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부산의 국물 맛
부산은 도시와 자연, 산과 바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역사가 오래된 재래시장이 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이런 뒤섞임의 매력은 다양한 재료로 선보이는 부산의 국물 요리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1돼지국밥

국밥

국밥

국밥

부산 시민의 정서를 담고 있는 돼지국밥

돼지국밥은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제는 경상도권을 벗어나도 돼지국밥집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국밥의 역사는 유구하다. 농업 사회인 조선에선 상업이 발달하지 않았다. 당연히 외식 상품도 흔하지 않았다. 주막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해야 반찬도 없이 뜨끈한 국물에 식은 밥을 만 국밥이 전부였다(간장과 고춧가루로 간을 한 비빔밥이나, 남이 먹던 밥 또는 식은 밥의 재활용을 피하고자 따로국밥이 등장한 건 그 이후의 일이다).
청일전쟁 전후로 조선에 많은 중국인이 유입되면서 돼지고기 소비도 늘어났다. 중국과 가까운 이북 지역은 서울보다 쉽게 돼지고기 음식 문화를 받아들였고, 한국전쟁 이후 월남한 사람들이 돼지고기 편육을 만들어 팔곤 했다. 부산의 돼지국밥은 19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발전하다가 한국전쟁으로 피란민이 집결하면서 업그레이드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실 돼지국밥은 부산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대구와 밀양의 돼지국밥도 유명하다. 조리 방식이 조금씩 달랐을 뿐이다. 대구에선 내장을 많이 사용했고 간도 가장 세게 했다. 밀양에선 쇠뼈를 우려낸 육수에 돼지고기와 내장을 넣어 다시 끓여 냈다. 부산에선 돼지 뼈나 고기로 육수를 내고, 고기를 푸짐하게 섞는 게 특징이지만 가게에 따라 대구식이나 밀양식 국밥을 내는 곳도 적지 않다. 한국전쟁으로 이북의 온반 문화는 물론 남도 곳곳의 음식이 모두 부산에서 뒤섞인다. 부산이 다양한 돼지국밥을 보유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뼈와 고기 가운데 무엇으로 육수를 우렸는지에 따라 돼지국밥의 투명도가 달라진다. 고기 국물은 맑고 뼈 국물은 뽀얗다. 잡뼈로 우린 국물은 담백하고, 사골로 낸 국물은 깊고 진하다. 돼지국밥은 변화무쌍하다. 내장 위주의 순댓국과 달리 돼지의 편육을 듬뿍 넣어주는데, 내용물이 마구 뒤섞이는 게 싫다면 수육국밥을 주문하면 된다. 내장과 고기를 모두 원한다면 섞어국밥이 있다. 돼지국밥은 다양한 개성이 조화를 이루는 부산의 특성을 그대로 안고 있다. 신창국밥의 국밥은 약간 맑은 갈색 육수에서 나는 개운한 맛으로 인기가 많다. 고수들은 이곳에서 주로 수육 고기와 국물, 밥을 내놓는 수육밥을 찾는다.

신창국밥 본점
주소 부산시 서구 보수대로53
전화 +82-51-244-1112

2밀면

국밥

밀면은 만드는 식당의 개성이 저마다 잘 드러나는 음식이다.

부산에만 있는, 가장 부산다운 음식을 꼽는다면 밀면이 먼저 등장한다. 밀면은 부산이란 도시의 특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음식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전국의 피란민이 몰려들었고, 부산은 한반도 제2의 도시로 성장한다. 자연스레 피란민의 요리 방식과 전쟁통에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식자재가 만나면서 부산 스타일의 새로운 음식이 태어났는데, 대표 주자가 밀면이다. 이북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은 구호물자이던 밀가루로 고향에서 먹던 냉면의 맛을 재현하려고 했다. 그런데 글루텐 단백질을 함유한 밀가루는 메밀과 달리 뚝뚝 끊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꿩과 소, 닭, 돼지 등 좋은 재료로 맛을 내는 냉면 육수의 식자재를 전쟁 상황에서 구하긴 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닭발로 육수를 내는 식당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임기응변이 밀면을 탄생시킨 것이다.
미국 남부로 이주한 프랑스인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던 식자재와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식자재에 차이가 있어 양념을 강하게 한 것이 미국 남부의 케이준 스타일을 만든 것처럼, 밀면도 새콤달콤하고 짭조름한 강한 양념으로 이북식 냉면의 담백함과 완전히 다른 맛을 갖게 되었다. 밀면은 북에서 내려온 피란민의 음식으로 시작했지만, 부산 토박이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갔다. 자극적인 맛은 점점 더 강해지고, 계피나 고춧가루, 후춧가루 같은 향신료 양념도 갈수록 진해졌다. 평양냉면은 어디에 가도 그 맛이 아주 심하게 다르지 않다. 설사 다르다고 해도 두세 가지 스타일로 묶어낼 수 있다(유명한 평양냉면 식당 주인들이 가족 관계인 탓도 크다). 하지만 밀면은 가게에 따라 육수용 재료와 향신료를 달리 쓰기 때문에 맛의 차이가 큰 편이다. 또 피란 음식이라는 출발점 때문인지 평양냉면과 달리 가격도 저렴하다. 이북 음식에 뿌리를 둔 탓에 대부분의 밀면 식당은 만두도 판매하는데, 만두 가격 역시 착하다.
부산역 건너편 초량동에 위치한 초량밀면은 한방 약재 냄새가 강하지 않고 찬 국물에 잘 스며들어 센 맛을 좋아하지 않는 미식객이 좋아하는 집이다.

