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힙스터들의 새로운 멜팅폿, 브루클린 부시윅
브루클린 여행에서 윌리엄즈버그만 다녀왔다면 뉴요커들은 이렇게 말한다. “뭐 하러 브루클린에 간 거야? 윌리엄즈버그는 그냥 소호랑 같아. 부시윅을 다녀왔어야지."
미국 뉴욕시의 다섯 자치구 중 하나인 브루클린은 롱아일랜드 지역에서는 서쪽 끝, 퀸스에서는 바로 아래에 자리한다. 1900년대 이전까지 독립 시로 운영되던 브루클린은 1898년, 뉴욕과 합병된다.

제퍼슨 스트리트역에 내리면 부시윅의 풍경이 펼쳐진다

멜팅폿의 시작
‘해 지면 가지 않는 곳’이란 인식이 강하던 브루클린에 변화가 시작된 건 뉴욕의 중심부를 떠난 예술가와 디자이너, 문화 종사자들이 모이면서부터다. 아티스트를 따라 함께 생겨난 작은 갤러리가 인기를 얻었고, 더불어 외부인을 맞이할 세련된 숍과 카페, 레스토랑도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가장 인기 있는 동네는 윌리엄즈버그였다. 해안 건너 근사한 맨해튼 전경이 보이는 이곳은 뉴욕 ‘힙스터의 성지’로 불렸고, 언젠가부터 세계 각국의 여행자도 윌리엄즈버그를 여행 코스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네의 인기와 함께 따라오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임대료는 미친 듯이 올랐고, 아티스트와 문화 종사자들은 더 이상 윌리엄즈버그에 머무를 수 없었다. 당연히 맨해튼에서 좀 더 멀리, 옆 동네로 이사하는 수밖에. 그곳이 바로 부시윅(Bushwick) 이다. 그렇게 힙스터의 성지란 타이틀은 부시윅에 넘어갔다.

부시윅은 상점이나 외벽마저도 범상치 않다.

부시윅은 1638년 네덜란드인이 정착했을 때 ‘숲속 작은 마을’을 뜻하는 보즈윅(Boswijk)에서 따온 이름이다. 초기에는 독일 이주민이 많이 모여 살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남미 이민자가 대거 정착했다. 그리고 최근에 윌리엄즈버그나 인근 지역에서 건너온 예술가와 학생, 아시아인이 모여 살며 힙스터의 진정한 멜팅폿(Melting Pot)이 된 것이다.

어딜 가나 거리 곳곳에는 그라피티가 가득하다.

숲이 많은 작은 마을
뉴욕 중심부에서 L 지하철을 타고 윌리엄즈버그를 지나 제퍼슨 스트리트(Jefferson St.)역에 내리면 중심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화려한 네온이나 고층 빌딩도 없고, 낡은 공장 창고 같은 건물이 줄지어 이어진다. 건물 곳곳에는 그라피티로 가득하다. 슈트를 입은 여피보다는 후디에 모자를 쓰거나 헝클어진 헤어스타일에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잔뜩 피어싱을 한 젊은이가 많다. 뭔가 예술과 젊음의 냄새가 난다.

부시윅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부시윅 컬렉티브(Bushwick Collective)다. 건물 외벽이 그라피티로 가득한 이곳은 부시윅의 이미지를 변화시킨 곳이다. 그 시작은 조 피칼로라(Joe Ficalora)라는 아티스트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강도에게 아버지를 잃고, 이후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떠나보낸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이 동네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동네 벽에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전 세계 아티스트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전역에서 아티스트가 몰려들었고, 스텐실부터 픽셀 이미지로 그린 그림, 일러스트레이션과 전통적 회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그림이 동네 외벽을 뒤덮었다. 부시윅을 찾은 여행자들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다.

28 스콧 빈티지의 입구

부시윅의 명소들
부시윅의 건물 상당수는 공장과 창고로 사용하던 것들이다. 보가트 56(Bogart 56) 예술 센터도 그런 창고로 쓰던 건물을 개조해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거주하며 전시하는 일종의 아틀리에로 사용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 이곳에서는 주말이면 이들의 전시와 오픈 스튜디오 강의도 열렸다.

부시윅의 카페나 숍들은 여느 지역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한다. 여행 비수기나 여행객이 적은 평일 낮에는 카페나 숍이 문을 많이 닫는다. 일하는 점원이나 주인이 아티스트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배우가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화가가 바리스타로 커피를 내리는 식이다. 이들은 평일에는 온전히 작품 활동에 힘쓰다 수요일이나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가게를 오픈하고 여행자와 방문자를 맞이한다.

