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재하는 환상
예술 작품이 삭막한 도시와 폐허가 된 건물에 어떤 활기를 불어넣는지. 더그 에이킨이 자신이 만든 환상의 집에 사람들을 초대한다.
거리에는 사람이 없다. 곳곳에 남아 있는 그라피티도 젊음이나 활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변화가 빠른 도시에서 사용하지 않는 거대한 건물을 찾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에서는 가능하다. 시내를 걷다 보면 계단을 통해 입구로 연결되는 거대한 석조 건물을 볼 수 있는데, 수십 년간 비어 있던 공간이다.
1990년에 지은 이 건물은 과거 디트로이트의 저축은행이었다. 디트로이트가 미국 경제의 부흥을 이끌어올 당시(한때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10대 중 9대가 디트로이트에서 생산됐다), 호황의 증거 같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후 디트로이트의 산업 쇠퇴와 운명을 같이했다. 2013년 철거 위기에서 살아남았으며, 2014년 지역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베드록(Bedrock)에 매입됐다. 어떠한 쓰임도, 목적도 없이 말이다.
1990년에 지은 이 건물은 과거 디트로이트의 저축은행이었다. 디트로이트가 미국 경제의 부흥을 이끌어올 당시(한때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10대 중 9대가 디트로이트에서 생산됐다), 호황의 증거 같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후 디트로이트의 산업 쇠퇴와 운명을 같이했다. 2013년 철거 위기에서 살아남았으며, 2014년 지역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베드록(Bedrock)에 매입됐다. 어떠한 쓰임도, 목적도 없이 말이다.

Installation view of Doug Aitken, Mirage Detroit 2018, photography by Lance Gerber, courtesy the artist and Library Street Collective.
‘미라지 디트로이트(Mirage Detroit)’는 구 저축은행 안에 세운, 거울로 만든 실물 크기의 집이다. 아치형의 로마식 기둥이 있는 건물 내부, 어두운 방 안에 미라지 디트로이트가 자리한다. 미라지 디트로이트는 영상, 조각, 사진 등 모든 매체를 아울러 작업하는 미국 LA 출신의 아티스트 더그 에이킨(Doug Aitken)의 작품으로, 이는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심장’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울로 둘러싸여 사방에서, 모든 각도에서 주변 환경이 조형물에 반영되는‘미라지 디트로이트’는 디트로이트의 과거의 영광과 역사를 보여주는 듯하다.

Installation view of Doug Aitken, Mirage Detroit 2018, photography by Lance Gerber, courtesy the artist and Library Street Collective.
에이킨의 ‘거울 집’은 사실 2017년 캘리포니아 사막에 처음 들어섰다. 외관은 일반적인 미국 교외의 주택과 같았다. 그러나 장식적인 요소나 거주자가 없었다. 완벽하게 거울로 뒤덮인 집, ‘미라지(Mirage)’. 미라지는 태양의 위치와 날씨 변화, 그러니까 주변 경관의 변화를 담아내도록 설계했다. 풍경이 건물에 비치면서 풍경의 일부 그 자체가 된 것이다. 현재 미라지는 진짜 신기루가 되어 영상으로만 남아 있다. (영상은 여기 를 확인)

Installation view of Doug Aitken, Mirage Detroit 2018, photography by Lance Gerber, courtesy the artist and Library Street Collective.
미라지 디트로이트는 미라지와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에이킨은 미라지 디트로이트에 관해 미라지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전보다 매끄럽고 잘 재단된 거울 패널을 사용했으며, 태양을 조명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으로 어둠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연광이 차단돼 있기에 조명은 작품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작품을 비추기 위한 조명이자 작품의 전체 분위기를 결정짓는 구성 요소로서도 작용한다. 조명은 록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와 작업한 인물로 잘 알려진 조명 및 무대 디자이너 앤디 왓슨(Andi Watson)과 에이킨이 함께 설계했다. 미라지 디트로이트 내부로 들어오거나 표면을 일렁이듯 비추는 조명은 작품을 더욱 몽환적이고 신비롭게 보이게 하며, 정지된 물체에 어떤 유동적인 흐름을 만들어낸다.

Installation view of Doug Aitken, Mirage Detroit 2018, photography by Lance Gerber, courtesy the artist and Library Street Collective.
저축은행은 수십 년간 비어 있었음에도,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다. 미라지 디트로이트는 역사 속 버려진 건물로, 잊힌 도시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미라지 디트로이트는 디트로이트에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흥미롭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디트로이트의 비영리단체 라이브러리 스트리트 컬렉티브(Library Street Collective)가 함께 기획했다. 미라지 디트로이트는 2019년 2월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되며, 곧 황금 도시 엘도라도처럼 전설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