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정의, 환경. 이런 구호와 메시지들은 아티스트의 단골 소재다. 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해 동참과 연대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뱅크시나 여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과 같이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역시 그 누구보다 메시지를 통해 대중의 연대를 이뤄내는 가장 강력한 아티스트다. 스스로를 ‘비주얼 커뮤니케이터’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예술적 인기를 사회적 영향력으로 확장할 줄 아는 아티스트기도 하다.
미술관으로 거리 예술이 들어오는 것이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바스키아를 비롯해 뱅크시, 그 외 많은 거리의 작가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재료와 기법은 저마다 달랐지만,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연대와 정치적 올바름, 평화와 정의였다. 셰퍼드 페어리는 최근 그 흐름의 선두에 선 아티스트다.
셰퍼드 페어리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명징하게 각인시킨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페인으로 작업한 ‘HOPE’ 포스터다. 원래 오바마를 지지하던 셰퍼드 페어리 자신이 자발적으로 스텐실 기법을 이용해 제작한 후 길거리에 붙인 이 포스터는 오바마의 2008년 대선 캠페인 포스터 중 가장 인기 있는 작업이자 오바마 메시지의 상징이 되었다.
1970년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태어난 셰퍼드 페어리는 미국에서 인정받는 명물 예술 학교인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 시절 한 신문에서 프랑스 전설의 거인 프로레슬러 안드레 더 자이언트(Andre the Giant)의 초상을 보게 된다. 흑백 스텐실 기법을 이용해 그의 얼굴 사진을 복사한 셰퍼드 페어리는 스티커 작품 ‘거인 안드레에게는 패거리가 있다(Andre the Giant has a Poss)’를 제작한다. 이 작품은 스케이트 보더 커뮤니티와 그라피티 아티스트에게 전파되고 미국 전역의 많은 도시까지 알려지게 된다. 이 작업은 1990년 사람들의 반응과 관찰을 이끌어내고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현상학적 실험 ‘오베이 자이언트(OBEY GIANT)’ 캠페인으로 발전한다. 이후 그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이미지들을 포스터나 스티커로 꾸준히 제작하고 노출시키며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고, 오바마 선거 캠페인 포스터 ‘HOPE’를 통해 대중의 관심은 정점에 이른다. 그리고 의류 브랜드 오베이(OBEY)를 설립함으로써 패션을 통해 스트리트 아트의 연장선과 같은 작업을 병행하며, 그의 영향력은 더욱 높아만 간다.
평화, 정의, 환경 등 사회적 메시지를 실크스크린에 담아 포스터와 스티커 작업을 선보이는 그의 작업은 예술과 대중의 소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렬한 색채의 대비 및 보색 효과 등 셰퍼드 페어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초상 포스터는 수십 년 전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체제 선전을 위해 만든 사회주의 포스터와 닮아 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명확한 단어와 강렬한 이미지의 조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체제 선전 이상의 울림을 준다.
그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며 다양한 프로젝트와 작업을 펼쳐 보이고 있다.
롯데뮤지엄 전시, 행동하라!
그의 작품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과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다양한 기관과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세계 각 도시마다 그에게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제안해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낼 뿐 아니라 이제는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은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셰퍼드 페어리의 기획 전시가 지난 7월 29일부터 잠실 롯데타워 내 롯데뮤지엄에서 시작됐다.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Eyes Open – Minds Open>란 제목의 이번 전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이다. 스트리트 아트를 거리에 내버려두지 않고 보다 넓은 미술 시장으로 들여온 셰퍼드 페어리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신작까지 300여 점의 대표 작품과 함께 벽화 2점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전해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행동하라!”
자유로우면서도 그만의 단단한 철학이 담겨 있는 셰퍼드 페어리의 전시는 11월까지 이어진다.
또한 이번 전시 기간에 맞춰 롯데호텔에서는 셰퍼드 페어리와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맞춤형 키 카드 홀더를 선보인다. 작가의 상징적 아이콘인 별 모양 안에 그려진 오베이 자이언트의 얼굴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식적 요소들을 원형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키 카드 홀더는 시그니엘 서울을 비롯해 롯데호텔 서울·월드, L7 홍대·강남·명동, 롯데시티호텔 마포·김포 등 국내 15개 체인 호텔에서 올해 연말까지 만날 수 있다. 키 카드 홀더를 지참한 모든 투숙객에게 2023년 6월 30일까지 롯데뮤지엄의 모든 전시를 본인 및 동반 1인 포함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 EYES OPEN – MINDS OPEN]전
전시 기간 2022년 7월 29일~ 11월 6일
주소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타워 7층 롯데뮤지엄
문의 1544-7744
홈페이지www.lottemuse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