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달걀도 커피가 되는 베트남 커피의 세계
투명한 유리잔에 똑똑 떨어지는 커피를 바라본다. 4~5분가량 차분하게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베트남 고유의 핀 필터로 내린 커피. 기다림 끝에 맛보는 고소하고 진한 커피의 맛, 무엇이 더 필요한가?
베트남에서 마신 첫 커피의 맛은 강렬했다. 농축된 카페인의 진하고 쌉싸래한 맛과 미간에 주름이 잡힐 정도의 단맛이 어우러진 차가운 연유 커피 ‘까페스어다(Ca Phe Sua Da)’ 덕분이다. 연유가 지닌 극강의 단맛과 진하게 내린 커피의 맛이 한데 섞여 온몸에 퍼지는 순간, 더운 날씨에 가라앉았던 기운이 번뜩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베트남의 경제 수도라 불리는 호치민은 그 어떤 곳보다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거리 곳곳의 카페 역시 마찬가지.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골목의 허름한 카페부터 직접 산지에서 원두를 골라 와 로스팅하고 커피를 추출하는 다양한 방식을 선보이는 스페셜티 카페까지. 전통과 모던함의 즐거운 공존 속에, 호치민 곳곳의 카페는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불을 밝힌다.
베트남커피

호치민 거리의 카페 © 안지나

강렬하고 진한 커피의 맛은 베트남의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카페인 음료로 더할 나위 없다.
맛의 시작, 베트남 원두
베트남 커피의 거칠면서도 강한 맛은 로부스타(Robusta) 커피에서 비롯된다. 베트남은 브라질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원두 생산국이다. 1857년 프랑스에서 커피 재배 방식이 도입된 이후, 1990년대 ‘도이 모이(Doi Moi)’라는 정부 주도의 경제 개혁 정책에 따라 커피 산업은 본격적으로 발전되었다. 현재 베트남 남서부의 고원지대에 위치해 있는 닥락, 럼동 성을 포함하여 잘라이, 꼰뚬 지역 등지에서 로부스타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더불어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수요 덕분에, 아라비카 커피를 생산하는 베트남 북부 산악지대 디엔비엔, 선라 성과 베트남 남부의 달랏 지역의 생산량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베트남커피

베트남 원두 산지 중 한 곳인 럼동 © Shutterstock

베트남 원두 생산량의 95%를 차지하는 로부스타는 아라비카 커피에 비해 쓴 맛이 강하고 카페인의 함량이 높으며, 재배환경이 까다롭지 않고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 로부스타는 다른 커피와 배합하거나 인스턴트커피를 만들 때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로부스타는 강배전 혹은 중강배전으로 로스팅하고, 이 과정에서 버터나 위스키 같은 첨가물을 더해 원두에 다양하고 풍부한 향을 입힌다. 이렇게 탄생하는 강렬하고 진한 커피의 맛은 연유나 코코넛 시럽이 지닌 단맛과 잘 어울린다. 또 도로를 녹이는 듯한 베트남의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카페인 음료로 더할 나위 없다.
베트남커피

베트남커피

럼동에서 커피 열매를 수확하는 모습 © Shutterstock

기본은 블랙커피, 까페덴농
베트남 커피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블랙커피, 즉 ‘까페덴농(Ca Phe Den Nong)’이다. 로부스타 커피 특유의 강렬함을 경험하기에 가장 좋은 커피로, 마시기 위해서는 커피를 내리는 작은 필터인 ‘핀(Phin)’이 필요하다. 독특한 것은 핀 필터에 따라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가량 원두가 추출되는 과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 더불어 누구나 사용하기 쉽고 간편하다는 특징이 있다. 
베트남커피

핀 필터로 추출하는 베트남 블랙커피 © Shutterstock

우선 유리잔 위에 소서와 핀 컵을 올리고 뜨거운 물을 소량 부어 핀 컵의 온도를 예열한다. 유리잔에 내려진 물을 버린 후, 핀 컵 안에 분쇄된 원두 가루를 2와 1/2 테이블스푼만큼 넣고 표면을 평평하게 만든다. 그 위에 필터를 얹고 뜨거운 물 2/3컵(150mL) 중 1/3가량을 천천히 부어 커피가 부풀어 오르도록 1분 정도 기다린다. 그 후 남은 물을 필터 위에 천천히 부은 뒤 5분가량 커피가 내려지기를 기다리면 된다. 여기에 얼음을 넣은 차가운 블랙커피는 ‘까페덴다(Ca Phe Den Da)’라고 한다.
토핑이 된 연유와 달걀
핀 필터로 내린 블랙커피에 연유를 넣어 뜨겁게 마시는 음료를 ‘까페스어농(Ca Phe Sua Nong)’, 얼음을 더한 차가운 연유 커피는 ‘까페스어다’라고 한다. 가장 먼저 작은 잔에 2스푼 정도의 연유를 넣고 그 위에 얼음과 갓 내린 커피를 더해 섞어 마시면 된다. 연유 커피의 달고 쌉쌀한 맛이 너무 강하다면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연유는 진한 커피 원액에 달콤함과 묵직함을 더하는 마술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커피에 더하는 독특한 첨가물은 연유뿐이 아니다.
베트남커피

베트남커피

달걀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호치민 시내의 카페들 © 안지나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는 1940년대부터 달걀노른자를 토핑처럼 커피에 올려 마시는 달걀 커피 ‘까페쯩(Ca Phe Trung)’을 즐겼다. 우유가 부족하던 시절, 한 바텐더가 달걀을 이용한 커피 메뉴를 만들어 선보인 것이 달걀 커피의 시작이었다. 커피의 토핑은 달걀노른자를 저어 거품을 내는데, 이때 연유나 치즈, 버터를 더해 크리미한 질감과 단맛을 배가하기도 한다. 커피라기보다 달고 고소한 디저트에 가까운 독특한 메뉴로, 맨 위의 달걀 거품을 한 스푼 떠서 맛보고 천천히 커피와 섞어 마시면 좋다.
베트남커피

카페 '리틀 하노이 에그 커피'에서 맛본 달걀 커피 © 안지나

베트남 커피의 다채로운 변주
커피의 맛에 다양한 식재료를 더해 변주를 만들어낸 메뉴도 인기다. 베트남의 유명한 로컬 카페가 한국에 진출해 잘 알려진 음료인 코코넛 커피 ‘까페즈어(Ca Phe Dua)’. 연유가 지닌 극강의 단맛이 낯설다면 코코넛 밀크의 고소하면서도 적절한 단맛이 나는 코코넛 커피에 도전해볼 만하다. 핀 필터로 내린 커피에 약간의 소금과 설탕을 더한 후 코코넛 밀크와 얼음을 블렌더에 넣고 갈아 스무디를 만든다. 이와 비슷하게 아보카도, 얼음, 커피 원액을 주재료로 만드는 아보카도 스무디 역시 베트남 몇몇 카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연유 커피 한 잔과 달걀, 코코넛, 아보카도로 맛을 낸 다양한 커피까지. 로컬 카페에 앉아 맛보고 경험할 수 있는 커피의 미학은 이곳 베트남이라면 무궁무진하다.
베트남커피

얼음을 넣은 차가운 블랙커피 © Shutterstock

베트남커피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호치미너 © 안지나

2019. 3 에디터:김혜원
글: 안지나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19. 3
  • 에디터: 김혜원
    글: 안지나
  • 트위터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핀터레스트로 공유
  • 링크URL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