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롯이, 음악
요즘 소리 소문 없이 유명해진 콩치노 콩크리트 콘서트홀에 다녀왔다. 누구라도 새로운 음악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오디오 애호가의 궁극적 목표는 실제와 비슷한 음향을 오디오로 구현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사람들은 결국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은 영화를 좋아하는 세 가지 방법 중 마지막 단계로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봉준호가 그랬고, 박찬욱이 그랬다. 콩치노 콩크리트(Concino Concrete)는 오정수 대표가 아내와 함께 만든 꿈의 공간이다. 그는 30년 넘게 오디오를 수집해왔고, 자신의 취향을 확장시켜 이 공간을 완성했다.

콩치노 콩크리트의 외관. 민현준 건축가가 설계했다.
취향을 극대화한 곳
롯데호텔 서울이 있는 을지로에서 강변북로를 거쳐 50여 분 정도 자유로를 달리면 경기도 파주의 콩치노 콩크리트를 만날 수 있다. 인근에는 헤이리 예술마을이 자리하고, 건물 건너편으로는 임진강 너머 저 멀리 북한까지 보인다. 자유로를 따라 철조망이 설치된 도로 옆을 달리다 이곳에 오니 마치 제3지대에 온 듯 신비롭다.
콩치노 콩크리트는 노출 콘크리트 형태를 띤 외관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수상에 빛나는 민현준 건축가가 설계한 것이다. 회색빛의 박스형 건물이 임진강을 응시하듯 위엄 있게 서 있다. 1층은 필로티 구조로 주차장으로 사용하며, 2층과 3층에는 감상실이 들어서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음악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입구에서부터 온갖 앤티크한 가구와 오래된 LP 플레이어가 진열돼 있어 이곳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콩치노 콩크리트는 노출 콘크리트 형태를 띤 외관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수상에 빛나는 민현준 건축가가 설계한 것이다. 회색빛의 박스형 건물이 임진강을 응시하듯 위엄 있게 서 있다. 1층은 필로티 구조로 주차장으로 사용하며, 2층과 3층에는 감상실이 들어서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음악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입구에서부터 온갖 앤티크한 가구와 오래된 LP 플레이어가 진열돼 있어 이곳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거대한 크기의 독일산 클랑필름 유러노어 주니어 스피커

다양한 디자인의 축음기와 수많은 재즈, 클래식 바이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한 웨스턴 일렉트릭 M2, M3
홀 내부로 들어선다. 홀 전면에는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스피커 5대가 어마어마한 위용을 뽐낸다. 중앙에는 웨스턴 일렉트릭 M2, M3가, 사이드에는 클랑필름 유러노어 주니어가 자리 잡고 있다. 각각의 스피커에 웨스턴 일렉트릭, 지멘스 등 서로 다른 앰프를 연결해 최상의 음질을 내도록 설치했다. 음악을 재생하는 소스 기기로는 토렌스 레퍼런스, EMT 등이 있다. 대개 20세기 초·중반에 만든 명기로 손꼽히는 제품이며, 클랑필름 같은 스피커는 독일에서 문화재급 대우를 받는 기기다.
앰프와 소스 기기 뒤로 수많은 LP가 장식장에 빼곡히 꽂혀 있다. 주로 재즈와 클래식 음반이고, 가요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장식장 위로는 오래된 바이닐 플레이어 골동품이 진열돼 있어 이곳만 딱 떼어놓고 보면 흡사 음악 박물관 같다.
앰프와 소스 기기 뒤로 수많은 LP가 장식장에 빼곡히 꽂혀 있다. 주로 재즈와 클래식 음반이고, 가요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장식장 위로는 오래된 바이닐 플레이어 골동품이 진열돼 있어 이곳만 딱 떼어놓고 보면 흡사 음악 박물관 같다.

콩치노 콩크리트는 음악과 멋진 뷰를 모두 감상 할 수 있는 곳이다.
열린 공간, 그 어디서나 아름다운 음악이
콩치노 콩크리트의 외관상 특징이 ‘노출 콘크리트’라면 내부는 ‘개방성’에 있다. 구조는 크게 중앙 홀과 2층석, 그리고 3층 관람 공간으로 나뉜다. 중앙 홀에는 공연장을 연상시키듯 수십 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2층 역시 중앙 홀 방향으로 의자가 가지런히 자리하는데, 공연장 구조와 흡사한 형태다. 그 외에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즐기도록 창 옆에 좌석을 배치해놓은 것도 눈에 띈다.
어느 공간도 닫힌 곳이 없지만, 층마다 저마다의 공간이 있고 목적성이 뚜렷하다. 이를테면 2층석도 왼쪽 발코니 좌석은 홀을 향해 비스듬히 놓여 있어 음악 감상을 우선으로 한다면, 오른쪽 좌석은 홀이 아닌 창을 향해 놓여 있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주목적임을 알 수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길목에는 좁은 계단이 놓여 있는데, 전면과 측면의 통창으로 파주의 따사로운 햇볕이 들이친다. 때마침 들려오는 현악기의 아름다운 음악이 공간을 타고 울려 퍼져 마치 햇살과 음악이 동시에 쏟아지는 것 같은 황홀한 경험을 안겨준다.
계단, 엘리베이터 앞, 그리고 벽면 곳곳에는 빈티지 가구를 비롯해 영화 <타이타닉>, <라이온킹> 등의 포스터와 유명 음악가의 사인 포스터가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대표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가득하다.
어느 공간도 닫힌 곳이 없지만, 층마다 저마다의 공간이 있고 목적성이 뚜렷하다. 이를테면 2층석도 왼쪽 발코니 좌석은 홀을 향해 비스듬히 놓여 있어 음악 감상을 우선으로 한다면, 오른쪽 좌석은 홀이 아닌 창을 향해 놓여 있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주목적임을 알 수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길목에는 좁은 계단이 놓여 있는데, 전면과 측면의 통창으로 파주의 따사로운 햇볕이 들이친다. 때마침 들려오는 현악기의 아름다운 음악이 공간을 타고 울려 퍼져 마치 햇살과 음악이 동시에 쏟아지는 것 같은 황홀한 경험을 안겨준다.
계단, 엘리베이터 앞, 그리고 벽면 곳곳에는 빈티지 가구를 비롯해 영화 <타이타닉>, <라이온킹> 등의 포스터와 유명 음악가의 사인 포스터가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대표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가득하다.



