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치차로

지금 서울은 내추럴 와인 전성기
세계적 미식 트렌드로 떠오른 내추럴 와인.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서울에서 내추럴 와인을 탐험하려면, 다음 장소들이 출발점으로 제격이다.
2~3년 전만 해도 내추럴 와인은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단어였다. 국내 내추럴 와인 수입사와 소믈리에, 와인 애호가가 참여한 한국 최초의 내추럴 와인 시음 행사가 열린 것이 2016년 3월이다. 2019년인 지금은 어떨까. 구글에서 ‘내추럴 와인’을 검색하면 약 80만 개의 결과물이 뜬다. 내추럴 와인의 정의와 매력에 대해 논한 게시글부터 내추럴 와인을 사고 마실 수 있는 곳을 소개한 유튜브 동영상까지 다양하다. 일부 와인 애호가를 넘어 일반 대중까지, 내추럴 와인의 소비층도 더욱 다양해졌다. 파리와 도쿄, 뉴욕이 그러했듯, 현재 서울은 내추럴 와인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도대체 내추럴 와인이 뭐길래?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재료로 아황산염 등의 기타 첨가물 없이 포도 자체가 지닌 효모균으로 발효시킨 와인을 의미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가양주처럼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소량 생산한다. “이런 맛의 와인도 괜찮지 않아?” 하며 말을 걸듯, 와인 메이커에 따라 와인의 맛과 개성이 다른 점이 내추럴 와인의 묘미. 특히 산미가 매력적인 화이트 와인이 많다. 단순한 주류 취향을 넘어 유기농, 올바른 먹거리나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중요시해 내추럴 와인에 접근하는 소비자도 있다.
평소 와인을 즐기지 않던 사람이나 내추럴 와인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라면, 현재 가장 뜨거운 주류 트렌드로 부상한 내추럴 와인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실제로 현재 내추럴 와인은 와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내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별도로 리스트를 만들어둔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도 많아졌고, 내추럴 와인을 전문으로 내는 바도 생겨났다. 어쨌든 백문이 불여일견! 아래 네 곳은 지금 서울에서 내추럴 와인을 진정성 있게 선보이는 곳이다. 여기에 깃발을 꽂고 내추럴 와인 탐험을 시작해도 좋겠다.
바 피크닉

바 피크닉 © 글린트

바 피크닉

바 피크닉의 구운 알감자 위에 대파와 로메스코 소스, 아몬드가 올라간 요리.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린다.

내추럴 와인과 음식의 정석, 바 피크닉
‘바 피크닉’은 문을 연 지 1년 만에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내추럴 와인 바가 되었다. 하지만 낮 시간에 이곳을 찾는다면, 당신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당황할 수도 있다. 복합 문화 공간 ‘피크닉’ 건물 1층에 자리한 이 카페는 저녁 6시면 내추럴 와인 바로 변신한다. 3~4인석의 작은 테이블이 있던 카페 공간 한쪽 면은 커튼으로 가려지고, 은은한 밝기의 조명 아래 기다란 나무 테이블 하나만 남는다. 화려하면서도 목가적인 분위기, 커다란 테이블이 놓인 이 근사한 저녁의 공간을 우리는 바 피크닉이라고 부른다.
바 피크닉은 같은 건물 3층에 있는 프렌치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제로 컴플렉스’가 운영한다. 제로 컴플렉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와 내추럴 와인에 집중하는 소믈리에의 페어링으로 정평 난 곳. <미쉐린 가이드 2019>에서는 1스타를 받았다. 바 피크닉은 제로 컴플렉스와 결을 같이한다. 내추럴 와인 애호가이자 프랑스 알자스 지방 출신의 제로 컴플렉스 소믈리에, 클레멍 토마쌍(Clément Thomassin)이 바 피크닉의 와인 리스트를 담당해 모든 와인을 내추럴 와인으로 채웠다. 제로 컴플렉스의 일원이었으며, 현재 바 피크닉의 주방을 이끄는 이성훈 셰프 또한 인위적 터치를 배제하고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를 선보인다. 
바 피크닉

완두콩, 애호박을 곁들인 대구 요리와 화이트 와인

이성훈 셰프는 바 피크닉을 이렇게 설명한다. “좋은 음식과 좋은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그의 말처럼 앙트레 같은 가벼운 달걀 요리와 토마토를 이용한 샐러드 요리부터 메인 디시 격인 육류와 해산물 요리까지, 다채롭게 구성한 메뉴의 가격은 7,000원에서 시작해 2만 원을 넘지 않는다. 이는 기본 식재료를 제로 컴플렉스와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 여기에 와인셀러를 채운 50~60종의 훌륭한 내추럴 와인이 있다.
합리적 가격의 수준 높은 프렌치 스타일 메뉴와 내추럴 와인, 편안하면서도 감각적인 공간이 남산 끝자락, 회현동 언덕배기까지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당신이 내추럴 와인 입문자라면 이곳은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전문 지식을 갖춘 4명의 소믈리에가 당신의 취향에 따라, 혹은 그날 선택한 요리 메뉴에 따라 가장 잘 맞는 내추럴 와인을 추천해줄 테니까.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전화 +82-2-318-3233
홈페이지 www.piknic.kr
치차로

