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아콘치 스튜디오에서 설계한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

공공 예술의 도시, 안양으로
안양예술공원 숲길 곳곳을 걷다 보면 세계적인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우연히 만날 수 있다.
서울 서남부 지역부터 수원까지 잇는 경수산업도로는 1번국도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구간 중 하나로 서울에서 안양을 거쳐 군포와 수원으로 향한다.
서울 서남부 지역과 붙어 있는 안양의 시작점인 1호선 관악역 인근에는 관악산 줄기와 이어진 안양유원지가 있었다. 1930년대 처음 그 자리에 안양풀장이 문을 연 이래, 1960년대의 안양유원지는 수도권 대표 관광지이자 휴가철 휴양지이기도 했다. 휴가철이면 하루 4만 명 이상의 피서객이 찾아와 더위를 피했다는 자료까지 있다. 그러다 유원지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이곳은 2005년부터 3년마다 열리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roject, APAP)를 통해 안양예술공원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조성되기 시작했다.
공원 일대는 김중업건축박물관을 시작으로 인근 숲길에 다양한 조형물과 건축물, 예술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 문화 예술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가득 채워주고 있다. 

김중업건축박물관의 내외부 모습

건축가 김중업을 안양에서 만나기
안양예술공원 관람의 출발점은 김중업건축박물관이어야 한다. 지금은 생소하게 느낄 수 있지만 김중업이란 이름은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상징이다.
어린 시절 김중업은 시와 미술을 사랑하던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소년이었다. 그에게 미술 선생이 시와 미술에 가장 닮아 있는 분야로 건축이 있음을 알려줬고, 김중업은 그 말대로 건축을 공부한다. 일본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1950년대에 프랑스로 가 르코르뷔지에 스튜디오에 입사해 가장 선진적이고 최신의 건축 동향을 체득한다. 그후 한국으로 돌아와 주한 프랑스 대사관, 삼일빌딩, 세계평화의문 등 서울을 상징하는 유수의 건축물을 설계했다.

김중업의 건축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김중업건축박물관은 원래 유유산업 안양 공장 일대의 건물들을 리모델링해 세운 것으로, 유유산업이 들어서기 훨씬 이전에는 고려 시대 초기 왕건의 명으로 세운 안양사가 터를 잡고 있었다. 안양이란 지명 역시 이 안양사에서 유래했다.
유유산업 안양 공장은 김중업이 한국에 돌아와 초기에 설계한 작품으로, 건물과 조각을 접목하는 등 다양하고 독특한 시도를 하던 프로젝트였다. 현재 그가 유유산업 공장 건물로 설계한 건축물 중 김중업건축박물관과 안양박물관 등 4개 동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김중업건축박물관 본관에서는 그의 건축 생애와 대표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 맞은편에는 특별 전시관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기획전을 진행한다. 현재는 <미디어아키텍쳐: 김중업, 건축예술로 이어지다>를 전시 중이다. 김중업의 건축 예술 세계를 디지털 미디어와 미래 기술로 새롭게 해석한 국내 최초 건축 실감 콘텐츠 전시이며, 9월 2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본관과 특별전시관 모두 지속적으로 전시를 진행한다.

김중업건축박물관
주소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예술공원로103번길 4
홈페이지 김중업건축박물관

순례자의 길을 형상화한 예페 하인의 ‘거울 미로’

이환권 작가의 재미있는 조형물 ‘복사집 딸내미(성은)’

예페 하인의 ‘노래하는 벤치’

