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방무사 제주의 전경
[INSIDER GUIDE] 가수 요조가 산책하는 제주
제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가수 요조에게 제주 성산읍 일대의 좋은 곳을 소개받았다. 나직하고 평온한, 그를 꼭 닮은 곳들이다.
“제주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집에서 오름도, 바다도 차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제주의 여름을 특히 좋아하는데, 아침에 일어나 그냥 마트에 가듯이 가뿐하게 바닷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파격적인 행복인지 몰라요.”

© 요조
즐겨 찾는 산책 코스?
차를 몰고 광치기 해변, 터진목 일대의 해안 도로를 타고 성산 일출봉까지 갔다가 돌아오곤 해요. 이곳은 4·3 유적지이기도 한데요, 터진목 일대를 방문한다면 제주 양민의 한과 슬픔을 잠시나마 묵념으로 위로해주세요.
광치기 해변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24-33
광치기 해변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24-33

광치기 해변의 모습.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좋아하는 카페?
책방 옆에 있는 카페 공드리에 자주 가요. 가깝기도 하고 낮에 가볍게 맥주를 마시기에도 좋거든요.
카페 공드리 서귀포시 성산읍 수시로10번길 3
카페 공드리 서귀포시 성산읍 수시로10번길 3



즐겨 찾는 숍?
아웃도어 편집숍인 홀라인. 여름이나 겨울에 필요한 물건이 생길 때마다 찾는 곳이에요. 제주에 두 군데 있는데 집에서 가까운 평대점에 가요.
홀라인 제주시 구좌읍 평대2길 34-3
홀라인 제주시 구좌읍 평대2길 34-3
즐겨 찾는 식당과 한 끼?
책방무사 근처에 ‘면맛에 입맛이 좋아’라는 독특한 이름의 국숫집이 있어요. 멸치국수부터 고기국수, 여름에는 열무국수에 콩국수까지 각종 국수를 맛볼 수 있죠. 비빔밥이나 닭발, 닭날개튀김 등 다른 메뉴도 있고요. 식사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에요. 저는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것을 먹는데, 요즘엔 콩국수가 자꾸 당기더라고요. 콩에 배인지 사과인지를 갈아 넣어서 단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정말 맛있어요. 꼭 한번 드셔보세요.
면맛에 입맛이 좋아 서귀포시 성산읍 수시로10번길 30
면맛에 입맛이 좋아 서귀포시 성산읍 수시로10번길 30



제주 동쪽 지역에서 꼭 경험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빛의 벙커가 아닐까 싶어요. 미술과 음악과 공간이 만나는 공감각적 쾌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죠. 저는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스탕달 신드롬이 이런 것이겠구나 하고 짐작하는데요, 그 정도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예술 공간이에요.
빛의 벙커 서귀포시 성산읍 서성일로1168번길 89-17
빛의 벙커 서귀포시 성산읍 서성일로1168번길 89-17


제주 동쪽 일대의 숨은 보물 같은 장소가 있다면?
책방 바로 앞에 자리한 수산초등학교요. 수산진성이라 부르는 옛 성곽을 학교의 담장으로 삼고 있는 아주 오래되고 아름다운 학교예요. 학교 뒤편에 진안 할망당이 있는데요, 새해가 되면 친구들과 이곳을 찾아 책방과 더불어 제주의 안녕과 무사를 빌곤 합니다.
수산초등학교 서귀포시 성산읍 수시로 9
수산초등학교 서귀포시 성산읍 수시로 9

수산초등학교의 담장 역할을 하는 수산진성의 옛 성곽
제주스러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오일장. 큰 시장도 좋지만 지역 내 소규모 오일장이 아기자기하게 구경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저희 동네 고성오일시장은 규모는 작아도 알찬 곳이죠. 시장 옆에 있는 음식점 ‘일오반식당’에서 내는 정식도 제주의 풍경을 느끼기에 제격일 것 같네요.
고성오일시장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오조로 93
일오반식당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오조로 87
고성오일시장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오조로 93
일오반식당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오조로 87

고성오일시장.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배경이기도 하다.