멕시칸 레스토랑 고도스 캔티나의 외관

카페 곳곳에 멋진 힙스터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 버라이어티 커피 로스터스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은 이탤리언 피자 전문점인 로버타스(Roberta’s)와 멕시칸 레스토랑인 고도스 캔티나(Gordo's Cantina)를 꼽는다. 로버타스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가족들과 파티를 열기도 했을 정도로 유명한 피자 레스토랑이다. 고도스 캔티나는 지난해 미쉐린으로 선정된 멕시칸 레스토랑으로 두툼하고 바삭한 타코와 신선한 과카몰리 소스, 스테이크 퀘사디아 등의 평점이 특히 높다.

버라이어티 커피 로스터스(Variety Coffee Roasters)는 브루클린의 대표 로컬 커피숍으로 인기가 많으며, 카페 직영 여섯 곳 중 세 곳이 브루클린에 있다. 아침 일찍부터 랩톱을 들고 와 카푸치노, 크루아상과 함께 아침을 여는 아티스트의 모습은 버라이어티 커피 로스터스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너무 메이저가 돼버린 맥주 브랜드 브루클린 브루어리 이후 요즘 뉴욕에서 가장 핫한 크래프트 비어로 인정받는 이블 트윈 브루잉(Evil Twin Brewing)도 부시윅과 리지우드 경계선에 위치한다.

부시윅의 여러 숍에서는 빈티지한 소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낡은 건물과 고층 빌딩이 없는 거리 이미지 덕분에 부시윅은 빈티지한 느낌이 강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동네 곳곳에 빈티지 숍이 많다. 이들 숍의 공통점이라면 하나의 제품군이 아닌 다양한 물건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지역민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구제 옷가게인 브루클린 빈티지 컴퍼니(Brooklyn Vintage Company) 역시 의류뿐 아니라 오래된 소품이나 카메라부터 바이닐, 인테리어 장식품까지 온갖 물건을 판매한다.

지하실 계단 입구로 유명한 28스콧 빈티지(28 Scott Vintage)에서는 빈티지 의류와 소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집을 장식하는 작은 빈티지 소품이 유명해 뉴욕 도심에 사는 사람들도 소품을 구매하려고 이곳까지 건너오곤 한다.

마리아 허낸데즈 공원 풍경

갤러리의 풍경

부시윅에는 지역을 상징하는 공원, 마리아 허낸데즈 공원(Maria Hernandez Park)이 있다. 이곳은 뉴욕 시립공원으로 부시윅의 입구인 제퍼슨 스트리스역 근처에 있다. 원래 이 공원의 이름은 부시윅 공원이었다. 그러다 부시윅에 거주하며 마약상을 쫓아내기 위해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운동을 하다 갱에게 살해당한 마리아 허낸데즈의 노력을 기리기 위해 마리아 허낸데즈 공원이라 이름 붙였다. 부시윅의 변화상은 이렇게 공원과 거리를 통해 충분히 알게 된다. 아티스트와 운동가의 노력이 지역의 커뮤니티와 생활을 이렇게도 바꿀 수 있다.

부시윅을 방문하고 싶다면 어떤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기보다, 그저 생각 없이 거리를 걸으며 거리의 공기와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기를 추천한다. 벽화를 구경하다가 근처 카페에서 잠시 한숨 돌리고 다시 걷다가 타코 한 접시 맛본 후 빈티지 숍에서 옷을 구경하거나 갤러리에 잠시 들르고···. 이렇게 보내는 동안 뉴욕에서 가장 멋지고 개성 넘치는 수많은 멋쟁이를 마주칠 것이다.

가수 카더가든과 오혁이 함께 부른 노래 ‘부시윅(Bushwick)’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그래 그땐 난 생각 없이 갔었지. 요즘 그때 생각이 나”

© LEE KYUNGJUN

뉴욕에서 머물 곳: 롯데뉴욕팰리스
롯데뉴욕팰리스는 19세기 말에 지은 금융가 헨리 빌라드의 맨션과 55층의 현대식 타워가 공존하는 호텔이다. 미국 드라마 <가십 걸>을 비롯해 여러 영화에 등장하며 뉴욕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총 909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15세기 이탈리아 대성당을 모티프로 한 아름다운 정원과 레스토랑 빌라드, 고급 살롱인 래리티스, 칵테일 바 트러블스 트러스트 등 레스토랑과 바를 갖추고 있다.

주소: 455 Madison Avenue at 50th St., New York
문의: +1-800-804-7035
홈페이지: www.lottenypalace.com
2022. 4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이경준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2. 4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이경준
  • 트위터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핀터레스트로 공유
  • 링크URL 공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