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관 야외에 전시된 물방울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제주에서 만난 그의 물방울
작가 김창열은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다. 이우환, 김환기, 백남준, 유영국 등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 역사를 쌓아갔다. 제주시 한림읍 월림리의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에는 그가 그려낸 평생의 물방울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창열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더라도 ‘물방울 화가’라는 말은 익숙하다. 혹시나 물방울 작가라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이라도 대부분 김창열 화백이 그린 물방울 그림은 한 번쯤 접했을 것이다. 제주도 한림읍 월림리에 위치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에서는 김창열 화백이 생전 5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리고 또 그린 물방울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위에서 바라본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전경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조형물 하나하나에서 김창열 작가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박두산

분수처럼 치솟는 물방울와 작품 물방울의 조우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제주도 서쪽 한경면 중산간에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있다. 차나 사람보다 푸른 나무가 훨씬 더 많은 마을 일대에는 제주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박서보 화백의 스튜디오,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등 유명한 화가와 사진작가들의 갤러리, 개인 작업실과 집들이 모여 있다. 제주도에 살면서도 그 지역에 갈 때면 언제나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낯설고 신비로운 열대우림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일대 곶자왈은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미술관 곳곳에 설치된 물방울 조형들 ©박두산

미술관 내 제1전시실 전경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은 2016년에 개관했다. 김창열 화백은 이 미술관을 위해 자신의 소장 작품 220점을 기부했다. 그중에는 그의 첫 번째 물방울 작품 1972년작 ‘밤에 일어난 일’도 포함되어 있다. 김창열 화백의 둘째 아들이자 다큐멘터리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김오안 감독은 그림을 판매하지 않고 기부한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김창열 화백은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해외로 떠나 4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다 2021년에 한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뒤편 배롱나무 아래 잠들어 있다. 그는 왜 삶의 마지막 장소로 제주도를 선택했을까.

수많은 물방울이 각기 다른 형태로 변신한다.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물방울, Waterdrops_마포에 유채_116x89cm_1976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물방울, Waterdrops_목판에 유채_228x181cm _1993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김창열 화백과 물방울 그림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에게 서예를 배웠고, 화가였던 외삼촌 덕분에 일찍이 미술을 접한 김창열 화백은 194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한다. 그후 얼마 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1950년 학업을 중단한다. 그후 경찰학교에 진학해 1955년까지 경찰로 일하다 교사 자격증을 따게 된다. 잠시 미술 교사로 일하다 1960년대 후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1970년대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게 된다. 이후 파리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과 한국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한다. 화가로 사는 동안 그는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도 인정받은 작가였다. 살아생전 본인 작품을 모은 미술관도 건립했다. 화가로서 매우 성공적인 삶이다.

물방울_Waterdrops_마포에 먹_유채_162×130cm_1995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하지만 그를 유명 화가로 자리 잡게 한 ‘물방울 그림’은 고통에서 시작되었다. 파리에서 지낼 때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재료 살 돈을 아끼려 이미 그림을 그린 캔버스 뒷면을 물에 적셔 물감을 떼어내고 다시 그 자리에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재활용하며 창작을 이어갔다. 그러다 어느 날 캔버스에 맺힌 물방울을 보고 영감을 얻어 처음 물방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970년 초반의 일이다.
그 후 2021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50년 동안 그는 물방울을 그리고 또 그렸다. 그린 물방울 개수만 수만 개가 넘을 것이다. 그의 작품을 한두 점만 따로 봤을 때는 우리 주변에 흔한 물방울을 생생하게 그림으로 옮긴 작품이라는 생각에 그쳤는데,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에 가서 그의 수많은 물방울 그림을 보면서 예술이라기보다 일종의 수행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의 그림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가 왜 물방울을 그리고 또 그렸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하지만 말수가 적은 김창열 작가는 그 이유를 명확하게 말해준 적이 없다고 한다. 그가 드문드문 던진 이야기와 작품으로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짐작할 뿐이다.
그 후 2021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50년 동안 그는 물방울을 그리고 또 그렸다. 그린 물방울 개수만 수만 개가 넘을 것이다. 그의 작품을 한두 점만 따로 봤을 때는 우리 주변에 흔한 물방울을 생생하게 그림으로 옮긴 작품이라는 생각에 그쳤는데,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에 가서 그의 수많은 물방울 그림을 보면서 예술이라기보다 일종의 수행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의 그림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가 왜 물방울을 그리고 또 그렸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하지만 말수가 적은 김창열 작가는 그 이유를 명확하게 말해준 적이 없다고 한다. 그가 드문드문 던진 이야기와 작품으로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짐작할 뿐이다.


미술관 전시 전경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고통을 씻어내려고 그린다.” 그 고통에 대해 사람들은 한국전쟁 당시 친구와 가족을 잃은 죄책감일 거라고 해석한다. 김창열 화백은 한국전쟁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과 괴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물방울을 그리고 또 그렸다는 것. 물방울 안에는 가족이, 그리고 친구가 있었다.
김창열 화백과 제주도
김창열 화백과 제주도의 인연은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한국전쟁이 벌어지던 당시 1년 6개월 동안 제주에 머물렀다. 그가 삶의 마지막 터전으로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를 찾으려면 그 시간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인 한국전쟁과 그 시기 동안 머물렀던 제주.
묵묵히 물방울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그는 당시의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감정의 한가운데로 들어간 것이 아닐까. 고통을 직면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기억하려고 한 것은 아닐는지.
묵묵히 물방울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그는 당시의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감정의 한가운데로 들어간 것이 아닐까. 고통을 직면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기억하려고 한 것은 아닐는지.