초량밀면
주소 부산시 동구 중앙대로 225
전화 +82-51-462-1575 

3소고기국밥

국밥

국밥

국밥

순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의 소고기국밥

부산 사람들이 돼지국밥과 밀면만 찾는 것은 아니다. 소고기를 넣어 끓인 뜨끈하고 개운한 맛의 국물도 즐겨 먹는다. 소고기국밥은 육개장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르다. 육개장이 고사리, 숙주, 대파, 소고기 등을 따로 볶고 무쳐내어 국물을 낸다면, 소고기국밥은 비슷한 재료들을 한꺼번에 끓여 낸다. 고급스럽기보다 예스러운, 장터 국밥의 소박함과 편안함을 품고 있다. 소고기국밥이 유행하게 된 건 1920년대로 추정된다. 전국 읍∙면 소재지에 상설 시장이나 오일장이 자리 잡은 시기와 겹친다. 부산에서도 재래시장 등 격의 없는 곳의 식당에서 소고기국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해운대 버스터미널 앞에 위치한 소고기국밥 식당은 방송도 여러 번 탈 정도로 역사가 깊고 인기도 좋다. 뜨끈한 국물은 고춧가루를 넣었다고 해도 자극적이지 않고 속을 편안히 달래준다. 저렴한 가격에 허기를 채워주는 좋은 음식이다. 그렇다고 그 맛이 아주 특별하다고 하긴 어렵다. 누군가와 함께 부산에 간다면 꼭 들러서 찾아야 하는 곳은 아니다. 그래도 혼자 해운대나 달맞이고개를 방문한다면, 지나치는 길에 적당히 요기를 채우기엔 적당하다. 특별할 것 없는 조리 방식이나 태생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부산에는 ‘원조’, ‘할매’라는 수식이 붙은 곳이 꽤 많은데, 해운대원조할매국밥집은 살짝 얼큰하면서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이라 저녁 술국으로도 인기가 많다.

해운대원조할매국밥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구남로21번길 27
전화 +82-51-731-2866

4재첩국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식자재가 된 재첩국

재첩국은 경상남도에서 흔하게 먹는 토속 국물 요리다. 재칫국으로도 불린다. 부산에는 삼락동 일대에 재첩국 식당들이 모여 있어서 재첩골목으로 통하기도 했다. 하지만 1987년에 낙동강 하류 둑이 완성되면서 재첩의 수급이 어려워졌고, 자연스럽게 재첩국 식당도 줄어들었다. 그래도 아직 적지 않은 재첩국 식당들이 삼락교 인근을 비롯해 부산 곳곳에서 운영 중이다. 재첩국의 조리법은 간단하다. 물에 굵은소금을 풀어 빨래하듯 재첩을 씻어준다. 낙동강과 섬진강의 모래를 뱉어내는 해감 과정을 거친 재첩을 소금으로 간해서 끓인다. 마늘을 조금 풀고 쪽파나 부추를 얹으면 완성. 오래 끓이면 텁텁해지기 때문에 조리 시간도 길지 않다. 재료와 조리법이 단순한 만큼 맛도 복잡하지 않고 깔끔하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속을 풀기에 그만이다. 칼로리가 낮아서 부담도 되지 않는 데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낙동강의 재첩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산 수입 재첩이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산은 토종 재첩보다 알이 굵은 데다 은근하고 깊은 맛도 약해졌다.
토성역 인근에 자리 잡은 섬진강재첩국은 하동에서 직송한 재첩으로 국물과 요리를 낸다. 재첩회 비빔밥도 인기다.

섬진강재첩국
주소 부산시 중구 보수대로58
전화 +82-51-242-6363

5어묵 국물

국밥

국밥

국밥

어느 도시든 시장에는 어묵 꼬치가 늘 있다.