치차로 내부 전경

치차로

치차로의 화이트 안초비 메가 크런치와 로제 와인

스페인 타파스와 내추럴 와인의 페어링, 치차로
지금 서울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동네를 꼽으라면 단연 성수동이다. 과거 수제화 공장이 즐비하던 이 지역은 젊은이들을 기꺼이 포용한다. 그래서 개성 있는 숍과 레스토랑이 많다. 당신이 내추럴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그중에서도 ‘치차로’에 흥미가 갈 것이다. 치차로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벨기에, 영국 등지의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제이든 리 셰프가 운영하는 내추럴 와인 바다. 그는 내추럴 와인과 함께 자신의 주특기인 스페인 요리, 특히 타파스를 메인으로 선보인다.
“타파스도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퀴진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타파스는 스페인에서 술과 곁들여 먹는 소량의 음식을 일컫는다. 작은 접시에 식재료를 올리면 그 자체로 타파스가 된다. 그만큼 만드는 이의 개성이 듬뿍 담기는 요리다. 제이든 리 셰프는 ‘한국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와 반드시 사용하고 싶은 스페인 식재료, 이 둘의 접점이 되는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메뉴를 개발한다. 셰프의 개성이 담긴 치차로의 대표 타파스는 안초비를 활용한 ‘화이트 안초비 메가 크런치’. 익숙한 감자튀김에 한국인에게는 낯선 식자재이자 스페인을 대표하는 식자재인 안초비를 올리고, 초리소를 넣은 마요네즈 소스를 더했다. 살이 단단해 씹는 식감이 좋은 안초비와 바삭한 감자튀김, 마요네즈 소스가 끊임없이 와인을 부른다.
치차로

치차로

치차로

치차로 내부를 채운 소품들

치차로의 와인은 동업자이자 제이든 리 셰프의 아내인 강혜미 대표가 담당한다. 부부는 유럽에서 생활할 무렵 우연한 기회에 내추럴 와인을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후에 한국으로 돌아와 스와니예, 정식당 등을 거쳐 자신의 가게를 오픈한 제이든 리 셰프는 자연스럽게 내추럴 와인을 떠올렸다. “내추럴 와인은 기본적으로 산미가 있어요. 저는 음식에서 산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일부러 음식에 산미를 주면 어색하거나 산미가 입안에 오래 남아 음식의 다른 맛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죠. 내추럴 와인의 자연스러운 산미가 제 음식과 더욱 잘 맞는 측면도 있었고요. 게다가 티 향이 나는 와인, 마구간 향이 나는 와인 등 내추럴 와인의 강한 개성은 일반적으로 음식에서 쉽게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해주죠.” 치차로는 20여 종의 내추럴 와인을 비치하고 있는데, 화이트 와인의 비율이 레드와 로제 와인보다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치차로(Txitxarro)’는 바스크 지방어로 등푸른 생선류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스페인 요리 견습생 시절, 셰프의 추억이 담긴 식자재 치차로가 이곳의 이름이 됐다. 내부 인테리어 또한 셰프의 추억이 가득하다. 원형 테이블 5개뿐인 아담한 공간을 셰프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그릇과 오브제, 초등학생 시절부터 함께한 그림, 유럽 생활을 담은 사진 등으로 꾸몄다. 손님이 편안하고 아늑한 기분이 들도록 하기 위해 테이블 간격과 의자의 배치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제가 외국에서 살 때 느꼈던 편안한 음식과 안락한 분위기의 바를 여기서 구현하고 싶었어요.” 셰프의 바람은 제대로 이뤄진 것 같다. 이곳에서는 스페인 타파스와 내추럴 와인이 함께 있는 장면이 결코 어색하거나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14길 22
전화 +82-2-462-0990
홈페이지 www.instagram.com/txitxarro_seoul
레브이트

레브이트

아지트에서 펼쳐지는 꿈 같은 미식의 향연, 레브이트
서교동의 대로변을 걷다 통창을 통해 붉은 조명이 비치는 가게를 발견했다. 간판을 찾을 수 없어 도통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는데, 그곳이 꽤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제대로 찾았다. 프랑스어로 ‘꿈(Rêve)을 먹는다(Eat)’라는 의미를 담은 ‘레브이트’는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특별한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은 이수환 셰프의 다이닝 바다. 간판은 없지만, 통창을 통해 정직하게 드러나는 셰프, 바텐더, 손님이 만들어내는 활기와 에너지가 얼굴이 되는 곳이다.
이수환 셰프는 레브이트에서 요리와 함께 다양한 종의 술을 페어링해 선보인다. 프렌치에 기반을 두고 국내산, 그리고 자연산 식재료를 최대한 사용하며,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소스를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 쓴다. 거위 간과 오리 간, 달팽이 요리 등 요리의 스펙트럼도 꽤 넓다. 꿈 같은 미식의 경험이 ‘ㄷ’자 형태의 캐주얼한 바 테이블 위에서 펼쳐진다.
레브이트

