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초르수 바자르의 거대한 실내 전경

초르수 바자르에서 만난 실크로드의 그림자
중앙아시아는 실크로드 무역의 중심지로 동서양 물류를 연결하며 16세기까지 번성했다. 당시 중앙아시아의 수도로 불리던 타슈켄트에는 지금도 그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가득하다.
실크로드는 교통이 발달하지 않던 과거에 동서양을 이어준 교역로였다. 중국의 종이 제조 기술처럼 단순히 교역을 넘어 문명을 전달하는 통로도 사용되기도 했다. 7세기부터 번성하기 시작한 실크로드 무역은 당시 당나라의 수도 장안과 비잔티움 제국의 콘스탄티노플까지 이어졌다. 흥미로운 건 당시 당나라를 통해 들여온 비잔티움의 보검과 유리잔이 신라에 전해져 오늘날까지 남아 있으니 실크로드 무역의 힘이 얼마나 컸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다양한 모스크의 도시로 불리는 다슈켄트

살아 있는 역사 박물관, 타슈켄트
중국 장안에서 출발해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고 톈산산맥을 넘으면 페르가나분지가 나온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비옥한 곳. 페르가나에서 멀지 않은 곳인 치르치크강 유역에 대상들이 쉴 만한 곳이 드디어 나타나는데, 그곳에 ‘돌의 도시’ 타슈켄트가 탄생했다. 지리적 이점 때문에 카라반사라이(여행자들의 길가 숙소)를 설치하는 등 타슈켄트는 실크로드 주요 도시 중 하나로 발전한다.
이곳의 주요 유적지로는 초르수 바자르, 하즈라티 이맘 모스크, 미노르 모스크, 독립광장, 아미르 티무르 박물관 등이 있다. 해외여행이 지닌 진정한 맛은 현지인의 실제 삶의 모습과 그 민족의 역사를 말해주는 유적지를 두루 보는 것. 그런 의미에서 타슈켄트는 여행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제공한다. 바자르에서 실크로드 후예의 생활을 눈으로 확인하고, 하즈라티 이맘 광장에서 이슬람 문화의 상징인 사원의 돔과 미너렛을 보면 ‘와, 이런 이국적인 모습 때문에 세계여행 하는 거지’ 하며 감탄하게 된다.

물길과 시장, 초르수 바자르
초르수 바자르는 지하철로 이동할 수 있다. 타슈켄트는 11세기부터 존재했지만, 역사적으로 사마르칸트나 부하라에 비해 그리 중요한 도시는 아니었다. 1858년 러시아제국의 침략이 시작된 이후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속국으로 전락한다.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사마르칸트나 부하라가 아닌 변방의 타슈켄트를 새로운 수도로 정해 발전시킨다. 소비에트연방 시대에는 전체 연방에서 4위에 해당하는 위상을 갖추었을 정도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중앙아시아 최초의 지하철 건설이었다. 지하철 역사를 나오면 옥색 돔이 돋보이는 초르수 바자르를 만나게 된다. 초르수 바자르는 4개의 물길이라는 뜻으로, 비록 이 바자르의 역사는 100여 년밖에 되지 않지만, 실크로드 상인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타슈켄트 최대 시장이다. 중앙 돔 아래 매대를 설치, 건물 바깥으로 확장된 테라스를 따라 상점이 넓게 펼쳐진 구조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초르수 바자르의 거대한 돔

해산물이나 육류, 생필품 등 같은 품목의 상점끼리 모여 있다.

돔 안에 들어가면 수많은 상인과 손님들이 시끌벅적하게 한바탕 흥정을 벌이고 있다. 각종 채소, 과일, 절임, 고기, 빵, 향신료, 견과류, 유제품 등을 판매하는데 그 풍성함에 놀라게 된다. 여름에는 드냐라는 달고 즙이 많은 과일이 제맛이다. 갓 구운 삼사, 레표시카 같은 빵들과 중앙아시아의 대표 음식인 플로프와 샤슬릭도 배고픈 여행자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분위기 그 자체.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밝다. 상인은 손님들을 친근하게 맞이하고, 적극적으로 호객한다. 이곳 시장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은 그 옛날 실크로드 무역의 독특한 추진력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즐기는 다양한 향신료들

