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현대미술과 과자 포장지 인쇄 공장
컨베이어 벨트가 멈춘 과자 포장지 인쇄 공장은 현대미술의 인큐베이터로 재탄생했다. 뉴욕의 디아비컨은 불과 10여년 만에 전 세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뉴욕 맨해튼 그랜드 센트럴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비컨(Beacon)이라는 도시가 나온다. 인구 1만5,000여 명의 소도시. 아름다운 허드슨강을 곁에 둔 이한적한 도시로 현대미술 관람객이 향하는 것은 그곳에 디아비컨(Dia:Beacon)이 있기 때문이다. 디아비컨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아예술재단(Dia Art Foundation)이 설립한미술관으로, 제과 회사 나비스코가 1929년에 세운 박스 인쇄 공장을 개조해 2003년 문을 열었다.

© Photo: Bill Jacobson Studio. Courtesy Dia Art Foundation, NewYork.

디아비컨은 정형화된 미술관의 틀을 벗어나
작품과 새롭게 조우하고 감탄할 수 있는 기회를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 Photo: Bill Jacobson Studio. Courtesy Dia Art Foundation, NewYork.

모든 것이 거대하다
20세기 초반의 산업 건축양식에 따라 벽돌과 철근으로 지은 공장은 외관과 높은 층고는 그대로 살린 채 근사한 분위기의 전시장으로 재탄생했다. 디아비컨을 처음 방문하는 이는 모두 방대한 규모에놀란다. 건물 규모도, 전시 작품의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디아비컨의 전시 공간 면적만 약 2만2,296m²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부지와 거의 비슷한 크기다. 이 공간에 작가 20여 명의작품이 전시 중이다. 대부분이 장기 전시 작품이며 야외에 설치할 법한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Richard Serra, installation view at Dia:Beacon. ⓒ Richard Serra/ARS, New York - SACK, Seoul, 2018. Photo: Bill Jacobson Studio, New York. Courtesy Dia Art Foundation, New York.

디아비컨에서 가장 압도적인 작품은 디아비컨에 가장 먼저 입주를 확정 지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조형물이다. 세라는 두꺼운 철판을 소재로 활용해 작품이 투박할 뿐 아니라 크기도매우 크다. 유조선 철판을 둥그렇게 말아 세운 ‘회전하는 타원(Torqued Ellipses)’은 가로 4.27m에 높이 8m가 넘어 가까이에서는 제대로 감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관람객들은적당히 부식되고 어두운 철판 안으로 들어가거나 그 곁을 스쳐 지나간다. 사실 이 작품은 감상한다기보다 체험하는 것에 가깝다. 초현실주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현대미술계의 한 획을 그은 루이즈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위협적인 거대 거미 조각 ‘마망(maman)’도 빼놓을 수 없다. 디아비컨은 초대형 작품을 이렇듯 실내에 반영구적으로 전시하며 다른 미술관과차별화한다.

Gerhard Richter, Six Gray Mirrors, 2003. Dia Art Foundation; Gift of Louise and Leonard Riggio and Mimi and Peter Haas. © Gerhard Richter 2018 (18122018). Photo: Bill Jacobson Studio, New York. Courtesy Dia Art Foundation, New York.

작품을 위한 맞춤형 공간
디아비컨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작가의 예술적 특징과 공간의 장점을 반영해 의도적으로 배치됐다. 전시장 공간은 조명 같은 인공 자원의 사용은 최소화하고 자연을 최대한 활용했다. 전시 관람 시간을 해지기 전까지로 제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을 왜곡 없이 관람객에게 전달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는 기존에 알던 작가나 작품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
한편 작품을 위해 탄생한 공간이라고 하면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의 전시장을 예로 들 수 있다. 마이클 하이저는 대지미술(Land Art)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특한 문양으로 땅을 파거나 좁은 통로에 돌을 끼워두는 식이다. 디아비컨 내에 있는 하이저의 작품 ‘북, 동, 남, 서(North, East, South, West)’는 바닥에 원뿔, 사각뿔, 원기둥, 사각기둥 모양의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는 형상이다. 사람이 빠진다면 아마 쉽게 나올 수 없을 만큼 크고 깊어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만 관람할 수 있다. 네온 관이나 형광등이 내뿜는 빛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이끄는 미니멀 아트의 선구자 댄 플래빈(Dan Flavin)의 작품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넓은 지하 공간을 활용한 작품을선보이는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대가 프랑수아 모를레(François Morrellet)의 전시장도 작가와 작품을 위한 맞춤형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François Morellet, No End Neon, 1990/2017. Dia:Beacon, Beacon, New York. ⓒ François Morell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Photo: Bill Jacobson Studio, New York. Courtesy Dia Art Foundation, New York.

디아예술재단의 안목
1974년 필리파 드 메닐(Philippa de Menil)과 하이너 프리드리히(Heiner Friedrich), 미술 사학자 헬렌 윙클러(Helen Winkler)가 설립한 디아예술재단은현재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매우 큰 현대미술 기관 중 하나다. 재단은 작가가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구현하도록 돕기 위해 설립했으며, 실제로작가들을 선정해 후원하거나 작품을 소장하는 등 현대미술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디아비컨에 전시된 작품의 대다수는 디아예술재단이 1960년대부터오늘날까지 수집한 소장품이다. 그렇기에 디아비컨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디아예술재단의 철학과 안목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디아예술재단은 대지미술의 대표작을 소장하고 관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로 뉴멕시코의 광활한 사막에 있는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Maria)의 ‘번개 치는 들판(The Lightning Field)’과 유타주 그레이트 솔트레이크에 자리한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ithson)의 ‘나선형의 방파제(SpiralJetty)’ 등을 들 수 있다.

© Photo: Bill Jacobson Studio. Courtesy Dia Art Foundation, New York

새롭게 보고 다시 보기
2018년 5월 디아비컨에서 개인전을 진행한 도로시어 록번(Dorothea Rockburne)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예술은 빠르게진행되는 현대의 삶을 잠시 멈추게 한다. 그리고 시간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킨다.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에는 다른 시간대에 있는 것이다. 그것이바로 아름다움이다.” 그는 아름다움에 관해 말했지만, 이는 디아비컨을 설명하는 문장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디아비컨은 분명 정형화된 미술관의 틀을벗어나 작품과 새롭게 조우하고 감탄할 수 있는 기회를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2019. 1 에디터:김혜원
자료제공: 디아예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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