레브이트의 주류들

레브이트

거제도 각굴

그중 레브이트에서 꼭 맛봐야 할 시그니처 메뉴는 ‘거제도 각굴’이다. 산란을 하지 않아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는 ‘삼베체굴’로, 레브이트의 시작부터 함께한 메뉴다. 일반 굴보다 크기가 크고 식감이 부드러운 이 굴은 레몬과 올리브 오일, 핫소스, 그리고 레브이트 특제 소스와 함께 내놓다. ‘홍합’은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식재료 자체가 요리의 이름인데, 이는 프랑스 요리 중 하나로, 화이트 와인에 홍합을 쪄낸 홍합찜을 말한다.
그리고 굴과 홍합찜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화이트 와인. 레브이트의 와인 리스트는 대부분 내추럴 와인으로 구성되었다. 전체의 70~80% 비중을 차지한다. 신경 써서 준비한 이 와인들은 셰프와 바텐더의 테이스팅을 거쳐 맛이나 향이 뚜렷한 개성 강한 와인부터 누구나 좋아할 만한 와인까지 폭넓게 선별한 것이다. 레브이트는 보드카, 위스키, 칵테일 등 주류 리스트를 알차게 갖췄는데, 30가지가 넘어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진이 내추럴 와인만큼 유명하다.
레브이트

요리 중인 이수환 셰프

레브이트

홍합찜과 화이트 와인

레브이트

ㄷ자 형태의 바 테이블이 돋보인다.

1층이 셰프와 손님들이 편하게 소통하는 바 형식의 공간이라면, 2층은 예약제로 운영하는 프라이빗 룸이다(여름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최대 8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바닥에 깔린 카펫과 소파에 편하게 둘러앉아 홈파티 하듯 즐길 수 있다. 무엇이든 쉽게 생기고 사라지는 서울에서 간판 없는 레브이트는 2017년 12월에 오픈해 3년째 성업 중이다. 이곳을 아지트 삼아 일주일에 서너 번 찾는 단골도 많다. 정제된 인테리어가 만들어내는 바의 분위기, 이수환 셰프의 군더더기 없는 요리, 여기에 내추럴 와인까지, 이 모든 것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12
전화 +82-70-7724-1208
홈페이지 www.instagram.com/reveat_seoul
와일드덕 칸틴

와일드덕 칸틴의 렘키마와 쿠스쿠스, 포도 샐러드, 그리고 레드 와인

한낮에 칠링하게 좋은 캐주얼 식당, 와일드덕 칸틴
이런 구내식당이라면 매일 찾을지도 모르겠다. ‘와일드덕 칸틴’은 유럽 곳곳의 미술관에서 공수한 다양한 전시 포스터를 판매하는 포스터 숍 ‘와일드덕(Wildduck & Co)’의 자매 숍 같은 곳이다. 와일드덕의 홍원기 대표, 최상재 셰프, 신수정 베이커,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문을 연 곳이기 때문이다. 친구 사이인 세 대표는 구내식당을 뜻하는 ‘칸틴(Canteen)’이라는 이름처럼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식당을 만들었다.
초록색 차양을 이정표 삼아 해방촌 언덕에서 와일드덕 칸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중앙에 있는 커다란 나무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벽에 걸린 개성 강한 포스터와 사진, 빈티지한 소품들이 보인다. 세 대표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져와 채웠다는 내부는 홍원기 대표가 선별한 포스터와 세 대표가 유럽에서 공수한 빈티지 조명과 의자, 소품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혼잡하지 않고 조화로운데, 포스터와 소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와일드덕 칸틴

와일드덕 칸틴 외관

와일드덕 칸틴

빈티지 소품들과 포스터가 눈에 띄는 카운터

와일드덕 칸틴

매주 바뀌는 글라스 와인

와일드덕 칸틴을 찾은 게 낮이라면 스콘이나 오픈 샌드위치, 머시룸 수프 같은 간단한 브런치를, 저녁 시간이라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작은 접시 요리와 내추럴 와인을 곁들일 수 있다. 매주 바뀌는 다섯 종의 글라스 와인은 내추럴 와인을 가볍게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햇볕이 쨍한 한낮에 야외 테라스에 앉아 산미가 매력적인 내추럴 와인을 마시는 기분은 정말 끝내준다. 그 자체로 훌륭한 여름휴가인 셈.
와일드덕 칸틴

블루치즈 소스와 구운 컬리플라워

와일드덕 칸틴

채광 좋은 창가 테이블

저녁 시간에 허기를 품고 이곳을 찾는다면 요구르트와 쿠스쿠스를 곁들인 양고기 요리 ‘램키마와 쿠스쿠스’가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어준다. 포도, 고추, 고수로 만든 포도 샐러드와 블루치즈 소스를 함께 낸 구운 컬리플라워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하고 가벼운 안줏거리. 참고로 이곳에는 별도의 와인 리스트가 없다. 와일드덕 칸틴의 구성원이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50여 종의 내추럴 와인 중 하나를 추천해준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33
전화 +82-10-9964-3357
홈페이지 www.instagram.com/wildduck_canteen
2019. 8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해란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19. 8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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