음악 감상뿐 아니라 음악을 위한 다양한 소품이 전시되어 있는 콩치노 콩크리트.
소리를 찾다 공간에 반하다
이윽고 홀에 앉아 음악을 듣는다. 취재 당일에는 클랑필름 유로노어 주니어의 스피커가 구동되고 있었다. 직원의 말에 따르면 선곡은 따로 받지 않으며, 음악 시스템은 분위기나 곡, 기기 상태를 전반적으로 고려해 필요에 맞게 교체한다고 했다. 비가 막 그친 오후 시간, 스위트 스폿(Sweet Spot, 오디오에서 가장 최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을 찾아 홀 중앙에 자리 잡았다. 마침 나오는 곡은 빌리 홀리데이의 ‘마이 맨(My Man)’. 빌리 홀리데이 특유의 까끌까끌한 탁성이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을 만나 운치 있게 흘러나왔다. 재즈보다는 교향곡에서 더 발군의 사운드가 나왔다. 홀 좌석 오른쪽 앞에는 매번 어떤 앨범을 트는지 재킷을 진열해놓는데, 에리히 클라이버가 런던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에서는 현악기의 내추럴한 사운드가 공간을 타고 퍼지면서 마치 콘서트홀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실연과는 차이가 있지만, 실연에 최대한 가까운 소리를 구현하려 노력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임진강을 비롯해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개성의 송악산도 보인다.
2층으로 올라가니 곳곳에 자리 잡고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 멀리 임진강과 송악산의 풍경이 기막히게 펼쳐진다. 여기에 음악이 어우러져 명상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뿐 아니라 각 층과 공간마다 다른 풍경과 소리가 들려 흥미로웠다. 다만 2층 중앙 발코니에서도 1층 못지않게 음향이 훌륭했는데, 이곳에만 좌석이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또 음악 신청을 받지 않으며, 입장료 2만원을 내면 고작 물 한 병 주는 데다, 오디오 기기나 음악에 관한 별다른 설명 없이 음악만 틀어주니 방문객 입장에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 먼 곳까지 찾아오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어디서도 쉽게 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콩치노 콩크리트의 오디오 시스템은 사실 국내 어디서도 흔히 접하기 어렵다. 웨스턴 일렉트릭과 클랑필름 같은 20세기 초 빈티지 명기를 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이렇게 오래된 기기들을 제대로 구동하기란 아무리 오디오 애호가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1세기는 경험을 파는 시대다.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에 목말라 있다. 그 경험을 위해 우린 여행을 하고, 낯선 곳을 찾는다. 콩치노 콩크리트는 개인의 취향이 공간적으로 극대화된 공간이다. 주인의 수십 년에 걸친 오디오 구력이 건축을 만나 공간적으로 확장되면 이렇게까지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장소, 소리를 찾다가 공간에 반한 곳. 그곳이 바로 콩치노 콩크리트다.
또 음악 신청을 받지 않으며, 입장료 2만원을 내면 고작 물 한 병 주는 데다, 오디오 기기나 음악에 관한 별다른 설명 없이 음악만 틀어주니 방문객 입장에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 먼 곳까지 찾아오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어디서도 쉽게 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콩치노 콩크리트의 오디오 시스템은 사실 국내 어디서도 흔히 접하기 어렵다. 웨스턴 일렉트릭과 클랑필름 같은 20세기 초 빈티지 명기를 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이렇게 오래된 기기들을 제대로 구동하기란 아무리 오디오 애호가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1세기는 경험을 파는 시대다.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에 목말라 있다. 그 경험을 위해 우린 여행을 하고, 낯선 곳을 찾는다. 콩치노 콩크리트는 개인의 취향이 공간적으로 극대화된 공간이다. 주인의 수십 년에 걸친 오디오 구력이 건축을 만나 공간적으로 확장되면 이렇게까지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장소, 소리를 찾다가 공간에 반한 곳. 그곳이 바로 콩치노 콩크리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