어묵은 다진 흰살생선이나 오징어를 쪄서 뭉친 음식 또는 식재료다. 일본에서 유래했는데, 일본식 이름은 ‘가마보코’이고, 이를 꼬치에 꿰어서 일본 간장 국물로 끓여낸 요리가 ‘오뎅’이다. ‘오뎅볶음’ 같은 명칭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잘못된 용어다. 1876년 부산포 개항 이후 부산에 많은 일본인이 정착했고, 커다란 어시장과 공장도 설립되었다. 이 과정에서 어묵은 자연스레 부산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점차 전국적인 식자재이자 서민 음식으로 발전했다. 부산의 어묵은 출발점이어서이기도 하지만, 생선 함량이 높아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부산에는 많은 고급 어묵점이 영업 중인데, 소규모로 어묵을 만들어내는 전문점도 제법 많다. 어묵 생산업체의 절반인 45개 업체가 부산에 있다. 사람들은 거리나 분식집에서 볼 수 있는 어묵 국물을 떠올린다.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거리 곳곳에서는 무와 함께 진하게 우려낸 어묵 국물에 몸을 담근 가래떡도 함께 맛볼 수 있다. 특히 부평깡통시장에는 일명 ‘오뎅골목’이 있어, 어릴 적 시장 골목에서 먹던 추억의 아련함을 가득 느낄 수 있다.

부평깡통시장
주소 부산시 중구 부평1길 48
전화 +82-51-243-1128
 

6복국

국밥

국밥

복국

복국은 부산을 방문한 여행자들이 더욱 찾는다.

조선 초기의 문인 서거정은 한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복어를 먹는다면 죽어도 그 값을 할 것이라고 노래했다. 오래전부터 우리가 복어를 즐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중림은 <증보산림경제>에서 복어의 피와 알에 독이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도시 빈민들은 생선 가게에서 손질하고 버린 복어의 내장이나 머리를 가져다 끓여 먹기 일쑤였고, 적지 않은 사람이 목숨까지 잃었다. 1924년 1월 10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1923년 12울 1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만 12명이 복국을 먹다 죽었다. 복국은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위험한 선택이었다. 그러다 1960년대 이후 복어 어획량이 늘어나면서 조리법도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과 가까운 부산과 마산에서 복국의 인기가 높았다. 1977년 11월 12일자 <경향신문>은 ‘부산복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부산복국의 인기와 함께 콩나물과 미나리를 섞은 한국식 조리법을 소개했다. 일본식 복국은 무 정도를 활용할 뿐 다른 채소를 섞지 않기 때문에 부산식과 차이가 있다. 복국은 위험하지만 예부터 그 맛이 잘 알려진 음식이다. 특히 해장에 좋기로 유명하다. 1984년 이후 복어 조리 기능사 제도가 자리 잡고, 복을 양식하면서 안전성까지 갖추게 되었다. 더 이상 위험하지 않게 된 복국은 부산에서 꼭 먹어야 할 국물 요리다.
부산에는 저마다 이름난 복국집이 많고, 서울이나 경기 등 타 지역으로 진출한 곳도 제법 생겨났다. 그중 초원복국은 부산 사람들에게는 정든 곳이자, 타지인에게는 복국을 대중화한 대표적 복국집이다.

초원복국
주소 부산시 남구 황령대로492번길 30
전화 +82-51-628-3935

7생대구탕

국밥

국밥

국밥

탕으로 맛보기 가장 좋은 식자재인 대구

시원하고 담백한 대구의 국물 맛은 일품이다. 특히 겨울에 가덕도에서 잡은 대구는 국내 최고로 꼽힌다. 가덕대구의 중심지는 창원시에 속한 용원항인데, 40분 거리로 부산과 아주 가깝다. 사상공단과는 맞닿아 있다. 부산 서부가 개발되면서 대구는 동진해서 부산이 사랑하는 식자재가 되었다. 대구는 맛이 좋은 대신 살이 무르기 때문에 회로 먹기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주로 국물 요리의 주요 재료로 활용했다. 예부터 대구는 고급 어종에 속해 고급 관료나 부자만 먹는 생선으로 통했다. 서민은 주로 명태나 물메기를 먹어야 했다. 지금도 냉동 대구와 생대구의 맛은 전혀 다르다. <음식지미방> 같은 고문헌에서는 대구껍질채와 대구껍질누르미 등의 요리가 등장하는데, 대구 껍질이 그만큼 고소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생대구탕에 도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에서 전해진 복 요리와 달리 대구는 한·중·일 동북아 삼국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한 식자재다. 그만큼 우리 유전자에 잘 맞을지도 모른다.
중앙동의 중앙식당은 대구로 탕을 끓여 내놓은 지 50년이 넘은 곳으로, 대구탕뿐 아니라 명태탕과 숙성회 백반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앙식당
주소 부산시 중구 해관로 20-3
전화 +82-51-246-1129
부산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부산

롯데호텔부산은 서면에 위치한 부산 유일의 롯데호텔이다. 얼마 전 객실 리노베이션을 진행해 650여 개의 객실이 더욱 세련되고 모던해졌다. 미국에서 메이저리거로 활약 중인 추신수 스타룸이 있어 야구 마니아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면은 ‘부산의 명동’이라 불릴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은 대표적 중심가로, 외국 여행객이 부산에 올 때 선호하는 지역이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가야대로772
전화 +82-51-810-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busan-hotel 
2019. 11 에디터:정재욱
글: 이중한
포토그래퍼: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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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11
  • 에디터: 정재욱
    글: 이중한
  • 포토그래퍼: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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