우즈베크 민족들이 즐기는 빵

제국들의 각축장
당나라뿐 아니라 수많은 국가와 민족이 실크로드를 탐내 중앙아시아는 제국들의 각축장이 되곤 했다. 처음엔 소그드인들이 실크로드 무역에 재능을 발휘했는데, 이후에는 이슬람 상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후 몽골제국이 부상해 1219년 호라즘 왕조를 정복함으로써 실크로드의 주인이 된다. 원나라 멸망 후에는 칭기즈칸의 후예를 자처한 아미르 티무르가 등장해 1380년 사마르칸트를 수도로 삼고 티무르 제국을 건설하며 실크로드를 평정한다. 이때 부하라, 타슈켄트도 번성하게 되는데, 이후 티무르 제국의 혼란을 틈타 1500년에는 북쪽 우즈베크 민족이 사마르칸트를 침공하여 부하라한국, 코칸트한국, 히바한국을 건설한다.
이 3국이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의 직접적 시조가 되는 셈이다. 비록 대항해시대를 맞이하면서 실크로드는 쇠퇴하기 시작했지만, 한때 이슬람 최고의 학자와 사원을 보유했던 우즈베크인들은 중앙아시아 이슬람 종주국의 위상을 지금까지 견지하고 있다. 그러한 자부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하즈라티 이맘 광장이다.

시장 안팎으로 다양한 노점상들이 즐비하다.

1966년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하즈라티 이맘 광장은 동양의 정취가 가미된 이슬람 양식의 새 건축물이 추가되면서 광장 주변이 매우 고상해졌다. 광장과의 앙상블은 이슬람 과학자이자 코란 학자, 타슈켄트 최초의 이슬람 성직자이자 시인이던 하즈라티 이맘의 영묘 주변에 구성되었다. 탁월한 외교관이기도 한 그는 타슈켄트를 침공하는 투르크 전사들을 막고, 이슬람교로 개종하도록 설득했다고 한다. 그가 ‘하즈라티(거룩한) 이맘’으로 불리게 된 이유도 그래서다.
하즈라티 이맘 모스크는 이슬람 카리모프 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주도로 2007년에 새로 건립되었다. 모스크에는 돔과 53m 높이의 미너렛이 각각 2개씩 있다. 미너렛에 오르면 전체 단지를 조망할 수 있다. 돔은 금박으로 덮여 있으며, 사원 입구에는 20개의 단향목으로 만든 기둥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창문은 태양 광선이 일출부터 일몰까지 사원 내부로 침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시장 인근의 학교

무이 무보라크 마드라사는 16세기에 지어졌다. 마드라사에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머리카락이 보관되어 있으며,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도서관이 있다. 여기에 3대 칼리프 우스만의 쿠란과 약 2만 권의 책, 필사본 그리고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쿠란을 소장하고 있다. 양피지 353장으로 이루어진 우스만의 쿠란은 아미르 티무르 시대에 우즈베키스탄으로 옮겨진 것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원본이기도 하다.
우즈베키스탄을 알게 되면 척박하던 중앙아시아 땅에 위대한 이슬람 문명을 이룬 저력에 놀라게 된다. 타슈켄트의 초르수 바자르에서 시작해 하즈라티 이맘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우리는 그 옛날 찬란하던 실크로드 문명을 일군 우즈베크 민족의 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실크로드 문명은 한때 잊어졌으나, 사라지지 않은 놀라운 세계다.

타슈켄트에서 머물 곳: 롯데시티호텔 타슈켄트팰리스
롯데시티호텔 타슈켄트팰리스는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타슈켄트의 가장 현대적 중심지에 자리한다. 1958년에 건축되어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텔 건물은 클래식한 외관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며, 다채로운 부대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아름다운 코트야드와 야외 수영장, 3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야외 레스토랑 6 Floor 등에서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주소 56, Buyuk Turon Street, Tashkent, 100029, Uzbekistan
전화 +998-78-120-58-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tashkentpalace-city 
2022. 11 에디터:정재욱
글: 이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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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11
  • 에디터: 정재욱
    글: 이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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