숲길 곳곳에서 발견한 예술 작품
안양예술공원으로 안양은 공공 예술의 도시란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었다. 어느 도시에서도 십수 년 이상 꾸준히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도시 곳곳에 작품을 설치하는 예가 없기 때문이다. 안양문화예술재단에서 운영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3년마다 열리는데, 안양의 지형과 문화, 역사 등을 참고하며 영감을 받은 작가들이 설치·조각·건축·영상·디자인 등 전문 분야에 맞춰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수차례 회를 거쳐오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와 예술가들은 다양하다. 알바로 시자, 아콘치 스튜디오(비토 아콘치) 그리고 예페 하인 등 유명 아티스트와 건축가가 참여했다. 또 일본의 유명 건축가 구마 겐고는 건축물이 아닌 조형물을 제작해 설치하기도 했다.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안양파빌리온

안양파빌리온 안에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참가한 작품들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김중업건축박물관을 관람하고 도로를 따라 삼성산 숲길로 향하는 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축물은 포르투갈 출신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안양파빌리온이다. 안양예술공원의 메인 기지인 안양파빌리온은 알바로 시자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곡선과 직선이 서로 만나 중첩되는 콘크리트 외벽이 돋보이는 건물로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같은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산으로 향하는 입구와 도로 주변에 위치해 주변 환경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건축물이다.

독일 작가 볼프강 빈터 & 베르트홀트 회르벨트의 ‘안양상자집’

이승택의 설치미술 ‘용의 꼬리’

건축가 구마 겐고의 ‘종이 뱀’

안양파빌리온을 거쳐 길을 건너면 곳곳에 흩어져 설치되어 있는 공공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발길 닫는 대로 바로 올라가도 되고, 돌아서 가도 된다. 다만 관심 없이 걷기만 한다면 곳곳에 숨어 있는 작품들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삼성산에서 공원으로 흐르는 계곡 중간에는 물을 뿜어내는 조형물이 있는데, 벨기에 작가 오노레 도의 작품이다. 숲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철기둥이 온통 거울을 만드는 느낌의 작품 ‘거울 미로’, 플라스틱 상자를 쌓아 올려 집 같은 구조물을 만든 ‘안양 상자집’도 볼 수 있다.
국내 작가의 작품도 있다. 인체의 비율을 극단적으로 달리해 재미있는 인체 조각을 만드는 이환권 작가의 작품이나 기와지붕을 땅에 길게 박아두어 마치 용의 꼬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승택 작가의 작품도 숲속 곳곳에 숨어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안양예술공원 일대

엠브이알디브이(MVRDV)의 전망대

전망대와 야외 공연장도 아티스트 손에
숲길을 따라 조금씩 오르다 보면 전망대로 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MVRDV가 설계한 전망대다. MVRDV는 몽상을 현실에 구현하는 건물 혁신 그룹으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건축 및 도시설계 사무소다. 이들이 선보이는 특유의 ‘의도한 듯 남다른’ 건축물의 조형미가 전망대에서도 느껴진다. 전망대 자체가 삼성산의 등고선을 연장해 산의 높이를 확장했고, 자연스럽게 산과 조화를 이룬다. 입구에서부터 계단 없이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는 느낌이 든다. 어린이도, 노약자도 쉽게 걸을 수 있는 오르막이다. 잠시 주변을 보면서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상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가장 위쪽 계곡으로 향하는 끝에는 아콘치 스튜디오(비토 아콘치)가 설계한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이 있다. 주차장 위로 터널과 야외 공연장이 하나로 연결된 이 작품은 복잡하지만 실용적인 느낌의 구조물로 다양한 뮤직비디오와 드라마에서 소개하며 인기를 모았다.
잠실의 시그니엘 서울 혹은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에서 안양예술공원까지 차로 40여 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도심에서 1시간 이내로 숲과 계곡과 예술과 건축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안양예술공원 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여름부터 안양예술공원 APAP 작품 투어를 재개했으니, 복잡한 서울 시내를 잠시 벗어나 숲길을 걸으며 예술 산책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안양파빌리온
주소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 180
문의 +82-31-687-0548
홈페이지 안양파빌리온, 안양예술공원 맵

ANYANG ART PARK / VIDEO BY PARK SUNGYOUNG

2022. 9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박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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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9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박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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