어두운 공간에서 더 반짝이는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 ©박두산
그의 물방울 그림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초기에 마대에 많은 여백을 두고 투명한 물방울을 그렸다면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물방울에 색채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시작한 ‘회귀’ 연작은 천자문을 배경으로 물방울이 흩어져 있는 그림이다. 그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천자문을 배웠다. 처음 배운 문자인 한자 위에 오랜 시간 수행하듯 한 방울 한 방울 지금까지 그려온 물방울을 떨어뜨렸다. 회귀라는 연작의 이름이 어린 시절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에 올린 김창열이라는 이름
홍재승 건축가가 지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한자 ‘회(回)’ 자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연작 ‘회귀’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애초에 김창열 화백의 그림을 보관하고 전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은 건축물이다 보니, 건물 자체가 커다란 미술 작품과도 같으며 김창열 화백의 그림과 꼭 닮았다. 평안남도에서 뉴욕을 거처 파리를 돌고 돌다 마지막으로 머무는 신전 같은 곳이 바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인셈이다.
작품과 공간 사이사이 김창열 화백의 숨결이 느껴져서 미술관 내부와 외부를 걷는 동안 나도 모르게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숨을 죽이게 된다. 작품을 통해 감동을 받거나, 미술관의 공간에 반하는 적은 많지만, 작품과 건축의 하나 된 모습에 압도되는 경험은 흔하지 않다.
작품과 공간 사이사이 김창열 화백의 숨결이 느껴져서 미술관 내부와 외부를 걷는 동안 나도 모르게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숨을 죽이게 된다. 작품을 통해 감동을 받거나, 미술관의 공간에 반하는 적은 많지만, 작품과 건축의 하나 된 모습에 압도되는 경험은 흔하지 않다.

위에서 바라본 미술관 풍경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곶자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건축물은 규모가 크지만 그럼에도 튀지 않는다. 단층 건물이면서 지면의 높이보다 낮은 곳에 지어져 미술관 중정의 경사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건물의 옥상에 오르게 되고 옥상에서 주변 풍경을 바라본 뒤 야트막한 내리막을 걸으면 다시 외부 입구에 닿는다. 땅과 비슷한 눈높이의 건물이라는 게 걷다 보면 느껴진다. 벽 전체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어 제주의 현무암을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중정에 있는 물방울 조각은 김창열 작가의 제안. 커다란 자연석 위에 유리로 만든 물방울 조각이 올라가 있다. 10분에 한 번씩 분수가 물을 뿜어내는데, 햇살을 받으면 무지개를 만들어낸다. 유리 물방울과 분수가 만들어낸 수많은 물방울, 그 사이에 피어난 무지개를 바라봤을 김창열 화백을 상상해본다.
중정에 있는 물방울 조각은 김창열 작가의 제안. 커다란 자연석 위에 유리로 만든 물방울 조각이 올라가 있다. 10분에 한 번씩 분수가 물을 뿜어내는데, 햇살을 받으면 무지개를 만들어낸다. 유리 물방울과 분수가 만들어낸 수많은 물방울, 그 사이에 피어난 무지개를 바라봤을 김창열 화백을 상상해본다.

제주도의 자연과 정서를 미술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박두산

야외에 설치된 김창열 화백의 반신상 조형물 ©박두산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은 전날까지 예약하고 방문해야 한다. 현장 구매도 가능하지만 예약하지 않은 경우 입장이 제한될 수 있다. 오전 11시와 오후 1시 30분, 오후 3시 30분에 도슨트를 진행한다. 30분 정도 함께 미술관 내부를 걸으며 김창열 화백의 일생과 작품,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시간이 맞는다면 꼭 도슨트를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김창열 화백 작품뿐 아니라 때때로 다른 작가들의 기획전도 개최한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883-5
문의 +82-64-710-4150
운영 시간 1일 8회 사전 예약(10:00~17:00까지, 1시간 단위/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주소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883-5
문의 +82-64-710-4150
운영 시간 1일 8회 사전 예약(10:00~17:00까지, 1시간 단위/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KIM TSCHANG-YEUL ART MUSEUM

제주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는 500개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 호텔로 중문관광단지에 자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리조트 호텔 ‘더 팰리스 오브 더 로스트 시티’를 모델로 한 설계와 제주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져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난다. 호텔 셰프들이 엄선한 최상의 제주 현지 식자재로 요리한 140여 종의 메뉴를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더 캔버스(THE CANVAS)’에서 맛볼 수 있다. 사계절 온수풀과 헬로키티 캐릭터 룸 등 다양한 시설로 가족과 연인에게 사랑받는 호텔이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72번길 35
전화 +82-64-731-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jeju-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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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82-64-73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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