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청자 소품실 전경 © 리움미술관

다시 돌아온 미술관 빅 2
리움미술관이 재개관을 하고, 송은문화재단이 신사옥을 지어 다시 문을 열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확대됐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미술 시장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마치 활화산 같았다. 시장이 확대하는 모습에 요즘 세계에서 이름난 갤러리들이 한국에 지점을 속속 개관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2022년에는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 중 하나인 영국 프리즈(Frieze)까지 서울에서 개최된다.
그렇게 해외 갤러리와 미술계의 눈이 서울로 향할 때, 그 이전부터 미술 시장 확대와 신생 작가 지원에 전념해오던 갤러리가 있다. 국립이 아닌 대형 사립 미술관 두 곳으로, 최근 비슷한 시기에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열었다. 리움미술관과 송은문화재단이다.

리움미술관 입구 © 리움미술관

로비 전경 © 리움미술관

김수자, '호흡', 2021, 혼합 매체, 가변 크기, 리움미술관, 김수자 스튜디오 제공(사진 허승범) © 리움미술관

리움이 움직였다
한국에서 리움미술관이 가진 위치나 역할은 조금 독특하다. 사립 미술관이면서 한국의 고미술부터 전 세계 근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유물과 작품군을 아우른다. 2004년 개관한 이후 리움의 기획전은 늘 한국 미술계를 들썩이게 했다. 리움이 움직이면 그 방향대로 뒤를 따랐다. 그러다 숨 고를 틈을 찾아 휴관을 단행했고, 그렇게 1년 7개월의 시간이 흐른 후 2021년 10월 재개관했다.
그냥 문만 다시 연 것이 아니다. 건물을 새로 짓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졌다. 로고타이프와 함께 미술관 로비도 새롭게 리뉴얼했다. 로비에는 리움미술관 3인의 건축가(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 중 한 명인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로툰다(원형 홀이 있는 돔 지붕의 건물이나 방)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고 자리를 비워두었다. 번잡함을 피하고 공간에 몰입하기 위해서다. 그 대신 김수자와 이배 등 국내 작가들의 대형 작품을 설치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마주하는 새로 바뀐 로고와 건물 앞 로툰다까지, 리움이 보여줄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묵직하지만 보다 감각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치 궁궐의 현판이나 한시 한 구절을 새겨놓은 주련을 보는 느낌이다.
로비에 설치된 초대형 미디어 월도 눈길을 끈다. 5,000만 화소 이상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462인치 대형 스크린이다. 한국 작가 인터뷰 시리즈와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디지털 영상 작품들이 교차 재생된다.

최우람, '쿠스토스 카붐', 2011, 금속, 레진, 전자장치(CPU 보드, 모터, LED) 220x360x260cm ⓒ 최우람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고려, 13세기, 점토, 높이 32.5cm, 국보(國寶) © 리움미술관

'백자청화 운룡문 호', 조선, 18세기, 백토, 높이 57.7cm © 리움미술관

'전(傳) 이징, 산수도', 조선, 16세기, 종이, 수묵, 98.6×54.1cm © 리움미술관

리움의 방향
미술관의 생명을 잇는 것은 전시다. 어떤 작가와 어떤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다. 리움미술관이 재개관 이후 나아갈 방향은 재개관전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전시는 상설전과 기획전으로 나눴다.
새롭게 개편한 상설전은 크게 <한국 고미술 상설전>과 <현대미술 상설전>으로 진행한다. <한국 고미술 상설전>에는 총 160점(국보 6점, 보물 4점, 현대미술 6점 포함)을 전시한다.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나전팔각합’ 등의 국보와 함께 정상화와 박서보, 아니쉬 카푸어 등 고미술 작품과 나란히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현대 거장의 작품을 함께 설치했다. <현대미술 상설전>에서는 작품 76점을 만나볼 수 있는데, 출품작의 반 이상이 이전 상설전에서는 소개한 적 없는 처음 공개하는 작품이다.

이불, '사이보그 W1, W2, W4, W6', 1998-2001, 아트선재센터 소장(사이보그 W1, W2, W4), 리움미술관 소장(사이보그 W6) 리움 설치 전경(사진: 한도희) © Lee Bul

론 뮤익, '마스크 Ⅱ', 2002, 혼합 재료, 77x118x85cm. 개인 소장(사진: 한도희) © Ron Mueck

재개관을 기념하는 기획전의 이름은 <인간, 일곱 개의 질문(Human, 7 questions)>이다. 종잡을 수 없이 급변하는 환경과 팬데믹 상황에서 인간의 존재 의미와 미래를 가늠하기 위해 기획했다. 국내외 작가 51명의 회화, 조각, 설치 작품과 영상 등 130여 점의 작품을 7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전시장 작은 방 안에 놓인 론 뮤익의 ‘마스크Ⅱ’는 SNS에서 리움 전시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보이는 작품이다. 눈 감고 있는 한 남자의 거대한 마스크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데, 작가 특유의 과장되면서도 정밀한 하이퍼리얼리즘 작품이다. 이 밖에도 이브 클랭의 ‘대격전(ANT103)’이나 루이즈 부르주아의 ‘유방’, 사진가 김옥선의 ‘미련과 스테판’, 이불의 ‘사이보그’ 작품 연작 가운데 W1, W2, W4, W6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늘 그렇듯 미술 전시는 망설이다 놓치고 만다. 1월에 마치는 기획전을 놓쳤다면, 상설전이라는 현명한 대안도 남아 있다.

