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서울의 공원> 중 여름 © 박현성

천천히, 서울의 공원을 담다
어쩌면 사라질지 모르는 서울의 공원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고 책을 펴냈다. 우리 일상의 기록이 가득하다.
공원에는 늘 일상의 추억과 궤적이 묻어 있다. 친구들과 미끄럼틀, 그네를 타고 놀거나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고 이른 아침 가벼운 운동을 하는 공간이 공원이다.
공원은 국가나 지방 공공단체가 공중의 보건·휴양·놀이 따위를 위해 마련한 정원, 유원지, 동산 등의 사회 시설을 말한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의 공원’ 통계를 보면 서울에는 모두 2,432개의 공원이 있다(2020년 1월 1일 기준). 도시자연공원이나 근린공원, 체육시설 공원, 역사 공원, 수변 공원 등 다양한 형태의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서울의 공원> 중 봄 © 박현성

공원이 사라진다
이 중 만만치 않은 숫자의 공원이 사라질지 모른다.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사유지지만 2000년 7월 기준으로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공원 중 정부나 지자체에서 2020년 7월 1일까지 매입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공원 지정에서 해제(일몰)시키는 것을 말한다.
디자이너이자 기획자인 6699press의 이재영 대표가 많은 사람은 존재조차 모르던 도시공원 일몰제라는 제도에 관한 기사를 만난 시기는 2018년이다. 이후 혹시라도 없어질지 모를 서울의 공원에 대한 기록을 남기자는 취지로 책을 펴내기로 했다. 사진은 박현성 작가에게 맡기고, 글은 음악하는 김목인 작가에게 제안했다. 두 사람은 이재영 대표의 제안에 응했고, 그렇게 서울 공원에 관한 기록이 담긴 <서울의 공원>이 출간됐다.
책을 기획한 이재영 대표와 서울의 공원을 카메라에 담은 박현성 작가에게 책을 만든 이유와 책이 지닌 의미를 물었다. 이재영 대표의 답변은 L, 박현성 작가의 답변은 P로 표기했다.

<서울의 공원> 중 봄 © 박현성

Q. 서울의 공원에 대한 기록을 담기로 기획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L. 2018년 처음 도시공원 일몰제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 나서 이 책을 기획했어요.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면 시민에게 열려 있던 공원이 공유재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고, 아파트가 들어서도 막지 못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제가 매일 가는 성산근린공원도 도시공원 일몰제에 속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도 함께요.

Q. 전체 촬영 기간은 얼마나 되고, 공원은 몇 곳을 촬영했나요?
L. <서울의 공원>은 사계절을 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총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어요. 책에는 20곳만 수록돼 있지만 촬영하거나 방문한 공원은 훨씬 많죠.

<서울의 공원> 중 여름 © 박현성

Q. 책에 소개된 공원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요?
L. 도시공원 일몰제에 해당한 공원은 116개였고, 마음 같아선 모든 공원을 다 가보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였어요. 박현성 작가와 공원을 소개한 해당 구청의 정보와 블로그 글, 기사 등을 살펴보며 공원의 특징을 분석하고 예상한 다음 갈 곳을 정했죠.

Q. 박현성 작가님이 <서울의 공원> 촬영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P. 제가 예전에 사라지는 것과 남겨지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사진 작업을 이어갔는데, 이재영 디자이너가 한 전시장에서 제 사진과 글을 보고 연락을 해왔어요. 이후 <서울의 목욕탕> 같은 ‘서울의’ 시리즈를 함께 작업했고 지금의 <서울의 공원>까지 올 수 있었던 거죠.

<서울의 공원> 중 겨울 © 박현성

Q. 책 속 계절을 겨울부터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L. 공원과 계절을 담았기에 어떤 기준으로 사진을 정렬할지는 기획자인 저에게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평범하게 봄부터 겨울까지 펼쳐놓고 싶진 않았거든요. 두 계절을 함께 엮으면 어떨까 고민했죠. 겨울과 여름, 봄과 가을, 이렇게요. 계절의 온도와 계절의 색을 공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조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책에 담긴 사진을 보면 무척 자연스러운 느낌이에요. 사람이나 풍경, 동물까지도요. 공원의 어떤 모습을 담으려고 했나요?
P. 공원의 모든 순간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자라는 식물,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동물 모두요. 각각의 대상이 지닌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는 거죠.

<서울의 공원> 중 가을 © 박현성

Q. 풍경은 주로 가로 컷으로 촬영하죠. 그런데 <서울의 공원>에는 세로 컷이 매우 많습니다.
P. 평소 풍경을 볼 때 전체보다는 그 안의 작은 부분에 반응하는 것 같아요. 그 작은 풍경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프레임은 세로 컷이라고 생각해요. 전체적인 모습을 촬영했을 때와 넓은 장면 속 작은 부분을 잘 재단해 촬영했을 때 다가오는 느낌은 많이 다르지 않나 싶어요.

Q. 공원을 촬영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P. <서울의 공원>에서는 사람들의 몸짓과 얼굴 표정에 집중했어요. 그 공간을 자유롭게 향유하는 인물들의 몸짓과 표정이 공원의 생기와 닮은 것 같거든요.

<서울의 공원> 중 가을 © 박현성

Q. 촬영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공원이 있나요?
P. 가양동에 있는 궁산근린공원요. 언덕을 오르면 큰 정자가 하나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 주위를 감싸고 있는 나무들과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면을 볼 수 있어요. 서울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소중하더라고요.
 
Q. 책의 마지막 챕터에는 서울의 공원 현황과 공원 수, 자치구별 1인 공원 면적 등 세부적인 정보를 친절하게 안내해주는데요, 그렇게 정보를 넣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L. 우리 삶 가까이에 서울의 공원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그 공원을 서울 시민으로서 어떻게 누리고 있는지를 지표로 알려주고 싶었어요.

<서울의 공원> 중 겨울 © 박현성

Q. 공원 이름만 명시하고 작품마다 별다른 이름을 붙이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P. 큰 주제는 있지만 각각의 사진에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 편이에요. 하나의 이름을 정하면 그 자체로 정의되어버리는 것 같거든요. 국한되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자율성 또한 제 사진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Q. 책에 소개된 사진 중 작가님 개인이 좋아하는 사진은 무엇일까요?
P. 뜨거운 여름, 음수대에 어린아이들이 모여 물놀이를 하는 사진입니다. 녹음이 짙은 나무 아래에서 맑은 표정으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꼭 여름을 닮은 것 같아서죠.
2022. 2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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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2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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