국 고미술 상설전>에는 총 160점(국보 6점, 보물 4점, 현대미술 6점 포함)을 전시한다.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나전팔각합’ 등의 국보와 함께 정상화와 박서보, 아니쉬 카푸어 등 고미술 작품과 나란히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현대 거장의 작품을 함께 설치했다. <현대미술 상설전>에서는 작품 76점을 만나볼 수 있는데, 출품작의 반 이상이 이전 상설전에서는 소개한 적 없는 처음 공개하는 작품이다.

이불, '사이보그 W1, W2, W4, W6', 1998-2001, 아트선재센터 소장(사이보그 W1, W2, W4), 리움미술관 소장(사이보그 W6) 리움 설치 전경(사진: 한도희) © Lee Bul

론 뮤익, '마스크 Ⅱ', 2002, 혼합 재료, 77x118x85cm. 개인 소장(사진: 한도희) © Ron Mueck
전시장 작은 방 안에 놓인 론 뮤익의 ‘마스크Ⅱ’는 SNS에서 리움 전시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보이는 작품이다. 눈 감고 있는 한 남자의 거대한 마스크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데, 작가 특유의 과장되면서도 정밀한 하이퍼리얼리즘 작품이다. 이 밖에도 이브 클랭의 ‘대격전(ANT103)’이나 루이즈 부르주아의 ‘유방’, 사진가 김옥선의 ‘미련과 스테판’, 이불의 ‘사이보그’ 작품 연작 가운데 W1, W2, W4, W6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늘 그렇듯 미술 전시는 망설이다 놓치고 만다. 1월에 마치는 기획전을 놓쳤다면, 상설전이라는 현명한 대안도 남아 있다.

아니쉬 카푸어, '이중 현기증', 2012, 스테인리스스틸, 각 220x500x90cm ⓒ Anish Kapoor

미디어 월 전경. 제니퍼 스타인캠프, '태고의, 2' 2020, 영상 설치, 가변 크기 ⓒ Jennifer Steinkamp, 2020

정지현, 'Structure Studies: Topology #02_5395', 피그먼트 프린트, 165x210cm, 2021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ST송은빌딩,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 Jihyun Jung. All rights reserved.

레미 차우그(Rémy Zaugg)/ 르네 풀버(René Pulfer), PROJECTION(soir) [evening](still image) PROJECTION(matin) [morning] (still image), 동기화된 2채널 HD 영상, 컬러, 무성, 16:9, 21분 45초 1990/2021 © René Pulfer, Basel/Mai 36 Galerie, Zurich, 2021

헤르조그& 드뫼롱(Herzog & de Meuron) / 르네 풀버(René Pulfer) Once upon a time there was a city (still image) 베타캠 영상 디지털화,컬러&흑백, 무성, 4:3, 8분 30초 1996 © Jacques Herzog und Pierre de Meuron Kabinett, Basel/René Pulfer, Basel, 2021
최근 서울은 세계적 건축가들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서울 도심의 빌딩 중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의 작품이 없다는 점이 의외였다. 그러다 청담동에 이들이 설계한 곳이 있고, 그것도 미술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점은 문화계를 넘어 많은 이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ST송은빌딩,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 Jihyun Jung. All rights reserved.

473 ST International HQ and SONGEUN Art Space, Seoul © Iwan Baan / © Herzog & de Meuron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은 현대미술관을 설계할 때 ‘어떻게 예술과 사람들을 함께하게 할 것인가’에 주목했다고 한다. 예술가와 대중, 관객 모두에게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간에 대한 요구를 염두에 두었다는 그들의 말에서 예술가와 강남이란 지역적 특성, 방문자와의 관계에 대한 송은문화재단의 진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전시 전경, 2021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전시 전경, 2021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ST송은빌딩, 2021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 Jihyun Jung. All rights reserved.

전시 전경, 2021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