시장의 맛집, 일오반식당
About Insider: 책방과 제주의 무사를 빌며, 가수 요조
무사: 아무런 일이 없음, 탈 없이 편안함.
요조는 일상에서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묵직한 무게의 명사를 빌려 책방 이름을 ‘책방무사’라고 정했다. 요조는 가수다. 요조란 이름은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속 주인공 이름에서 가져왔다. 그가 부른 여러 곡이 크고 작은 인기를 얻었고, 드라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그 자체로 잔잔한 배경이 되어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가수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여행과 연애에 관한 글을 쓰며 세밀한 감성을 전하던 그가 북촌에 처음 책방무사를 연 것은 2015년 무렵이다.
초기에는 책방의 간판을 진미용실이 대신했다. 그리고 책방무사를 두 해 정도 운영하다 제주 성산읍 일대로 자리를 옮겼다. 육지에 있던 서점이 섬으로 이사한 셈이다. 이름은 여전히 책방무사. 간판은 아름상회란 예쁜 이름이 자리를 대신했다. 낡아서 더 예쁜 아름상회 간판은 SNS의 단골 사진이 되었고, 피드가 쌓이는 만큼 책방을 찾는 방문자도 점점 늘었다. 얼마 전에는 서울 서교동에 책방무사 서울점도 오픈해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책방을 운영 중이다.
요조는 일상에서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묵직한 무게의 명사를 빌려 책방 이름을 ‘책방무사’라고 정했다. 요조는 가수다. 요조란 이름은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속 주인공 이름에서 가져왔다. 그가 부른 여러 곡이 크고 작은 인기를 얻었고, 드라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그 자체로 잔잔한 배경이 되어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가수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여행과 연애에 관한 글을 쓰며 세밀한 감성을 전하던 그가 북촌에 처음 책방무사를 연 것은 2015년 무렵이다.
초기에는 책방의 간판을 진미용실이 대신했다. 그리고 책방무사를 두 해 정도 운영하다 제주 성산읍 일대로 자리를 옮겼다. 육지에 있던 서점이 섬으로 이사한 셈이다. 이름은 여전히 책방무사. 간판은 아름상회란 예쁜 이름이 자리를 대신했다. 낡아서 더 예쁜 아름상회 간판은 SNS의 단골 사진이 되었고, 피드가 쌓이는 만큼 책방을 찾는 방문자도 점점 늘었다. 얼마 전에는 서울 서교동에 책방무사 서울점도 오픈해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책방을 운영 중이다.



Q.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생활하는데, 두 곳에서의 일상이 많이 다른가요?
A. 서울에서는 다양한 스케줄을 소화하기도 하고, 워낙 대중교통이 발달해 있어 행동반경이 제주보다 넓은 것 같아요. 반면 제주살이는 서울보다 훨씬 단순하고 정적이에요. 책방 뒤에 있는 캐러밴이 저의 집인데요,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책방을 떠나지 않을 때도 많고, 돌아다닐 때도 동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생각이 자연스레 행동을 따르는 듯, 제주에서는 ‘뭐 먹지’ 같은 단순한 생각만 하고 있어요.
Q. 음악인이자 책방 주인으로서 일의 조율과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궁금합니다.
A. 그때그때 가능한 정도로 일하고, 가끔 무리라고 느낄 만큼 버거울 때는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요. 언제든 기꺼이 도움을 주는 동료들 덕분에 여러 일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A. 서울에서는 다양한 스케줄을 소화하기도 하고, 워낙 대중교통이 발달해 있어 행동반경이 제주보다 넓은 것 같아요. 반면 제주살이는 서울보다 훨씬 단순하고 정적이에요. 책방 뒤에 있는 캐러밴이 저의 집인데요,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책방을 떠나지 않을 때도 많고, 돌아다닐 때도 동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생각이 자연스레 행동을 따르는 듯, 제주에서는 ‘뭐 먹지’ 같은 단순한 생각만 하고 있어요.
Q. 음악인이자 책방 주인으로서 일의 조율과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궁금합니다.
A. 그때그때 가능한 정도로 일하고, 가끔 무리라고 느낄 만큼 버거울 때는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요. 언제든 기꺼이 도움을 주는 동료들 덕분에 여러 일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제주로 내려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오랫동안 제주를 좋아했어요. 그다지 각광받지 않던 시절부터요. 그러다 제주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섬으로 변모하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일부러 억누르던 시절도 있었죠. 한데 결국 욕심이 다짐을 이겨버렸네요.
Q. 서울에서의 삶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제주는 서울보다 하늘이 커다랗게 보이는 곳이에요.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과 별반 차이 없는 날인데도 제주에 놀러 오는 친구들은 역시 공기가 다르다는 둥, 호흡이 한결 수월해진 기분이라는 둥 말들을 하는데, 제 생각에 그건 하늘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제주는 하늘이 차지하는 면적이 크다 보니 그냥 그 자체로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거든요.
A. 오랫동안 제주를 좋아했어요. 그다지 각광받지 않던 시절부터요. 그러다 제주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섬으로 변모하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일부러 억누르던 시절도 있었죠. 한데 결국 욕심이 다짐을 이겨버렸네요.
Q. 서울에서의 삶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제주는 서울보다 하늘이 커다랗게 보이는 곳이에요.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과 별반 차이 없는 날인데도 제주에 놀러 오는 친구들은 역시 공기가 다르다는 둥, 호흡이 한결 수월해진 기분이라는 둥 말들을 하는데, 제 생각에 그건 하늘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제주는 하늘이 차지하는 면적이 크다 보니 그냥 그 자체로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거든요.