아니쉬 카푸어, '이중 현기증', 2012, 스테인리스스틸, 각 220x500x90cm ⓒ Anish Kapoor

미디어 월 전경. 제니퍼 스타인캠프, '태고의, 2' 2020, 영상 설치, 가변 크기 ⓒ Jennifer Steinkamp, 2020

위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5길 60-16
문의 +82-2-2014-6901
홈페이지 www.leeum.org

정지현, 'Structure Studies: Topology #02_5395', 피그먼트 프린트, 165x210cm, 2021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송은문화재단의 신사옥, 송은
서울의 미술관은 대부분 한강 북쪽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한강 남쪽의 미술관들은 대형보다는 중소형 사립 갤러리 중심으로 집단을 이뤄 미술 시장을 개척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송은문화재단이 강남에서 쌓은 자리는 독특한 지점이다. 사립미술관이면서 문화재단을 통해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중심으로 전시를 진행해왔다. <송은미술대상전>과 송은 아트스페이스라는 좋은 공간을 통해 젊은 작가를 꾸준히 지원하고 미술 세계를 확장시킨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그런 송은문화재단이 신사옥 문을 열었다. 복합 문화 공간의 성격을 지닌 이 공간에는 전시 공간과 사무실, 공공장소가 함께 어우러졌다.

ST송은빌딩,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 Jihyun Jung. All rights reserved.

레미 차우그(Rémy Zaugg)/ 르네 풀버(René Pulfer), PROJECTION(soir) [evening](still image) PROJECTION(matin) [morning] (still image), 동기화된 2채널 HD 영상, 컬러, 무성, 16:9, 21분 45초 1990/2021 © René Pulfer, Basel/Mai 36 Galerie, Zurich, 2021

헤르조그& 드뫼롱(Herzog & de Meuron) / 르네 풀버(René Pulfer) Once upon a time there was a city (still image) 베타캠 영상 디지털화,컬러&흑백, 무성, 4:3, 8분 30초 1996 © Jacques Herzog und Pierre de Meuron Kabinett, Basel/René Pulfer, Basel, 2021

처음 눈길을 끈 것은 신사옥 프로젝트의 설계를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맡았다는 점이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건축가 듀오는 전 세계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이나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 공연장 등 건축계의 화제가 된 프로젝트가 이들의 작품이었다.
최근 서울은 세계적 건축가들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서울 도심의 빌딩 중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의 작품이 없다는 점이 의외였다. 그러다 청담동에 이들이 설계한 곳이 있고, 그것도 미술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점은 문화계를 넘어 많은 이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ST송은빌딩,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 Jihyun Jung. All rights reserved.

473 ST International HQ and SONGEUN Art Space, Seoul © Iwan Baan / © Herzog & de Meuron

지하 5층, 지상 11층 규모의 신사옥은 도로에서는 반듯하고 높은 건물 정면이 드러나지만, 뒤쪽은 경사가 가파른 날카로운 삼각형을 띠고 있다. 건축법과 여러 요건을 고려해 지은 것인데 덕분에 청담동 일대에 특별하고 거대한 조명 건축이 생긴 느낌이다.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은 현대미술관을 설계할 때 ‘어떻게 예술과 사람들을 함께하게 할 것인가’에 주목했다고 한다. 예술가와 대중, 관객 모두에게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간에 대한 요구를 염두에 두었다는 그들의 말에서 예술가와 강남이란 지역적 특성, 방문자와의 관계에 대한 송은문화재단의 진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전시 전경, 2021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전시 전경, 2021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송은의 가장 중요한 행사와 함께
신사옥이 9월 말에 개관하면서 송은문화재단과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이 함께 기획한 건립 기념 특별전이 많은 주목을 받으며 개최된 후, 12월 10일부터 2부 개관전으로 송은문화재단의 가장 중요한 전시 프로그램인 <제21회 송은미술대상전>이 진행 중이다. 송은이 오랫동안 몰두해온 한국의 젊은 작가 발굴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송은미술대상전>에 담겨 있다. 2022년 2월 12일까지 진행하는 전시 기간 동안 본선에 오른 작가 20인의 작품을 선보이고 이후 대상 수상자를 선정해 상금을 수여한다. 또 작품 2점을 송은문화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품으로 각각 매입하고, 대상 수상자는 수상 후 2년 이내에 송은에서 개인전을 열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협력해 1년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할 기회도 얻는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전시의 장을, 그것도 대형 미술관에서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것이 송은이 오랫동안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존중받아온 이유다.

ST송은빌딩, 2021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 Jihyun Jung. All rights reserved.

전시 전경, 2021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위치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41
문의 +82-3448-0100
홈페이지 songeun.or.kr
2022. 1 에디터:정재욱
자료제공: 리움미술관, 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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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1
  • 에디터: 정재욱
  • 자료제공:
    리움미술관, 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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