Q. 책방무사를 성산 지역에 연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서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적고 한산한 동쪽이 더 끌렸어요. 게다가 제가 성산 일출봉을 아주 많이 좋아하기도 하고요.
Q. 책방무사의 방문객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나요?
A. 책을 둘러보는 경험은 물론 각자가 필요로 하던 의미까지 찾을 수 있었으면 해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각종 워크숍과 라이브 공연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을 즐겨 읽지 않더라도 편하게 오셔서 그냥 ‘좋았다’라고 생각해주시면 저도 기쁠 것 같아요.
Q. 제주를 좀 더 잘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이 섬을 최대한 불편해하는 거예요. 제주는 무척 아름답고, 그래서 많이 아픈 섬이에요. 우리가 친구네 집에 갔을 때 물건 하나 만지는 것도, 화장실 한 번 사용하는 것도 조심하는 것처럼, 제주 역시 이곳이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늘 마음속에 새겼으면 좋겠어요. 그 마음을 항상 상기하고 지키려 노력하는 것은 섬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일이자 결과적으로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제주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A. 서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적고 한산한 동쪽이 더 끌렸어요. 게다가 제가 성산 일출봉을 아주 많이 좋아하기도 하고요.
Q. 책방무사의 방문객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나요?
A. 책을 둘러보는 경험은 물론 각자가 필요로 하던 의미까지 찾을 수 있었으면 해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각종 워크숍과 라이브 공연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을 즐겨 읽지 않더라도 편하게 오셔서 그냥 ‘좋았다’라고 생각해주시면 저도 기쁠 것 같아요.
Q. 제주를 좀 더 잘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이 섬을 최대한 불편해하는 거예요. 제주는 무척 아름답고, 그래서 많이 아픈 섬이에요. 우리가 친구네 집에 갔을 때 물건 하나 만지는 것도, 화장실 한 번 사용하는 것도 조심하는 것처럼, 제주 역시 이곳이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늘 마음속에 새겼으면 좋겠어요. 그 마음을 항상 상기하고 지키려 노력하는 것은 섬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일이자 결과적으로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제주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Q. 요조님이 여행지에서 느낀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전 날씨에 무척 영향을 많이 받아요. 해가 쨍쨍 비치며 대지를 달구고, 하늘에는 하얗고 통통한 구름이 떠 있을 때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낍니다.
Q. 책방 주인이자 뮤지션으로서 올해 계획이 궁금해요.
A. 새 책에 두근거리고, 그걸 팔고, 가게를 청소하고 꾸미고…. 늘 비슷한데도 이 일들이 새롭게 느껴지는 건 각기 다른 존재감을 지닌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올해도 변함없이 늘 하던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만나려고 합니다. 뮤지션으로서는 정규 앨범을 8월쯤 발매할 예정이에요.
A. 전 날씨에 무척 영향을 많이 받아요. 해가 쨍쨍 비치며 대지를 달구고, 하늘에는 하얗고 통통한 구름이 떠 있을 때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낍니다.
Q. 책방 주인이자 뮤지션으로서 올해 계획이 궁금해요.
A. 새 책에 두근거리고, 그걸 팔고, 가게를 청소하고 꾸미고…. 늘 비슷한데도 이 일들이 새롭게 느껴지는 건 각기 다른 존재감을 지닌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올해도 변함없이 늘 하던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만나려고 합니다. 뮤지션으로서는 정규 앨범을 8월쯤 발매할 예정이에요.

© 요조
Q 마지막 질문, 요조에게 여행이란?
A. 골치 아픈 것이죠. 관리해야 할 거리가 많거든요. 일단 머릿속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체력을 관리해야 하고요. 관리가 아주 잘된다면, 정말로 그렇게만 된다면, 눈을 떴을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어디에서든 좋은 여행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으로 목 뒤에 ‘traveler’라고 타투까지 새겼는데도 여전히 관리가 쉽지 않네요. 저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좋은 여행자가 되길 바라요. 삶은 여행이에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명백한 사실이 그렇습니다.
책방무사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musabooks
A. 골치 아픈 것이죠. 관리해야 할 거리가 많거든요. 일단 머릿속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체력을 관리해야 하고요. 관리가 아주 잘된다면, 정말로 그렇게만 된다면, 눈을 떴을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어디에서든 좋은 여행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으로 목 뒤에 ‘traveler’라고 타투까지 새겼는데도 여전히 관리가 쉽지 않네요. 저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좋은 여행자가 되길 바라요. 삶은 여행이에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명백한 사실이 그렇습니다.
책방무사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musa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